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석유 증산 전망 내놓자 국제유가 급락…WTI 2.9%↓ [오늘의 유가]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 증산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면서 국제유가가 3% 가까이 급락했다.

2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근월물인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2.02달러(2.90%) 급락한 배럴당 67.6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11월 인도분 가격은 전장 대비 1.86달러(2.53%) 떨어진 배럴당 71.6달러에 마감했다. 전날 WTI는 2.61%, 브렌트유는 2.27% 하락한 것에 이어 국제 유가는 이틀째 하락세를 보였다.
사우디 석유 증산 전망 내놓자 국제유가 급락…WTI 2.9%↓ [오늘의 유가]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석유 시장 점유율을 되찾기 위해 올해 12월부터 산유량을 늘릴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FT는 "2022년 11월부터 다른 석유수출기구 플러스(OPEC+) 회원국을 이끌고 생산량을 반복적으로 줄였던 사우디아라비아의 주요한 태도 변화를 나타낸다"며 "이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저유가 시대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당초 OPEC과 주요 산유국 간 협의체인 OPEC+는 장기간 이어졌던 생산량 감축 조치를 오는 10월부터 해제할 예정이었으나, 지난달 해제 시점을 2개월 연장해 생산량 증가 시점을 12월로 미뤘다. 사우디아라비아가 12월부터 증산에 나서기로 한 것은 감산 조치를 추가로 연장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사우디는 배럴당 100달러라는 비공식적 유가 목표치도 포기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배럴당 100달러는 사우디 정부의 대형 프로젝트에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유지돼야 하는 최소 선이다. 그러나 사우디 정부는 장기간 저유가 상태가 지속되더라도 더 이상 시장 점유율을 다른 국가에 빼앗길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신 외환 보유고를 활용하거나 국채를 발행하는 등 대체 자금 조달 옵션을 활용할 예정이다.

IG의 토니 시카모어 시장 분석가는 "리비아가 석유 공급을 재개할 가능성이 커진 데다 사우디마저 공급 증가로 유가 목표치를 낮추게 됐다는 소식에 원유 시장의 상승세가 꺾였다"고 말했다.
(사진=로이터)
(사진=로이터)
사우디의 이날 결정이 앞으로 장기적으로 유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필 플린 프라이스퓨처스 그룹의 수석 애널리스트는 "시장이 FT의 기사에 과민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타마스 바르가 PVM 애널리스트는 "더 중요한 것은 이것이 (OPEC) 조직 안팎의 공급 전쟁의 전조인지 여부"라며 "그렇다면 배럴당 40달러대로의 고통스러운 급락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OPEC 내에서 경쟁적으로 증산이 이뤄진다면 회원국 간 치킨게임 양상이 빚어져 가격 급락을 피할 수 없다는 의미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