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세대 전투기' 개발 제안한 사우디…KF-21 택한 이유는 [김동현의 K웨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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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술 활용한 유무인 복합체계
5세대인 'KF-21'에 일부 구현할 듯
항공 기술력 뒤처진 사우디
韓과 협력으로 무기 국산화 포석
中스텔스기 'FC-31' 도입 저울질
5세대인 'KF-21'에 일부 구현할 듯
항공 기술력 뒤처진 사우디
韓과 협력으로 무기 국산화 포석
中스텔스기 'FC-31' 도입 저울질
사우디아라비아가 우리 군의 차세대 전투기 KF-21 '보라매'를 기반으로 한 6세대 전투기 공동개발을 한국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사우디와 협의를 통해 천천히 관련 계획을 결정하려는 모습이지만, 사우디가 무기 국산화를 위해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어 함께 공동 개발에 나설 가능성도 높다는 평가다.
국내 방산업계에선 지난해 말 '한국형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국산 중거리 지대공 유도미사일 '천궁-Ⅱ'이 사우디로 수출된 데 이어 전투기, 잠수함 등 다른 무기체계까지 한국과 협력이 확대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사우디가 최근 들어 무기 수입선을 미국·유럽 등 서방 선진국에서 한국·중국 등 국가로 선회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점도 호재란 분석이다.
5세대 전투기가 레이더 반사면적을 극도로 줄인 스텔스 성능이 주요 특징이라면 6세대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유무인 복합체계(MUM-T)'를 특징으로 한다. 미국 공군이 6세대 전투기로 개발 중인 '차세대 공중지배 전투기(NGDA)' 프로젝트에 따르면 AI 기반의 자율전투 능력을 갖춘 무인 전투기들과 파일럿이 탄 유인기체가 유무인 편대를 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KF-21의 5세대 전투기 완성 단계로 알려진 '블록-3' 프로그램에도 6세대 전투기 요소 일부가 반영된다. 유무인 복합체계 운용 구현으로 KF-21 블록-3에서 제한적이지만 일부 구현한다는 구상이기 때문이다. 전투기 제조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따르면 KF-21의 블록-3 개발 프로그램은 2029년께 시작돼 2033년에 완성될 계획으로 전해졌다. 사우디가 한국과 6세대 전투기의 공동 개발을 제안한 점도 장기적으로 이같은 KF-21 '블록-3'의 기술 협력을 포석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KF-21 관련 협력을 진행한다면 한국은 사우디 무기 시장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고, 사우디는 자국이 목표로 계획 중인 무기 국산화 비율을 높일 수 있어 서로 윈윈"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사우디는 국내 방위산업 활성화를 위해 2016년 발표했던 장기 국가발전 프로젝트 '비전 2030'를 진행 중이다. 비전 2030에 따르면 사우디 군 장비 구매 예산에서 사우디 국내 생산품 구입 비중을 점진적으로 늘려나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2030년까지 글로벌 방산 분야에서 25위 내 진입, 주요 방산 제품의 50% 국산화가 목표다.
이같은 비전에 따라 사우디 국부펀드(PIF)는 2017년 국영 방산 복합 기업인 'SAMI'를 출범시켰다. 현재 SAMI는 군 장비에 대한 유지보수 서비스(MRO)를 비롯해 군용차, 항공기 등의 현지 생산을 추진 중이다. 특히 무기의 국산화를 위해 해외 방산기업의 기술이전, 사우디 내 생산을 유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통적으로 미국의 중동 최고 맹방이자 최대 무기 수입국이던 사우디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초기에 미국과 갈등을 빚었다. 2018년 살해당했던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에 대해 미국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개입을 지목했기 때문이다. 당시 바이든 행정부는 이전 도널드 트럼프 정부 허가했던 1100억 달러 규모의 무기 판매도 취소했다. 2018년 사우디가 영국에 주문했던 48대 분의 '유로파이터 타이푼' 전투기 구매도 전투기 공동개발국인 독일의 반대로 취소됐다.
최근 독일이 사우디에 대한 무기 판매금지 조치를 해제하고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 IRIS-T를 판매하기로 했다. 하지만 사우디 국내 정치에 간섭하려는 미국 및 유럽에 대한 거부감이 여전히 상당하다는 평가다. 이같은 국제 정세에서 사우디가 무기 도입의 대상국을 '한국 및 중국'으로 상당 부분 향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사우디는 낙후된 자국의 제조 기술력으로 인해 기존 목표가 흔들릴 수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사우디는 그동안 영국, 이탈리아, 일본의 6세대 전투기 공동개발 프로젝트인 ‘글로벌 전투항공 프로그램(GCAP)’에 참여하려 했지만 현재 불발된 상태다. 항공 기술력이 빈약한 사우디가 자본력만 가지고 참가하는 것에 대해 일부 국가들이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사우디는 유럽·일본의 6세대 전투기 프로젝트에 대한 대안으로 한국의 KF-21 공동개발을 통해 기술력을 키우거나, 중국의 스텔스 전투기인 FC-31 도입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방산업계 관계자는 "결국 사우디는 한국에 대해 KF-21 블록-3 전투기 공동개발 파트너 자격을 부여받아, SF-21과 같은 사우디형 자국 전투기를 개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중국에 대해서도 비슷한 기술이전을 요구해, 한·중이 사우디 전투기 시장에서 경쟁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도 높다"고 전망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국내 방산업계에선 지난해 말 '한국형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국산 중거리 지대공 유도미사일 '천궁-Ⅱ'이 사우디로 수출된 데 이어 전투기, 잠수함 등 다른 무기체계까지 한국과 협력이 확대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사우디가 최근 들어 무기 수입선을 미국·유럽 등 서방 선진국에서 한국·중국 등 국가로 선회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점도 호재란 분석이다.
KF-21 '블록-3'에 관심 보이는 사우디
방산업계에 따르면 국방부 및 국방과학연구소(ADD) 관계자들은 지난 달 23~26일 사우디를 방문했다. 이들은 칼레드 빈 후세인 알 비야리(Khaled bin Hussein Al-Biyari) 사우디 국방부 정무차관을 만났다. 양측은 한국 개발 중인 KF-21 설계를 기반으로 한 차세대 전투기의 공동 개발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차세대 전투기는 기존에 우리 군이 계획 중이던 5세대 전투기를 뛰어넘어 6세대 전투기가 주제로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 카타르 등 중동 3개국을 순방한 신원식 국방부 장관도 이같은 사실을 일정 부분 인정했다. 신 장관은 지난 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양국이 합의한 것은 아니지만 사우디가 6세대 전투기 개발에 관심이 있어 한국에 관련 계획에 대해 물어봤다"고 말했다.5세대 전투기가 레이더 반사면적을 극도로 줄인 스텔스 성능이 주요 특징이라면 6세대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유무인 복합체계(MUM-T)'를 특징으로 한다. 미국 공군이 6세대 전투기로 개발 중인 '차세대 공중지배 전투기(NGDA)' 프로젝트에 따르면 AI 기반의 자율전투 능력을 갖춘 무인 전투기들과 파일럿이 탄 유인기체가 유무인 편대를 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KF-21의 5세대 전투기 완성 단계로 알려진 '블록-3' 프로그램에도 6세대 전투기 요소 일부가 반영된다. 유무인 복합체계 운용 구현으로 KF-21 블록-3에서 제한적이지만 일부 구현한다는 구상이기 때문이다. 전투기 제조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따르면 KF-21의 블록-3 개발 프로그램은 2029년께 시작돼 2033년에 완성될 계획으로 전해졌다. 사우디가 한국과 6세대 전투기의 공동 개발을 제안한 점도 장기적으로 이같은 KF-21 '블록-3'의 기술 협력을 포석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KF-21 관련 협력을 진행한다면 한국은 사우디 무기 시장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고, 사우디는 자국이 목표로 계획 중인 무기 국산화 비율을 높일 수 있어 서로 윈윈"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사우디는 국내 방위산업 활성화를 위해 2016년 발표했던 장기 국가발전 프로젝트 '비전 2030'를 진행 중이다. 비전 2030에 따르면 사우디 군 장비 구매 예산에서 사우디 국내 생산품 구입 비중을 점진적으로 늘려나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2030년까지 글로벌 방산 분야에서 25위 내 진입, 주요 방산 제품의 50% 국산화가 목표다.
이같은 비전에 따라 사우디 국부펀드(PIF)는 2017년 국영 방산 복합 기업인 'SAMI'를 출범시켰다. 현재 SAMI는 군 장비에 대한 유지보수 서비스(MRO)를 비롯해 군용차, 항공기 등의 현지 생산을 추진 중이다. 특히 무기의 국산화를 위해 해외 방산기업의 기술이전, 사우디 내 생산을 유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美·獨 'PC주의'에 거부감…韓·中 반사이익 가능성
6세대 전투기는 한국 외에도 미국·유럽·일본 등 무기 선진국을 중심으로 개발이 한창 진행 중이다. 그렇다면 사우디는 한국과 손을 잡으려는 다른 이유가 더 있다는 뜻이 된다. 방산 전문가들은 "미국 및 유럽의 정치적 올바름을 내세운 전투기 판매에 사우디가 염증을 느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전통적으로 미국의 중동 최고 맹방이자 최대 무기 수입국이던 사우디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초기에 미국과 갈등을 빚었다. 2018년 살해당했던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에 대해 미국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개입을 지목했기 때문이다. 당시 바이든 행정부는 이전 도널드 트럼프 정부 허가했던 1100억 달러 규모의 무기 판매도 취소했다. 2018년 사우디가 영국에 주문했던 48대 분의 '유로파이터 타이푼' 전투기 구매도 전투기 공동개발국인 독일의 반대로 취소됐다.
최근 독일이 사우디에 대한 무기 판매금지 조치를 해제하고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 IRIS-T를 판매하기로 했다. 하지만 사우디 국내 정치에 간섭하려는 미국 및 유럽에 대한 거부감이 여전히 상당하다는 평가다. 이같은 국제 정세에서 사우디가 무기 도입의 대상국을 '한국 및 중국'으로 상당 부분 향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사우디는 낙후된 자국의 제조 기술력으로 인해 기존 목표가 흔들릴 수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사우디는 그동안 영국, 이탈리아, 일본의 6세대 전투기 공동개발 프로젝트인 ‘글로벌 전투항공 프로그램(GCAP)’에 참여하려 했지만 현재 불발된 상태다. 항공 기술력이 빈약한 사우디가 자본력만 가지고 참가하는 것에 대해 일부 국가들이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사우디는 유럽·일본의 6세대 전투기 프로젝트에 대한 대안으로 한국의 KF-21 공동개발을 통해 기술력을 키우거나, 중국의 스텔스 전투기인 FC-31 도입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방산업계 관계자는 "결국 사우디는 한국에 대해 KF-21 블록-3 전투기 공동개발 파트너 자격을 부여받아, SF-21과 같은 사우디형 자국 전투기를 개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중국에 대해서도 비슷한 기술이전을 요구해, 한·중이 사우디 전투기 시장에서 경쟁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도 높다"고 전망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