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행간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깊이 개입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바로 세균과 바이러스, 곰팡이 같은 미생물이다. 1918년 스페인 독감은 25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비슷한 시기 1700만 명의 사망자를 낸 1차 세계대전보다 많다. 약 100년 후 코로나19는 2008년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경제·사회적 충격을 안겼다.미생물은 수천 년에 걸쳐 사람들에게 두려움과 환희를 안겼다. 가장 중요한 ‘먹을 것’부터가 그렇다. 인간이 삶의 즐거움을 추구하며, 종교와 예술을 발전시킨 술과 빵은 모두 효모라는 미생물의 활동 덕에 손에 넣을 수 있었다. 흑사병이란 이름으로 중세 유럽을 휩쓸며 최소 1억 명을 죽음으로 내몬 페스트균은 귀족과 교회의 권위를 떨어뜨려 르네상스 시대를 여는 실마리가 됐다.신간 <역사가 묻고 미생물이 답하다>는 “성경에선 태초에 ‘빛이 있으라’고 했지만, 지구의 태초엔 미생물이 있었다”고 말한다. 인류가 등장하기 전 수십억 년 동안 지구는 미생물로 덮여 있었다. 인간은 등장 시점부터 미생물과 함께할 수밖에 없었다. 미생물을 이용하거나 때론 협력하고, 극복하는 과정이 곧 인류 역사였다.책은 다소 낯선 존재인 미생물에 대한 이야기를 역사적 사건을 곁들여 쉽고 재밌게 풀어낸다. 고대 그리스나 중세 유럽 같은 과거의 어렴풋한 이야기뿐 아니라 19세기 영국 런던에서 창궐한 콜레라가 현대적인 도시 정비 시스템의 시발점 역할을 했다는 이야기 등 비교적 최근에 기록된 질병의 발자취까지 되짚으며 흥미를 돋운다.단순히 흥미성 스토리텔링에 그치지 않는다. 책은 미생물이 인간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지에
“분명한 건 1000만 명을 동원하는 대작 한 편 걸린 극장보단, 100만 명을 동원하는 영화 대여섯 편이 있는 극장이 더 바람직하단 겁니다. 이런 영화들이 허리 역할을 해왔던 거죠. 한국 영화의 뼈대를 다시 튼튼하게 할 수혈이 시급하다고 봤습니다. 한상준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신임 위원장은 26일 “중예산 영화들이 살아나야 극장 분위기가 풍성해진다”며 이렇게 말했다. 코로나19로 쓰러진 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는 한국 영화산업의 긴급 처방 약으로 중급 규모 상업 영화들에 대한 공적 지원이 필요하단 것이다. “3년 임기 동안 한국 영화의 희망을 보고 싶다”는 한 위원장은 순제작비 10억~80억 원 대의 중예산 영화 제작 활성화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이날 서울 신문로1가 광화문빌딩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영화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 6월 선출된 이후 조직 직제 개편 등 내실 다지기에 집중한 한 위원장이 약 3개월 만에 처음으로 정책 청사진을 제시한 것이다. 영진위는 올해 초 박기용 전 위원장 퇴임 후 4개월 간 선장 없이 표류하며 한국 영화산업 위기 속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이날 한 위원장이 강조한 정책은 내년 신설되는 중급 규모 영화 제작 지원 사업이다. 최근 영화계가 주목하는 사안이기도 하다. 지난달 문화체육관광부가 내년 영화 관련 예산을 올해보다 92억 원(12.5%) 늘린 829억 원으로 편성하고, 이 중 100억 원을 중예산 상업영화 지원에 쓰겠다는 예산안(정부안)을 발표하면서다. 정부가 지속가능한 영화 생태계를 위해 적지 않은 예산을 들여 상업영화를 지원하겠다고 나선 터라 극장·
‘들리는 그림’은 낯선 개념이 아니다. 동시대 미술가들은 시각예술의 틀을 깨는 ‘소리의 시각화’를 연구했다. 1963년 건반을 누르면 사물이 움직이는 ‘총체 피아노’를 내놓은 백남준, 느닷없이 이 피아노를 도끼로 부순 요셉 보이스가 소리를 소재로 삼은 거장들이다. 스타 큐레이터 니콜라 부리오가 기획한 올해 광주비엔날레도 소리에 주목한 전시를 선보인다.서울 화동 백아트에서 열린 김준(48) 개인전 ‘감각의 저장’은 전시에 선보인 모든 작품의 주된 재료가 오롯이 ‘들리는 것’이다. 그는 스스로 “화가도, 조각가도 아니다”고 한다. 그는 붓 없이 소리로 풍경을 그리고, 이를 캔버스가 아니라 나무 상자 속 스피커에 담는다. 소리로 파노라마를 구현한 ‘사운드스케이프’가 김준의 작품이다.전시에는 10여 년간 김준이 강원도 일대, 뉴질랜드, 호주에서 만난 암석과 식물들이 내는 소리를 녹음한 작품들이 나왔다. 주요작인 ‘바람에 흐르는 음악’ 시리즈는 강원도 산악지대에서 채집한 바람, 물, 나무 소리가 어우러졌다. 작품을 마주하는 순간 서울 한복판 갤러리 안에서 강원도 산골에 서 있던 작가의 경험을 공유한다. 갤러리 측은 “작품에 담긴 장소성은 관람객의 주관적 상상과 경험으로도 전이된다”고 했다.이런 장소성은 같은 시간 선에 국한되지 않는다. ‘흔들리고 이동하는 조각들’은 암석 탁본이 그려진 상자 스피커에 영월 지질공원에 있는 화석 스트로마톨라이트가 내는 소리가 담겼다. 해수에서 주로 만들어지는 이 화석은 5억 년 전 이 지역이 바다였다는 증거다.김준은 독일 베를린예술대학에서 유학하며 소
인류의 삶을 바꾼 결정적 분기점은 무엇일까. 역사는 인간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대체로 정치와 경제, 안보 같은 ‘하드파워’의 관점에서 답을 받아 간다. 지난 세기 세계사의 흐름을 짚을 때 두 차례 세계대전이나 대공황, 냉전, 석유 위기 같은 사건들이 먼저 거론되는 이유다. 그런데 역사의 행간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인류의 삶에 깊이 개입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바로 세균과 바이러스, 곰팡이 같은 미생물이다. 1918년 미국에서 발생해 전 세계로 퍼진 ‘스페인 독감’ 팬데믹이 비슷한 시기 1700만 명의 사망자를 낸 1차 세계대전보다 많은 25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게 대표적이다. 약 100년 후 나타난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는 2008년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경제·사회적 충격을 안겼다. 미생물은 수천 년에 걸쳐 인류에게 두려움과 환희를 안겼다. 가장 중요한 ‘먹을 것’부터가 그렇다. 인간이 삶의 즐거움을 추구하며 종교와 예술을 발전시킨 술과 빵은 모두 효모라는 미생물의 활동 덕에 손에 넣을 수 있었다. 흑사병이란 이름으로 중세 유럽을 휩쓸며 최소 1억 명을 죽음으로 내몬 페스트균은 아이러니하게도 귀족과 교회의 권위를 떨어뜨려 르네상스의 시대를 여는 실마리가 됐다. 신간 <역사가 묻고 미생물이 답하다>는 “‘성경’에선 태초에 ‘빛이 있으라’고 했지만, 지구의 태초엔 미생물이 있었다”고 말한다. 인류가 등장하기 전부터 수십억 년 동안 지구는 미생물로 덮여 있었고, 인류는 등장한 시점부터 미생물과 함께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미생물을 이용하거나 때론 협력하고, 극복하
‘음악영화 명장’ 존 카니 감독의 10년 전 영화 ‘비긴 어게인’이 다시 인기몰이를 시작했다. 액션 화제작 ‘베테랑2’에 이어 박스오피스 2위를 달리고 있다. 카니 감독의 또 다른 음악영화 ‘원스’(2007)도 재개봉해 독립·예술영화 부문 톱5에 올랐다.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오면서 감미로운 멜로디의 음악영화가 영화팬을 끌어모았다.24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18일과 19일 재개봉한 ‘비긴 어게인’과 ‘원스’가 지난 20~22일 각각 4만4333명과 4799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비긴 어게인’은 독립·예술영화 부문 1위, ‘원스’는 4위를 달리고 있다. ‘비긴 어게인’은 추석 연휴 극장가를 휩쓴 ‘베테랑2’(20~22일 91만4543명)와는 격차가 컸지만 인기 애니메이션 ‘사랑의 하츄핑’(4만3710명)을 근소한 차이로 따돌리고 전체 2위에 올랐다. 영화 수록곡 ‘로스트 스타(Lost Stars)’는 벅스뮤직 일간 차트 9위에 등장했다.미국 인기 배우 키이라 나이틀리와 마크 러팔로, 유명 밴드 마룬5의 보컬 애덤 리바인이 출연한 ‘비긴 어게인’은 10년 전 개봉 당시 332만 명의 한국 관객을 불러들이며 화제를 모았다. 제작비 800만달러의 다섯 배를 수익으로 벌어들였는데 이 가운데 40% 정도가 한국에서 발생했다.영화는 유행에 뒤처진 프로듀서와 연인에게 배신당한 싱어송라이터가 뉴욕에서 음악을 통해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을 그린다. 영화계 관계자는 “장황한 대사가 아니라 음악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점에서 감정이 풍부한 한국 관객이 좋아할 만한 영화였다”며 “주인공 둘 사이의 미묘한 감정선을 자
영화는 본질적으로 ‘이미지의 예술’이지만, 역설적이게도 눈을 감고 귀를 열어야 더 와닿을 때가 있다. 때론 장면에 삽입된 한 줄기 선율이 대사를 대신해 인물의 감정을 전달하고, 서사를 이끌기 때문. 보는 재미만큼, 듣는 맛도 알아야 이미지가 선명하게 그려지는 것이다. 잘 만든 ‘오리지널 사운드트랙(OST)’ 하나가 영화 제목보다 더 오래 기억되는 이유다.선선한 가을바람과 함께 ‘듣는 영화’ 두 편이 상륙했다. 음악영화 명장으로 꼽히는 존 카니 감독의 작품 ‘비긴 어게인’(2014)과 ‘원스’(2007)가 다시 스크린에 걸렸다. 오래전 관객들에게 사랑받은 작품들답게, ‘베테랑 2’ 독무대가 된 가을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24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18일과 19일 각각 재개봉한 ‘비긴 어게인’과 ‘원스’가 독립·예술영화 부문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지난 주말(20~22일) 기준 ‘비긴 어게인’은 4만4333명, ‘원스’는 4799명이 관람하며 각각 이 부문 누적 관객 수 1위, 4위를 기록했다.외로운 뉴욕의 밤거리를 채운 음악의 힘이 중 국내 개봉 10주년을 맞아 재개봉한 ‘비긴 어게인’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누적 관객 100만 명을 돌파한 인기 애니메이션 ‘사랑의 하츄핑’(4만3710명)을 제치고 ‘베테랑 2’(91만4543명)에 이어 주말 전체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했다. 작품 속 대표 OST인 ‘Lost Stars’도 벅스뮤직 일간 차트 9위에 오르는 등 음원차트 역주행 중이다.‘비긴 어게인’은 국내 개봉한 다양성 영화 중 가장 크게 흥행한 작품이다. 10년 전 개봉 당
‘명랑한 멜랑콜리의 시네아스트.’21세기 영화 거장의 반열에 오른 영화감독 미겔 고메스(52·사진)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현실을 직시하면서 특유의 유머를 섞은 ‘영화적 상상’을 펼쳐내기 때문이다.1972년 포르투갈에서 태어난 고메스는 리스본 영화연극학교에서 공부를 마친 후 영화평론가로 활동했다. 2004년 장편 데뷔작 ‘자신에 적합한 얼굴’을 선보인 후 본격적으로 감독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올해 선보인 ‘그랜드 투어’는 필모그래피의 정점이다. 이 작품으로 지난 5월 열린 ‘제77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거머쥐었다. 도망친 약혼자를 찾아 미지의 세상으로 여행을 떠나는 내용을 그린 ‘그랜드 투어’는 아시아와 유럽, 과거와 현재, 여성과 남성 등 나뉜 것들을 하나로 아우르려는 시도라는 평가를 받았다.고메스의 미학은 오는 10월 초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 느껴볼 수 있다. 아랍어 설화집 ‘아라비안나이트’ 형식을 빌려 포르투갈의 경제 위기 현실을 그린 ‘천일야화’ 3부작 등 그간 국내 정식 수입된 적 없는 작품들을 볼 수 있다.유승목 기자
아시아를 대표하는 국제영화제인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오는 10월 스물아홉 번째 막을 올린다. 30여 년 전 ‘문화 불모지’로 취급받던 부산이 ‘문화의 도시’로 탈바꿈하는 시발점이 된 권위 있는 축제지만 지난해 성추문과 인사 잡음 등 난맥상이 드러나며 신음했다. ‘아홉수’의 BIFF는 강력한 쇄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영화제 포문을 여는 영화 ‘전, 란’이 변화의 시작이다. 박찬욱 감독이 제작에 참여하고 ‘공동경비구역 JSA’로 대종상 미술상을 받은 김상만 감독이 연출한 사극으로, 넷플릭스에 공개될 작품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대중성’에 방점 찍은 BIFF제29회 BIFF는 10월 2~11일 열흘간 부산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열린다. 7개 극장, 28개 스크린에서 63개국 영화 224편이 상영된다. 지난해보다 15편 늘어난 규모로, 관객 참여형 행사인 ‘커뮤니티 비프’까지 합치면 총 279편이 관객과 만난다.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영화를 개막작으로 고른 결정이 흥미롭다. 해외 유수 영화제들이 OTT 작품 초청 비중을 높이고 있긴 해도 극장에 걸리지 않는 작품을 개막작으로 낙점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BIFF는 대중성을 전면에 내세운 결과라고 설명한다. 박도신 BIFF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은 “관객이 얼마나 즐길 수 있을지를 기준으로 판단했다”며 “‘전, 란’은 역대 개막작 중에서도 대중에 어필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밝혔다.관객 친화적 영화제라는 정체성은 다른 초청작에서도 드러난다. 방탄소년단(BTS) 멤버 RM의 다큐멘터리인 ‘알엠: 라이트 피플, 롱 플레이스’가 오픈시네마 부문에 초청돼 야외 극장에서 상영되는 게
서른 살은 누구에게나 의미 있는 나이다. 시대를 읽을 땐 ‘한 세대(世)’를 구분하는 쉼표가 되고, 개인의 삶을 짚을 땐 소년이란 껍질을 탈피해 청년으로 우화하는 분기점이 된다. 어떤 조직이나 행사가 서른 해를 맞이했다면 이때부턴 역사가 쓰인다. 서른 살이 되면 ‘마음이 확고하게 선다’는 의미로 ‘이립(而立)’이란 거창한 이름을 붙여주는 건 아마도 이런 이유에서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서른 즈음’에 있는 스물아홉 살은 조금 얄궂다. ‘완생(完生)’으로 향하는 ‘미생(未生)’의 마지막 단계에 놓인 시점이니 말이다. 이리저리 흔들리고, 치이고, 불안이 가득한 시기가 바로 이때다. 지금 부산 바닷가와 좌충우돌 부대껴온 어떤 스물아홉의 모습이 딱 그렇다. 오래전 가능성을 보여줬고, 뜨겁게 타오르기도 했다가 넘어져 다치는 아픔도 겪었다. 대한민국 최대 규모 영화제이자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인의 축제, 부산국제영화제(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BIFF) 이야기다. 한국 영화 자존심, ‘영화의 바다’ BIFF 지난 5월 제77회 칸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된 <영화 청년,
일본에서 열린 한중일 문화장관회의에 참석 중이던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국회 대정부질문에 참석하기 위해 12일 중도 귀국했다. 국제회의를 수행 중인 문체부 장관이 국회 일정으로 긴급 귀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문화부 장관과 만나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와 관련해 강하게 항의하려던 계획은 유 장관의 부재로 후속 조치 이행을 ‘당부’하는 수준으로 마무리됐다.문체부에 따르면 유 장관은 이날 일본에서 오전 항공편을 이용해 귀국, 오후 2시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개최된 교육·사회·문화분야 대정부질문에 참석했다. 지난 10~11일 일본 고베에서 한중일 관광장관 회의를 마치고 교토로 옮긴 유 장관은 당초 이날 한중일 문화장관 회의를 비롯해 한일 문화장관, 한중 문화·관광장관 양자회담을 수행할 예정이었다. 회의는 용호성 문체부 제1차관이 유 장관을 대신해 한국 대표단으로 참석했다.이에 대해 문체부는 “한중일 문화장관회의 참석을 위한 국회와의 이석협의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국회 일정과 장관의 해외출장 일정이 겹칠 경우 업무상 이석에 대한 상호 협의가 필요한데, 이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 10일 외교·통일·안보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불참한 것을 두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강한 불만을 드러내면서 유 장관의 불출석도 문제 삼은 것으로 보인다. 문체부는 한중일 문화·관광 장관회의가 더 먼저 잡힌 일정이고, 회의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출국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유 장관은 이날 일본 모리야마 마사히토 문부과학대신과 한일 문
사회 통념은 시간이 흐르면서 변하기 마련이다. 차례상 차리고 성묘 챙기며 전통을 지켜온 베이비붐 세대에서 명절 해외여행이 인기를 끌듯, 영화·드라마 같은 즐길 거리도 그렇다. ‘명절엔 온 가족이 극장 간다’는 옛말이 됐고, 요즘엔 아무 때나 꺼내 볼 수 있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콘텐츠가 존재감을 과시한다. ‘오징어 게임’과 ‘수리남’은 추석 연휴에 공개돼 글로벌 흥행 동력을 얻었다.이번 추석에도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티빙이 ‘명절 방구석 1열’을 꿰차기 위한 ‘OTT 삼국지’ 한판을 벌인다. 넷플릭스는 영화 ‘무도실무관’으로 묵직한 한 방을 노리고, 디즈니플러스는 부담 없는 코미디 ‘강매강’을 내세웠다. 티빙은 일찌감치 ‘우씨왕후’를 공개해 선제타를 날렸다. ‘추석 콘텐츠 왕좌’는 누가 가져갈까.도파민 터지는 ‘우씨왕후’눈길을 끄는 것은 지난달 29일 8부작 중 파트1에 해당하는 1~4부를 선보인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우씨왕후’다. 본격적인 연휴 전 입소문부터 내고, 연휴 기간 무엇을 볼지 고민하는 시청자를 끌어들이겠단 노림수다. 12일 나머지 파트2(5~8부)도 나왔다.일단 고구려를 배경으로 한 흔치 않은 스토리에 기존 사극에서 볼 수 없던 강도 높은 파격 노출 등 도파민 넘치는 연출 덕에 현재로선 선점 효과가 먹히는 분위기다. 전종서(우희 역), 지창욱(고남무 역), 김무열(을파소 역) 등 출연진도 화려하고, 300억원을 들인 대작답게 스케일도 크다. 다만 흥행 요소인 과한 노출 같은 ‘자극적인 맛’이 가족이 모이는 연휴에 즐기기엔 역린이 될 수 있다.강력하진 않아
로즈마리 트로켈(72)은 1980년대 글로벌 미술계에 반향을 일으킨 유일한 독일 여성 예술가로 평가받는다. ‘미술 올림픽’ 베네치아 비엔날레에 독일을 대표해 작품을 선보인 첫 여성 작가이기도 하다. 독일 매체 캐피탈이 작품성과 미술계 영향력 등을 따져 매년 순위를 매기는 ‘쿤스트 컴퍼스 100대 작가 명단’에선 게르하르트 리히터, 브루스 나우만, 게오르그 바젤리츠에 이어 수년째 가장 영향력 있는 동시대 미술가로 이름을 올린다. 여성 작가로선 가장 높은 순위다.하지만 이런 ‘여성’을 앞세운 명성은 트로켈이 쌓아온 예술세계 안에선 무의미한 수식어일 뿐이다. 물론 그가 남성이 주도권을 쥔 미술계에 도전하는 작업 활동을 해 온 것은 맞지만, 독창적인 개념과 폭넓은 예술 스펙트럼의 결과물들은 성별의 틀로 규정할 순 없다. 서울 신문로2가 성곡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로즈마리 트로켈: 드로잉, 오브제, 비디오’를 제대로 눈에 담으려면, 트로켈을 깊게 연구한 프리랜서 큐레이터 얀 팬후이즌의 이 한마디를 기억하면 좋다. “트로켈은 자신의 작품이 ‘젠더’라는 렌즈를 통해 해석되지 않길 바랐어요.”전시에는 트로켈이 197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펼쳤던 작업 활동을 보여주는 작품 72점이 나왔다. 드로잉부터 오브제, 사진,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아우른다. 개념미술가로서 트로켈의 예술은 단일 장르나 양식에 국한되지 않는다. 트로켈의 예술을 이해하는 첫 포인트는 다양성인 셈이다. 실제로 트로켈은 사회학, 인류학, 종교학, 수학을 두루 배운 후 예술가의 길을 시작했는데, 회화를 공부하려 미술학교에 진학했다가 1970
사람일까, 아니면 유령일까. 하얀 앞치마를 두른 어린 소녀들이 계단에 옹기종기 모여 있다. 지우개로 쓱쓱 문지른 듯 얇은 물감칠로 그어진 표정은 하나 같이 흐릿하다. 이 곳에서 아이들은 개인의 자아를 상실하고, 집단의 감정을 공유한다는 얘기다. 이 그림은 마를렌 뒤마의 ‘교복 입은 천사들(Angels in Uniform)’. 수녀원이었던 ‘스텔리네(Steline·작은 별)’라는 이름의 고아원에 살게 된 가엾은 어린이들의 초상이다. 뭉개진 얼굴에선 희미한 미소가 보이는 듯 하지만, 살짝 올라간 입꼬리의 끝에 어딘가 모를 불안이 걸려 있는 이유다.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인 뒤마는 유럽 현대회화를 대표하는 화가다. 여성, 아이, 혹은 억압받는 인간 군상의 표정을 캔버스에 담아낸 뒤마는 살아있는 여성 작가 중 가장 비싼 값에 작품이 거래된 작가로도 유명하다. 쉽사리 만날 수 없는 뒤마의 회화를 서울 청담동 송은 전시장에서 만났다. 지난 4일부터 열리고 있는 ‘소장품의 초상: 피노 컬렉션 선별작’ 전시에서다. ○피노 컬렉션 13년 만에 송은으로이 전시는 엘름 그린&드라그셋, 니콜라스 파티 등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프리즈 서울’을 전후해 열린 굵직한 전시들과 함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생로랑, 보테가베네타, 발렌시아가 등 명품 브랜드를 경영하는 케링그룹 창업주이자 세계 최대 미술품 경매사 크리스티를 소유한 프랑수아 피노의 애장품이 걸렸기 때문. 프랑스 파리에 세운 미술관 ‘부르스드코메르스(BdC)-피노컬렉션’에 거는 걸작들이 오랜만에 서울에 상륙했다는 점에서 애호가들의 이목이 쏠렸다.‘피노 컬렉션’이 서울에 온 건 2011년이 처음이
미술시장 불황에 따른 우려 속에서 출발한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프리즈 서울(9월 4~8일)’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며 막을 내렸다. 특히 ‘세계 미술 수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아트페어 아모리 쇼와의 맞대결에서 출품작 수준과 판매 분위기 모두 판정승을 거두며, 미술계의 시선이 적어도 지금은 서울에 쏠려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앞으로 세계 미술시장에서 9월은 ‘아시아의 시간’이 될 가능성이 보인다. 한국과 일본, 중국 세 나라에서 굵직한 아트페어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리기 때문이다. ‘키아프리즈(키아프+프리즈)’가 건재한 가운데 일본의 국제 아트페어 ‘도쿄 겐다이’와 홍콩의 ‘아트(Art)021’이 9월에 열리며 컬렉터들이 늦여름 아시아행 비행기에 오를 전망이다.홍콩 아트021 도쿄 겐다이도 내년부터 9월로10일 미술계와 해외 미술전문매체들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8일까지 원조 ‘아시아 미술 허브’ 홍콩에서 신생 아트페어 ‘아트021 홍콩’이 진행됐다. 약 2만 명의 VIP가 참가 의사를 밝혔고, 이 중 절반 이상이 페어를 찾았다. 8월 말~9월 초 홍콩의 무더위 속에서도 상당한 존재감을 보인 셈이다.아트021은 중국 본토가 기반인 아트페어다. 2013년 카일리 잉 등 3명의 컬렉터가 설립해 상하이에서 첫 행사를 연 이후 금세 중국을 대표하는 아트페어로 컸다. 국가급 문화행사인 ‘중국 상하이 국제예술제’에 공식 포함된 아트페어로 정부 지원사격을 받은 영향이다. 2018년 베이징 ‘징아트(Jingart)’, 2021년 ‘DNA 선전’ 등 자매 페어도 선보였다.아트021 홍콩은 당초 7월 홍콩컨벤션센터에서 열릴 예정이었지
“영화계가 코로나19 전까지 ‘최소 60억~70억 원 없으면 영화 못 찍는다’고 했던 걸 반성해야 해요.”한국 영화 르네상스의 시작점은 2003년이다. ‘살인의 추억’, ‘올드보이’ 등 걸작들이 이때 쏟아졌다. 100억 원 넘는 제작비를 쏟아부은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같은 한국형 블록버스터들이 참패하며 부침을 겪는 중에 나온 성과다. 흥미로운 건 이 작품들의 제작비가 30억 원대의 ‘중예산 영화’라는 점. 뻔한 흥행 공식을 벗어나 범인이 밝혀지지 않은 미결 사건이나 패륜적인 내용을 영화화하는 ‘기획적 모험’은 대형 투자작이라면 불가능한 일이다.코로나19 이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는 한국 영화산업 재도약을 위해 중예산 영화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저예산·독립영화가 다양성을 지키고, 대형 블록버스터가 관객을 끌어모은다면 중예산영화는 상업성은 물론 작품성과 실험성도 갖춰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점에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내년 예산안(정부안)에 ‘중예산영화 제작지원사업’을 끼워 넣은 것도, 영화인들이 “영화계에 희망적인 시그널”이라며 환영 의사를 밝힌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9일 서울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2025년 예산 지원 영화업계 토론회’를 열고 극장·제작·배급·투자사 등 영화계 관계자들과 만났다. 내년 영화 분야 지원 방안을 미리 설명하고 업계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자리다. 문체부는 앞서 내년 영화 관련 예산을 올해보다 92억 원(12.5%) 늘린 829억 원으로 편성하고, 이 중 100억 원을 중예산 상업영화 제작지
사람일까, 아니면 유령일까. 하얀 앞치마를 두른 어린 소녀들이 계단에 옹기종기 모여 있다. 지우개로 쓱쓱 문지른 듯 얇은 물감칠로 그어진 표정은 하나 같이 흐릿하다. 이 곳에서 아이들은 개인의 자아를 상실하고, 집단의 감정을 공유한다는 얘기다. 이 그림은 마를렌 뒤마의 ‘교복 입은 천사들(Angels in Uniform)’. 수녀원이었던 ‘스텔리네(Steline·작은 별)’라는 이름의 고아원에 살게 된 가엾은 어린이들의 초상이다. 뭉개진 얼굴에선 희미한 미소가 보이는 듯 하지만, 살짝 올라간 입꼬리의 끝에 어딘가 모를 불안이 걸려 있는 이유다.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마를렌 뒤마는 유럽 현대회화를 대표하는 여류 화가다. 여성이나 아이, 혹은 억압받는 인간 군상의 표정을 캔버스에 담아낸 뒤마는 가장 비싼 값에 거래된 생존 여성 작가로도 유명하다. 쉽사리 만날 수 없는 뒤마의 회화를 서울 청담동 송은 전시장에서 만났다. 아이를 밴 여성의 뒤로 새빨간 배경이 강렬한 ‘탄생(Birth)’과 흡인력 있는 푸른 색감의 ‘이방인(Alien)’ 등 또 다른 값비싼 초상들도 함께다. 지난 4일부터 열리고 있는 ‘소장품의 초상: 피노 컬렉션 선별작’ 전시에서다.이 전시는 엘름 그린&드라그셋, 니콜라스 파티 등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프리즈 서울’을 전후로 열린 굵직한 전시들과 함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생 로랑, 보테가베네타, 발렌시아가 등 명품 브랜드를 경영하는 케링그룹 창업주이자 세계 최대 미술품 경매사 크리스티를 소유한 프랑수아 피노의 애장품이 걸렸기 때문. 프랑스 파리에 세운 미술관 ‘부르스드코메르스(BdC)-피노컬렉션’
“이 늦은 밤까지 삼청동이 붐비는 게 1년에 몇 번이나 될까요. 젊은 층이나 외국인들은 이제 9월의 서울이 예술의 도시가 됐다는 걸 확실히 느끼고 있어요.”‘한국국제아트페어(KIAF)-프리즈 서울’이 열린 지난 4일. 밤이 되자 ‘한국 미술 1번지’ 서울 삼청동이 20~30대 젊은 층과 외국인으로 시끌벅적했다. 갤러리현대, 학고재, 국제갤러리 등이 차례로 늘어선 경복궁 옆 돌담길을 따라 이어지는 삼청로는 밤 12시까지 유독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푸투라서울, 아라리오갤러리, 페레스프로젝트, 휘겸재 등이 있는 인근 거리도 비슷한 풍경이 벌어졌다. KIAF-프리즈 서울을 맞아 밤 12시까지 갤러리들이 문을 열고 파티를 진행하는 ‘삼청 나이트’에 모인 인파였다.국제갤러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떡볶이, 어묵, 튀김 등 분식과 맥주로 차림표를 내놓으며 삼청 나이트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갤러리가 진행 중인 함경아, 마이클 주 개인전을 보기 위해 온 애호가들은 물론 프리즈 행사장에서 수십억원대 작품을 장바구니에 담은 VIP 컬렉터들도 강남에서 넘어와 포장마차로 변한 갤러리 뒷마당의 푸드트럭 앞에 줄을 섰다. 국제갤러리 파티는 사전 예약이나 초대장 없이도 누구나 들를 수 있었다. 국제갤러리 관계자는 “수백 명이 몰린 작년보다 음식량을 두 배나 늘렸는데도 금세 동날 것 같다”며 예상외의 발길에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관람객은 “꼭 보고 싶었던 작가의 작품을 샴페인을 마시며 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어서 좋다”고 말했다.갤러리현대를 찾은 관람객들은 한국에서 개인전을 연 존 배의 작품을 눈에 담았고, 큐레이터와 작품에 관해 대화하기도
“아트바젤 홍콩처럼 프리즈 서울도 앞으로 계속 열릴 수 있을까요?” 지난 4일 막을 올린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프리즈 서울’을 찾은 컬렉터, 미술 애호가들의 관심사 중 하나는 '지속가능성'이었다. '한 지붕, 두 아트페어'를 내세우며 시작한 키아프와 프리즈가 올해로 3년 차를 맞이하며 서울 진출 당시 맺은 5년 계약의 반환점을 돌았기 때문이다. 아트바젤과 함께 글로벌 양대 아트페어로 꼽히는 프리즈는 홍콩은커녕 일본이나 싱가포르에도 밀리던 한국 미술시장을 ‘아시아 미술 허브’로 끌어올린 주역 중 하나다. 글로벌 메가 갤러리들이 앞다퉈 서울에 둥지를 틀고, ‘억’ 소리 나는 그림들을 걸고 관람객을 맞이한 것도 프리즈의 서울 상륙이 기점이다. 문제는 글로벌 미술시장에 불황이 닥친 데다 뉴욕 아모리 쇼, 도쿄 겐다이 등 굵직한 아트페어와 개최시기가 겹치는 등의 악재로 ‘키아프리즈’의 앞날을 장담할 수 없다는 우려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프리즈는 “여섯 번째 프리즈 서울이 열릴 것”이란 답을 내놨다. 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프리즈 행사장에서 열린 언론간담회에 나선 사이먼 폭스 프리즈 CEO(최고경영자)의 입을 통해서다. 폭스 CEO는 이날 “프리즈 역사를 보면, 한 도시에서 아트페어를 시작한 후 중단한 사례가 없다”면서 “런던에서 20년째, 뉴욕에서 10년째 해오고 있는 것처럼 서울에서도 10년, 20년, 50년까지 지속되길 바라고 있다”고 했다. 5년 계약을 마친 후에도 프리즈 서울이 지속할 것이란 의미다. 폭스 CEO는 KIAF와의 동행 관계에 대해서도 만족한다는 뜻을 재차 강조했다.
“이 늦은 밤까지 삼청동이 붐비는 게 1년에 몇 번이나 될까요. 젊은 층이나 외국인들은 이제 9월의 서울이 예술의 도시가 됐다는 걸 확실히 느끼고 있어요.”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프리즈 서울’이 열린 지난 4일. 밤이 되자 ‘한국 미술 1번지’ 서울 삼청동이 20~30대 젊은 층과 외국인으로 시끌벅적했다. 갤러리현대, 학고재, 국제갤러리 등이 차례로 늘어선 경복궁 옆 돌담길을 따라 이어지는 삼청로는 유독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푸투라서울, 아라리오갤러리, 페레스프로젝트, 휘겸재 등이 위치한 인근 거리도 비슷한 풍경이 벌어졌다. KIAF-프리즈 서울을 맞아 자정까지 갤러리들이 문을 열고 파티를 진행하는 ‘삼청 나이트’에 모인 인파였다.포차로 변한 갤러리, ‘예술 교류’의 場으로국제갤러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떡볶이와 어묵, 튀김 등 분식과 맥주로 차림표를 내놓으며 삼청 나이트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갤러리가 진행 중인 함경아, 마이클 주 개인전을 보기 위해 온 애호가들은 물론, 프리즈 행사장에서 수십억 원 대의 작품을 장바구니에 담았던 VIP 컬렉터들도 강남에서 넘어와 포장마차로 변한 갤러리 뒷마당의 푸드트럭 대기 줄에 합류했다. 국제갤러리 관계자는 “수백 명이 몰렸던 작년보다 음식량을 두 배나 늘렸는데도 금세 동날 것 같다”며 예상외의 발길에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이들은 단순히 이색 공간에서 먹고 마시러 온 ‘파티 피플’이 아니다. 삼청 나이트 행사 상당수가 초대장이 있어야 들어갈 수 있는 프라이빗 파티란 점에서다. 회화 작품 한두 점쯤 구매한 경험이 있는 ‘영리치’거나, KIAF-프리즈 서울에
요즘 극장가엔 ‘시네필(Cinephile·영화광)’의 입맛을 돋우는 4K 고화질 리마스터링 고전 영화들이 걸리고 있다.29년 만에 재개봉한 안드레이 타르콥스키(1932~1986) 감독의 ‘희생’이 대표적이다. 4일 영화진흥위원회 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개봉한 ‘희생’은 2주 동안 1만2421명이 관람하며 ‘퍼펙트 데이즈’ ‘한국이 싫어서’ 등과 함께 독립·예술영화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형성했다.타르콥스키는 역사상 최고의 영화감독을 꼽을 때면 늘 거론되는 이름 중 하나다. 소련 시절 활동한 러시아 영화감독으로, 남긴 작품은 7편에 불과하지만 영화를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올린 ‘영상 시인’으로 추앙받는다. 종말의 위기에서 구원 기도를 올리고 스스로를 불살라 희생하는, 타르콥스키만의 종교적 철학이 담긴 단순한 줄거리가 특유의 롱테이크 연출로 구현됐다.‘희생’뿐만 아니다. 지난 7월 뤼크 베송 감독의 ‘그랑 블루’가, 지난달에는 2013년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가장 따뜻한 색, 블루’와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 정원’이 관객과 다시 만났다.크시슈토프 키에슬로프스키 감독이 프랑스 국기 색깔인 파랑, 하양, 빨강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세 가지 색’ 트릴로지(삼부작)는 이달 재개봉한다. 1988년 아카데미 9관왕에 오른 작품으로, 일본 작곡가 류이치 사카모토의 영화음악으로도 유명한 ‘마지막 황제’가 오는 10월 재개봉할 예정이다.유승목 기자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프리즈 서울’과 맞물려 서울 시내 곳곳에서 다양한 전시 이벤트가 열리는 가운데 고궁과 한옥이 핵심 예술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한국의 헤리티지를 접하고 싶은 해외 컬렉터와 미술 애호가의 취향을 반영한 결과다. 유서 깊은 궁궐과 한옥 속에 한국 동시대 미술 작품이 늘어선 모습은 외국인은 물론 한국인에게도 독특한 경험을 선사한다.유적지를 활용한 전시는 유네스코(UNESCO) 세계유산으로 대한제국 황실 가족이 살았던 창덕궁 낙선재가 대표적이다. 최근 한국 미술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40대 작가 우국원의 작품이 걸렸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가 한국 현대 작가 작품 80여 점을 선보이는 ‘K-헤리티지 아트전’을 열면서다. 우국원을 비롯해 곽훈, 김선두, 남춘모 등의 작품이 나왔다. 전시는 오는 8일까지.서울 사직동에 자리 잡은 운경고택에선 지난 3일부터 이완의 개인전 ‘랜덤 액세스 메모리 3: 기록과 기억’이 열리고 있다. 조선 14대 임금인 선조의 후손이자 국회의장을 지낸 운경 이재형(1914~1992)이 살았던 장소에 2017년 베네치아비엔날레 한국관 작가로 선정돼 해외 미술계에도 잘 알려진 이완의 최신작을 선보인 것. 21세기 데이터 축적 기술이 가져온 인간과 삶의 변화에 주목한 작품들이 20세기 한국 현대사 격동기를 거친 인물의 손때가 묻은 공간에 걸려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전시는 다음달 27일까지 이어진다.민속문화재 14호인 서울 가회동 휘겸재엔 한국 미술을 이끌어갈 유망한 신진 작가들의 작품이 걸렸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진행하는 ‘전속작가제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열린 ‘다이얼로그: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프리즈 서울’과 맞물려 서울 시내 곳곳에서 다양한 전시 이벤트가 이뤄지는 가운데 고궁과 한옥이 핵심 예술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한국의 헤리티지를 접해보고 싶은 해외 컬렉터와 미술 애호가들의 취향이 반영된 결과다. 유서 깊은 궁궐과 한옥 속에 한국 동시대 미술 작품들이 늘어선 모습은 외국인들은 물론 한국인들에게도 독특한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유적지를 활용한 전시는 유네스코(UNESCO) 세계유산으로 대한제국 황실 가족들이 살았던 창덕궁 낙선재가 대표적이다. 최근 한국 미술시장에서 가장 핫한 작가로 꼽히는 40대 작가 우국원의 작품이 걸렸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가 한국 현대 작가의 작품 80여 점을 선보이는 ‘K-헤리티지 아트전’을 열면서다. ‘이음의 결’이라는 부제처럼 낙선재를 과거와 현재의 한국 예술이 공존하는 장(場) 동시에 전통 동양화와 서양 현대미술이 교차하는 장소로 만들었다. 현대미술 섹션에는 우국원을 비롯해 곽훈, 김선두, 남춘모, 이상원 등의 작품이 나왔다. 전시는 8일까지.서울 사직동에 자리 잡은 운경고택에선 지난 3일부터 이완 개인전 ‘랜덤 액세스 메모리 3: 기록과 기억’이 열리고 있다. 조선 14대 임금인 선조의 후손이자 국회의장을 지낸 운경 이재형(1914~1992)이 살았던 장소에 2017년 베네치아 비엔날레 한국관 작가로 선정되며 해외 미술계에서도 잘 알려진 이완의 최신작을 선보이는 것. 21세기 데이터 축적 기술이 가져온 인간과 삶의 변화에 주목한 작품들이 20세기 한국 현대사 격동기를 거친 인물의 손때가 묻은 공간에 전시되며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전시는 다
오는 10월 열리는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포문을 영화 ‘전, 란’이 연다. 박찬욱 감독이 제작과 각본에 참여하고 ‘공동경비구역 JSA’로 대종상 미술상을 받은 김상만 감독이 연출한 사극 대작이다. 흥미로운 점은 극장이 아닌 넷플릭스에 공개될 작품이라는 것. 영화제 얼굴격인 개막작에 OTT 영화를 낙점한 BIFF 측은 “넷플릭스 영화라 해서 제외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변화를 예고했다.BIFF 조직위원회는 3일 서울 남대문로4가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개·폐막작 등 주요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다음 달 2일부터 11일까지 열흘 동안 영화의전당 등 부산 7개 극장에서 열리는 BIFF는 올해 63개국 영화 224편을 공식 초청한다. 지난해보다 15편 늘어난 규모로, 관객 참여형 행사인 ‘커뮤니티비프’까지 포함하면 총 279편의 영화가 관객과 만난다.‘대중성’ 끌어안기로 한 BIFF개막작에 ‘전, 란’을 선정한 결정은 보다 관객에게 다가가는 대중성을 염두에 둔 조치다. 박도신 BIFF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은 “‘전, 란’은 역대 개막작 중에서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남동철 수석 프로그래머는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박찬욱 감독이 직접 참여하고 영화인들이 힘 모아 완성한 매력적인 사극”이라고 덧붙였다.출범 30주년을 앞두고 처음으로 개막작을 OTT 영화에 내준 것도 결국 대중성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칸 국제영화제 등 유수의 영화제들이 최근 들어 OTT 작품의 초청 비중을 높이고 있긴 하지만, 극장에 걸리지 않는 작품을 전면에 내세우는 건 보기 어렵다. 이에 대해 박 직무대
“위로와 회복에 방점을 찍어온 박카스가 올해부터는 젊음에 집중하고 있어요. 이번 영화제는 각양각색의 ‘젊음’을 만나고 저마다의 면모를 깊이 이해하도록 해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습니다.”백상환 동아제약 사장(사진)은 3일 “요즘 시대를 살아가는 젊음이 무엇에 관심을 두고, 무엇을 힘껏 이야기하려는지 영화제를 통해 들여다봤다”고 말했다. 출시 61년을 맞아 젊음을 새로운 브랜드 가치로 꺼내든 ‘국민 피로해소제’의 지표를 박카스 29초영화제에서 짚어볼 수 있었다는 의미다.올해 영화제 주제는 ‘[ ]을 힘껏, 마음껏’으로 정했다. ‘박카스가 있어 영화 같은 하루’였던 작년보다 주제의 폭을 넓혔다. 젊음에는 한계가 없다는 생각에서 백 사장이 직접 골랐다. 그는 “박카스가 말하는 젊음은 활력 넘치고, 상상하는 걸 실현하는 힘을 지닌 주체적인 젊음”이라며 “이런 젊음은 일반적인 틀로 규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올해 출품작들은 각자 색다른 이야기를 선보여 많은 영화인에게 공감받았다. 일반부 대상을 받은 엄태준·전형주 감독의 ‘실패를 힘껏. 마음껏.’에 대해 백 사장은 “많은 출품작이 목표 지향적 관점에서 풀어나간 것과 달리 ‘실패를 해야 성공도 하지’라는 생각으로 도전을 지속하는 관점의 전환이 신선했다”며 “박카스가 추구하는 젊음의 맥락도 이와 같다”고 했다.백 사장은 11년째 지속 중인 박카스 29초영화제가 영화 인재 육성의 밑그림을 그렸다는 자부심도 드러냈다. 그는 “6회 영화제 청소년부 대상 수상자인 박준성 감독과 최우수상 수상자인 박순찬 감독은
아시아 최대 미술장터인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와 프리즈 서울의 개막으로 서울의 가을이 들썩이고 있다. KIAF-프리즈에 가볼 여건은 안 되지만 '대한민국 미술 명절'을 그냥 보내기 아쉽다면 서울 화동 송원아트센터를 찾아보는 것도 좋다. 세계 3대 경매사인 필립스옥션이 ‘Azure Horizons: 푸른 세계로의 여정’ 기획전을 열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니콜라스 파티부터 우고 론디노네, 조지 콘도, 이우환까지 대형 아트페어가 열릴 때마다 ‘오픈런’이 벌어지는 글로벌 블루칩 작가들의 작품을 모았다. 필립스옥션은 KIAF-프리즈 서울 첫해인 2022년부터 특별전을 열어 왔다. ‘뉴 로맨틱스’(2022년), ‘잠시 매혹적인’(2023년)이라는 표제로 열린 지난 전시들은 홍콩에서 열릴 경매에 내놓을 작품들을 미리 선보이는 전형적인 경매 프리뷰 성격이 짙었다. 서울을 찾은 국내외 컬렉터의 이목을 끌기 위한 이벤트라는 느낌이 강했다는 얘기다. 올해는 달라졌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하늘빛(Azure)’을 탐한 화가들의 작품만 모았다. 경매 프리뷰가 아닌 전시로서도 분명한 색깔을 가진 기획전을 꾸린 것. 미술사에서 가장 가치 있는 안료 중 하나로 꼽히는 하늘빛이 가진 ‘세련된 미니멀리즘’을 주제로 잡았다는 게 필립스옥션의 설명이다.전시장 맨 아래층이 하이라이트다. 하나 같이 잘나가는 작가들의 작품들이 걸렸는데, 온통 푸른 세상이다. 21세기 거장으로 불러도 손색없는 니콜라스 파티의 ‘Tree with snow’가 인상적이다. 한겨울의 나무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어린 시절 탐험한 스위스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는데, 파티의 회화하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극장가에 흥미로운 영화 한 편이 걸린다. 대선주자인 도널드 트럼프(78) 전 미국 대통령을 다룬 ‘어프렌티스’(The Apprentice)다. 얼핏 먼 나라 이야기 같지만, 관람 열기가 적잖을 것이란 기대감이 극장가에서 나온다. 트럼프의 재집권 여부가 경제, 안보 등 굵직한 국가 정책 방향은 물론 금리나 집값 같은 민감한 이슈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지금의 트럼프를 만든 ‘젊은 사업가 트럼프’의 이야기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29일 영화배급사 누리픽쳐스에 따르면 ‘어프렌티스’는 오는 10월 23일 국내 개봉한다. 그런데 한국에서 개봉을 확정 지은 이 영화가 정작 미국 개봉은 감감무소식이다. 도대체 어떤 문제적 감독이 만든 민감한 영화길래, 미국 대신 한국에 먼저 상륙하게 되는 걸까.‘현실판 파우스트’ 젊은 사업가, 어둠에 물들다영화는 뉴욕 부동산 거물의 아들로 태어나 세계적인 부동산 재벌로 성장하고 미국 대통령까지 오른 트럼프의 젊은 시절을 보여준다. 이렇게만 보면 할리우드에서 자주 보이는 입지전적 영웅 서사 같지만, 실상은 트럼프를 고발하는 폭로에 가깝다는 게 영화의 반전 매력이다. 온갖 불법과 협박, 사기, 선동을 일삼아 ‘악마의 변호사’라 불리던 미국의 법조인 로이 콘을 스승으로 삼은 트럼프가 성공을 거듭할수록 어둠에 물드는 과정을 그렸기 때문이다.마블 ‘어벤져스’ 시리즈의 윈터 솔져로 유명한 세바스찬 스탠이 연기한 영화 속 트럼프는 “도널드는 부끄러움이 없다(Donald has no shame)”는 첫 아내 이바나의 한 마디로 설명된다. 트럼프는 돈을 벌수록 가족 등 주변 사람을 무시하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프리즈 서울이 열리는 기간은 명실공히 ‘대한민국 미술주간’이다. 인천국제공항부터 제주도까지 놓쳐선 안 될 전시들이 전국 곳곳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감각 있는 젊은 미술 애호가들은 서울 강남으로 그림 구경 갈 채비를 한다. 모든 전시를 눈에 담을 수 없는 만큼, 반드시 챙겨야 할 지역으로 가는 것이다.아트바젤과 함께 글로벌 아트페어 양대 산맥인 프리즈가 서울에 상륙하면서 한국에서 가장 ‘핫한’ 화랑가는 단연 강남이다. 내로라하는 국내외 갤러리들이 청담동과 압구정동, 신사동을 중심으로 둥지를 틀면서 ‘청담 클러스터’를 형성했다. 뉴욕에 기반한 글래드스톤, 런던을 대표하는 화이트큐브, 아시아 최대 규모인 중국계 갤러리 탕 컨템포러리아트 등이 청담동에 지점을 열었다. ‘갤러리스트의 갤러리스트’로 불리는 마시모데카를로는 압구정에 스튜디오를 열었다.원앤제이 같은 중견 갤러리도 일찌감치 가회동에서 청담으로 건너왔다. 가장 활발하게 돈이 도는 부촌인데다, 한국 하면 떠오르는 역동적인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기 때문이다. KIAF-프리즈가 열리는 삼성동 코엑스와는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다. 실제로 지난해 KIFA-프리즈 기간 열린 ‘청담 나이트’ 파티는 영리치들로 발 디딜 틈 없었다. 미술 애호가들 사이에서 “강남 갤러리 투어 간다”는 얘기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미술 축제를 제대로 즐기려면, 청담 화랑가부터 살펴야 하는 이유다.한국에서 처음 보는 작품 걸린다아직 국내에서 소개되지 않은 작가와 갤러리를 보는 재미가 있다. 9월 4일 청담동 송은에
문화체육관광부가 내년 예산으로 7조1214억원을 편성했다고 28일 밝혔다. 올해 본예산 6조9545억원보다 2.4% 증액됐다. 2022년(7조1530억 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 7조원대 ‘문화 예산’을 마련했지만, 긴축 재정 기조의 영향으로 증가율은 정부 예산(총지출) 증가율(3.2%)을 밑돈다. 대신 문체부는 침체된 영화산업 지원, 한류 랜드마크 축제 개최 등 적재적소에 예산을 투입해 ‘문화 강국’ 기초체력을 기르겠다는 밑그림을 그렸다.문화·예술 부문이 407억 원(1.7%) 늘어난 2조4090억 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콘텐츠 부문과 관광 부문은 각각 1.5%, 2.4% 증가한 1조2995억 원, 1조3479억 원으로 책정됐다. 체육 부문은 올해보다 587억 원(3.6%) 증액된 1조6751억 원으로, 부문별 예산 중 가장 많은 증가세를 보였다.체육회 우회하던 400억, 지자체 ‘다이렉트’ 투입눈에 띄는 지점은 체육 재정 확대다. 드라마, 웹툰 등 신성장동력으로 주목 받는 콘텐츠 분야와 수도권 양극화 해법으로 거론된 문화예술 분야 투자를 늘리는 데 공들여 왔던 문체부가 내년엔 체육 분야 성장에 힘을 주기로 한 것. 파리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안세영과 대한배드민턴협회 갈등으로 낡은 관행 등 체육계 실태가 수면 위로 드러난 가운데 전반적인 스포츠 구조개선이 필요하단 판단이 작용했다.대한체육회를 통해 지역에 지원했던 생활체육 예산 중 416억원을 지방 협력 사업으로 전환해 지방자치단체가 각 시도체육회에 직접 집행하도록 이관한 게 대표적이다. 구체적으로 학교운동부 지원(33억원), 지방체육회 지원(39억원), 지역자율형 생활체육활동 지원(140억원) 등이다. 지방비 매칭을 통한 생활체육 예산
터닝 포인트.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 삶에서 ‘결정적 분기점’을 만나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한국 미술의 지난날을 톺아본다면, 프리즈의 서울 상륙은 하나의 ‘사건’이다. 아트바젤과 함께 글로벌 아트페어 양대산맥으로 꼽히는 프리즈가 서울에서 열린 순간 대중과 오랜 시간 유리돼 있던 미술은 모두가 즐기는 축제가 됐다. 태생적으로 ‘그들만의 리그’라는 편견을 품을 수 밖에 없는 미술이 외연을 확장하게 된 것. 내로라 하는 미술관과 갤러리가 공 들여 준비한 전시들이 인파로 붐비고 주식, 부동산과 함께 그림이 투자의 대상으로 받아들여진 건 프리즈 서울을 전후해 벌어진 일이다.홍콩은 커녕 일본이나 중국, 싱가포르에도 밀려 변방 취급을 받은 한국 미술시장이 ‘1부 리그’로 승격하며 아시아 미술 허브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도 프리즈 서울의 영향이 크다. 해외에 나가야만 볼 수 있던 글로벌 명문 화랑들이 앞다퉈 서울에 둥지를 틀었기 때문이다. 타데우스 로팍, 화이트 큐브, 탕 컨템포러리, 마시모데카를로 등이 삼청동, 한남동, 청담동에 자리 잡았다. 올해도 프리즈 기간에 맞춰 마이어 리거가 강남에 문을 열고, 세계 최고 화랑으로 꼽히는 가고시안도 한국에서 첫 전시를 연다.한국 미술시장에 변화의 방아쇠를 당겼던 프리즈 서울이 오는 9월 세 번째 아트페어를 연다. 서울 진출 당시 KIAF와 맺은 5년 계약의 반환점을 도는 만큼, 올해 행사는 앞으로도 서울이 프리즈를 품을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결정적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30개국 110여개 갤러리 참가 '라인업 화려'프리즈 서울이 단순히 미술 작품들이 늘어선 ‘미술
서울 한남동은 언뜻 보면 애매하다. 삼청동이 있어 전통의 ‘미술 1번지’라 부르기도 난감하고, ‘강남 스타일’이 물씬 풍기는 청담동 화랑가처럼 젊고 역동적인 분위기도 약하다. 하지만 한남동에서 이태원으로 이어지는 거리는 유명한 미술관과 국내외 갤러리가 즐비하다. 대통령 관저가 한남동으로 옮겨온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영국 왕의 주거지인 런던 버킹엄궁 인근과 프랑스 대통령 관저인 엘리제궁 주변에 명문 갤러리들이 늘어선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애매한 여건은 강북 삼청동과 강남 청담동 어디든 사통팔달인 우수한 접근성으로 바뀌었고, 외국인이 많은 이태원의 특성도 해외 컬렉터가 쉽게 찾을 수 있는 강점으로 부각됐다.한국을 대표하는 사립미술관인 리움이 터줏대감으로 자리잡고 있는 가운데 타데우스 로팍, 페이스 등 해외 유명 갤러리들이 뿌리를 내렸다. 미국 뉴욕을 기반으로 한 리만 머핀은 일찌감치 삼청동 인근을 떠나 한남동으로 확장·이전했다. 올해는 유독 눈에 띄는 블록버스터 전시가 많은 점은 KIAF-프리즈 서울 예습을 위해 한남동을 찾아야 하는 이유가 됐다.시대 넘어 추상으로 소통하는 거장의 그림먼저 들러야 할 곳은 삼성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리움이다. 마우리치오 카텔란, 필립 파레노 등 거장들의 전시로 관람객을 끌어모은 리움은 9월 5일부터 M2 전시장에서 한국계 미국 작가인 아니카 이의 개인전 ‘또 다른 진화가 있다, 그러나 이에는’을 연다. 아니카 이는 21세기 최고의 전시장으로 꼽히는 영국 런던의 현대미술관인 테이트모던 터빈 홀에서 전시를 연 작가다. ‘마망’으로 유명한 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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