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모건이 망친 시장, '오라클 효과'로 버텼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9월 10일 화요일>

시장 변동성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10일(미 동부시간) 뉴욕 증시는 상승세로 출발했지만, 은행들이 보수적 실적 전망을 내놓으면서 투자 심리가 흔들렸습니다. 국제 유가도 배럴당 60달러대로 폭락하고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의 대선 TV 토론을 앞두고 관망세도 더해졌습니다.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세금과 관세, 정부 지출 등 정책이 달라질 수 있고, 이는 금리와 환율, 주가에 영향을 줄 터이니까요. 다음주 시작되는 미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 속도에도 여파가 미칠 것입니다. 그러나 시장은 엔비디아 등 AI 주식 중심으로 잘 버텼습니다. 오라클이 AI 관련 긍정적 인사이트를 제공한 덕분입니다. 사실 내일 아침 발표될 8월 소비자물가(CPI)도 시장 친화적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지난 2분기부터 인플레이션이 꺾어진 뒤 물가 지표가 나오면 통상 증시가 힘을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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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가장 큰 이벤트는 애플의 아이폰 16 출시 행사였습니다. 월가의 전반적인 평가는 놀랄만한 것은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애플 인텔리전스가 다음 달 베타 버전으로 출시되는 데 대해 일부 실망감도 있었죠. 가장 긍정적 놀라움은 아이폰 16 가격을 15와 똑같이 유지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게 아이폰 판매에 이바지할 것이란 기대가 많았습니다.

니덤의 로라 마틴 애널리스트는 매수 등급과 목표주가 260달러를 제시하는데요. "애플은 소비자들이 아이폰 16을 사도록 만들 만한 설득력 있는 사례를 보여주지 않았다. 생성 AI는 아직 너무 새롭고, iOS 생태계에서 가장 좋은 앱은 통상 애플이 아닌 다른 개발자가 만들며, 어제는 그중 아무 것도 보이거나 발표되지 않았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올해 말' '내년 초' 같은 단어가 많이 등장했는데, 결국 핵심 메시지는 '내년이 (판매에서) 더 나을 것'이라는 것이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니덤은 "애플은 아이폰 가격을 동결했는데, 통신사들의 더 큰 할인으로 사실상 가격은 더 낮아질 것이다. 이는 저렴한 가격이 아이폰 16을 구매하는 주된 이유가 될 것을 시사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매수, 목표주가 256달러)는 "애플이 아이폰 가격을 올리지 않기로 한 결정은 애플 인텔리전스를 사용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더 많은 구매와 업그레이드를 이끌 수 있다. 우리는 2025 회계연도에 연간 8%의 아이폰 판매 성장을 예측하는데, 이는 새로운 아이폰 라인업의 강력한 모멘텀을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JP모건(매수, 목표주가 265달러)은 "아이폰 출시는 제한적인 놀라움을 제공했고, 요점은 상당한 카메라 업그레이드와 안정적 가격이었다. 애플 인텔리전스는 10월에 베타 버전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더 광범위한 출시는 나중에 이루어질 텐데, 이것이 업그레이드 주기를 주도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파이퍼 샌들러(중립, PT $225)는 "애플의 이벤트는 대체로 예상대로 진행되었다. 카메라 컨트롤은 흥미로운 혁신이며, 안정적 가격은 불확실한 소비자 환경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애플 인텔리전스의 단계적 출시는 흥분을 꺾을 수 있다. 주가는 이미 아이폰 16 '슈퍼 사이클' 흥분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사실 애플보다 투자자들이 더 좋아한 것은 어제 장 마감 뒤 나온 오라클의 실적과 래리 엘리슨 회장의 설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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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클은 2025 회계연도 1분기(6~8월)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 증가한 약 133억 달러, 영업이익은 21% 성장한 약 40억 달러를 올렸습니다. 모두 월가 추정을 상회했습니다. 특히 클라우드 서비스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21% 늘어난 56억 달러로 확대되었고, 이 가운데 서비스형 인프라(IaaS) 매출이 22억 달러로 45% 늘었습니다. 이는 전분기 42%보다 더 가속한 것입니다. 사프라 카츠 CEO는 콘퍼런스콜에서 "클라우드 서비스가 오라클의 가장 큰 사업이 되면서 영업이익과 EPS 성장이 가속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오라클은 아마존웹서비스(AWS)와의 멀티 클라우드 계약도 발표했습니다. 엘리슨 회장은 "세계에 162개의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운영 중이거나 건설하고 있다. 1분기에 총 30억 달러에 달하는 42건의 클라우드 GPU 추가 계약도 체결했다"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애널리스트들의 AI 관련 질문이 엘리슨에 집중됐는데요. 엘리슨은 거침없이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언제 AI 수익화가 시작되느냐?) 사람들이 AI를 별도로 판매하는 것으로 생각한다는 걸 안다. 하지만 따로 파는 게 아니다. 우리의 애플리케이션은 주로 AI 애플리케이션이 될 것이다. 사실상 모든 것이다. 어떻게 모든 것에 대해 별도로 요금을 청구할 수 있을까. 그런 질문을 들으면 당황스럽다.

▶(AI 투자가 지속할 것인가?) AI 시장에서 경쟁하고자 하는 기업이 진짜 프런티어 모델을 출시하기 위해 써야 하는 진입 가격은 약 1000억 달러다. 이 게임을 하려면 4~5년에 걸쳐 투자해야 하는 돈이다. 엄청난 돈이고, 더 줄어들지 않는다. 아마도 이것은 몇 개 기업과 한 국가가 앞으로 5년 이상, 아마도 10년 동안 싸워야 할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계속되는 싸움이다. 그래서 이 사업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둔화나 변화는 없다.

▶(AI 언어 훈련이 곧 끝나는 게 아닌가?) 이렇게 말하겠다. 많은 사람이 아이를 대학에 보내고 나면 끝이라고 생각한다. '교육은 끝났다. 4년 동안 교육을 받았고, 그 아이를 직장에 보내면 이제 추론을 하게 될 것이다'라고 한다. 그러나 그건 사실이 아니다. 이 경쟁은 영원히 계속될 것이다. 헬스 케어를 보면 사진 스캔을 통해 암을 발견하는 모델이 있고 혈액 검사를 통해 찾는 모델도 있다. 매우 특수화된 모델들이 많고 그렇게 점점 더 많은 응용 프로그램을 보게 될 것이다. 당신이 앞으로 5년, 10년을 본다면 '이제 필요한 모든 모델을 훈련시켰고 추론만 하면 된다'라고 걱정하지 않을 것이다.

엘리슨은 그러면서 "우리는 지금 162개의 데이터센터를 갖고 있다. 나는 전 세계적으로 1000개나 2000개 넘는 오라클 데이터센터를 갖게 될 것으로 예상하며, 그중 많은 곳은 개별 은행이나 통신 회사, 기술 회사 또는 국가, 주권 클라우드, 그 비슷한 것에 전체를 빌려주는 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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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투자가 정점을 찍을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는 얘기였었습니다. 번스타인의 마크 모어들러 애널리스트는 엘리슨이 AI 수익화에 답한 뒤 "래리. 당신이 그런 식으로 설명한 첫 번째 사람인 것 같아요. 고마워요. 아주 잘 이해가 되네요"라고 말했습니다.

요즘은 월가에서 금융사들이 여는 콘퍼런스가 많은데요. 어제 한 콘퍼런스에 참석한 아마존웹서비스(AWS)의 멧 거먼 CEO도 일맥상통하는 발언을 했습니다. 그는 "아직 클라우드 서비스는 도입 초기 단계이며 비즈니스는 여전히 1000억 달러 이상의 속도로 가속하고 있다. AI에 대해 장기적 측면에서 흥분된다. 초기 사용 사례는 비용 효율성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더 광범위한 상승은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방식으로 비즈니스 가치를 재구성하는 데서 비롯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AI 투자가 지속하고 있다는 것은 대만 TSMC가 발표한 8월 매출에서도 나타났습니다. TSMC는 8월 매출이 2508억7000만 대만 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33%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직전 최대 매출을 기록했던 7월보다는 2.4% 감소한 것이지만, 여전히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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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빅테크, 기술주에 힘을 실었습니다. 아침 9시 30분 뉴욕 증시에서 나스닥은 0.5% 상승세로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S&P500 지수는 0.3%, 다우는 0.2% 오름세를 보이고요. 엔비디아가 1.4% 오르면서 출발했고요.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클라우드 기업들도 1% 안팎 상승세로 거래되었습니다.

그러나 좋은 분위기는 오전 10시 바클레이스가 주최한 금융 콘퍼런스에서 은행 경영진들이 발언을 시작하면서 흔들렸습니다.

자동차, 주택 금융 등을 전문으로 하는 앨라이 파이낸셜(Ally Financial)의 러셀 허친슨 CFO는 "7, 8월에 소매 자동차 사업에서 연체금과 순상각금(회수 불가능한 부채)이 예상보다 각각 20bp와 10bp 증가했다. 우리 고객은 높은 인플레이션과 생활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최근 고용 상황도 약화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어려움을 겪는 고객, 특히 61일 이상 연체된 차용자의 수를 고려할 때 저조한 실적이 나올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대손충당금도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고요.

이에 대해 KBW의 산제이 사크라니 애널리스트는 "앨라이의 가이던스는 분명히 실망스러웠다. 이것이 앨라이에 국한된 것인지 아니면 '탄광의 카나리아'인지 의문이 제기된다"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의 대니얼 핀토 사장도 이 콘퍼런스에서 시장이 실적 기대치를 낮춰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월가가 내년 순이자 수입(NII) 900억 달러를 예상하는 데 대해 "별로 합리적이지 않다. 그 숫자는 더 낮을 것으로 생각한다. 지금 그에 대해 가이던스를 주지는 않을 것이지만, 900억 달러는 약간 너무 높다"라고 말했습니다. NII는 대출과 투자에서 얼마나 많은 이자를 벌어들이는지 나타내는 것으로, 은행의 핵심 수입원입니다. 핀토 사장은 Fed의 기준금리를 낮추면 시장 금리가 낮아지면서 NII가 떨어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비슷한 시간에 제이미 다이먼 회장은 다른 행사에서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테이블에서 내려놓지 않았다. 높은 인플레이션 속에 경기가 침체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은 최악의 결과"라며 또다시 특유의 비관론을 제기했지요. 그는 미 정부의 재정적자 증가, 인프라 지출 증가 등을 지목하면서 "그것들은 모두 인플레 요인이다. 그것을 보고 '우린 이미 (인플레이션) 숲에서 벗어났어'라고 말하긴 어렵다. 난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JP모건의 주가는 한때 7.5%까지 떨어졌습니다. 2020년 6월 이후 가장 큰 하루 하락 폭이었죠. JP모건 주식 뿐 아니라 은행 주가가 모두 흔들렸습니다. 결국, JP모건은 5.19% 하락했고요. 앨라이 파이낸셜은 17.62% 폭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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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아침까지만 해도 Fed가 은행 자본금 상향 요구에서 대폭 후퇴하면서 은행주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죠. Fed는 '글로벌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은행'(G-SIB)의 자본금 요건을 종전보다 9%만 올리기로 했는데요. 작년 실리콘밸리 은행(SVB) 파산 이후 19%로 상향하려던 계획에 비하면 크게 완화된 것입니다.

은행주 충격이 컸던 것은 전날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솔로몬 CEO가 3분기 트레이딩 관련 매출이 1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힌 뒤여서 더 그랬습니다. 지난 8월에 시장 환경이 전반적으로 나빴었다는 것이죠.

그렇다고 은행들이 경제에 비관적인 것은 아닙니다. 핀토 사장은 "장기적으로 성과는 훌륭할 것이다. 내년 회사의 성과도 매우 좋을 것이다. 하지만 NII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브라이언 모이니한 CEO는 "전반적인 대출 수요는 괜찮다"라며 잔액이 약 0.75% 증가했지만, 일부 기업은 높은 금리 때문에 대출을 덜 받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예금은 안정적으로 유지되었다고 덧붙였고요. 다만 3분기 트레이딩 매출은 한 자릿수 초반의 속도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워런 버핏이 왜 뱅크오브아메리카 주식을 파는지 묻자 "솔직히 말해 물어볼 수도 없고, 그래서 그가 정확히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시장은 어쨌든 주식을 흡수하고 있다. 그리고 인생은 계속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JP모건이 망친 시장, '오라클 효과'로 버텼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시장이 민감했던 것은 아침에 나온 중소자영업연맹(NFIB)의 8월 중소기업 낙관 지수가 전달보다 2.5포인트 떨어진 91.2로 낮아졌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5개월 만에 처음 하락한 것인데요. 하락 폭이 2년 만에 가장 컸습니다. ▲긍정적 이익 추세를 보고한 곳(7월 -30%→8월 -37%) ▲매출 증가를 예상하는 곳(-9%→-18%) ▲경기 개선을 예상하는 곳(-7%→-13%)이 모두 크게 감소했습니다. ▲고용을 계획하는 곳(15%→13%) ▲판매 가격을 올리려는 곳(22%→20%) ▲재고를 늘리려는 곳(2%→-1%)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불확실성 지수도 90→92로 상승했는데, 이는 팬데믹 초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JP모건이 망친 시장, '오라클 효과'로 버텼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아치 캐피털의 파커 로스 이코노미스트는 "소기업의 자신감이 상당히 크고 광범위하게 악화된 것은 8월 베이지북의 침체한 전망과 일치한다"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일부에선 정치적 영향이 있었다고 봅니다. 자영업자들은 공화당 지지자가 많은데, 8월에는 민주당 후보가 교체되고 해리스 부통령의 인기가 높아졌지요.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는 "1976년 이후 대선 기간, 공화당이 백악관에 있을 때 소기업의 낙관적 분위기가 더 높았던 경향이 있었으며, 특히 선거 후에 두드러졌다. 해리스가 민주당 후보로 나서면서 트럼프와의 격차를 좁혀진 상황이 부정적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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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락하는 유가도 투자 심리를 불안하게 만들었습니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4.31% 내린 배럴당 65.75달러에 거래를 마쳤고요. 브렌트유는 3.69% 떨어진 배럴당 69.19달러를 기록했습니다. 모두 2021년 12월 이후 최저입니다. OPEC이 월간 보고서에서 중국 경제 둔화 등을 반영해 올해 세계 석유 수요 증가분 전망치를 기존 하루 211만 배럴에서 203만 배럴로 하향 조정한 게 직접적 원인입니다. OPEC은 내년 수요 전망치로 기존보다 4만 배럴 낮춘 하루 174만 배럴로 제시했습니다.

이에 대해 골드만삭스는 원유 현물 수요는 여전히 괜찮지만, 투자 수요가 역사적인 공매도로 인해 낮은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숏스퀴즈가 생길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원유 가격이 지난 7일 중 6일 동안 하락했습니다.

주춤하던 증시는 오후 1시 이후 상승세를 회복했습니다. 오후 1시에 나온 미 국채 3년물 경매(580억 달러)가 성공한 것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습니다. 발행 금리는 3.440%로 발행 당시의 시장 금리 3.457%보다 1.7bp 낮게 형성됐습니다. 지난달 경매 수익률(3.81%)보다 훨씬 낮았는데도, 수요가 몰린 것은 Fed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것이죠. 응찰률은 2.662배로 최근 6회 평균(2.564배)보다 높았고, 특히 해외 수요를 나타내는 간접 입찰은 지난달 64.4%에서 78.24%로 상승해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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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채권시장에서는 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오후 5시께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5.9bp 내린 3.64%, 2년물은 7.1bp 내린 3.596%를 기록했습니다. 2023년 중반 이후 최저치입니다.

시장 상승에는 내일 아침 CPI에 대한 기대도 있습니다. 인플레이션 꺾어진 뒤 지난 몇 동안 CPI 등 물가가 발표되는 날에는 통상 증시가 강세를 보여왔죠. 8월 헤드라인 CPI는 전월 대비 0.2%(0.17%), 전년 대비 2.6% 상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7월(0.15%, 2.9%)과 비교해 전년 대비로는 크게 둔화하는 것이죠. 근원 CPI는 한 달 전보다 0.2%(0.21%), 1년 전에 비해선 3.2% 오를 것으로 관측합니다. 7월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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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던 트러스트의 칼 테넌바움 이코노미스트는 "Fed는 안심할 만한 인플레이션 데이터를 찾고 있는데, 다행히도 그들은 그런 수치를 얻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네이션 와이드의 캐시 보스얀치치 이코노미스트는 유가 하락으로 헤드라인 CPI가 전월 대비 0.1% 상승에 그칠 것으로 보는데요. 보스얀치치는 "그렇게 되면 Fed는 매우 만족할 것이다. 이런 종류의 수치는 Fed가 금리를 인하하고 노동 시장에 주의를 기울일 수 있도록 해준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투자자의 시각도 비슷합니다. 22V 리서치 설문조사를 보면 48%는 CPI에 대한 시장 반응이 '혼조/무시할 만하다'라고 예상했고, 32%는 '위험 선호'(risk on), 20%만이 '위험 회피'(risk off)라고 답했습니다.

다만 CPI가 다음주 금리 인하 규모에 영향을 줄지에 대해선 시각이 엇갈립니다. 시티의 베로니카 클라크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 데이터는 Fed 결정에 미치는 영향 측면에서 고용 데이터에 밀린다. 하지만 첫 번째 금리 인하의 적절한 규모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에서 8월 CPI 데이터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닉 티미라오스 기자는 "CPI가 얼마나 금리를 인하할지 결정에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경제 활동/고용 데이터가 더 중요하다. FOMC 전까지는 그런 데이터로 실업급여 청구 건수와 소매판매가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로이터가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지난 6~10일 벌인 여론조사를 보면 이코노미스트 101명 가운데 92명이 Fed가 18일 기준금리를 25bp 인하할 것으로 봤습니다. 압도적이죠. 50bp 인하는 9명에 그칩니다. 올해 나머지 기간에는 95명 중 65명이 올해 세 차례 25bp 인하(총 75bp)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또 '올해 50bp 인하가 있을 것을 보는가'라는 질문에는 71명이 답했는데 그중 54명은 '가능성이 작다'라고 봤습니다. 그중 5명은 '매우 낮다'라고 답했고요. 나머지 13명은 '그럴 것 같다'라고 했고요. 4명은 매우 그럴 것 같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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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나스닥은 0.84%, S&P500 지수는 0.45% 상승했고요. 다우만이 0.23% 하락세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엔비디아(1.53%)와 반도체주(AMD 3.40%, 브로드컴 5.25%, ARM 1.34% 등),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2.09%) 아마존(2.34%) 등 클라우드 서비스 주가가 급등하면서 시장을 이틀 연속 상승세로 이끈 것입니다. 오라클의 '엘리슨' 효과겠지요. 오라클은 11.44% 뛰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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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아일랜드가 매긴 144억 달러 규모의 세금에 대한 법정 싸움에서 패소한 애플은 주가가 0.36% 내렸고요. 역시 유럽에서 시장지배력 남용을 이유로 24억 유로 벌금을 얻어맞은 뒤 소송을 벌였던 알파벳도 패소했습니다. 알파벳의 주가는 0.31% 올랐습니다.

업종별로는 에너지와 금융을 빼고 모든 업종이 상승했습니다. 에너지는 1.92% 급락했고 금융 업종도 1% 가까이 하락했습니다. 엑손모빌은 3.64% 떨어졌고 셰브런도 1.48% 내렸습니다.
JP모건이 망친 시장, '오라클 효과'로 버텼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오늘 밤 대선 TV 토론이 열리고요. 내일 아침 8월 CPI가 발표됩니다. 그리고 18일 FOMC가 통화정책 결정을 내놓고 나면 계절적으로 가장 나쁜 9월 하반 월이 본격화됩니다. 월가는 변동성이 이어질 것으로 봅니다. 투자자들이 경기 둔화에 대해 걱정하기 시작한 데다 올해는 11월 대선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더해진 상황이니까요. 그러나 전반적으로 강세장은 유지될 것이란 분석이 다수입니다.

모건스탠리 자산운용의 짐 캐론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Fed는 9월 금리 인하를 시작하며, 25bp를 내릴 것으로 보인다. Fed는 노동 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제롬 파월 의장은 "경제 악화를 환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는 금리 인하가 얼마나 빠르거나 선제적으로 이루어질지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이는 또 채권 시장과 주식 시장이 고용 및 경제 데이터의 약세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즉, 약한 데이터에 대한 반응으로 금리 인하가 더 빨리, 많이 반영될 가능성이 크며, 반대로 강한 데이터가 나오면 가격에 반영됐던 게 되돌려질 수 있다. 이는 달러/엔 환율에도 영향을 미치며, 지난달 목격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킬 수 있다. 앞으로 미국 내 정치적 변동성도 더 커질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비관론자'인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최고투자책임자는 "고용 등 성장 데이터가 하락세로 기울어져서 투자자들은 잠재적인 경착륙 위험에 대한 우려를 하고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우려가 가장 잘 드러나는 게 2년물 국채라고 봤는데요. 2년물 수익률과 기준금리 간의 스프레드가 지난 40년 동안 가장 큰 수준으로 벌어졌다는 겁니다. 이는 Fed가 완화 측면에서 뒤처졌다고 채권 시장이 믿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채권 시장이 Fed가 더는 뒤처지지 않는다고 믿기 시작할 때까지, 고용 데이터가 방향을 바꾸어 실질적으로 개선되거나 추가 부양 정책이 도입될 때까지 증시는 위험 선호 분위기에서 거래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Fed가 다음주 FOMC까지 블랙아웃 기간에 있고, 거의 한 달 동안 핵심적인 고용 데이터가 없으므로 변동성은 높게 유지될 가능성이 크고 전반적으로 밸류에이션 압박이 나타날 것"이라며 "이 모든 것은 S&P500지수의 공정 가치 범위인 5000~5400을 돌아보게 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약간은 중립적인데요. 골드만삭스는 Fed의 금리 인하 예상을 고려하면 경기 침체 위험은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며, 증시가 20% 이상 하락할 가능성은 작다고 분석했습니다. 크리스천 뮬러-글리스먼 전략가는 "시장이 높은 밸류에이션, 엇갈린 성장 전망, 정책 불확실성으로 인해 연말까지 하락할 수 있지만, 경제가 건강한 민간 부문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어서 곧바로 약세장으로 빠질 가능성은 낮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역사적으로 1990년대 이후 경기 사이클이 길어지고 거시경제 변동성이 감소하고 있으며 중앙은행의 완충 역할로 인해 지수 20% 이상 내리는 약세장 발생 빈도는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골드만은 자산 배분에 있어 전략적으로 중립을 유지하지만 향후 12개월 동안 약간 위험을 감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