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내릴 뻔했다?…고용 80만 개 감소, 놀랄 일 아닌 이유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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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농업 고용 하향 수정은 애초 생각했던 것보다 미국의 노동 시장이 뜨겁지 않음을 보여줬습니다. 지난 3월까지 12개월 동안 기업들은 기존 발표보다 81만8000개 적은 일자리를 만든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7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OMC) 회의록에서는 대다수 위원이 9월 금리 인하를 적절하다고 생각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에 월가의 9월 금리 인하에 대한 믿음은 더욱 굳어졌습니다. 50bp 인하 베팅도 살짝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경기가 더 나빠져야 50bp 인하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에서 경기 둔화 없는 25bp 인하가 시장에 더 낫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미 노동통계국(BLS)은 오전 10시 30분께 지난 1년간의 비농업 고용에 대한 벤치마크 수정(예비)을 발표했습니다. 작년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12개월 동안 비농업 고용은 애초 발표된 것보다 81만8000개 적은 것으로 하향 수정됐습니다. 이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이후 가장 큰 수정입니다. 지난 1년간 약 290만 개가 아닌 '겨우' 210만 개 일자리만 생긴 것입니다. 즉 그동안 월 24만6000개씩 일자리가 증가한 것으로 생각했는데, 17만8000개 정도만 늘어난 것이죠. 지난 며칠 동안 월가는 이 데이터를 기다려왔습니다. 하지만 데이터가 나오자 시장은 잠시 널뛰기하다가 원래 수준으로 되돌아왔습니다. 생각보다 노동 시장이 강하지는 않다는 것을 나타낸 대규모 하향 조정에도 왜 별 반응하지 않았을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① 이미 지나간 지난 3월까지의 데이터에 대한 수정이다(물론 같은 방법으로 수집된 3월 이후 고용도 추후 하향 수정될 수 있지만)
② 월평균 24만6000개가 월 17만8000개로 감소했지만, 월 17만 개 고용도 괜찮은 수치다(백악관의 제러드 번스타인 수석 경제 고문은 "수정치가 고용 회복이 역사적으로 강력했고 여전히 강하다는 사실을 바꾸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③ 이민자 유입으로 만들어진 일자리는 빠졌을 수 있다(주별로 납부된 고용세-고용보험-를 기반으로 수정한다. 불법이민자는 고용되었어도 제외됐을 수 있다)
④ 실업률은 변화하지 않았다(실업률은 별도 조사인 가계 조사를 통해 집계된다. 이미 가계 조사에서의 취업인구는 기업조사에서의 고용보다 적게 나오고 있었다)
⑤ Fed는 이미 '월별 비농업 고용이 과장됐을 수 있다'라는 걸 알고 있었다(제롬 파월 의장은 지난 6월 고용 데이터가 과장됐을 수 있다고 밝혔다)
⑥ 하향 수정의 폭은 예상 수준이었다(골드만삭스는 최대 100만 개까지 하향 수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⑦ 내년 2월 최종 수정에서 이번 추정치가 상향 조정될 수 있다(골드만삭스는 지난 4년 동안 매년 그랬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은 이번 수정이 하향 수정 폭을 과장했다며 적정한 하향 조정은 30만 개 수준이라고 추정했다)
어쨌든 고용 데이터 하향 수정은 Fed가 좀 더 완화 쪽으로 기울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아주 크지는 않았지만요. 에버코어 ISI는 "일자리 81만8000개 하향 수정은 2009년 이후 가장 큰 하향 수정이지만, Fed에게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닐 것이다. 어쨌든 이는 노동 시장이 제약적 통화 정책 밑에서 약화하고 있으며, 적절한 시기에 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Fed의 평가를 강화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해군연방신용조합의 로버트 프릭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개정은 일자리가 100만 개 감소할 것이라는 추정치를 고려하면 충격적이지 않다. '경제가 여전히 확장되고 있다'는 생각에 도전할 정도는 아니지만, 월별 일자리 증가 추세는 더 둔화할 것으로 예상해야 한다. Fed에 금리를 인하하라는 추가 압력을 가하는 신호"라고 설명했습니다.
ING는 "오늘 대규모 수정은 지난 3월 이후 일자리 데이터의 질에 대해서도 의심하게 한다. 7월 고용보고서에서 일자리, 실업률, 근무시간 등 모든 점이 약세를 보였다는 점을 고려할 때 오늘 업데이트는 Fed가 통화 정책을 완화하도록 더 많은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0.1~0.2% 안팎 상승세로 출발한 뒤 수정된 고용 데이터가 발표되자 짧게 요동쳤습니다. 하지만 11시께 다시 0.2% 안팎으로 되돌아왔습니다.
뉴욕 채권 시장에서 국채 금리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보합 선에서 거래되던 채권은 3~4bp를 오르락내리락하더니 소폭 하락세를 나타냈습니다. 아무래도 9월 인하에 조금이라도 긍정적이니까요. 시장에 더 큰 영향을 준 것은 오후 2시 공개된 지난 7월 FOMC 회의록이었습니다. 지난 7월 30~31일 열렸던 FOMC는 금리를 유지했지만, 인하가 가까워졌다는 신호를 보냈었습니다. 파월 의장은 "금리 인하가 이르면 다음 회의(9월)에서 논의될 수 있다"라면서 "금리를 움직이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실제적인 논의가 있었다"라고 밝혔었죠.
그런데 오늘 회의록에서 얼마나 인하에 가까워졌는지 밝혀졌습니다. 많은 위원이 9월 금리 인하 의향을 밝혔고, 일부는 7월에 내릴 것을 제안했다는 게 드러난 것입니다. ▶"대부분은 데이터가 예상대로 계속 나온다면 다음 회의에서 정책을 완화하는 것이 적절하리라 생각했다”(The vast majority observed that, if the data continued to come in about as expected, it would likely be appropriate to ease policy at the next meeting)
▶"몇몇 참석자는 최근 인플레이션의 진전과 실업률 상승이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5bp 인하하는 게 타당하다는 근거를 제공했다고 지적하며, 그런 결정을 지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several observed that the recent progress on inflation and increases in the unemployment rate had provided a plausible case for reducing the target range 25 basis points at this meeting or that they could have supported such a decision)
▶"대다수는 고용 목표에 대한 위험이 증가했다고 언급했고, 많은 참가자는 인플레이션 목표에 대한 위험이 감소했다고 말했다"(A majority of participants remarked that the risks to the employment goal had increased, and many participants noted that the risks to the inflation goal had decreased)
BMO는 "금리 인하는 이미 지난달 말에 준비되고 있었다. 파월 의장은 당시 FOMC 기자회견에서 '들어오는 인플레이션 데이터가 좋고 고용 데이터가 약화한다면 9월에 금리 인하가 논의될 수 있다'라고 했는데 그 이후 데이터들은 정말 그랬다. 시장은 이제 잭슨 홀 연설에서 더 확실한 증거를 찾고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고용 데이터 수정+FOMC 회의록은 투자자들의 9월 금리 인하에 대한 믿음을 확고히 만들었습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의 Fed 워치 시장에서는 9월 인하에 여전히 100% 확률로 베팅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50bp 인하 베팅이 전날 29%에서 36.5%로 높아졌습니다. 많은 월가 금융사는 여전히 25bp 인하를 예상합니다. 투자은행 베렌버그의 홀거 슈미딩 이코노미스트는 약간은 다른 정치적 이유로 25bp 인하를 내다봅니다. 그는 "Fed에게 가장 좋은 건 대선 캠페인 중간과 그 직후에 최대한 주목받지 않는 것이다. Fed의 행동과 독립성이 선거운동의 중요한 이슈로 번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면서 "아마도 25bp 정도의 꾸준한 '소규모' 인하가 가장 논란이 적은 옵션일 가능성이 크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사실 공화당의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미 선거일 이전에 금리를 내리지 말라고 경고했고, 민주당의 중진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은 Fed에 금리 인하를 늦추지 말라고 여러 차례 촉구했습니다.
FOMC 회의록이 나온 뒤 국채 수익률은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오후 2시 30분께 3.761%까지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저항선으로 여겨지는 3.8% 밑에선 매도 물량이 나왔습니다. 오후 4시 30분께 10년물 수익률은 1.9bp 하락한 3.799%를 기록했습니다. 2년물은 6.7bp 내린 3.933%에 거래됐습니다. 이와 관련, 구겐하임 파트너스는 "금리 인하가 시작되면 수익률 곡선이 가팔라질 것(steepening)"이라고 밝혔습니다. 즉 단기물 수익률이 장기물보다 빠르게 떨어질 것이란 것이죠. 구겐하임은 경기 하방 위험의 증가로 Fed가 예상보다 빠르게 인하할 것이라며 '연내 최소 25bp씩 세 번 인하'를 내다봤습니다. 고용 데이터가 나빠지면 더 큰 폭의 인하도 가능하다고 덧붙였고요. 그러나 장기 수익률은 국채 발행 증가로 그만큼 떨어지지 않으리라고 예상합니다. 2024년 재정적자가 1조9000억 달러에 달할 것이란 의회예산처(CBO) 추정에 기반한 것입니다. 구겐하임은 "단기 금리는 하락하고 재정적자 충당을 위한 쿠폰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수익률 곡선이 가팔라질 가능성이 크다"라고 분석했습니다.
FOMC 회의록 공개 이후 주요 지수는 상승 폭을 키웠습니다. 오후 4시 다우 지수는 0.14%, S&P500 지수는 0.42%, 나스닥 지수는 0.57% 오른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S&P 11개 업종 중 에너지와 금융을 제외한 9개 업종이 상승했습니다. 타겟이 11%나 폭등하면서 임의소비재 업종이 1.18% 뛰어 가장 높이 올랐습니다. 타겟은 8월 3일로 끝난 분기의 동일 매장 매출이 전년 대비 2% 증가했습니다. 경쟁사인 월마트의 절반 수준입니다. 그렇지만 4개 분기 연속 감소세를 끝냈고, 월가 예상한 1.3%를 크게 상회한 것입니다. 마진도 1.6%포인트 확대되어 6.4%에 달했습니다. 한동안 도달할 수 없었던 장기 목표 6%에 부합합니다. 4월에 35달러 이상 주문 시 무료 당일 배송을 제공하는 연간 99달러 멤버십을 출시한 뒤 디지털 매출이 8.7% 증가했고, 소비자들이 자주 구매하는 약 5000개의 품목의 가격을 할인한 효과로 분석됐습니다.
반면 메이시스는 분기 매출이 예상에 미치지 못한 후 12.91% 급락했습니다. 비교 가능한 매출은 4% 줄었습니다. 메이시스는 "도전적 소비자 환경"에 있다며 매출 가이던스도 낮췄습니다. 달러 가치는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올해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ICE 달러인덱스(DXY)가 장중 100.9를 기록한 뒤 반등하는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작년 말에도 100.6에서 반등한 뒤 지난 4월 106까지 치솟았었죠. 결국, 오후 5시 23분께 전날보다 0.28% 내린 101.15에 거래됐습니다.
BCA리서치는 "Fed는 9월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으며 최근 경제 데이터는 통화 정책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확고히 했다. 금리 인하 기대가 높아지면서 투자자들은 달러 가격을 낮췄다. 그러나 8월 매도로 인해 달러는 거래 범위의 하단에 가까워지고 있으며, 당사는 101 수준에서 매수를 권고한다"라고 밝혔습니다. 큰 그림에서 보면 미국 경제와 시장은 어떤 상황일까요. 블랙스톤의 조 지들 전략가는 7월 19일부터 8월 2일까지 사모펀드, 헤지펀드 매니저, 부동산 거물, 언론인, 전직 정부 관료, 학자, 벤처 투자자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세 차례 식사 모임을 하고 각종 주제에 관해 토론한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그 내용을 전합니다.
▶미 경제는 연착륙한다
대부분 미국 경제가 향후 12개월 동안 경기 침체를 피할 것이라고 믿었다. 성장 둔화를 인정했지만, 많은 이는 금융여건 완화, Fed의 금리 인하 약속, 2025년 예상되는 새로운 재정부양책 등 긍정적 요인을 제시했다. 7월 고용보고서가 나온 뒤 '삼의 법칙'이 발동됐지만, 낙관적 참여자들은 실업률 상승은 올해 100만 명 이상이 새로 노동 시장에 합류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고용 속도는 느려졌지만, 기술 업종 외의 해고는 매우 적다고 덧붙였다.
▶시장 전망은 엇갈렸다
S&P500 지수가 향후 12개월 동안 상승할지 하락할지에 대한 응답은 엇갈렸다. 가장 흔한 답은 현 수준에서 변화가 없다는 것이었다. 절반은 시장이 0~10% 하락할 것으로 봤고, 나머지 절반은 시장이 0~10% 상승할 것으로 답했다. 마지막 런치는 8월 2~5일 격렬한 폭락 중에 이루어졌는데, 당시 참석자들도 이전 두 번의 참가자들보다 더 약세를 보이진 않았다. 소형주와 가치 주는 여전히 인기가 없었고, 대형주와 성장주가 선호되었다. 대형주와 성장주는 마진이 더 높고, 성장 전망이 더 좋으며, 부채가 적지만 소형주는 더 높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는 우려가 이런 선호도 차를 만들었다.
▶가장 매력적인 기회는?
일부 공격적 투자자들은 선호도가 낮은 중·소형주에서 세대적인 기회를 보았다. 매그니피선트 7 이외의 밸류에이션은 매력적 수준이며, S&P600 지수(소형주)의 주가수익비율(P/E)는 1994년 이래 100분위의 17분위에 있다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일본 주식이나 유럽 기업을 기회로 파악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는 역발상 투자 기회일까. 사모 대출(Private credit)은 여전히 매력적으로 평가됐다. 일부 참여자는 상업용 부동산을 지목했다. 최근 맨해튼 미드타운의 사무실 빌딩(135 W. 50th) 매각에서 청산 수준의 가격에 거래됐다는 걸 증거로 지적됐다. 1963년 준공된 23층 규모의 이 건물은 임대율이 35%에 그쳤고 엄청난 할인 가격에 매각되었다. 여러 참여자는 부동산 거래가 활발해지리라 생각했다.
▶AI의 투자 기회는
AI 전문가들이 참여했고, 참석자들은 열광적이었다. AI는 발전하고 있지만, 1년 전 예상만큼 빠르지는 않다. 참석자들은 AI가 제공할 혜택과 주가를 분리해서 생각했다. 가장 공감을 얻은 비유는 1990년대 닷컴 붐이었다. 1996~1999년 나스닥은 기술주 열광이 거품으로 변하기 전에 287% 급등했다. 인터넷의 혁명적 잠재력은 분명했지만, 실현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1990년대 기술 붐에는 촉매가 필요했고, 2006년 아이폰 출시가 인터넷을 사람들의 손끝으로 가져다주었다. 역사는 반복될까? AI가 보편화하려면 전례 없는 투자가 필요하다. 한 참석자는 "과소 투자의 위험은 과다 투자 위험보다 훨씬 크다"라는 알파벳의 순다 피차이 CEO 발언을 인용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이를 철도나 전력망을 구축하는 것에 비유했다. 다만 1990년대 닷컴버블 때 선도 기업과 지금 AI 기업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이익이다. 현재 10대 기술 기업은 닷컴버블이 절정에 달했을 당시 기업들보다 자본 이익률(ROE)이 3배 높다. AI 투자와 관련, 데이터 센터와 전력 공급, 서비스, 유지 관리를 포함한 생태계가 가장 많이 논의된 기회였다. 참석자들은 AI의 원자재 집약적 특성을 강조했다. 구리 등 데이터 센터와 반도체에 많이 사용되는 금속에 대한 2차 강세장이 나타날 수 있다고 봤다. 전문가들은 AI, 생명공학의 융합을 가장 유망한 혁신 분야 중 하나로 꼽았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