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칼럼] Fed가 기준금리를 내리면 달러도 약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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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은 Fed가 작년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비둘기파(통화 완화정책 선호론자)로 변신했고, 5%를 넘어가던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4%대까지 낮아졌다. 이런 상황에서도 달러지수는 올해 연초대비 2% 정도 올랐고 원·달러 환율은 같은기간 3% 넘게 오르는 불편함에 대해 생각을 해보지 않을 수 없다.
글로벌 달러의 향방이 금융시장에서 위험 선호와 맞닿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시작될 Fed의 기준금리 인하를 기반으로 열리고 있는 파티장에서 언제 빠져나와야 하는지에 대한 가늠자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2022년 3월부터 시작된 Fed의 기준금리 인상과 채권시장 금리 상승이 최근까지 달러 강세를 이끌었음을 감안하면, 앞으로 도래할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에서는 달러의 약세를 예상하는 흐름이 비합리적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특히 올해는 Fed의 기준금리 인하 개시 시점과 속도의 문제만 남아있을 뿐, 기준금리 인하 자체를 부인하는 의견은 흔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올해 달러의 큰 방향성은 아래쪽이 더 유력해보이지만, 최근 강 달러가 컨센서스(달러 하락)에서 엇나가는 현상에서 볼 수 있듯이, 그 궤적을 한번쯤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유럽 중앙은행(ECB)이나 일본 중앙은행(BOJ)보다 ‘상대적으로’ 너무 빨랐다는 데 있다. Fed의 금리 인상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ECB, 그리고 연준의 긴축과는 방향성 자체가 다르게 완화적이었던 BOJ 때문에 유로화와 엔화는 힘을 쓰지 못했고, 그 결과 달러 강세를 견제해줄 수 있는 대항마 없이 달러만이 독주했던 결과이다. 조심스럽게 과거를 가정해보건데, 만약 그 시기에 ECB나 BOJ가 연준과 대등한 속도로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더라면, 아마도 슈퍼달러 혹은 킹달러는 단어는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2022년 그 당시 유럽이나 일본 경제가 미국의 경제 체력과 대등해야만 가능한 시나리오이지만, 그 당시 현실은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슈퍼 달러가 탄생한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달러가 강해지는 국면이라고 하더라도 유로화나 엔화와 같은 통화들이 함께 강한 국면에서는, 우리가 체감하는 달러의 강세(원·달러 환율 상승)는 훨씬 약할 수 있다. 이처럼 두 통화의 상대적 가격인 환율은 항상 거래 상대방을 중심으로 발생하는 ‘상대성 게임’이라는 특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올해 미국 경제는 작년보다 약해지면서 경제성장률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 수준은 시장 컨센서스로 1%대 초중반이다. 심각한 경기침체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숫자이다. 반면 유럽 경제의 맹주인 독일은 작년 연간 성장률이 역성장(-0.3%)을 기록한 가운데, 올해 유럽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슬금슬금 하향조정되면서 0.5%까지 낮아졌다. 유럽에서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미국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다는 얘기이다.
미국과 유럽의 인플레이션을 살펴보면 근원 소비자물가(Core CPI)는 작년 12월에 각각 3.9%와 3.4%로, 유럽의 수요 인플레 압력이 미국보다 더 약한 상황이다. 이 정도면 기준금리 인하가 더 절실한 곳은 Fed보다 ECB라고 봐도 큰 무리가 없고, 이를 반영하는 유로화가 올해 들어 달러대비 1.5% 정도 약세를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본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1%중후반대로 미국보다 소폭 높지만, 근원 소비자물가는 2.7% 수준으로 미국보다 낮다. 인플레이션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고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높은 상황에서, 일각에서 기대하는 것처럼 BOJ가 애써 정책기조를 바꾸어 통화긴축을 서둘러 단행할지 의문이다. 이런 이유때문인지 올해 들어 엔화는 달러대비 4% 넘는 하락세를 보이는 상황이다.
올해 Fed의 기준금리 인하가 개시되더라도, 상황이 더 안좋은 ECB가 기다렸다는 듯이 기준금리를 함께 인하(혹은 연준보다 더 큰 폭으로 인하)하고 BOJ가 완화적 통화정책을 계속 고수한다면, 달러는 크게 약해지기 힘들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런 상황이 실제로 전개된다면, 그때는 정황상 중국 경기도 함께 좋지 않고 위안화도 불안할 가능성이 높다. 원·달러 입장에는 상방 압력만 존재하는 셈이다.
아직까지는 올해 Fed의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되면서 달러가 다소 약해질 것이라는 네러티브가 시장의 메인 컨센서스인 것 같다. 하지만 올해 달러의 향방을 결정하는 핵심적인 키(key)는 Fed가 아닌 ECB와 BOJ가 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럽과 일본, 그리고 중국 등 미국 이외(Non US) 경제권의 매크로 흐름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달러에 대한 전망 컨센서스가 뒤바뀔 가능성을 열어놓고 그와 연동되는 금융시장의 위험선호를 함께 살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최진호 우리은행 투자상품전략부 이코노미스트
올해 들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원·달러 환율
올해 들어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고금리 장기화(higher for longer)를 외치던 작년 같은 분위기에서는 달러가 강하니까 그만큼 원·달러 환율도 레벨이 올라가는게 당연한 흐름이었다.하지만 지금은 Fed가 작년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비둘기파(통화 완화정책 선호론자)로 변신했고, 5%를 넘어가던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4%대까지 낮아졌다. 이런 상황에서도 달러지수는 올해 연초대비 2% 정도 올랐고 원·달러 환율은 같은기간 3% 넘게 오르는 불편함에 대해 생각을 해보지 않을 수 없다.
글로벌 달러의 향방이 금융시장에서 위험 선호와 맞닿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시작될 Fed의 기준금리 인하를 기반으로 열리고 있는 파티장에서 언제 빠져나와야 하는지에 대한 가늠자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2022년 3월부터 시작된 Fed의 기준금리 인상과 채권시장 금리 상승이 최근까지 달러 강세를 이끌었음을 감안하면, 앞으로 도래할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에서는 달러의 약세를 예상하는 흐름이 비합리적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특히 올해는 Fed의 기준금리 인하 개시 시점과 속도의 문제만 남아있을 뿐, 기준금리 인하 자체를 부인하는 의견은 흔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올해 달러의 큰 방향성은 아래쪽이 더 유력해보이지만, 최근 강 달러가 컨센서스(달러 하락)에서 엇나가는 현상에서 볼 수 있듯이, 그 궤적을 한번쯤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환율은 항상 상대성 게임이라는 특징
펜데믹 이후 2022년부터 달러가 ‘슈퍼달러’ 혹은 ‘킹달러’라는 명칭을 얻을 수 있었던 데는, 모두 알고 있는 바와 같이 Fed의 기준금리 인상이 작년까지 계속되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유럽 중앙은행(ECB)이나 일본 중앙은행(BOJ)보다 ‘상대적으로’ 너무 빨랐다는 데 있다. Fed의 금리 인상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ECB, 그리고 연준의 긴축과는 방향성 자체가 다르게 완화적이었던 BOJ 때문에 유로화와 엔화는 힘을 쓰지 못했고, 그 결과 달러 강세를 견제해줄 수 있는 대항마 없이 달러만이 독주했던 결과이다. 조심스럽게 과거를 가정해보건데, 만약 그 시기에 ECB나 BOJ가 연준과 대등한 속도로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더라면, 아마도 슈퍼달러 혹은 킹달러는 단어는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2022년 그 당시 유럽이나 일본 경제가 미국의 경제 체력과 대등해야만 가능한 시나리오이지만, 그 당시 현실은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슈퍼 달러가 탄생한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달러가 강해지는 국면이라고 하더라도 유로화나 엔화와 같은 통화들이 함께 강한 국면에서는, 우리가 체감하는 달러의 강세(원·달러 환율 상승)는 훨씬 약할 수 있다. 이처럼 두 통화의 상대적 가격인 환율은 항상 거래 상대방을 중심으로 발생하는 ‘상대성 게임’이라는 특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연초 이후 달러대비 약세가 지속되고 있는 유로화와 엔화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달러의 방향성에 유의미한 영향력을 미치는 통화들, 그러니까 달러와 쌍을 이루어 가장 많이 거래되는 통화(currency pair)는 유로화, 엔화, 파운드화 같은 선진 경제권 통화들이다. 특히 달러 댓가의 거래에서 유로화와 엔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외환시장 거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달러지수를 구성하는 통화들에서 유로화(57%)와 엔화(13%)의 비중을 합치면 약 70%에 해당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달러의 향방을 살펴볼 때에는, 달러가 이들 통화들보다 상대적으로 얼마나 더 강할지 혹은 약할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관점에서 달러의 향방을 살펴보자.올해 미국 경제는 작년보다 약해지면서 경제성장률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 수준은 시장 컨센서스로 1%대 초중반이다. 심각한 경기침체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숫자이다. 반면 유럽 경제의 맹주인 독일은 작년 연간 성장률이 역성장(-0.3%)을 기록한 가운데, 올해 유럽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슬금슬금 하향조정되면서 0.5%까지 낮아졌다. 유럽에서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미국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다는 얘기이다.
미국과 유럽의 인플레이션을 살펴보면 근원 소비자물가(Core CPI)는 작년 12월에 각각 3.9%와 3.4%로, 유럽의 수요 인플레 압력이 미국보다 더 약한 상황이다. 이 정도면 기준금리 인하가 더 절실한 곳은 Fed보다 ECB라고 봐도 큰 무리가 없고, 이를 반영하는 유로화가 올해 들어 달러대비 1.5% 정도 약세를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본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1%중후반대로 미국보다 소폭 높지만, 근원 소비자물가는 2.7% 수준으로 미국보다 낮다. 인플레이션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고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높은 상황에서, 일각에서 기대하는 것처럼 BOJ가 애써 정책기조를 바꾸어 통화긴축을 서둘러 단행할지 의문이다. 이런 이유때문인지 올해 들어 엔화는 달러대비 4% 넘는 하락세를 보이는 상황이다.
미국 이외(Non US) 경제권의 매크로 흐름이 달러의 향방을 결정지을 전망
올해 Fed가 제시한 기준금리 인하 속도(75bp인하) 이상으로 훨씬 빠르게 반영(150bp인하)하며 미국 채권시장 금리가 낮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강달러가 전개되는 이유는 결국 달러보다 ‘상대적으로’ 더 약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유로화와 엔화가 밑에서 달러를 밀어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연초대비 5% 이상 하락하며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는 코스피와 기준금리 인하에 선을 긋는 한국은행의 중립적인 태도, 그리고 대만의 선거결과와 북한의 정치적 행보는 원화 자산에 대한 외국인의 접근 심리에 부담을 더하며, 원·달러 환율의 고공행진에 일조하는 것으로 보인다.올해 Fed의 기준금리 인하가 개시되더라도, 상황이 더 안좋은 ECB가 기다렸다는 듯이 기준금리를 함께 인하(혹은 연준보다 더 큰 폭으로 인하)하고 BOJ가 완화적 통화정책을 계속 고수한다면, 달러는 크게 약해지기 힘들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런 상황이 실제로 전개된다면, 그때는 정황상 중국 경기도 함께 좋지 않고 위안화도 불안할 가능성이 높다. 원·달러 입장에는 상방 압력만 존재하는 셈이다.
아직까지는 올해 Fed의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되면서 달러가 다소 약해질 것이라는 네러티브가 시장의 메인 컨센서스인 것 같다. 하지만 올해 달러의 향방을 결정하는 핵심적인 키(key)는 Fed가 아닌 ECB와 BOJ가 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럽과 일본, 그리고 중국 등 미국 이외(Non US) 경제권의 매크로 흐름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달러에 대한 전망 컨센서스가 뒤바뀔 가능성을 열어놓고 그와 연동되는 금융시장의 위험선호를 함께 살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