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이 자국 기업에 미국 엔비디아의 중국 전용 인공지능(AI) 칩을 구매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 중국 AI 반도체 회사를 지원하고 미국 기업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中 "엔비디아칩 사지마"…美반도체 퇴출 속도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공업정보화부를 비롯한 규제당국이 AI 모델 개발·운영에 쓰이는 엔비디아 칩을 구매하지 말라고 자국 기업에 권고하는 이른바 ‘창구 지침’을 하달했다”고 보도했다. 사실상 구매 금지 대상이 된 반도체는 엔비디아가 미국의 대중국 첨단 AI 칩 수출 금지를 피해 기획한 중국향 H20 모델이다. 지침에는 화웨이, 캄브리콘 같은 중국 AI 칩 기업 제품의 사용 비율을 높일 것을 권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중국이 이 같은 조치를 내린 이유는 엔비디아 칩이 자국 AI 기업의 표준으로 자리 잡아 업계가 미국에 종속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바이트댄스, 텐센트 등 중국 정보기술(IT) 업체는 미국의 수출통제가 발표되기 전 상당량의 엔비디아 칩을 비축했고, 일부 기업은 화웨이 칩을 구매하면서도 추가 규제를 염두에 두고 엔비디아 칩 확보를 서두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올해 들어 전방위로 미국산 반도체를 퇴출시키고 있다. 지난 5월 BYD와 상하이차 등 주요 자동차 제조 기업에 자국산 반도체 사용 비중을 내년까지 최고 25%로 높이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이에 앞서 정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 서버와 PC에서 인텔과 AMD의 중앙처리장치(CPU)를 사용하지 말고 2027년까지 기존 제품을 제거하라고 지시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시스템 운영체제인 윈도 역시 퇴출시키기로 했다.

올해 초엔 차이나모바일·차이나유니콤·차이나텔레콤 등 자국 3대 이동통신사에 “외국산 CPU를 2027년까지 전면 교체하라”고 명령했다. 중국 정부는 자국 시스템에 사용된 미국산 반도체가 최근 이스라엘의 공작으로 폭발한 ‘헤즈볼라 무전기’와 같이 트로이 목마로 변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정부는 3월 미국 CPU 사용 배제 지침을 내리며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반도체를 쓸 것을 권장했다”고 전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