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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하직원에게 1박2일 동안 가족 의전을 시킨 팀장에게 위자료 200만원을 지급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의전 강요 외에는 다른 종류의 지속적인 괴롭힘 행위가 인정되지 않았는데도 손해배상액으로 200만원을 인정 받았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2021년 7월 A씨는 과학관이 진행하는 '과학 동아리 운영'의 사전답사를 위해 B 팀장과 1박2일 출장을 가게 됐다. 그런데 이 자리에 B 팀장은 배우자와 아들, 딸을 동행시켰다. B 팀장 자신은 수중 촬영 업무를 보면서 A씨에게는 "렌터카로 가족들을 출장지의 기념관 등에 데려다주는 등 여행을 안내하라"고 명령했다. A씨는 졸지에 가이드 역할을 떠맡게 된 셈. 그간 B 팀장에게 쌓인 게 많았던 A씨는 다음 달 H과학관 고충처리 담당자에게 B의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을 신고했다. 둘은 분리 조치 됐다.
H과학관장은 감사를 진행하면서 B 팀장의 다른 비위행위도 적발했다. 과학관 측은 B가 ▲업무 수행 과정에서 과학관 명칭을 남용해 특정인에게 부당이익을 제공한 사실 ▲특정인으로부터 금품 수수 ▲출장지에서 부하직원에 대한 사적 노무 강요 ▲용역비의 부적정한 예산 집행 등을 사유로 중징계를 요구했다.
지난해 6월 H과학관의 인사위원회 의결을 통해 B팀장은 감봉 1개월의 징계처분을 받았다.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약한 징계에 A씨는 다음 달인 7월 사직을 결심하고 그간 쌓인 '분노'를 폭발시켰다. B씨가 자신에게 아홉 차례에 걸쳐 의무사항이 아닌 일을 강요하고 두 차례 걸쳐 모욕했다며 경찰에 고소했다. 하지만 대구지방검찰청 영덕지청은 지난해 12월 업무 강요에 대해 증거 부족으로 '혐의없음', 모욕에 대해서는고소기간 6개월이 경과했다는 이유로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렸다.
그러자 A씨는 "정신적 고통으로 회사를 그만두게 됐다"며 B팀장에게 위자료 3000만원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또 "출장을 가면서 가족을 동반하고 A 혼자 자기 가족들을 렌트카로 안내하도록 한 행위는 B가 팀장 지위를 이용해 업무상의 적정한 범위를 넘어 원고에게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킨 이른바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직장 내 괴롭힘 행위는 인격권을 침해한 민사상 불법행위"라며 "괴롭힘 경위, 정신적 고통의 정도, 피해기간, 사건 후 H과학관과 B의 대응방식과 태도, A가 의원면직하게 된 점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할 때 위자료 액수를 200만원으로 정한다"고 평결했다. B 팀장의 '1박2일' 가족 투어는 200만원짜리 여행이 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직장내 괴롭힘을 당한 피해자들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법적 절차를 밟는다고 설명했다.
피해자는 먼저 강요죄나 명예훼손, 모욕죄 등을 들어 가해자를 형사 고소한다. 그리고 회사 내부에서 직장내 괴롭힘과 관련한 조치나 사실관계의 확인이 있으면 가해자를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한다. 회사의 조치가 미흡하다고 판단하면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출장지에서 '가족 의전'을 강요한 이번 사건은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괴롭힘은 아니라고 판단됐지만 200만원의 위자료가 인정됐다. 그렇다면 일반적인 직장내 괴롭힘의 위자료는 어느 정도일까.
한 노동법 전문 변호사는 "피해자가 사망한 사건이 아니라면 위자료는 보통 100만~1000만원, 괴롭힘이 일시적이거나 상대적으로 가벼운 사안은 100만~500만원 내외"라며 "모욕이나 폭행이 수반된 경우 위자료가 좀 더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회사 대표이사가 25년간 근무한 운전기사에게 욕설, 폭언과 신분상 불이익을 암시하는 발언을 장기간 지속한 결과 근로자가 사망한 사건의 경우 위자료가 6000만원까지 인정된 사례가 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1박 2일 출장서 "우리 가족들 태우고 다녀" 강요한 팀장
H과학관에서 일하던 A씨는 팀장 B와 2020년 6월1일부터 이듬해 9월까지 함께 근무했다.2021년 7월 A씨는 과학관이 진행하는 '과학 동아리 운영'의 사전답사를 위해 B 팀장과 1박2일 출장을 가게 됐다. 그런데 이 자리에 B 팀장은 배우자와 아들, 딸을 동행시켰다. B 팀장 자신은 수중 촬영 업무를 보면서 A씨에게는 "렌터카로 가족들을 출장지의 기념관 등에 데려다주는 등 여행을 안내하라"고 명령했다. A씨는 졸지에 가이드 역할을 떠맡게 된 셈. 그간 B 팀장에게 쌓인 게 많았던 A씨는 다음 달 H과학관 고충처리 담당자에게 B의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을 신고했다. 둘은 분리 조치 됐다.
H과학관장은 감사를 진행하면서 B 팀장의 다른 비위행위도 적발했다. 과학관 측은 B가 ▲업무 수행 과정에서 과학관 명칭을 남용해 특정인에게 부당이익을 제공한 사실 ▲특정인으로부터 금품 수수 ▲출장지에서 부하직원에 대한 사적 노무 강요 ▲용역비의 부적정한 예산 집행 등을 사유로 중징계를 요구했다.
지난해 6월 H과학관의 인사위원회 의결을 통해 B팀장은 감봉 1개월의 징계처분을 받았다.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약한 징계에 A씨는 다음 달인 7월 사직을 결심하고 그간 쌓인 '분노'를 폭발시켰다. B씨가 자신에게 아홉 차례에 걸쳐 의무사항이 아닌 일을 강요하고 두 차례 걸쳐 모욕했다며 경찰에 고소했다. 하지만 대구지방검찰청 영덕지청은 지난해 12월 업무 강요에 대해 증거 부족으로 '혐의없음', 모욕에 대해서는고소기간 6개월이 경과했다는 이유로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렸다.
그러자 A씨는 "정신적 고통으로 회사를 그만두게 됐다"며 B팀장에게 위자료 3000만원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직장 내 괴롭힘 걸리면 위자료 수순..."150만원~1000만원 사이"
법원의 판단은 위자료 200만원을 인정하는 것이었다. 재판부는 "공공기관인 직장 내에서 직속 팀장과 팀원 사이의 위계 관계, 인사 평가자이자 업무 지시자인 B의 지위 등을 고려할 때 B의 사적 행위 지시를 A가 거부하는 것은 사회통념상 쉽지 않다"고 평결했다.또 "출장을 가면서 가족을 동반하고 A 혼자 자기 가족들을 렌트카로 안내하도록 한 행위는 B가 팀장 지위를 이용해 업무상의 적정한 범위를 넘어 원고에게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킨 이른바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직장 내 괴롭힘 행위는 인격권을 침해한 민사상 불법행위"라며 "괴롭힘 경위, 정신적 고통의 정도, 피해기간, 사건 후 H과학관과 B의 대응방식과 태도, A가 의원면직하게 된 점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할 때 위자료 액수를 200만원으로 정한다"고 평결했다. B 팀장의 '1박2일' 가족 투어는 200만원짜리 여행이 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직장내 괴롭힘을 당한 피해자들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법적 절차를 밟는다고 설명했다.
피해자는 먼저 강요죄나 명예훼손, 모욕죄 등을 들어 가해자를 형사 고소한다. 그리고 회사 내부에서 직장내 괴롭힘과 관련한 조치나 사실관계의 확인이 있으면 가해자를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한다. 회사의 조치가 미흡하다고 판단하면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출장지에서 '가족 의전'을 강요한 이번 사건은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괴롭힘은 아니라고 판단됐지만 200만원의 위자료가 인정됐다. 그렇다면 일반적인 직장내 괴롭힘의 위자료는 어느 정도일까.
한 노동법 전문 변호사는 "피해자가 사망한 사건이 아니라면 위자료는 보통 100만~1000만원, 괴롭힘이 일시적이거나 상대적으로 가벼운 사안은 100만~500만원 내외"라며 "모욕이나 폭행이 수반된 경우 위자료가 좀 더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회사 대표이사가 25년간 근무한 운전기사에게 욕설, 폭언과 신분상 불이익을 암시하는 발언을 장기간 지속한 결과 근로자가 사망한 사건의 경우 위자료가 6000만원까지 인정된 사례가 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