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 동생들이 더 받아" 재일교포 장남, 유류분 소송 결과는
대한민국 국적의 재일교포가 파친코 사업으로 2157억원 상당의 재산을 남기고 사망했다. 아버지는 장남과 두 딸에게 토지와 현금, 주식 등을 분할해 남기고 상거소(常居所)가 있는 일본 법률을 따를 것을 유언공정증서에 남겼다. 하지만 장남은 자신이 상속을 적게 받았다며 두 여동생을 상대로 유류분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두 여동생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고법 민사24부(재판장 김시철 부장판사)는 지난해 10월 19일 장남 A 씨가 두 여동생 B·C 씨를 상대로 제기한 유류분반환청구 소송(2022나2040001)에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고패소한 1심 판결을 유지했다. 이 판결은 원고 측이 상고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됐다.

소송의 성패를 가른 것은 '특별수익'이었다. 망인이 생전에 가족들에게 증여한 재산을 얼마나 '특별수익'으로 보는지를 놓고 법정 공방이 벌어졌다. 특별수익은 상속재산에 포함돼 계산되기 때문에 유류분이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상거소 법률을 따라야

우선 쟁점이 된 것은 유언자의 상거소가 있는 일본 법률을 적용하는지 여부였다. 한국 민법을 적용하는 경우 원고의 유류분 비율은 9분의 1인 반면, 구 일본 민법을 적용하면 유류분 비율이 1/12로 낮아진다.
"유산 동생들이 더 받아" 재일교포 장남, 유류분 소송 결과는
원고인 장남은 망인인 아버지가 2013년 7월 유언장 작성 이후에도 서울에 아파트 전세를 구하고 2018년 5월 사망 전까지 상당 기간 거주했으므로 한국 민법이 준거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유언공정증서에 일본법을 준거법으로 지정했다고 하더라도, 아버지는 2011년 4월부터 2017년 12월까지의 기간 중 일본으로 출국한 7일을 제외한 나머지 기간 한국에 거주했다”며 “유언공정증서 작성에 따른 준거법 지정 당시 아버지의 상거소가 일본이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상속에 관한 준거법을 일본법으로 지정한 유언공정증서는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망인이 파친코 사업을 하기 위해 설립한 상사의 소재지는 일본이고, 파친코 사업 등을 주된 경제활동으로 주요 자산을 형성했다”며 “망인이 한국에 체류하던 2012년부터 2017년까지의 기간 동안 일본 소득세법상 ‘거주자’의 지위에서, 한국 소득세법상 ‘비거주자’의 지위에서 각각 양국에 소득세 등을 납부한 것은 그 당시 항구적 거주 및 중대한 이해관계의 중심지가 일본이었음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자료에 해당한다”고 했다.

유언공정증서 작성 당시 상거소가 외국에 있었고 사망 시까지 그 상거소가 유지된 가운데, 유언자가 상속에 관한 준거법을 상거소가 있는 곳의 법률을 적용한다고 기재했다면 유언 작성 이후 한국에서 체류했더라도 국제사법 해석상 해당 국가의 법률을 적용할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온 것이다.

구 국제사법은 상속에 관해 "사망 당시 피상속인의 본국법에 의한다"면서도 "피상속인이 유언에 적용되는 방식에 의해 명시적으로 다음 각호의 법 중 어느 것을 지정하는 때에는 상속은 제1항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그 법에 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유언의 방식은 유언자가 유언 당시 또는 사망 당시 국적을 가지는 국가의 법 혹은 유언자의 유언 당시 또는 사망 당시 상거소지법 또는 유언 당시 행위지법으로 의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아내에게 증여된 주식은 재산 형성에 대한 대가"

두 번째 쟁점은 아내와 자녀들이 망인의 생전에 취득한 국내 은행의 주식(AS 주식)을 생계 자본으로서 증여받은 것으로 볼 것이냐였다. 생계 자본으로 증여받은 재산은 특별수익으로 계산돼 상속재산에 포함된다.

구 일본 민법은 생계의 자본으로서 증여받은 것을 더해 상속재산으로 보고 있다. 다만 배우자의 기여에 대한 보상으로 증여한 재산은 생계의 자본으로서의 증여로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의 하급심 판결이 나온 바 있다.

한국 민법도 '특별수익자의 상속분'에 관해 "공동상속인 중에 피상속인으로부터 재산의 증여 또는 유증을 받은 자가 있는 경우에 그 수증재산이 자기의 상속분에 달하지 못한 때에는 그 부족한 부분의 한도에서 상속분이 있다"고 정하고 있다. 다만 부양 내지 기여에 대한 대가의 의미가 포함된 경우 특별수익에서 제외할 수 있다.

구 일본 민법과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공동상속인의 특별수익 시점은 제한이 없다. 대법원은 "공동상속인 중에 피상속인으로부터 재산 증여에 의해 특별수익을 한 자가 있는 경우에는 민법 제1114조의 규정은 그 적용이 배제되고, 따라서 그 증여는 상속개시 전의 1년간에 행한 것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유류분 산정을 위한 기초재산에 산입된다"고 판시하고 있다.

원고는 망인이 어머니에게 증여한 146억원 상당의 AS 주식 30만여주를 특별수익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특별수익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파친고 사업을 실질적으로 함께 운영하면서 재산을 형성하고 유지한 것에 대한 보상 내지 대가의 성질을 가지므로 이를 생계의 자본으로서의 증여(상속분의 선급)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장남의 보유주식은 '특별수익'

이번 소송에서 성패를 가른 것은 장남인 원고의 가족이 보유한 AS 주식 81만여주를 '특별수익'으로 볼 것이냐였다. 여동생 B(49만여주)와 C(49만여주)는 보유하고 있는 AS 주식에 관해 생계의 자본으로 증여받은 것을 인정했기 때문에 다툼이 없었다.

원고는 AS 보유주식의 초기 자산이 된 30만주를 1986년 처음 취득했다. 원고는 고유 자산으로 주식을 취득했으며. 고유자산이 아니더라도 주식 취득금액 1억5000만원을 사전 증여액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파친코 사업을 실질적으로 운영한 것에 대한 기여, 공로 혹은 대가로 증여받은 재산이기에 특별수익으로 평가할 수 없다는 논리다.

하지만 재판부는 장남의 보유주식 대부분인 80만여주를 '특별수익'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망인이 자신의 자금으로 원고 명의로 매수했다"며 "망인이 원고에게 주식 자체를 증여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파친고 사업 운영에 대한 대가 내지 보수로 주식을 증여받았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해당 주식의 가격은 망인의 사망 다음 날 기준 4만8150원이다. 장남이 생계의 자본으로 증여받은 AS 주식 80만여주의 가치는 387억여원으로 산정됐다. 원고가 주장한 1억5000만원 증여액이 387억원의 특별수익으로 판단된 것이다.

재판부는 "장남이 특별수익을 포함해 상속받은 재산이 유류분액을 초과하므로 원고의 유류분 침해액은 존재하지 않으며, 한국 민법에 따라 유류분 비율을 9분의 1로 계산하더라도, 상속받은 재산의 합계액이 유류분액을 초과한다"며 원고의 항소를 기각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