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서울에 거주하는 1인 가구의 주거 선택지 폭은 그리 넓지 않다. 특히 자금이 부족한 청년에게는 더욱 그렇다. 아파트를 선택하기엔 비용이 너무 높고, 오피스텔과 빌라도 신축과 구축에 따라 주거 공간의 질과 가격 차이가 크게 벌어진다. 서울 대학가나 중심 업무지구에 있는 신축 오피스텔은 월세가 100만원을 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고 전세를 선택하자니 전세사기가 우려된다.최근 코리빙 하우스(공유주택)가 1인 가구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코리빙 하우스는 최소한의 주거 공간은 보장하면서 공용 공간을 마련해 주거의 질을 높인다. SK디앤디의 에피소드, MGRV의 맹그로브, 로컬스티치 등 여러 기업이 코리빙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다만 관건은 주거 비용이다.
전용 공간을 작게 공용 공간을 넓게
코리빙 하우스는 개인 공간을 보장하면서 공용 공간을 다양하게 구성해 보다 나은 주거 경험을 주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공용 공간을 확보해 실질적인 주거 면적을 넓히는 셈이다. 공용 공간은 주방, 헬스장, 수영장, 파티룸 등 코리빙 하우스마다 다르다. 아파트의 커뮤니티 센터를 오피스텔이나 빌라 등에 옮겨왔다고 이해할 수 있다.국내 코리빙 업체 중 하나인 ‘셀립’은 서울에서 순라(30실), 여의(133실), 은평(228실) 가디(391실) 4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평균 가동률은 95%를 웃돈다. 조리실부터 영화관, 게임방, PT룸 등 다양한 공용공간이 마련돼 있다. 지점마다 운영 방식도 다르다. 순라점은 주로 외국인 사용자들이 이용하며 에어비앤비를 통한 단기 숙박 개념으로 제공된다. 지난해 입주민을 맞은 가디점은 반려동물과 함께 입주할 수 있다. 은평점은 은평구 내 유일한 코리빙 하우스다. 셀립 관계자는 “은평점 개장은 서울 내 다양한 지역으로 확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며 “코리빙 하우스의 위치에 대한 제약을 극복했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임대료는 주변 시세를 고려해 책정된다. 은평점은 전체 타입의 보증금이 1000만원이고 월 임대료는 65만~70만원 수준이다. 관리비는 12만~15만원이다. 단기 숙박이 가능한 다른 지점의 경우 6개월 미만 거주 기준 보증금이 500만원 이하다. 4개 지점 중 순라·여의는 호텔이고, 은평점은 도시형생활주택이다. 또 가산은 임대형 기숙사 형태로 운영된다. 임대 관리를 전문으로 하지만 향후 확장하는 지점은 개발사업까지 맡는 것이 목표다. 올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두 개 지점을 새롭게 내놓을 예정이다.
코리빙 하우스는 청년만의 대안일까
전문가들은 앞으로 코리빙 시장이 국내에서 점차 확대될 것이라 내다봤다. 배상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리빙 시장이 성숙할 수 있는 조건을 세 가지로 설명했다. 주택가격이 소득에 비해 비싸야 하고, 소비자의 주거공간에 대한 요구가 높아야 하며, 마지막으로 1인 가구의 비중이 많아야 한다. 글로벌 주요 국가 중 이 세 가지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 곳이 없다는 설명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1인가구는 750만2000가구로 전체 가구의 34.5%를 차지한다. 1인가구의 40%가 서울, 경기 등 수도권에 살고 있다. 10가구 중 4가구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1인가구는 늘어나는데 이들이 거주할 만한 질 높은 공간은 부족하다는 점이다. 주거복지법상 한국은 1인가구 최저 주거면적을 14㎡로 규정하고 있다. 평형으로 계산하면 약 4평 남짓되는 크기다. 일본은 25㎡로 한국보다 10㎡나 넓다. 한국 또한 코리빙 시장에 대한 수요가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춘 셈이다.최근 정부도 1인가구를 위한 공유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방침이다. 서울시는 2029년까지 1인가구 공유주택을 2만실 공급한다고 밝혔다. 동대문구 신동역, 중구 약수역, 서대문구 신촌역, 마포구 망원역, 은평구 녹번역, 동대문구 회기역 일대 등 6곳을 사업 검토 대상지로 선정했다. 임대료는 주변 원룸 시세의 50~70%로 책정한다. 다만 공유공간 이용 정도에 따라 요금이 부과된다. 개인이 머무르는 공간은 1인실 기준 최소 전용면적 12㎥ 이상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 가운데 욕실은 2.5㎡ 이상으로 구성된다.
코리빙 하우스의 주요 고객은 20~30대 대학생 혹은 직장인이지만 이용 연령대가 확장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코리빙 하우스 브랜드 맹그로브를 운영하는 MGRV는 최근 시니어 주택 사업도 진행 중이다. 현대건설, 이지스자산운용과 함께 은평구 진관동에 시니어타운을 지을 예정이다. 셀립도 내년 상반기까지 오픈하는 두곳 중 한곳은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다는 계획이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