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재생에너지 성공을 위한 조건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재생에너지, '대안'이란 믿음 못 줘
생태계·기간 전력망 구축 힘써야
문재도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특임교수·에너지밸리포럼 대표
생태계·기간 전력망 구축 힘써야
문재도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특임교수·에너지밸리포럼 대표
거침없이 달리던 전기차가 주춤하고 있다. 이를 두고 증권가에선 ‘캐즘(chasm)’ 이론을 거론한다. 캐즘이란 제품이 아무리 훌륭해도 일반인이 대량으로 사용하기까지 넘어야 하는 침체기를 의미한다. 초기에 혁신성을 중시하는 소수 소비자가 전기차를 적극 구매했지만, 최근 화재로 불거진 안전성 우려와 충전 인프라 부족 등 불편 때문에 주류 수요층이 소비를 주저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재생에너지도 캐즘 상황에 처했다. 우리는 친환경에너지로의 대전환 시대에 서 있고 재생에너지가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나 인류의 에너지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에너지 전환에 가장 적극적이던 독일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값싼 러시아산 천연가스 도입이 줄고 재생에너지에서 생기는 전기의 공급 안정성마저 떨어지면서 에너지 안보에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며 원전을 포기한 이탈리아도 원전 건설을 다시 검토하기 시작했다.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가 기술적으로는 화석연료와 경쟁할 수준까지 성장했을지 몰라도 경제성과 공급 안정성에서 완전한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코로나19와 세계적 공급망 재편에 따라 재생에너지 설치에 필요한 원자재를 특정 국가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에너지 안보 우려가 커진다.
이런 가운데 재생에너지를 선도하던 미국과 유럽에서 대규모 재생에너지 사업을 ‘유틸리티급 프로젝트’라며 소형 사업과 구분해 정책을 설계하기 시작했는데 우리도 참고할 만하다. 유틸리티란 대규모 시설 투자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일정 수익을 보장받는 대신 공급 안정을 위해 엄격한 규제를 받는 사업자를 말한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미미했을 때는 보급 확대 차원에서 정부가 소규모 사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데 주력했지만, 화석연료를 대신한 주력 에너지원이 되면서 사업 모델이 변화한 것이다.
정부가 발표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2023년 말 8.7%에서 2030년 21.6%로 높아진다. 대규모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도 다수 포함돼 있다. 정부는 높은 인구 밀도와 대형 수력발전 개발의 한계, 전력망이 통합된 유럽과 달리 우리만의 독립된 계통에 대비할 안정적 발전 구조를 갖춰야 하는 측면을 고려할 때 매우 도전적인 목표라고 설명한다. 미래에 석탄과 가스 발전을 대체할 것으로 여겨지는 초대형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서남해안이나 동해안에서 추진하려면 전력망을 제때 확보해야 하지만 일부 자치단체가 송·변전 설비 공사 인허가를 기피하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재생에너지 목표를 높이기 어렵다.
한편 지금까지 석유를 대체하기 위해 재생에너지를 최대한 개발하는 기술과 보급 생태계 전반에 다양한 보조금과 융자제도를 운용했다. 그러나 소규모 재생에너지만으로 캐즘을 극복할 수 없다. 이제 대형 화력에 버금가는 유틸리티급 프로젝트를 본격 시작해야 하는데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원전이나 대형 석탄 화력의 기술 자립을 성공적으로 추진한 사례를 참고해 재생에너지 관련 산업 생태계를 육성하고 국가 기간전력망 건설에 주력해야 한다. 원전과 화력은 공기업이 주도했지만, 대형 재생에너지 사업은 민간 주도로 기획하고 추진하는 만큼 안정적 투자가 이뤄지려면 더 공정하고 투명한 요금 규제도 필수적이다. 그러지 않으면 비전만 있고 정작 투자는 일어나지 않아 캐즘을 극복하지 못하고 미래 에너지 안정 공급과 탄소중립 실현에 심각한 차질을 빚을 것이다.
지금 재생에너지도 캐즘 상황에 처했다. 우리는 친환경에너지로의 대전환 시대에 서 있고 재생에너지가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나 인류의 에너지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에너지 전환에 가장 적극적이던 독일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값싼 러시아산 천연가스 도입이 줄고 재생에너지에서 생기는 전기의 공급 안정성마저 떨어지면서 에너지 안보에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며 원전을 포기한 이탈리아도 원전 건설을 다시 검토하기 시작했다.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가 기술적으로는 화석연료와 경쟁할 수준까지 성장했을지 몰라도 경제성과 공급 안정성에서 완전한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코로나19와 세계적 공급망 재편에 따라 재생에너지 설치에 필요한 원자재를 특정 국가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에너지 안보 우려가 커진다.
이런 가운데 재생에너지를 선도하던 미국과 유럽에서 대규모 재생에너지 사업을 ‘유틸리티급 프로젝트’라며 소형 사업과 구분해 정책을 설계하기 시작했는데 우리도 참고할 만하다. 유틸리티란 대규모 시설 투자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일정 수익을 보장받는 대신 공급 안정을 위해 엄격한 규제를 받는 사업자를 말한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미미했을 때는 보급 확대 차원에서 정부가 소규모 사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데 주력했지만, 화석연료를 대신한 주력 에너지원이 되면서 사업 모델이 변화한 것이다.
정부가 발표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2023년 말 8.7%에서 2030년 21.6%로 높아진다. 대규모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도 다수 포함돼 있다. 정부는 높은 인구 밀도와 대형 수력발전 개발의 한계, 전력망이 통합된 유럽과 달리 우리만의 독립된 계통에 대비할 안정적 발전 구조를 갖춰야 하는 측면을 고려할 때 매우 도전적인 목표라고 설명한다. 미래에 석탄과 가스 발전을 대체할 것으로 여겨지는 초대형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서남해안이나 동해안에서 추진하려면 전력망을 제때 확보해야 하지만 일부 자치단체가 송·변전 설비 공사 인허가를 기피하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재생에너지 목표를 높이기 어렵다.
한편 지금까지 석유를 대체하기 위해 재생에너지를 최대한 개발하는 기술과 보급 생태계 전반에 다양한 보조금과 융자제도를 운용했다. 그러나 소규모 재생에너지만으로 캐즘을 극복할 수 없다. 이제 대형 화력에 버금가는 유틸리티급 프로젝트를 본격 시작해야 하는데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원전이나 대형 석탄 화력의 기술 자립을 성공적으로 추진한 사례를 참고해 재생에너지 관련 산업 생태계를 육성하고 국가 기간전력망 건설에 주력해야 한다. 원전과 화력은 공기업이 주도했지만, 대형 재생에너지 사업은 민간 주도로 기획하고 추진하는 만큼 안정적 투자가 이뤄지려면 더 공정하고 투명한 요금 규제도 필수적이다. 그러지 않으면 비전만 있고 정작 투자는 일어나지 않아 캐즘을 극복하지 못하고 미래 에너지 안정 공급과 탄소중립 실현에 심각한 차질을 빚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