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를 포함한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선두 기업들이 생산능력을 급속도로 불리며 ‘3강 체제 굳히기’에 들어갔다. 후발주자들과의 격차를 벌리기 위함인데, 중장기적으로 항체의약품 공장만 늘리다가 ‘과잉 설비’ 이슈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삼바·론자·후지필름 'CDMO 3강' 굳히기

中 우시 등 후발 주자와 격차 벌리기

29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내년 하반기 인천 송도 6공장을 짓기 위한 첫 삽을 뜰 예정이다. 이날 기준 60만4000L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생산능력은 내년 5공장 완공 때는 78만4000L, 4년 뒤에는 96만4000L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함께 CDMO 3강으로 꼽히는 스위스 론자, 일본의 후지필름도 빠른 속도로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CDMO 매출 1위인 론자는 이날 기준 32만L인 생산능력을 4년 뒤 최소 79만L로, 같은 기간 후지필름은 14만L에서 75만L로 늘릴 예정이다. 이날 기준 26만L의 생산능력을 보유한 중국의 우시바이오로직스는 미국 생물보안법 제정 등의 영향으로 당장 몸집을 키우기 어려운 상황이고, 50만L 규모인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은 추가 증설 움직임이 없다. 업계에서는 궁극적으로 세 회사가 생산능력 기준 3강체제를 구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460兆 항체 시장 노리며 증설

증설 이유는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시장 자체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항암제, 치매 치료제 등 부가가치가 높은 신약이 계속해서 바이오의약품으로 시장에 출시되는 만큼 관련 수요는 줄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여러 치료 접근법(모댈리티) 중에서도 가장 시장 규모가 큰 의약품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론자, 후지필름이 경쟁적으로 몸집을 키우고 있는 항체치료제 분야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2029년 항체치료제 시장 규모는 3550억달러(약 467조5300억원)로 전망된다. 아직까지 시장이 꽃피우지 못한 세포·유전자치료제(CGT·약 450억달러), 항체약물접합체(ADC·약 300억달러)의 10배에 가까운 규모다.

CDMO업계 관계자는 “항체의약품은 규모의 경제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라며 “과감한 증설을 통해 인도 등 후발주자들과의 격차를 크게 벌리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맞춤형 치료제’ 시대 오면 어쩌나

문제는 항체의약품 시대가 저물고 CGT 등 차세대 의약품 시장이 본격적으로 꽃을 피울 때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앞으로 6년간 CGT 성장률은 41.6%, 항체치료제는 8%로 전망된다. CGT 등의 의약품은 항체의약품과 달리 대규모 생산시설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환자 몸에서 세포를 추출한 뒤 다시 몸속으로 넣어주는 ‘맞춤형 치료제’이기 때문에 기존 항체의약품과는 전혀 다른 공정이 필요하다.

론자는 CGT CDMO에 일찌감치 발을 들여놔 시장을 장악했다. 론자가 생산하는 CGT는 길리어드사이언스의 키메릭 항원 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 ‘예스카타’ 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지필름 역시 메신저리보핵산(mRNA) 기반 유전자 신약 생산 등을 위해 2028년까지 6조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항체약물접합체 이중항체 등으로 기존 항체치료제의 생산 범위를 확대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항체의약품이 주도하는 시장 흐름이 단기간에 바뀌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