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I 실망, 빅컷 불발…그걸 압도한 젠슨 황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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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CPI)는 전반적으로는 월가 예상에 부합했습니다. 인플레이션 둔화 추세도 유지됐죠. 하지만 흠이 하나 있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요소인 주거비가 반등하면서 근원 물가가 예상보다 더 높게 나온 것이죠. 그 흠이 좀 컸습니다. 근원 인플레이션이 끈적끈적하게 버틴다면 미 중앙은행(Fed)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내리기 어렵습니다. 다음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빅컷(50bp) 인하는 사실상 물 건너갔습니다. 10일(미 동부시간) 뉴욕 증시에서는 장 초반 실망 매물이 쏟아지면서 3대 지수가 모두 1.5% 안팎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미 증시에는 엔비디아가 있었습니다. "수요가 너무 많다"(The demand on it is so great)라는 젠슨 황 CEO 발언에 엔비디아 주가는 8% 넘게 치솟으며 시장을 끌어올렸습니다. 빅컷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이제 월가는 다음주 FOMC에서 비둘기파적인 점도표가 나오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오전 8시 30분 발표된 8월 CPI 보고서에서 헤드라인 CPI는 전월 대비 0.2%, 전년 대비 2.5% 상승한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예상에 부합했습니다. 2.5%는 7월 2.9%에 비해 크게 둔화한 것으로 2021년 2월 이후 가장 낮은 것입니다.
에너지와 음식 물가를 제외한 근원 CPI는 한 달 전보다 0.3%, 1년 전에 비해선 3.2% 오른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전월 대비 상승률 0.3%는 7월 및 월가 추정 0.2%보다 높았습니다.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따지면 0.28% 올라서 7월 0.17%, 월가 추정 0.21%를 상회했습니다. 세부적으로 보면 에너지 물가는 한 달 만에 0.8% 하락했고요. 음식은 0.1% 상승에 그쳤습니다. 헤드라인 물가가 약했던 이유입니다. 근원 물가에서도 중고차 가격이 1.0% 내리는 등 근원 상품은 한 달 동안 -0.2% 내림세 보였습니다. 그러나 근원 서비스 물가가 문제였습니다. 0.4% 오른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주거비가 0.5%나 뛴 탓입니다. 주거비는 지난 6월 0.2%→7월 0.4%에서 추가 반등한 것이죠. 주거비 중에선 렌트가 0.3% 올랐고, 주택소유자의 등가임대료(OER)가 0.5%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그 밖에 항공료 3.9%, 호텔비가 2.0% 상승했고요. 자동차 보험료도 0.6% 올랐습니다. 그래서 주거비를 뺀 근원 서비스 물가, 이른바 슈퍼 코어 인플레이션도 한 달 만에 0.33% 상승하면서 지난 4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데이터가 발표된 뒤 하락세를 보이던 시장 금리는 뛰고 주가지수 선물은 내림세를 보였습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Fed워치 시장에서는 9월 50bp 인하 베팅이 어제 34%→15%까지 낮아지고요. 25bp 인하 베팅이 85%까지 많아졌습니다. ▶블랙록의 릭 리더 채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근원 CPI 데이터가 작은 상승 놀라움을 보였는데, 이는 주거비가 주도했다. 주거비 물가는 길고 가변적인 지연으로 악명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원 CPI는 지난 1분기 이후 월간 0.30% 상승률을 초과하지 않았고, 3개월 및 6개월 연율 환산 수치는 계속 개선되고 있으며, 향후 인플레이션 기대가 여전히 낮아서 물가가 건강한 수준으로 둔화하고 있다고 계속 믿는다. 우리는 Fed가 더 일찍 움직여야 했고, 9월 50bp를 내려야 할 것이라고 믿지만(비정상적으로 높은 금리를 보다 중립적으로 낮추는 것), 이번 데이터는 Fed가 25bp로 인하를 시작해 꾸준하고 점진적 방식으로 정책 금리를 정상화할 것이라는 예측을 재확인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BMO는 "8월 CPI는 인플레이션이 하향 궤도에 있으며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Fed의 2.0% 목표에 더욱 가까워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세부 사항은 지속해서 불편하게 높은 서비스(+0.4%)와 주택(+0.5%) 인플레이션을 보여주었다. 오늘 보고서에는 Fed가 다음주 금리 인하를 막는 내용은 없지만, 50bp 인하의 더 큰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것을 뒷받침하지도 않는다"라고 밝혔습니다.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는 "8월 CPI의 요점은 근본적 물가 압력이 여전히 고착 상태에 있다는 것이며, 이는 인플레이션이 Fed 목표(2.0%)에 도달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릴 수 있음을 의미한다. 비록 Fed가 인플레이션 억제에서 노동 시장 지원으로 초점을 전환했지만, 인플레이션 추세는 완만한 금리 인하 사이클을 시사하고 있다. 우리는 Fed가 다음주 25bp 금리 인하를 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닉 티미라오스 기자도 "경기에 민감한 주거비가 8월에 예상보다 더 크게 상승한 것은 Fed 위원들이 다음주 50bp로 금리 인하를 시작하는 것에 따른 걱정을 떨쳐내기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월가 컨센서스는 다음주 25bp 인하로 모아졌지만, 여전히 50bp를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세 가지 근거가 있습니다.
① 인플레이션 둔화 추세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죠. 근원 인플레이션의 6개월 치를 연율로 환산하면 2.7%, 3개월 치를 연율로 환산하면 2.1%에 그칩니다.
② Fed의 물가 벤치마크인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인플레이션에서는 주거비 비중이 작아서 더 낮은 수치가 나올 것이란 겁니다. 소파이의 리즈 영 전략가는 "주거비 반등에 따른 근원 CPI 상승으로 인해 다음주 50bp 인하 가능성은 작아졌다. 하지만 CPI에서 주거비는 PCE 물가에서보다 훨씬 더 큰 가중치를 차지하기 때문에 물가가 과장됐을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내일 PPI가 나와야 확실해지겠지만 CPI를 기준으로 오는 30일 발표될 8월 근원 PCE 물가를 추정하면 CPI보다 낮습니다. 골드만삭스는 8월 근원 PCE 물가가 전월 대비 0.20% 올랐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③ 주택 시장을 후행하는 주거비가 아직 현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고, 주거비를 빼면 인플레이션은 충분히 안정적이라는 겁니다. 블랙스톤의 마이클 채 CEO는 바클레이스 금융 콘퍼런스에서 "CPI의 주거비 구성요소가 현재 시장 상황을 반영하도록 업데이트된다면 헤드라인 CPI는 2.5% 대신 1.7%에 가까운 숫자가 나왔을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밴다 리서치의 비라지 파텔 전략가는 "CPI 구성요소의 37%만이 8월에 월간 0.2% 이상의 상승률을 보였다. 이는 작년 11월 이후 가장 적은 것이다. 끈적끈적한 주거비 등 근원 서비스 물가가 아니었다면 이 보고서는 50bp 인하를 끌어낼 수도 있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동안 주요 월가에선 시티와 웰스파고만이 9월 50bp 인하 예상을 고수해 왔는데요. 8월 CPI가 나온 뒤 둘 다 9월 25bp 인하로 예상을 바꿨습니다. 그러나 이들도 여전히 50bp 인하 주장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웰스파고는 "전반적으로 오늘 데이터는 다음주 25bp 인하가 50bp보다 더 가능성이 큼을 시사하지만, FOMC가 50bp를 내리기로 해도 놀라지 않겠다. 또 25bp로 인하 사이클을 시작해도 향후 완화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노동 시장의 지속적 약화는 FOMC의 초점이 되고 있으며, 인플레이션은 천천히 그러나 확실히 2% 추세로 되돌아오고 있다. 근원 CPI는 지난 3개월 동안 연간 2.1% 속도로 증가했는데, 고용 데이터가 좀 더 약화한다면 향후 50bp 인하가 가능할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시티는 "OER의 반등은 다음주 FOMC가 50bp가 아닌 25bp를 인하할 것이라고 믿는 데 충분하다"라고 밝혔습니다. 강력한 OER 데이터로 인해 금리 인하에 대한 보다 신중한 접근 방식이 필요할 수 있지만, 노동 시장이 Fed의 가장 큰 관심사로 남아 있으며, 전반적 경제 상황이 여전히 큰 폭의 금리 인하를 뒷받침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래서 11월, 12월에는 50bp를 내리는 등 올해 금리를 125bp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아침 9시 30분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보합권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런 뒤 50bp 인하가 불발된 데 대해 실망 매물이 나왔습니다. 오전 10시 50분께 S&P500 지수는 1.59%, 다우는 1.65% 하락세를 보였고 나스닥은 1.38% 내림세를 나타냈습니다. 반전이 생긴 것은 그때입니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가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골드만삭스의 기술 콘퍼런스에 나와 발언한 게 전해지기 시작한 것이죠.
젠슨 황은 "수요가 너무 많고, 모두가 가장 먼저, 가장 많이 갖고 싶어 한다. 요즘 고객들이 더 감정적으로 변한 것 같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상황이 긴박하다. 우리는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수요가 넘쳐서 노력해도 채워줄 수 없고, 고객들이 화를 낼 정도라는 얘기입니다. 그는 고객들이 감정적으로 된 이유로 "그것이 그들의 매출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경쟁력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모두가 우리에게 의존하고 있고, 우리는 큰 부담을 지고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AI 수익화'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젠슨은 클라우드 업체가 1달러를 엔비디아에 쓸 때마다 5달러 가치의 임대료로 돌아온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엔비디아 서버가 비싸 보이고, 랙 하나에 수백만 달러가 들 수 있지만, 수천 개의 노드를 대체한다. 놀라운 점은, 오래된 범용 컴퓨팅 시스템을 케이블로 연결해 쓰는 비용이 모든 것을 엔비디아 서버로 교체하고 하나의 랙으로 밀집시키는 것보다 더 비싸다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기업들이 '가속 컴퓨팅'을 받아들이는 것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단언했습니다. 그러면서 엔비디아의 기술은 기존 데이터 처리를 가속할 뿐 아니라 기존 기술로는 할 수 없는 AI 작업도 처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AI 모델을 훈련하는 데 많은 자원이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그만큼 보상이 따른다고 설명했습니다. 황 CEO는 "배운 것 중 하나는 AI가 단지 모델을 훈련하는 것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건 첫 단계일 뿐이다. AI가 모델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델을 사용할 때 엄청난 처리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황 CEO의 발언을 토대로 엔비디아에 대해 '확신 매수' 등급을 재강조하는 보고서를 냈습니다.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가속 컴퓨팅: 젠슨 황은 '무어의 법칙'이 더 과거처럼 혁신적 속도를 제공하지 않으며, 이로 인해 데이터센터에서 컴퓨팅 비용 상승을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조 달러 규모로 진행되고 있는 데이터센터 인프라의 밀집화 및 가속화가 기능 향상 또는 비용 절감을 가져올 것이며, 이것만으로 엔비디아는 향후 10년간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2) 고객 ROI(투자자본수익률): 황은 더 나은 활용률과 비용 절감을 가능하게 한 트랜지스터 확장이 한계에 도달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GPU를 사용해 CPU를 보완하면 절대 비용이 약 두 배 증가하지만, 빅데이터 처리 시스템(Spark) 등 애플리케이션에서는 속도가 약 20배 빨라지므로 총비용 절감 효과는 약 10배에 이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대형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는 가속 컴퓨팅 수요가 지속하는 한 엔비디아 인프라에 1달러를 지출할 때마다 5달러의 임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3) 경쟁 우위: 황은 엔비디아의 경쟁 우위에 대해 ⑴ 여러 플랫폼에 걸쳐 설치된 대규모 GPU 기반(소프트웨어 호환성 보장) ⑵ 도메인별 라이브러리 등 소프트웨어로 하드웨어를 보완하는 능력 ⑶ 랙 단위 시스템을 구축하고 다양한 칩을 혁신하는 능력을 강조했다.
4) 블랙웰 출시 : 황은 4분기 블랙웰 기반 제품 출하를 시작할 것이며, 내년에 출하가 확대될 것임을 재차 확인했다. 그는 수요가 강력하다고 덧붙였다. 전반적으로 젠슨 황의 발언은 엊그제 오라클의 래리 앨리슨 회장이 한 말과 일맥상통합니다. 앨리슨도 AI 투자는 몇 개 기업과 한 국가가 앞으로 5년 이상, 아마도 10년 동안 싸워야 할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싸움이라고 말했죠.
또 구글의 공동 창립자이자 전 알파벳 사장인 세르게이 브린은 이번 주 LA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최근 AI에서의 진전만큼 흥미로운 것을 본 적이 없어 "거의 매일 구글에 출근하고 있다. 그 진전을 놓치고 싶지 않다"라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브린은 AI에 대해 "거대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분야다. 인류에게 엄청난 가치가 있다"라고 밝혔는데요. 다만 그는 더 나은 AI를 훈련하기 위해 컴퓨팅을 대규모로 확장할 필요에 대해선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델의 마이클 델 창업자도 "AI의 투자수익률에 대한 회의론은 인터넷이 처음 나왔을 때 나타난 의심과 매우 흡사하다. 당시 아무도 웹이 우리 삶을 얼마나 변화시킬지 완전히 알 수 없었고, 지금 AI도 같은 길을 가고 있다. 즉각적인 이익을 측정하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역사가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건 획기적 기술이 진정한 영향을 보여주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AI를 받아들이는 것은 단순히 도구를 채택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잠재력을 크게 높이고 새로운 기회가 있는 미래에 투자하는 것이다. 인터넷이 디지털 세계의 기반이 된 것처럼, AI도 우리가 낙관주의와 비전을 갖고 접근할 때 똑같은 일을 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엔비디아 주가는 수직으로 치솟기 시작했습니다. 장중 엔비디아가 GPU를 사우디아라비아에 수출하는 걸 미국 정부가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IT 매체 세마포(Semafor)는 소식통을 인용해 사우디가 이 칩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의 보안 요구사항을 준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부터 AI 칩을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으로 수출할 경우 허가를 받을 것을 요구해왔습니다. 중국이 AI 칩을 획득할 수 있는 경로를 막기 위한 것입니다. 엔비디아는 결국 8.15% 폭등한 채 거래를 마감했습니다. 이는 주요 지수를 끌어올리기에 충분했습니다. 나스닥은 2.17%나 급등했고요. S&P500 지수는 1.07%, 다우는 0.31% 상승세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젠슨 황의 발언은 엔비디아뿐 아니라 반도체 주식 폭등을 불렀습니다. ARM이 10.30%, 브로드컴이 6.79%, AMD가 4.92% 폭등하면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SOX)는 4.9% 뛰었습니다. 아마존(2.77%) 마이크로소프트(2.13%) 알파벳(1.43%) 등 빅테크 클라우드 주식도 모두 크게 올랐습니다. 업종별로는 △IT(3.25%) △임의소비재(1.32%) △커뮤니케이션 서비스(1.03%) 등이 뛰었지만 △에너지(-0.93%) △필수소비재(-0.88%) △금융(-0.39%) △헬스케어(-0.25%) △부동산(-0.23%) 등 다섯 개 업종은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대부분 금리에 민감한 업종입니다. 아무래도 50bp 인하 불발에 대한 실망감이 있었던 것이죠. 어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TV토론이 있었는데요. 전반적으로 해리스가 판정승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리얼클리어 폴리틱스가 집계한 정치 도박 시장의 해리스 당선 베팅은 현재 51.1%로 트럼프의 47.3%를 넘고 있습니다. 토론 전까지만 해도 트럼프가 52%, 해리스가 46.8%였는데 역전된 것입니다. UBS는 "일반적 결론은 해리스가 특히 기대치에 비해 더 강력한 성과를 냈다는 것이다. 우리는 해리스가 이길 확률은 55%, 트럼프가 두 번째 행정부를 맡을 확률은 45%로 예측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른 영향은 오늘 시장에서도 나타났는데요. 트럼프가 대주주인 '트럼프 미디어' 주가는 10% 넘게 급락했고요. 트럼프를 지지하는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 주가는 장중 내내 하락세를 보이다 0.87% 상승세로 마감했습니다. 뉴욕 채권 시장에서 금리가 아침에 내림세를 보이고, 8월 CPI 영향에도 급등하지 않은 것도 그런 영향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트럼프가 집권하면 감세에 나서면서 재정 적자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하죠. 반면 해리스는 증세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사실 주가 만큼이나 금리도 급등락했습니다. 8월 CPI가 나온 뒤 급등했던 국채 금리는 다시 하락하는 등 롤러코스터를 탔습니다. 결국 오후 5시께 10년물 수익률은 1.7bp 오른 3.661%, 2년물은 4.1bp 상승한 3.65%에 거래됐습니다. 2년물 수익률은 오늘 하루 3.55~3.693%까지 움직였는데요. 월가가 최종금리 수준으로 생각하는 3.5%에 근접할 수준까지 내려온 상황에서 8월 물가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자 투자자들이 중심을 잡지 못했습니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고문은 "국채 2년물 수익률이 이렇게 하루 중 급변동하는 현상은 이례적이다. 시장 패러다임에 별다른 중심(anchor)이 없기 때문이다. 통상 지배적인 경제적 내러티브가 있거나 Fed의 가이던스가 안정시키는 역할을 하지만 지금 내러티브는 탁구공처럼 오락가락하고 있고, Fed의 정책 가이던스는 과도하게 데이터에 의존하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오후 1시에 10년물 경매(390억 달러)가 있었는데요. 강력한 수요가 나타나면서 주가 상승에 도움이 됐습니다. 응찰률이 2.637배로 지난달 2.317배보다 크게 상승했고요. 발행금리는 발행 당시의 시장 금리(WI)인 3.662%보다 1.4bp나 낮은 3.648%에 형성됐습니다. 해외 수요를 대변하는 간접 수요가 76.1%에 달했습니다. 2023년 2월 이후 가장 높은 것입니다. 채권 시장 관계자는 "8월 CPI가 높게 나왔는데도 장기물에 수요가 몰렸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걱정은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습니다.
바이탈 날리지는 "8월 CPI로 인해 투자자들은 다음주 50bp 인하 기대를 낮출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인플레이션 보고서가 Fed의 사고방식을 극적으로 바꾸리라 생각하지 않으며, 오는 18일 50bp 대신 25bp 인하로 시작하더라도 전체적으로는(성명, 점도표, 기자 회견) 매우 비둘기파적일 가능성이 크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에버코어 ISI는 "8월 근원 CPI는 예상보다 높고 주거비 인플레이션이 지속하면서 점진적 접근을 선호하는 FOMC의 관성을 강화하고, 제롬 파월 의장이 9월 50bp 금리 인하를 발표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그러나 우리는 주거비 인플레이션의 강세는 여전히 후행적인 것으로 보고 있으며, 9월 이후 위험 균형은 여전히 50bp 인하로 기울어진다고 본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솔로몬 CEO는 CNBC 인터뷰에서 "다음주 25bp 인하가 최선의 예측이겠지만 노동 시장 둔화에 따라 50bp를 인하할 수 있는 사례가 있다. 30%대 초반의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미국 경제에 대해 "연착륙이 여전히 가장 가능성 있는 결과"라고 예상했습니다.
내일 아침에는 유럽 중앙은행(ECB)이 통화정책회의 결과를 발표합니다. 6월에 25bp를 인하한 데 이어 추가 인하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관심은 10월 인하 가능성을 제시할지 여부인데요. 시장에선 그 가능성을 40% 수준으로 보고 있습니다. 12월에 추가로 내릴 것이란 관측이 더 많습니다. 분기당 1회씩 내린다는 얘기입니다.
아침 8시 30분에는 8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발표됩니다. 월가 컨센서스는 헤드라인 PPI가 전월 대비 0.1%(7월 0.1%), 근원 PPI는 0.2%(7월 0%) 오르는 것입니다. 전년 대비로는 각각 1.8%(7월 2.2%), 2.5%(7월 2.4%) 상승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또 주간 신규 실업급여 신청 건수도 발표되는데요. 월가는 이전 주와 비슷한 23만 건 수준을 예상합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