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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잠실에 사는 직장인 박모씨(41)는 "아이가 학교에 가고 남편과 저는 회사에 있는데 아이 뛰는 소리가 들린다니 말이 되냐"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층간소음 가해자로 몰리면서 이사 비용과 시간 등을 썼지만 마음은 훨씬 편하다고 했다.

층간소음 규제 특단책…"준공 승인까지 불허"
층간소음은 크게 경량충격음과 중량충격음으로 나뉜다. 경량충격음은 작은 물건이 떨어지는 등 가벼운 충격으로 발생하는 소음을 뜻한다. 중량 충격음은 성인의 보행, 아이들이 뛰는 소리 등과 같이 무겁고 큰 충격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의미한다. 층간소음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주로 중량 충격음 때문이다.일반적으로 연구기관에서 층간소음을 측정할 때는 뱅머신(타이어가 부착된 층간소음 측정 장비)이나 임팩트볼(고무공)을 1m 높이에서 떨어뜨려 아래층에서 나는 소음을 잰다. 삼성물산, 현대건설 등 주요 건설사의 자체 연구소에선 직접 사람이 걷거나 뛰는 소리, 생활 소음 등을 일으켜 실제 생활과 유사한 형태로 소음을 측정한다.

바뀐 규정에 따르면 민간 아파트는 경량·중량 모두 4등급(49㏈ 이하)을 받아야 준공 승인을 받을 수 있다. 공공아파트는 현재 경량은 3등급(41~45㏈), 중량은 4등급 이상을 받아야 하지만 2025년부터는 모두 1등급 수준(37㏈ 이하)으로 설계하게끔 했다.
대형 건설사들 저감기술 개발 총력전…이런 기술까지
대형 건설사는 앞다퉈 저감기술 개발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삼성물산은 2022년 업계 최초로 국내 최대규모의 층간소음 전문 연구소를 설립했다. 층간소음 전문 연구시설인 '래미안 고요안랩'은 층간소음의 원인과 현황 분석부터 재료와 구조, 신공법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이미 확보한 기술은 실제 아파트 건설 현장에 단계적으로 적용하면서 상용화에 나섰다. 고중량 바닥패널과 스프링을 활용한 층간소음 차단 신기술로 국가 공인기관이 실시하는 바닥충격음 차단 성능 등급 평가에서 경량·중량충격음 모두 1등급 인정서를 받았다.
층간소음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인 건 주관적 요소도 적지 않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소리에 민감한 사람도 있고, 둔감한 사람도 있다. 한 건설사 연구소 관계자는 "실제로 소음 측정 검사를 하다 보면 어떤 사람은 4등급 소리도 잘 안 들린다고 하는데 어떤 사람은 1등급 소리도 들린다고 한다"며 "소음 민감도가 사람마다 다르고 환경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같은 기술을 적용하더라도 똑같은 효과를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주관적 요소까지 반영한 기술도 잇따르고 있다. DL이앤씨는 층간소음 분쟁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D-사일런스 서비스'를 경기 연천군 'e편한세상 연천 웰스하임' 단지에 처음 적용했다. 국내 최초로 개발한 층간소음 알림 서비스다. 거실과 팬트리 벽면에 설치한 센서를 통해 일정 수준 이상의 진동이 감지되면 월패드로 자동 알림을 보내준다. 이 서비스는 센서 민감도 조절할 수 있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정상적인 범위 내 생활 소음에도 아랫집이 민감하게 반응해 갈등이 생기거나 자기 집에서 나는 소음이 아닌데 아랫집 항의에 시달린다고 호소하는 윗집도 많다"며 "윗집과 아랫집이 합의된 기준을 마련해 이 시스템에 반영하면 갈등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