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문화 수도는 코리아…플랫폼 키워 'K웨이브 5.0시대' 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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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창간60
대한민국, 초일류 선진국으로 가자
소프트파워 강국…문화·예술 세계적 허브로
2022년 콘텐츠 수출 133억弗
바이오헬스·컴퓨터 이어 3대 수출품
2000년대 겨울연가·대장금 亞 돌풍
강남스타일·오징어게임·기생충에 열광
소수가 찾던 하위문화서 주류문화로
K푸드·뷰티로 콘텐츠 영역 무한 확장
대한민국, 초일류 선진국으로 가자
소프트파워 강국…문화·예술 세계적 허브로
2022년 콘텐츠 수출 133억弗
바이오헬스·컴퓨터 이어 3대 수출품
2000년대 겨울연가·대장금 亞 돌풍
강남스타일·오징어게임·기생충에 열광
소수가 찾던 하위문화서 주류문화로
K푸드·뷰티로 콘텐츠 영역 무한 확장
고대 그리스에서는 경제를 ‘유용한 것을 지향하는 행위’로, 문화는 ‘아름다운 것을 지향하는 행위’로 정의했다. 그러면서 문화를 경제보다 우월한 것으로 여겼다. 실용주의가 지배하던 근대에는 경제를 인간 활동의 핵심으로 봤고, 문화는 잔여적 활동으로 간주했다. 우선순위는 정반대지만 고대와 근대의 공통점은 문화와 경제를 상호 분리해 생각했다는 것이다.
현대 사회로 접어들어 대중문화 시대가 열리자 경제와 문화는 불가분한 관계로 얽혔다. 문화 자체가 하나의 상품이 됐고, 문화가 경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한 나라의 국력을 결정짓는 것은 경제인데, 경제에서 최고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게 문화라는 인식이 생겨났다. 미국 일본 영국 등 주요 선진국은 자국 문화의 대외 확산을 통해 경제 영토 확장을 도모해 왔다. 문화의 힘이 초일류 선진국의 필수 조건이 된 것이다.
한국 콘텐츠가 세계 시장에 진출한 것은 2000년대 들어서다. 드라마 ‘겨울연가’와 ‘대장금’이 일본 중국 등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영화 ‘올드보이’와 ‘밀양’은 칸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음악 분야에서는 원더걸스, 보아, 비 등이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이때만 해도 K콘텐츠의 주요 소비자는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주변국에 국한돼 있었다.
2010년대 들어 SNS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보편화하자 K콘텐츠의 인기는 폭발적으로 높아졌다. 전 세계 유튜브 조회수 10억 회를 넘어선 가수 싸이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 넷플릭스 드라마 시청률 1위를 기록한 ‘오징어 게임’, 아카데미상을 휩쓴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등 전 세계 대중이 열광하는 K콘텐츠가 하나둘 등장했다. 1990년대 중반 시작된 한류(K웨이브)는 크게 네 시기로 구분된다. 대중문화 개방과 함께 출발한 1기(1995~2002년)와 음악 한류가 본격화한 2기(2003~2009년), K팝 열풍이 분 3기(2010~2017년) 때 K콘텐츠는 소수 마니아가 찾는 하위문화였다.
하지만 4기(2010년대 중반 이후)부터 한류는 세계 대중이 즐기는 주류 문화로 대접받았다.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 K푸드, K뷰티 제품 등이 인기를 모으는 건 한류가 다음 단계로 진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제 우리는 한국적인 것이 세계인의 의식주를 지배하는 ‘한류 5.0’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글로벌 OTT의 투자 확대는 K콘텐츠의 세계적 위상을 높인 일등 공신이었지만 이 과정에서 콘텐츠 제작 단가가 급등해 국내 콘텐츠업계에선 양극화가 이뤄지고 있다. 2013년 한국 드라마의 평균 편당 제작비는 약 3억7000만원이었지만 현재 최소 세 배에서 최대 열 배까지 치솟았다. 국내 영화 시장은 위축됐다. 영화관 상영은 2022년부터 정상화됐지만 지난해 관람객 수는 2019년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한국 상업영화의 평균 수익률은 2012년부터 6년 연속 플러스를 기록했지만 2020년부터 마이너스로 돌아서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K팝 시장에서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동남아시아 시장 점유율, 빌보드 핫100 차트 입성 횟수, 음반 수출 증가율 등의 지표에서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민희진 어도어 대표와 하이브 간 분쟁이 일어나자 K팝 성장을 이끌어 온 멀티레이블 체제가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도 나왔다.
기업별로 비교해 봐도 마찬가지다. 음악 분야 국내 ‘빅4’로 꼽히는 하이브, SM·JYP·YG엔터테인먼트의 지난해 매출을 합치면 약 32억달러로, 미국 최대 뮤직 레이블인 UMG(120억달러)의 4분의 1 수준이다. 국내 빅4 시가총액 합계는 약 89억달러(2024년 8월 말 기준)로 UMG(520억달러)의 17%에 그친다. OTT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국내 대표 OTT인 티빙의 지난해 매출은 2억5000만달러로 넷플릭스(337억달러)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거대 기업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글로벌 콘텐츠 경쟁에서 한국이 열세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미국에선 콘텐츠·미디어업계의 거대 기업뿐 아니라 구글,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빅테크 기업도 각자의 방식으로 콘텐츠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자율주행 등 첨단기술 발전으로 사람들의 콘텐츠 소비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해서다. 빅테크 기업은 콘텐츠 제작과 유통 시장에 직접 발을 담그고 있다. 애플의 ‘애플TV+’, 아마존의 ‘아마존프라임 비디오’ 서비스가 대표적인 예다.
한국이 지향해야 할 글로벌 대중문화 플랫폼은 지금까지의 K콘텐츠 성공 방정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K콘텐츠는 한국적인 이야기를 토대로 세계인들에게서 공감과 지지를 끌어냈다. 글로벌 대중문화 플랫폼은 다양한 국가 출신의 창작자와 자본이 공동 참여해 새로운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모델을 추구해야 한다. 그래야만 한국이 세계 콘텐츠·미디어 시장에서 추종자가 아니라 선도자의 입지를 확고히 할 수 있을 것이다.
김동윤 문화부장
현대 사회로 접어들어 대중문화 시대가 열리자 경제와 문화는 불가분한 관계로 얽혔다. 문화 자체가 하나의 상품이 됐고, 문화가 경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한 나라의 국력을 결정짓는 것은 경제인데, 경제에서 최고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게 문화라는 인식이 생겨났다. 미국 일본 영국 등 주요 선진국은 자국 문화의 대외 확산을 통해 경제 영토 확장을 도모해 왔다. 문화의 힘이 초일류 선진국의 필수 조건이 된 것이다.
글로벌 주류 문화로 부상한 한류
미국 정치학자 조지프 나이는 1990년 ‘소프트 파워’라는 개념을 ‘사람의 마음을 끄는 힘으로 원하는 것을 얻는 능력’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한 나라의 소프트 파워를 결정하는 요소로 정치적 가치관, 대외 정책, 문화 세 가지를 꼽았다. 글로벌 소프트 파워 경쟁에서 한국의 비교우위는 분명 문화에 있다. K팝, K무비, K드라마 등 문화 콘텐츠가 세계 각국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콘텐츠 수출액은 2013년 49억달러에서 2022년 133억달러로 불어났다. 콘텐츠는 바이오헬스(163억달러), 컴퓨터(159억달러)에 이어 한국 3대 수출품에 올랐다. 프랑스 철학자 기 소르망이 한국을 문화와 상품을 동시에 수출하는 5개 국가 중 하나로 지목한 이유다.한국 콘텐츠가 세계 시장에 진출한 것은 2000년대 들어서다. 드라마 ‘겨울연가’와 ‘대장금’이 일본 중국 등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영화 ‘올드보이’와 ‘밀양’은 칸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음악 분야에서는 원더걸스, 보아, 비 등이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이때만 해도 K콘텐츠의 주요 소비자는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주변국에 국한돼 있었다.
2010년대 들어 SNS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보편화하자 K콘텐츠의 인기는 폭발적으로 높아졌다. 전 세계 유튜브 조회수 10억 회를 넘어선 가수 싸이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 넷플릭스 드라마 시청률 1위를 기록한 ‘오징어 게임’, 아카데미상을 휩쓴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등 전 세계 대중이 열광하는 K콘텐츠가 하나둘 등장했다. 1990년대 중반 시작된 한류(K웨이브)는 크게 네 시기로 구분된다. 대중문화 개방과 함께 출발한 1기(1995~2002년)와 음악 한류가 본격화한 2기(2003~2009년), K팝 열풍이 분 3기(2010~2017년) 때 K콘텐츠는 소수 마니아가 찾는 하위문화였다.
하지만 4기(2010년대 중반 이후)부터 한류는 세계 대중이 즐기는 주류 문화로 대접받았다.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 K푸드, K뷰티 제품 등이 인기를 모으는 건 한류가 다음 단계로 진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제 우리는 한국적인 것이 세계인의 의식주를 지배하는 ‘한류 5.0’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콘텐츠 초양극화 시대가 도래했다
K콘텐츠의 인기가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정작 국내 콘텐츠·미디어업계에는 그 어느 때보다 위기의식이 팽배해 있다. 콘텐츠·미디어산업이 글로벌 거대 기업 중심으로 재편돼 급격한 패러다임 전환기를 맞아서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콘텐츠·미디어업계엔 절호의 기회였다. 사람들의 콘텐츠 소비량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유튜브,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플랫폼 기업은 급성장하는 시장에서 지배력을 확대하기 위해 콘텐츠 시장 투자를 늘렸다. 넷플릭스의 국내 영상 콘텐츠 투자액은 2015년 150억원에서 2022년 8000억원으로 불어났다. 작년 4월에는 향후 4년간 국내 콘텐츠 시장에 3조3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글로벌 OTT의 투자 확대는 K콘텐츠의 세계적 위상을 높인 일등 공신이었지만 이 과정에서 콘텐츠 제작 단가가 급등해 국내 콘텐츠업계에선 양극화가 이뤄지고 있다. 2013년 한국 드라마의 평균 편당 제작비는 약 3억7000만원이었지만 현재 최소 세 배에서 최대 열 배까지 치솟았다. 국내 영화 시장은 위축됐다. 영화관 상영은 2022년부터 정상화됐지만 지난해 관람객 수는 2019년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한국 상업영화의 평균 수익률은 2012년부터 6년 연속 플러스를 기록했지만 2020년부터 마이너스로 돌아서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K팝 시장에서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동남아시아 시장 점유율, 빌보드 핫100 차트 입성 횟수, 음반 수출 증가율 등의 지표에서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민희진 어도어 대표와 하이브 간 분쟁이 일어나자 K팝 성장을 이끌어 온 멀티레이블 체제가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도 나왔다.
아직은 영세한 K콘텐츠산업
K콘텐츠의 세계적 인기에도 국내 콘텐츠산업 및 기업 규모는 영세한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세계 콘텐츠·미디어 시장 규모는 지난해 1조5362억달러를 기록했다. 국가별로 보면 미국 5044억달러, 중국 2820억달러, 일본 1094억달러, 영국 659억달러 등이다. 한국은 328억달러로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1%에 불과하다.기업별로 비교해 봐도 마찬가지다. 음악 분야 국내 ‘빅4’로 꼽히는 하이브, SM·JYP·YG엔터테인먼트의 지난해 매출을 합치면 약 32억달러로, 미국 최대 뮤직 레이블인 UMG(120억달러)의 4분의 1 수준이다. 국내 빅4 시가총액 합계는 약 89억달러(2024년 8월 말 기준)로 UMG(520억달러)의 17%에 그친다. OTT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국내 대표 OTT인 티빙의 지난해 매출은 2억5000만달러로 넷플릭스(337억달러)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거대 기업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글로벌 콘텐츠 경쟁에서 한국이 열세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글로벌 대중문화 플랫폼 육성하자
K콘텐츠가 비교우위를 유지하려면 한국도 글로벌 대중문화 플랫폼을 육성해야 한다. 그동안 K콘텐츠 시장은 중소·중견기업이 주도했다. 문화 분야에선 큰돈을 벌기 어렵다는 통념이 있었고, 미디어산업엔 대기업 참여를 원천적으로 막는 진입 규제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세계 콘텐츠 시장은 공룡들의 각축장으로 변모했다.미국에선 콘텐츠·미디어업계의 거대 기업뿐 아니라 구글,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빅테크 기업도 각자의 방식으로 콘텐츠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자율주행 등 첨단기술 발전으로 사람들의 콘텐츠 소비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해서다. 빅테크 기업은 콘텐츠 제작과 유통 시장에 직접 발을 담그고 있다. 애플의 ‘애플TV+’, 아마존의 ‘아마존프라임 비디오’ 서비스가 대표적인 예다.
한국이 지향해야 할 글로벌 대중문화 플랫폼은 지금까지의 K콘텐츠 성공 방정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K콘텐츠는 한국적인 이야기를 토대로 세계인들에게서 공감과 지지를 끌어냈다. 글로벌 대중문화 플랫폼은 다양한 국가 출신의 창작자와 자본이 공동 참여해 새로운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모델을 추구해야 한다. 그래야만 한국이 세계 콘텐츠·미디어 시장에서 추종자가 아니라 선도자의 입지를 확고히 할 수 있을 것이다.
김동윤 문화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