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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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0년간 기적의 경제사를 일구며 선진국에 진입한 대한민국이 재도약이냐, 추락이냐의 갈림길에 섰다. 한국은 단 두 세대 만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룩하고 1인당 국민소득과 경제 규모(GDP·국내총생산), 자유·인권 등 보편적 가치 준수, 문화의 세계적 확산 등에서 선진국 요건을 충족한 근대 세계사의 유일한 나라가 됐다. 하지만 기존 성장 경로가 곳곳에서 한계 상황에 부딪혀 다시 중진국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인구 위기와 잠재성장률 추락, 산업 경쟁력 훼손, 지정학적 불안 등 도처에 깔린 위협 요인을 극복하고 완전히 새로운 성공 방정식을 찾아내 초일류 선진국으로 재도약해야 하는 시대적 과제에 직면해 있다.

다음달 12일 60돌을 맞는 한국경제신문이 30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경제계와 정·관·학계 주요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창간 60주년 기념행사’를 연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창달을 사시(社是)로 삼아 한국경제신문이 매일 기록해 온 지난 60년 격동의 역사를 되짚어보고 미래 60년을 또 다른 성공의 시대로 만들기 위해 가야 할 길을 모색한다.

이번 행사에서 한국경제신문은 초일류 선진국이 되기 위해 한국이 지향해야 할 3대 비전을 제시한다. 경제·산업·기술 초강대국, 문화·예술의 세계적 허브 국가, 존경받는 초일류 시민들의 국가가 그것이다. 지난 23일부터 시작한 창간 60주년 특별기획 ‘대한민국, 초일류 선진국으로 가자’에서 한국경제신문 데스크들이 제언한 슈퍼 강국 도약을 위한 필수 과제를 응축한 결정체이기도 하다.

첫 번째 비전인 경제·산업·기술 초강대국은 기본적으로 지금보다 두 배 잘사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다. 현재 2400조원인 명목 GDP와 3만5000달러인 1인당 소득을 5000조원과 7만달러로 더블링(doubling)하는 것이다.

시스템 대혁신으로 새 성공방정식 찾자

경제·산업·기술 초강대국 비전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모든 경제주체의 체질을 전면 쇄신해 노동인구가 절반으로 줄어도 현재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노동시장 등 저생산성 부문의 전방위적이고 동시다발적인 구조개혁과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이유이기도 하다.

인공지능(AI), 바이오테크, 항공우주, 로봇, 수소, 첨단 모빌리티, 차세대 원전 등 7대 미래산업에서 ‘제2의 반도체·자동차 신화’를 재현하는 산업 혁신도 시급하다. 이들 시장에선 2030년까지 5700조원의 신시장이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10%만 잡아도 2040년 국내총생산(GDP) 더블링과 주요 5개국(G5) 진입은 현실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미·중 패권전쟁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공급망 강국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고 ‘세상에 없는 것’을 개발할 수 있는 기초과학·원천기술 강국으로 거듭나야 한다.

두 번째 비전인 문화·예술의 세계적 허브 국가는 K문화 열풍을 기반으로 글로벌 콘텐츠·미디어산업을 선도하는 것이다. K콘텐츠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지만 국내 콘텐츠산업의 세계 시장 비중은 2%대에 불과하다. 한국 영화·드라마는 넷플릭스, 음악은 아이튠즈, 동영상은 유튜브 등 글로벌 문화 플랫폼에 여전히 의존하고 있다. 이제는 다양한 국가 출신의 창작자와 자본이 끊임없이 몰려오도록 한국이 글로벌 대중문화의 플랫폼을 주도해야 한다.

존경받는 초일류 시민들의 국가를 세 번째 비전으로 제시한 것은 선진국은 경제력과 군사력만으로 달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이 GDP 규모에선 세계 2위여도 선진국으로 불리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유, 인권, 다양성, 정의, 민주주의, 배려, 관용 등 세계시민의 소양과 품격을 꾸준히 키워나가야 한다. 보편가치 확산에 기여하는 글로벌 리더로서 해야 할 역할과 책임을 다하고 공적개발원조(ODA) 등 국제사회 기여도도 한층 높여나갈 필요가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60돌을 맞는 것은 독자의 성원과 격려 덕분이다. 다가올 60년도 한국이 초일류 선진국으로 우뚝 서는 데 일조할 수 있도록 국민·독자와 함께 노력해 나갈 것을 다짐한다.

이상열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