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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호출 서비스 ‘타다’ 운전기사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한 중앙노동위원회 판단이 정당했다는 항소심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운전기사들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보지 않았던 1심 판결이 뒤집힌 것이다.
2심 재판부는 회사가 사실상 운전기사들의 업무행태 내용을 결정하고 지휘·감독했기 때문에 이들을 단순히 프리랜서로 볼 수 없다고 봤다. 최근 플랫폼에 간접 고용된 근로자에게도 근로기준법을 적용할 수 있느냐를 두고 갈등이 잇따르고 있는 만큼 파장이 작지 않을 전망이다.
서울지노위는 A씨의 구제 신청을 각하했지만, 불복절차를 밟은 A씨의 주장을 중앙노동위원회가 받아들이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중노위는 타다 앱에서 A씨의 업무 내용이 결정됐고, 그가 실제로 업무를 하는 과정에서도 VCNC 측의 지휘·감독을 받았다고 봤다. 그러면서 “A씨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라고 결론 내렸다. VCNC는 이 같은 판정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을 맡은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는 2022년 7월 VCNC 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출발지, 목적지 등 A씨의 구체적인 업무 내용은 이용자의 호출로 결정되며, 운전기사는 배차를 수락할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면서 “A씨는 운전용역을 제공한다는 프리랜서 계약을 맺었을 뿐 쏘카와 직접적인 계약 관계가 없다”고 했다. 이어 “종속적인 관계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했다고도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A씨는 타다 앱이 안내하는 대기 장소에서 기다리다가 배차가 되면 앱의 운행경로에 따라 목적지까지 운행했다”며 “이용자가 탑승할 때는 필수적인 안내를 제공할 것을 요구받았다”고 밝혔다. 또한 “회사가 만든 틀 안에서 업무가 정해졌고 A씨가 틀을 벗어나 업무 내용을 스스로 정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운전기사들이 VCNC로부터 세부적인 업무수행 방식에 관한 지시를 받은 정황도 판결의 근거로 작용했다. 재판부는 “운전기사들은 별도의 취업규칙이나 복무규정은 없었지만, 각종 교육자료와 업무 매뉴얼, 근무 규정을 받았다”며 “A씨 역시 업무 수행 방식, 근태 관리, 복장, 고객 응대, 근무실적 평가 등 업무 관련 사항 대부분에 관해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 “운행 도중 배차를 수락하지 않으면 인사평가에 불리하게 적용됐기 때문에 근무 수락 여부, 근무 시간 등을 자유롭게 선택할 권리가 있었다고 할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쏘카는 최근 상고장을 제출하며 법정 다툼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내보였다. 대법원에서도 똑같은 판단이 나오면 쏘카는 A씨에게 계약이 해지되지 않았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을 한꺼번에 지급해야 한다. 그가 실직했던 2019년 7월부터 타다 서비스가 종료된 2020년 4월까지를 임금 산정 기간으로 잡아야 한다.
이번 사건에 관한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플랫폼 업계에선 어떤 근로자까지 근로기준법 적용이 가능한지를 두고 혼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타다와 같은 모빌리티 플랫폼뿐만 아니라 배달, 청소 등 다양한 플랫폼 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가 크게 늘면서 비슷한 갈등 사례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항소심 판결 직후 의견문을 내 “플랫폼 기업들은 '혁신'을 빌미로 한 불공정한 행태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2심 재판부는 회사가 사실상 운전기사들의 업무행태 내용을 결정하고 지휘·감독했기 때문에 이들을 단순히 프리랜서로 볼 수 없다고 봤다. 최근 플랫폼에 간접 고용된 근로자에게도 근로기준법을 적용할 수 있느냐를 두고 갈등이 잇따르고 있는 만큼 파장이 작지 않을 전망이다.
뒤집힌 판결…“운전기사, 단순 프리랜서 아냐”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김대웅·김상철·배상원 부장판사)는 지난해 말 쏘카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부당해고 구제 재심 판정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사건번호: 2022누56601). 원고 승소로 본 1심 판단이 뒤집혔다. 쏘카는 타다 운영사인 VCNC의 모회사다. 2019년 5월 A씨는 VCNC와 운전기사 프리랜서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VCNC가 그해 7월 근무조 개편 및 차량 대수 조정으로 70여 명의 인원을 감축하면서 A씨는 두 달 만에 일자리를 잃었다. A씨는 부당해고를 주장하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다.서울지노위는 A씨의 구제 신청을 각하했지만, 불복절차를 밟은 A씨의 주장을 중앙노동위원회가 받아들이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중노위는 타다 앱에서 A씨의 업무 내용이 결정됐고, 그가 실제로 업무를 하는 과정에서도 VCNC 측의 지휘·감독을 받았다고 봤다. 그러면서 “A씨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라고 결론 내렸다. VCNC는 이 같은 판정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을 맡은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는 2022년 7월 VCNC 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출발지, 목적지 등 A씨의 구체적인 업무 내용은 이용자의 호출로 결정되며, 운전기사는 배차를 수락할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면서 “A씨는 운전용역을 제공한다는 프리랜서 계약을 맺었을 뿐 쏘카와 직접적인 계약 관계가 없다”고 했다. 이어 “종속적인 관계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했다고도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어떤 근로자까지 적용?…플랫폼 업계 '혼란'
항소심의 결론은 달랐다. VCNC가 타다 운전기사들의 업무 내용을 사실상 결정하고 있다고 보고, A씨를 “종속적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고 판단했다. VCNC가 타다 운전기사들의 업무 내용을 사실상 결정하고 있다고 봤다.2심 재판부는 “A씨는 타다 앱이 안내하는 대기 장소에서 기다리다가 배차가 되면 앱의 운행경로에 따라 목적지까지 운행했다”며 “이용자가 탑승할 때는 필수적인 안내를 제공할 것을 요구받았다”고 밝혔다. 또한 “회사가 만든 틀 안에서 업무가 정해졌고 A씨가 틀을 벗어나 업무 내용을 스스로 정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운전기사들이 VCNC로부터 세부적인 업무수행 방식에 관한 지시를 받은 정황도 판결의 근거로 작용했다. 재판부는 “운전기사들은 별도의 취업규칙이나 복무규정은 없었지만, 각종 교육자료와 업무 매뉴얼, 근무 규정을 받았다”며 “A씨 역시 업무 수행 방식, 근태 관리, 복장, 고객 응대, 근무실적 평가 등 업무 관련 사항 대부분에 관해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 “운행 도중 배차를 수락하지 않으면 인사평가에 불리하게 적용됐기 때문에 근무 수락 여부, 근무 시간 등을 자유롭게 선택할 권리가 있었다고 할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쏘카는 최근 상고장을 제출하며 법정 다툼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내보였다. 대법원에서도 똑같은 판단이 나오면 쏘카는 A씨에게 계약이 해지되지 않았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을 한꺼번에 지급해야 한다. 그가 실직했던 2019년 7월부터 타다 서비스가 종료된 2020년 4월까지를 임금 산정 기간으로 잡아야 한다.
이번 사건에 관한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플랫폼 업계에선 어떤 근로자까지 근로기준법 적용이 가능한지를 두고 혼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타다와 같은 모빌리티 플랫폼뿐만 아니라 배달, 청소 등 다양한 플랫폼 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가 크게 늘면서 비슷한 갈등 사례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항소심 판결 직후 의견문을 내 “플랫폼 기업들은 '혁신'을 빌미로 한 불공정한 행태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