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 아파트 커뮤니티보다 낫다는 '월세 60만원' 기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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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불안한 MZ세대
도서관·요가룸·스터티 공간 갖춘
역세권 일대 '공유 주거'로 몰려
SK디앤디·MRGV 등 대기업 참전
서울시도 1인가구 '반값 원룸' 추진
도서관·요가룸·스터티 공간 갖춘
역세권 일대 '공유 주거'로 몰려
SK디앤디·MRGV 등 대기업 참전
서울시도 1인가구 '반값 원룸' 추진
‘57만4000원.’
평균적인 대학가 원룸 시세다. 여기에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카페와 피트니스룸, 워킹스테이션이 딸려온다면 어떨까. 역세권 프리미엄까지 붙으면 더 비쌀 수도 있다.
요즘 독립한 20대가 역세권에 커뮤니티까지 누릴 수 있는 ‘주거 옵션’ 하나가 생겼다. 공유주거시설이다. 각자 전용 14~25㎡ 크기의 방에 주방이나 화장실은 함께 쓴다. 돈을 조금 더 내면 1실 1화장실도 가능하다.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업무·스터디가 가능한 워크스테이션, 시네마라운지, 도서관, 요가룸, 미팅룸까지 이용할 수 있다.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는 3인실의 경우 60만원대, 1인실은 100만원 안팎이 일반적이다.
공유주거는 집주인이 기업이란 게 일반 원룸과는 다른 점이다. 보증금을 떼이거나 갑자기 소유주가 바뀌어 쫓겨날 일은 없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 보니 빌라 전세 사기를 계기로 젊은 세입자들이 수요가 많이 늘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건물 관리주체도 확실하기 때문에 오피스텔처럼 불필요하게 관리비를 걷어 세입자와 마찰을 빚는 일도 적다는 평가다.
SK그룹의 부동산개발사인 SK디앤디는 국내 최대 공유주거 운영사로 꼽힌다. 에피소드 성수101(84실)을 비롯해 성수121, 강남262, 신촌369, 수유838, 서초393 등 3800여실을 소유·운영하고 있다. 2026년까지 1만5000실 확보가 목표다.
공유주거시설 ‘맹그로브’를 운영 중인 MRGV도 있다. MRGV는 현대가(家) 3세인 정경선 현대해상화재보험 최고지속가능책임자(CSO·전무)가 창업한 소셜임팩트 회사 HGI의 자회사다. 정 CSO는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자로 정몽윤 현대해상화재보험 회장의 외아들이기도 하다. 정 CSO의 누나인 정정이씨도 MRGV의 사내이사로 근무하고 있다.
MRGV는 서울 신촌과 동대문·신설·숭인에 이어 최근에는 강원 고성에 워크스테이션 중심의 공유주거시설을 열었다. MRGV는 1000여실을 운영 중으로, SK디앤디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사업자다. 야놀자 클라우드와 KT에스테이트가 함께 운영하는 트러스테이, 홍익대입구를 중심으로 30개 지점을 운영 중인 로컬스티치 등은 다세대주택보다 소폭 큰 규모의 공유주거시설을 운영 중이다.
성지혜 MRGV 매니저는 "공실률은 자연 공실 수준인 5%로 꾸준히 인기가 많다"며 "역세권이다 보니 대학생뿐 아니라 직장인 수요도 있고, 전세가 익숙지 않은 외국인 유학생도 많이 지내는 편"이라고 말했다. 전자계약이 가능해 언어장벽이 높은 부동산 중개 계약보다 간편하다는 것도 젊은 층에 어필한 이유로 꼽힌다. 공유주거를 알아볼 때 눈여겨볼 점은 건물의 용도다. 작년 3월 공유주거에 딱 들어맞는 임대형기숙사 제도가 도입됐지만, 아직 공유주거 중에 임대형기숙사로 지어진 곳은 없다. 맹그로브 신촌 정도가 임대형기숙사를 도입하기 전에 규제 샌드박스가 적용된 곳으로 임대형기숙사의 시초로 볼 수 있는 정도다.
대부분의 공유주거는 도시형 생활주택이나 생활숙박시설로 지어졌다. 도시형 생활주택은 건축 기준이 임대형기숙사보다 엄격하기 때문에 월세는 조금 더 높다. 하지만 누릴 수 있는 삶의 질은 더 낫다. 특히 주차장이 전용면적 30㎡ 미만은 0.5대, 전용면적 60㎡ 이하는 0.6대로 200㎡당 1대인 임대형기숙사보다 많다. 최소 6개월 단위로 계약을 맺는다. 임대차보호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계약갱신청구권도 행사할 수 있다.
생활숙박시설로 지어진 공유주거는 전입신고가 안 되기 때문에 임대차보호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제3자에 대한 대항력이나 우선변제 조항이 인정되지 않는다. 그래서 2~3개월 단기 거주 수요가 많고 내부 편의시설은 호텔만큼 잘 갖춰져 있는 게 특징이다.
1인 가구가 많아지는 만큼 공유주거에 대한 수요도 많아질 전망이다. 서울에선 3가구당 1가구 꼴로 1인 가구다. 서울시는 총 10만 가구의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한다. 임대형기숙사를 적용한 공유주거도 본격적으로 공급이 이뤄지고 있다. 서울시는 제로투엔건축사사무소종합건설과 함께 마포구 망원동에 '크리에이티브 그라운드'라는 임대형 기숙사를 추진하고 있다. 시는 지난 1월 이 사업을 도시건축 창의혁신디자인 시범사업으로 선정해 용적률을 250%에서 최대 360%까지 높여줬다.
최근에는 서울시가 임대형 기숙사 제도를 활용해 1인 가구 공유주택인 '안심특집'을 4년간 2만 가구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역세권이나 도로변, 병원 근처에 주변 시세의 50~70% 수준으로 커뮤니티 시설이 있는 원룸에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3~4개의 개인실 가운데 세탁실과 회의 공간, 주방, 휴게공간, 헬스장 등을 두고 공유하는 형태다. 층고는 2.4m 이상, 개인실 최소 면적 12㎡ 이상으로 '고시원'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층간소음과 벽간소음도 아파트 수준으로 강화된 기준을 적용한다. 공유공간은 1인당 최소 6㎡다. 시는 연내 2500가구 사업승인이 목표다. 현재 동대문구와 중구에서 1000여가구 공급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평균적인 대학가 원룸 시세다. 여기에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카페와 피트니스룸, 워킹스테이션이 딸려온다면 어떨까. 역세권 프리미엄까지 붙으면 더 비쌀 수도 있다.
요즘 독립한 20대가 역세권에 커뮤니티까지 누릴 수 있는 ‘주거 옵션’ 하나가 생겼다. 공유주거시설이다. 각자 전용 14~25㎡ 크기의 방에 주방이나 화장실은 함께 쓴다. 돈을 조금 더 내면 1실 1화장실도 가능하다.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업무·스터디가 가능한 워크스테이션, 시네마라운지, 도서관, 요가룸, 미팅룸까지 이용할 수 있다.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는 3인실의 경우 60만원대, 1인실은 100만원 안팎이 일반적이다.
공유주거는 집주인이 기업이란 게 일반 원룸과는 다른 점이다. 보증금을 떼이거나 갑자기 소유주가 바뀌어 쫓겨날 일은 없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 보니 빌라 전세 사기를 계기로 젊은 세입자들이 수요가 많이 늘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건물 관리주체도 확실하기 때문에 오피스텔처럼 불필요하게 관리비를 걷어 세입자와 마찰을 빚는 일도 적다는 평가다.
SK그룹의 부동산개발사인 SK디앤디는 국내 최대 공유주거 운영사로 꼽힌다. 에피소드 성수101(84실)을 비롯해 성수121, 강남262, 신촌369, 수유838, 서초393 등 3800여실을 소유·운영하고 있다. 2026년까지 1만5000실 확보가 목표다.
공유주거시설 ‘맹그로브’를 운영 중인 MRGV도 있다. MRGV는 현대가(家) 3세인 정경선 현대해상화재보험 최고지속가능책임자(CSO·전무)가 창업한 소셜임팩트 회사 HGI의 자회사다. 정 CSO는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자로 정몽윤 현대해상화재보험 회장의 외아들이기도 하다. 정 CSO의 누나인 정정이씨도 MRGV의 사내이사로 근무하고 있다.
MRGV는 서울 신촌과 동대문·신설·숭인에 이어 최근에는 강원 고성에 워크스테이션 중심의 공유주거시설을 열었다. MRGV는 1000여실을 운영 중으로, SK디앤디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사업자다. 야놀자 클라우드와 KT에스테이트가 함께 운영하는 트러스테이, 홍익대입구를 중심으로 30개 지점을 운영 중인 로컬스티치 등은 다세대주택보다 소폭 큰 규모의 공유주거시설을 운영 중이다.
성지혜 MRGV 매니저는 "공실률은 자연 공실 수준인 5%로 꾸준히 인기가 많다"며 "역세권이다 보니 대학생뿐 아니라 직장인 수요도 있고, 전세가 익숙지 않은 외국인 유학생도 많이 지내는 편"이라고 말했다. 전자계약이 가능해 언어장벽이 높은 부동산 중개 계약보다 간편하다는 것도 젊은 층에 어필한 이유로 꼽힌다. 공유주거를 알아볼 때 눈여겨볼 점은 건물의 용도다. 작년 3월 공유주거에 딱 들어맞는 임대형기숙사 제도가 도입됐지만, 아직 공유주거 중에 임대형기숙사로 지어진 곳은 없다. 맹그로브 신촌 정도가 임대형기숙사를 도입하기 전에 규제 샌드박스가 적용된 곳으로 임대형기숙사의 시초로 볼 수 있는 정도다.
대부분의 공유주거는 도시형 생활주택이나 생활숙박시설로 지어졌다. 도시형 생활주택은 건축 기준이 임대형기숙사보다 엄격하기 때문에 월세는 조금 더 높다. 하지만 누릴 수 있는 삶의 질은 더 낫다. 특히 주차장이 전용면적 30㎡ 미만은 0.5대, 전용면적 60㎡ 이하는 0.6대로 200㎡당 1대인 임대형기숙사보다 많다. 최소 6개월 단위로 계약을 맺는다. 임대차보호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계약갱신청구권도 행사할 수 있다.
생활숙박시설로 지어진 공유주거는 전입신고가 안 되기 때문에 임대차보호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제3자에 대한 대항력이나 우선변제 조항이 인정되지 않는다. 그래서 2~3개월 단기 거주 수요가 많고 내부 편의시설은 호텔만큼 잘 갖춰져 있는 게 특징이다.
1인 가구가 많아지는 만큼 공유주거에 대한 수요도 많아질 전망이다. 서울에선 3가구당 1가구 꼴로 1인 가구다. 서울시는 총 10만 가구의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한다. 임대형기숙사를 적용한 공유주거도 본격적으로 공급이 이뤄지고 있다. 서울시는 제로투엔건축사사무소종합건설과 함께 마포구 망원동에 '크리에이티브 그라운드'라는 임대형 기숙사를 추진하고 있다. 시는 지난 1월 이 사업을 도시건축 창의혁신디자인 시범사업으로 선정해 용적률을 250%에서 최대 360%까지 높여줬다.
최근에는 서울시가 임대형 기숙사 제도를 활용해 1인 가구 공유주택인 '안심특집'을 4년간 2만 가구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역세권이나 도로변, 병원 근처에 주변 시세의 50~70% 수준으로 커뮤니티 시설이 있는 원룸에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3~4개의 개인실 가운데 세탁실과 회의 공간, 주방, 휴게공간, 헬스장 등을 두고 공유하는 형태다. 층고는 2.4m 이상, 개인실 최소 면적 12㎡ 이상으로 '고시원'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층간소음과 벽간소음도 아파트 수준으로 강화된 기준을 적용한다. 공유공간은 1인당 최소 6㎡다. 시는 연내 2500가구 사업승인이 목표다. 현재 동대문구와 중구에서 1000여가구 공급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