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2위 은행 우니크레디트가 독일 정부를 제치고 독일 2위 은행 코메르츠방크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우니크레디트가 지분 추가 매입 의사까지 밝히자 독일 총리는 “비우호적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우니크레디트와 이탈리아 정부가 자국 기업 보호보다 유럽연합(EU) 은행 간 협력을 통한 경쟁력 확보가 중요하다고 주장하면서 외교 문제로까지 비화하고 있다.
"이탈리아가 이럴 줄은" 돌발 행동에…독일 '발칵' 뒤집혔다

독일 정부 제치고 최대주주

23일(현지시간) 우니크레디트는 파생상품 계약을 통해 코메르츠방크 지분 11.5%를 추가로 매입해 약 21% 지분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우니크레디트는 독일 정부(12%)를 제치고 코메르츠방크 최대주주가 됐다.

우니크레디트는 이날 성명에서 “우리에겐 지분을 유지하거나 매각하거나 더 늘릴 수 있는 완전한 유연성과 선택권이 있다”며 “이는 코메르츠방크 경영진, 감독위원회, 독일 주주와의 협의에 달렸다”고 밝혔다. 이어 “EU 내 강력한 은행 연합이 EU의 경제적 성공과 개별 국가 번영의 핵심”이라며 “독일 은행 부문이 성장하고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독일 경제와 유럽 전체에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우니크레디트는 코메르츠방크 지분을 최대 29.9%까지 확보하기 위해 유럽중앙은행(ECB)에 승인을 요청했다.

우니크레디트는 지난 11일 독일 정부 지분 4.5%를 매입하고 시장에서 4.5%를 추가로 사들여 총 9% 지분을 얻었다. 독일 정부는 2008년 금융 위기 당시 코메르츠방크에 구제금융을 제공하며 16.5% 지분을 확보해 최대주주가 됐다. 최근 코메르츠방크 실적이 개선되자 지분 축소의 적기라고 판단해 매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우니크레디트가 코메르츠방크를 완전히 인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독일 내에서 커지자, 독일 정부는 20일 코메르츠방크 지분을 더 이상 매각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안드레아 오르첼 우니크레디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이탈리아 일간지 일메사제로 인터뷰에서 코메르츠방크 인수설을 부인했다.

외교 문제로 비화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우니크레디트의 지분 매수를 ‘비우호적 공격’ ‘적대적 인수’라고 규정하며 “적절한 행동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숄츠 총리는 성명을 통해 “아무런 협력도 협의도 피드백도 없이 비우호적 방법을 이용해 공격적으로 기업 지분을 인수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코메르츠방크는 상업적으로 성공한 은행으로 독일 산업과 중소기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데 중요하다”며 “코메르츠방크는 독립 법인으로서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독일 제1야당 기독민주당(CNU)의 프리드리히 메르츠 대표는 “코메르츠방크 거래에 관해 정부가 통제력을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숄츠 총리의 발언은) 독일 정부와 우니크레디트 간 긴장이 얼마나 고조됐는지 잘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이에 안토니오 타야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외무장관은 CNBC 인터뷰에서 “외국 기업이 이탈리아 회사를 인수하는 일이 정상인 것처럼 이탈리아 업체가 독일 경쟁사 지분 일부를 사들이는 것은 합법 그 이상”이라며 “말로만 친유럽을 외치는 것은 아쉽다”고 지적했다.

독일 일부 의원도 우니크레디트의 지분 확대를 지지하는 입장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자유민주당 내 경제통인 프랑크 셰플러 하원의원은 블룸버그에 “정부가 코메르츠방크에 보유한 지분을 줄이고 매각을 허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유럽 내 은행이 독일에서 입지를 확대하려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