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고용부담금에 세금 매긴다고?…2심서도 "과세대상 아냐"
법이 정한 만큼 장애인을 고용하지 못한 기업이 정부에 내는 장애인 고용부담금은 법인세 부과 대상이 아니라는 법원의 판단이 2심에서도 유지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장애인 고용부담금이 제재 성격의 공과금이 아니라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한 비용 성격을 띤다고 봤다. 세무당국의 판단이 잘못됐다는 법원 판결이 또 다시 나오면서 “그동안 냈던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돌려달라”는 기업들의 환급 요구가 이어질 전망이다.

또 패소한 세무당국…法 "공과금 아닌 세무회계상 손해액"

서울고등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심준보)는 국내 저축은행 A사의 장애인 고용부담금에 매긴 세금을 돌려주라고 판단한 원심에 불복해 세무당국이 낸 항소를 지난해 말 기각했다(사건번호: 2023누45325). 원심대로 A사가 약 7300만원을 돌려받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심의 법령 해석과 법리 설명은 지극히 정당하다”고 밝혔다.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은 근로자 50명 이상을 둔 사업주가 전체 근로자의 3.1% 이상을 장애인으로 고용하지 않으면 일정 금액을 장애인 고용부담금으로 납부하도록 하고 있다. A사는 이에 따라 2019년 약 1억5000만원, 2020년 약 1억6000만원을 고용노동부에 냈다. 이렇게 지출한 부담금은 세무회계상 손해 금액으로 반영되지 않고 법인세 부과 대상에 포함됐다. 2년간 약 7300만원이 장애인 고용부담금에 대한 세금으로 나갔다.

A사는 이에 반발해 조세 불복 소송에 나섰다. A사는 “장애인 고용부담금은 법에서 요구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는 제재 성격의 공과금이 아니다”며 “세무회계상 손해 금액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세무회계상 손해 금액으로 처리된 현금흐름은 과세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장애인 고용부담금에 세금 매긴다고?…2심서도 "과세대상 아냐"
세무당국은 “장애인 고용부담금은 법인세법상 손해 금액으로 반영하지 않는 공과금”이라고 맞섰다. 기획재정부가 2018년 낸 ‘장애인 고용부담금은 법인세법 21조 5항에 해당하는 공과금’이란 유권해석을 근거로 댔다. 법인세법 21조 5항은 ‘법령에 따른 의무 불이행 또는 금지·제한 등의 위반에 대한 제재로서 부과되는 공과금은 세무회계상 손해금액으로 반영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1심은 세무당국의 이 같은 논리를 인정하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장애인 고용부담금 정책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금전 지급의무’ 성격이 더 강하다”고 판단했다. 2심의 결론도 같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정책 실현이란 목적에 기여하는 모든 부담금을 제재라고 볼 수는 없다”면서 “세무당국의 주장은 합당한 논리적 근거를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기업들 세금 환급 요구 줄잇나

세무당국이 2심서도 패소하면서 더 많은 기업이 장애인 고용부담금에 매긴 세금을 돌려달라고 목소리를 높일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상당수 기업이 장애인 고용부담금에 과세하는 것을 부당하다고 여겼지만 기재부의 유권해석 때문에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 채 세금을 내왔다.

대형로펌 조세담당 변호사는 “대법원에서도 이대로 판결이 확정된다면 과세당국이 더 이상 지금의 방침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세금 환급을 요구하는 경정 청구가 잇따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세무당국의 상고로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2024두30809)에 올라가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