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에 살고 사랑에 산 한국의 목소리, 소프라노 조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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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류태형의 K-클래식 인물열전
소프라노 조수미
소프라노 조수미


수경은 절대음감의 소유자였다. 노래를 라디오에서 들으면 바로 피아노를 치면서 따라 불렀다. 사실 성악가로서의 운명은 태어나기도 전에 결정됐다. 오페라 애호가였던 어머니는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와 레나타 테발디의 노래를 하루 종일 틀어놓고 태교를 했다. 딸이 태어나면 자신이 하고 싶었던 성악가의 꿈을 이루게 하리란 마음도 먹었다. 의욕적인 어머니 덕에 수경은 안 해본 게 없었다. 피아노, 발레, 가야금, 피겨스케이팅은 물론이고 미술학원, 웅변학원도 다녔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나간 웅변대회에서 목소리 연구가가 수경의 웅변을 듣고 ‘목소리가 너무 독특하다. 연구 대상’이라고 말해 주었다. 이 대회에서 초중고대학생 등 모든 연령대 참가자들을 통틀어 수경이 대상을 받았다.
어린 시절 수경은 음악인이나 예술인에게 큰 관심이 없었다. 되고 싶은 사람은 동물 보호단체의 일원이나 수의사, 선교사 등이었다. 어려운 사람들, 말 못하는 동물들을 도와주는 사람들은 존경했다. 커서 수의사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것도 그 무렵이었다. 수경은 동물 특히 개와 고양이를 좋아했다. 떠돌이 개를 발견하면 집에 데려와 돌봐주곤 했다. 수경은 정의로웠고 열정적이었다. 불의를 보면 못 참는 스타일이었다.
선화예고에 진학한 수경은 합창단 활동에 열중했다. 솔로도 중요하지만 함께 만들어내는 음악이 아름답고 중요하다는 걸 합창 활동을 하면서 유병무 선생님께 배웠다. 서울대 음대 81학번으로 수석입학한 수경은 은사 이경숙 선생님께 독일 가곡과 오페라를 배웠다. 어린 나이였음에도 슈베르트, 브람스, 볼프 등 심오한 독일 리트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수경은 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성격의 소유자였다. 세계 활동을 위해 서양인들이 발음하기 쉬운 ‘수미’로 개명하고 공부에 열중한다. 5년제 음악원을 2년만에 졸업했다. 음악사, 무대학, 서양논리, 종교학 등을 이탈리아어로 시험을 봐야 했기에 어학원도 열심히 다녔다.
2년 만에 음악원을 끝내고 바로 국제 콩쿠르 준비를 했다. 1등을 하면 상금을 받으니까. 다행히 입상을 했고 그녀의 이름 ‘수미’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언급한대로 조수미는 모차르트 ‘마술피리’ 중 ‘밤의 여왕’ 배역으로 세계에 알려졌다. 오페라 음반의 역사에서 전설적 소프라노 크리스티나 도이테콤과 쌍벽을 이루는 밤의 여왕으로 손꼽힌다. 게오르그 숄티, 아르맹 조르당, 아르놀트 외스트만 등이 앞다퉈 조수미를 밤의 여왕으로 기용했다. 밤의 여왕은 힘든 배역이다. 아무리 연습을 많이 해도 당일 컨디션이 안 좋으면 소리가 잘 안 나온다. 조수미 스스로도 ‘부자연스럽다. 비인간적이다’라고 지칭했다. 조수미는 밤의 여왕이 되기 위해 부던히도 노력했다. 요란한 무대 메이크업을 마다하지 않았다. 화려한 왕관과 의상에다 날아다닐 수 있게 와이어장치를 달기도 했다. 로스앤젤레스에서는 공중그네를 타고 날아다니며 불렀다. 위험하기도 해서 생명보험에 사인하면서 출연했다.

공연할 때마다 많은 준비를 하는 조수미는 무대 위에서 객석의 관객들과 교감을 나눈다. 모든 것을 주고 난 뒤 비워진 자신을, 관객이 그녀에게 준 사랑으로 채운다. ‘많이 주면 줄수록 돌아오는 사랑은 더 커진다’는 그녀의 지론은 공연예술의 중요한 철학처럼 다가온다.


류태형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