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I가 말하는 것 ① 9월 인하 확실 ② 50bp 내릴 확률↓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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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CPI)는 예상에 부합했습니다. 아니 예상보다 약간 좋았습니다. 하지만 세부 내용에 흠이 하나 있었습니다. 주거비가 다시 한 달 만에 0.4% 오르면서 6월(0.2%)보다 반등한 것이죠. CPI에서 30% 넘는 비중을 가진 주거비가 반등한다면 디스인플레이션 경로가 험난할 수 있습니다. 다행인 건 미 중앙은행(Fed)의 벤치마크인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에서는 주거비 비중이 절반에 불과하다는 것이죠. 월가는 7월 생산자물가(PPI)와 CPI를 근거로 이달 말 발표될 7월 근원 PCE 물가가 0.15% 안팎 상승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9월 금리 인하는 확실한 것이죠. 그러나 CPI가 나온 뒤 50bp 인하 주장은 약해졌습니다. 내일 아침에는 7월 소매판매, 주간 신규 실업급여 청구 데이터가 나옵니다. 미국 경제와 노동 시장이 얼마나 잘 버티고 있는지 보여줄 중요한 데이터입니다. 밤새 뉴질랜드 중앙은행(RBNZ)은 예상외로 금리를 종전 5.50%에서 5.25%로 내렸습니다. 2020년 3월 이후 첫 인하인데요. 블룸버그가 사전에 전문가 23명을 조사했을 때 14명은 동결, 9명만 인하를 예상했었지요.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실업률이 높아진 데 따른 것입니다. RBNZ는 "경제 활동의 약화가 두드러지고 광범위해졌다"라며 성장률이 추세 이하로 움직이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영국에서는 7월 CPI가 좋게 나왔습니다. 헤드라인 물가는 전년 대비 2.2% 상승했는데, 예상 2.3%보다 낮았죠. 특히 서비스 인플레이션은 더 크게 둔화했습니다. 6월 5.7%에서 7월 5.2%까지 떨어졌습니다. 영국은행(BOE)의 5.6% 예측보다 훨씬 낮았습니다. 시장에서는 BOE가 올해 두 차례 추가 인하를 하리란 예상이 커졌습니다. 그리고 미국 뉴욕에서 날이 밝았습니다. 아침 8시 30분 발표된 7월 CPI는 헤드라인, 그리고 에너지 및 식품을 제외한 근원 물가 모두 전월 대비 0.2%씩 올랐습니다. 월가 예상과 같았고요. 6월(-0.1%, 0.1%)보다는 반등했습니다. 근원 CPI를 소수점 셋째 자리까지 따지면 0.16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이를 연율로 환산하면 Fed의 인플레 목표 2%를 살짝 밑돕니다. 전년 대비로는 헤드라인 2.9%, 근원 물가가 3.2% 올랐습니다. 6월보다 각각 0.1%포인트씩 둔화한 것입니다. 헤드라인 2.9%는 2021년 3월 이후, 근원 물가 3.2%는 2021년 4월 이후 가장 낮은 것이기도 하고요. 근원 CPI의 최근 3개월 치를 연율로 따지면 1.6%에 그치고요. 6개월 치는 2.8%입니다. 인플레이션은 확실히 둔화하는 추세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세부 요소를 보면 △에너지가 보합세를 보였고 △식품 물가는 0.2% 상승에 그쳤습니다. △의류는 0.4% 하락했고 △신차(-0.2%) △중고차(-2.3%) △항공료(-1.6%) △의료비(-0.3%) 등은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자동차 보험료(1.2%)는 올랐고요. 문제는 CPI에서 40% 비중을 차지하는 주거비가 전월 대비 0.4% 오른 것으로 나타난 것이었습니다. 7월 CPI 상승분의 거의 90%를 차지했지요. 주거비는 지난 2월부터 5월부터 계속 0.4% 오르다가 지난 6월 0.2%로 크게 둔화했었는데요. 다시 0.4%로 반등한 것입니다. 렌트가 0.5%, 주택소유자의 등가임대료(OER)가 0.4% 오른 것으로 각각 집계됐습니다. 판테온 매크로 이코노믹스의 이안 셰퍼드슨 이코노미스트는 "근원 CPI는 0.165%에 불과하다. 다만 세부 내용은 덜 훌륭하다. 임대료가 0.5%, OER이 0.4% 급등했는데 이를 중고차 가격이 2.3% 폭락한 게 상쇄했다. 지난 1월 임대료가 급등한 뒤 넉 달 연속 강한 추세를 유지했었는데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기대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주거비도 1년 전보다는 5.1%까지 둔화했습니다. 2023년 3월 8.2%의 고점보다는 크게 낮아진 것이죠. 주거비를 제외한 근원 서비스 물가, 이른바 ‘슈퍼 코어’ 물가의 상승률도 2개월간 큰 폭 하락한 뒤 7월 팬데믹 이전보다 약간 높은 수준으로 반등했습니다. 6월에 -0.054%였는데 7월 0.205%가 됐습니다. 물론 올해 첫 4개월 동안 전월 대비 0.5% 이상 올랐기 때문에 여전히 뚜렷한 둔화 추세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주거비를 빼면 긍정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주거비는 높았지만, Fed의 물가 벤치마크인 PCE 물가에서는 그 비중이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또 CPI에서 PCE 물가로 들어가는 다른 요인들은 안정세를 보였죠. 골드만삭스는 PPI과 CPI를 바탕으로 오는 8월 30일 발표될 7월 근원 PCE 디플레이터의 경우 전월 대비 0.14% 올랐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웰스파고와 에버코어 ISI는 0.13% 상승했을 것으로 분석하고요. 피치는 "근원 인플레이션은 올해 첫 4개월 동안 Fed의 디스인플레이션 추세에 대한 확신을 해쳤다. 하지만 이제는 그때보다 상당히 낮은 수치로 되돌아왔다. Fed의 확신은 지난 몇 달 동안 회복됐으며 7월 CPI를 이런 확신을 높여 9월 Fed 금리 인하를 성사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에버코어 ISI는 "헤드라인과 근원 CPI 모두 전월 대비 0.2%로 낮은 수치를 기록했지만, 구성 측면에서는 다소 실망스러웠다. 일부에서 기대했던 완벽한 디스인플레이션 데이터는 아니었다. 하지만 Fed가 선호하는 근원 PCE 물가는 안정적일 것으로 추정되며, 이에 따라 9월 금리 인하에 반대하는 위원은 없거나 있어도 한 명에 그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월가는 이미 9월 인하를 시장 가격에 반영해왔습니다. 관심은 25bp를 내릴 것이냐, 50bp를 내릴 것이냐로 이미 옮겨갔죠. 오늘 CPI 데이터가 나온 뒤 시카고상품거래소 Fed워치 시장에서는 9월 50bp 인하 베팅이 어제 53%→오늘 35.5%로 감소했습니다. 대신 25bp 인하 베팅이 47%→64.5%로 증가했습니다. 50bp 인하를 기대해온 측에는 약간 실망스러웠다는 얘기입니다. BMO는 "7월 CPI는 Fed 인플레 목표 달성을 향한 지속적 진전을 보여주며, 통화정책의 지연 효과로 서비스 및 주거비 인플레이션이 더욱 둔화할 수 있다는 좋은 암시를 담고 있다. 이 보고서엔 9월에 Fed의 금리 인하를 막을 만한 내용은 없지만, 시장에서 더 큰 인하(50bp)를 기대하는 것은 여전히 가능성이 작아 보인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반면 지난 7월 고용보고서 발표 직후 9월 50bp 인하로 예상을 바꾼 JP모건과 웰스파고는 CPI가 50bp 인하에 부합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웰스파고는 "7월 CPI 데이터는 대체로 예상과 일치했다. 지속적인 디스인플레이션 내러티브는 변함이 없다. 오늘 데이터는 9월 25bp vs 50bp 논쟁을 종결시키지 못했다. 우리는 7월 실업률 상승과 다른 고용 지표의 악화, 그리고 인플레이션의 지속적 둔화로 인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중립적인 금리로 빠르게 이동하고자 할 것으로 믿는다"라고 밝혔습니다.
JP모건은 "우리는 현재 제약적인 통화정책(기준금리) 수준이 점점 더 악화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완화 주기가 50bp로 시작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월가 대부분은 이 논쟁은 8월 고용 데이터가 나오는 9월 6일, 그리고 9월 11일 발표될 8월 CPI가 나온 뒤에야 결론이 날 것으로 봅니다. 잭슨홀 회의(8월 22~24일) 이후입니다.
ING는 "7월 데이터는 Fed가 2%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궤도에 있음을 시사한다. 이에 따라 Fed는 최대고용이라는 다른 목표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9월 금리 인하는 광범위하게 예상되지만, 인하 규모에 대한 의문이 남아 있다. 이런 관점에서 9월 6일 발표될 8월 고용보고서는 중요하다. 신규고용이 예상보다 둔화하고 실업률이 다시 오른다면 50bp가 확실해질 것이다. 하지만 강한 고용과 실업률이 4.2%로 다시 떨어지면 25bp 인하가 이뤄질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바이탈 날리지도 "7월 CPI 보고서는 Fed가 다음 달 금리를 인하하게 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 규모는 ▲7월 PCE 물가(8월 30일) ▲8월 고용보고서(9월 6일) ▲8월 CPI (9월 11일)에 따라 25bp냐, 50bp냐가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마침 시카고 연방은행의 오스탄 굴스비 총재는 AP통신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은 분명 얼마 전부터 낮아지고 있으며, 기준금리는 매우 제약적"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보다는 노동 시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굴스비는 "중앙은행이 뒤처질 때 위험이 있다. 노동 시장이 정상 이상으로 악화한다면, 우리가 고칠 수 있다고 가정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라며 선제적 금리 인하를 시사했습니다. 하지만 그도 얼마나 큰 폭의 인하를 선호하는지는 밝히기를 거부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닉 티미라오스 기자는 7월 CPI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습니다.
▶7월 CPI는 둔화 추세를 이어갔으며, 이로 인해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이번 보고서는 첫 번째 금리 인하에 반대 의견이 나올 가능성을 줄여준다.
▶하지만 25bp 인하로 시작할지, 50bp 인하로 시작할지에 대한 논쟁을 종결 짓지는 않는다. 50bp 인하하려면 아마도 노동 시장에서 부정적인 신호가 있어야 할 것이다.
▶9월 FOMC의 큰 의문점은 연말까지 몇 번의 인하가 예정되어 있을지다. 9월 발표될 경제전망요약(SEP)은 11월, 12월 정책 경로를 안내하게 된다. 온건한 인플레이션 수치는 세 번의 금리 인하를 기본 시나리오로 만들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9월 인하, 최소 25bp 인하를 가능하게 만든 7월 CPI 보고서이지만 그건 이미 시장에 반영됐습니다. 그리고 기대하던 50bp 인하 가능성은 약해졌습니다. 물론 9월 17~18일 FOMC 전까지 발표될 데이터에 달렸지만요. 투자자들은 그래서 오늘은 상황을 지켜보기로 한 것 같습니다. 이미 지난주 폭락세를 모두 회복하기도 했고요.
뉴욕 채권시장에서 금리는 종일 보합권을 맴돌았습니다. 오후 3시 30분께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2.4bp 내린 3.83%를 기록했고요. 2년물은 1.2bp 오른 3.954%에 거래됐습니다. 10년 수익률은 4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습니다.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아침 0.1~0.3% 약한 상승세로 출발했습니다. 역시 종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결국, 다우는 0.61%, S&P500지수는 0.38% 올랐고 나스닥은 0.03% 강보합세로 마감했습니다. S&P500 지수는 5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고, 다우는 다시 4만 선(40,008.39)을 넘었습니다. 변동성 지수(VIX)는 계속 가라앉아 16으로 떨어졌습니다. 기술주는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였습니다. 매그니피선트 7 가운데 △알파벳(-2.35%) △테슬라(-3.10%) △메타(-0.34%) △아마존(-0.08%) 등 4개가 하락세로 마감했고 나스닥은 강보합에 그쳤지요. 찰스 슈왑의 네이선 피터슨 파생 이사는 "일부 대형 기술주가 약간 약세를 보인 것은 8월 초 폭락 이후 얼마나 빠르게 주가가 회복되었는지를 고려하면 놀랄 일은 아니다. 그저 단기적인 평균 회귀일 뿐이다. 나스닥 100지수가 지난 월요일 일중 최저가에서 약 8.5%나 상승하는 등 격렬한 반등 이후에 차익 실현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업종별로는 11개 중 8개가 올랐습니다. 금융(1.29%)과 에너지(0.66%)가 상승을 이끌었습니다. 반면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는 0.91%나 급락했습니다. 알파벳의 약세로 인한 것입니다. 알파벳은 어제 새로운 AI 기능을 탑재한 픽셀 스마트폰 시리즈를 출시했습니다. 하지만 법무부가 회사 분할을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에 주가가 2.35% 하락했습니다. 지난 5일 연방법원의 아밋 메타 판사는 구글이 검색 시장의 경쟁을 제한하고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구글은 항소 방침을 밝혔고요. 판사는 구글과 법무부 양측에 9월 4일까지 구제책을 내라고 요구한 상태인데요. 심리는 9월 6일 예정되어 있습니다. 블룸버그는 법무부가 논의 중인 구제책 중 하나가 구글 해체라고 보도했습니다. 또 웹 브라우저인 크롬이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운영 체제를 분리하는 방안이 가장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고요. 덜 심각한 옵션으로는 경쟁사와 더 많은 데이터를 공유하도록 강요하고 AI 제품에서 불공정한 이점을 얻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구글이 강제 분할된다면 1980년대 AT&T 해체 이래로 가장 큰 사건이 될 것입니다. 1998년 법무부는 반독점 소송을 통해 마이크로소프트 분할을 노렸지만 결국 4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2001년 11월 합의에 도달했습니다. 분할은 하지 않되 더 많은 규제를 받기로 말이죠. 그 사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지배력이 약화하면서 구글을 포함한 새로운 경쟁자들의 힘이 강해졌었습니다. 시스코는 장 마감 뒤 예상보다 좋은 실적과 탄탄한 가이던스를 내놓았습니다. 4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10% 감소하여 136억 달러를 기록했지만, 예상(135억 3000만 달러)은 상회했습니다. 이익은 주당 87센트로 역시 예상(85센트)을 넘었습니다. 시스코는 오는 10월에 끝나는 1분기 매출이 136.5억~138.5억 달러가 될 것으로 밝혔습니다. 예상보다 조금 많습니다. 1분기 이익도 주당 86~88센트로 제시했습니다. 월가는 85센트로 예측해왔죠. 시스코는 "4분기 사업 전반에 걸쳐 주문이 증가하면서 꾸준한 수요를 보았다"라고 밝혔습니다. 시스코는 올해 들어 지금까지 주가가 10% 하락했는데요. 시간 외 거래에서 5%대(오후 5시 33분 기준) 급등하고 있습니다. 내일은 주간 실업수당 청구 건수와 7월 소매판매 데이터가 발표됩니다. 물가 데이터로 인해 투자자들이 안정을 찾았지만, 이런 성장과 고용 데이터가 지금은 더 중요해졌습니다.
7월 소매판매의 경우 월가는 전월 대비 0.3%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6월 말 딜러망 해킹으로 자동차 판매가 난관을 겪었고 7월에는 회복됐지요. 그래서 자동차를 제외하면 0.2% 증가했을 것으로 봅니다. 6월에는 각각 0.0%와 0.4% 증가했었습니다.
신규 실업급여 청구는 23만2000건으로, 이전주 23만3000건과 거의 차이가 없을 것으로 봅니다. 이 정도의 수치라면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지 않을 것입니다.
내일 아침 월마트 실적도 나옵니다. 월가는 주당 0.65달러 이익을 예측합니다. 1년 전 같은 분기 0.56달러보다 증가하는 것입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발표됩니다. 1분기 침체에서 회복되어 연간 2.3% 성장률을 보였을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만약 예상보다 훨씬 강한 데이터가 나온다면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우려→엔화 상승 재개→엔 캐리 트레이드 추가 청산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