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끔찍한 지옥"…말없이 잠적한 직원, 무단 결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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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테스 강사 B씨, 지점관리자 A씨와
‘무단결근 5회땐 위약금 2000만원’ 계약
B씨, 한달 만에 연락 끊긴 채 출근 안해
A씨 강압 태도가 원인 … 집 찾아가기도
“사용자 문제로 인한 결근” 법원, B씨 손들어 줘
‘무단결근 5회땐 위약금 2000만원’ 계약
B씨, 한달 만에 연락 끊긴 채 출근 안해
A씨 강압 태도가 원인 … 집 찾아가기도
“사용자 문제로 인한 결근” 법원, B씨 손들어 줘
"사전 통보 없이 무단결근하면 벌금 내야 합니다"
아르바이트, 건설 현장, 중소기업 등에서 가끔 볼 수 있는 계약 내용이다. 아무런 통지 없이 근로자가 무단결근해 사업장에 손해를 끼치는 경우에 대비해 마련된 조항인 경우가 많다. 간단하게 배상액을 받아낼 수 있고 성실 근로를 강제하는 효과도 있기 때문에 별생각 없이 설정하는 사장님들도 있다. 과연 법적인 효력이 있을까. 몇 가지 최신 판례를 통해 알아보도록 하자.
A와 B는 G팀장과 함께 2018년부터 팀을 꾸려 요가 강습소에서 영업을 해왔다. 그러던 2020년 2월, 서울 노원구의 필라테스 학원으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받고 팀이 통째로 옮기면서, G팀장이 운영을 위탁받아 총괄 경영하되 A는 지점관리자, B는 강사로 일하기로 1년 계약을 맺었다. 이 과정에서 '월 무단결근 5회, 무단지각 10회는 계약 해지 사유며, 해지 시 위약금 20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계약도 함께 체결했다. 그런데 B는 한 달 만에 사무실에서 소지품을 챙겨 나간 뒤 출근하지 않고 연락이 끊어졌다. 노원점 이후 A의 강압적 태도가 원인이었다. B는 익명 SNS에 두려움으로 인한 심적 고통을 토로하기도 하고 “피해자가 피해자를 만드는 끔찍한 지옥”이라는 문자를 지인에게 남기기도 했다. 결국 A가 잠든 틈을 타 B는 학원을 벗어났다. 재판에선 B의 행동이 무단결근에 해당하는지가 문제 됐다.법원은 B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무단결근이란 근로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사업장에 출근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계약은 근로자들에게 10시간 30분씩의 장시간 동안 학원 상주 의무를 정하고 있고, 월 5일간의 무단결근에 대해 고액의 위약금을 정하고 있는 데다, 특약사항으로 '서로 절대 배신하지 않으며 배신할 시 각각의 위약금을 배상할 것을 꼭 다시 한번 약속한다'고 기재하는 등 계약 관계의 유지를 과도하게 강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바탕으로 "A가 B에 문제를 키우지 말고 돌아오라고 종용하면서 B의 주거지를 찾아가 사진을 찍는 등으로 감시하기까지 한 점 등에 비춰 보면, B의 행동이 '무단결근'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계약 상대방의 강한 압력으로 인해 부담을 느껴 결근한 경우라면 '무단결근'으로 해석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근로계약 관계라면 위약금 조항이 성립돼도 위법 무효일 가능성이 높다. 근로기준법은 제20조에서 '사용자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는 '위약 예정의 금지' 조항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부산지방법원은 2023년 7월 근로자의 무단결근을 이유로 회사가 근로자에게 구상금을 청구한 소송에서 "회사가 근로자에게 위약금 내지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규정은 위법 무효로 해석된다"고 판단했다(2022나60905).
건설 현장이나 알바 등에서도 고용주가 "지각·조퇴한 경우 임금과 손해배상금을 차감한다"는 임금 미지급, 삭감, 손해배상청구 규정을 두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물론 근로하지 않은 시간만큼 시급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가능할 수 있지만, 함부로 임금 이상의 금액을 공제했다가는 형사처벌을 당할 수 있다.
한 노동법 전문가는 "무단결근으로 실제로 손해 본 금액이 있다면 이를 별도 소송을 통해 손해배상청구 하는 것은 가능하다"며 "하지만 근로계약 체결 당시 결근, 퇴사 등을 이유로 사전에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액을 두는 조항은 근로기준법 20조 위반으로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도 예정돼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아르바이트, 건설 현장, 중소기업 등에서 가끔 볼 수 있는 계약 내용이다. 아무런 통지 없이 근로자가 무단결근해 사업장에 손해를 끼치는 경우에 대비해 마련된 조항인 경우가 많다. 간단하게 배상액을 받아낼 수 있고 성실 근로를 강제하는 효과도 있기 때문에 별생각 없이 설정하는 사장님들도 있다. 과연 법적인 효력이 있을까. 몇 가지 최신 판례를 통해 알아보도록 하자.
사용자 측 때문이라면 무단결근 아냐
서울북부지방법원은 지난해 7월 요가학원 지점관리자 A가 전 학원 강사 B를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사용자 측의 사유로 근로자가 결근했다면 위약금을 물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로 판단했다.A와 B는 G팀장과 함께 2018년부터 팀을 꾸려 요가 강습소에서 영업을 해왔다. 그러던 2020년 2월, 서울 노원구의 필라테스 학원으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받고 팀이 통째로 옮기면서, G팀장이 운영을 위탁받아 총괄 경영하되 A는 지점관리자, B는 강사로 일하기로 1년 계약을 맺었다. 이 과정에서 '월 무단결근 5회, 무단지각 10회는 계약 해지 사유며, 해지 시 위약금 20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계약도 함께 체결했다. 그런데 B는 한 달 만에 사무실에서 소지품을 챙겨 나간 뒤 출근하지 않고 연락이 끊어졌다. 노원점 이후 A의 강압적 태도가 원인이었다. B는 익명 SNS에 두려움으로 인한 심적 고통을 토로하기도 하고 “피해자가 피해자를 만드는 끔찍한 지옥”이라는 문자를 지인에게 남기기도 했다. 결국 A가 잠든 틈을 타 B는 학원을 벗어났다. 재판에선 B의 행동이 무단결근에 해당하는지가 문제 됐다.법원은 B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무단결근이란 근로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사업장에 출근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계약은 근로자들에게 10시간 30분씩의 장시간 동안 학원 상주 의무를 정하고 있고, 월 5일간의 무단결근에 대해 고액의 위약금을 정하고 있는 데다, 특약사항으로 '서로 절대 배신하지 않으며 배신할 시 각각의 위약금을 배상할 것을 꼭 다시 한번 약속한다'고 기재하는 등 계약 관계의 유지를 과도하게 강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바탕으로 "A가 B에 문제를 키우지 말고 돌아오라고 종용하면서 B의 주거지를 찾아가 사진을 찍는 등으로 감시하기까지 한 점 등에 비춰 보면, B의 행동이 '무단결근'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계약 상대방의 강한 압력으로 인해 부담을 느껴 결근한 경우라면 '무단결근'으로 해석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위약금 조항은 근로기준법 위반
앞서 사건은 재판 과정에서 B와 A의 관계가 근로자와 사용자 관계인지, 동업자 관계인지 여부 등이 명확하지 않아 법원도 위약금 조항의 효력 자체는 인정하되 위반 여부를 판단했다.하지만 근로계약 관계라면 위약금 조항이 성립돼도 위법 무효일 가능성이 높다. 근로기준법은 제20조에서 '사용자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는 '위약 예정의 금지' 조항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부산지방법원은 2023년 7월 근로자의 무단결근을 이유로 회사가 근로자에게 구상금을 청구한 소송에서 "회사가 근로자에게 위약금 내지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규정은 위법 무효로 해석된다"고 판단했다(2022나60905).
건설 현장이나 알바 등에서도 고용주가 "지각·조퇴한 경우 임금과 손해배상금을 차감한다"는 임금 미지급, 삭감, 손해배상청구 규정을 두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물론 근로하지 않은 시간만큼 시급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가능할 수 있지만, 함부로 임금 이상의 금액을 공제했다가는 형사처벌을 당할 수 있다.
한 노동법 전문가는 "무단결근으로 실제로 손해 본 금액이 있다면 이를 별도 소송을 통해 손해배상청구 하는 것은 가능하다"며 "하지만 근로계약 체결 당시 결근, 퇴사 등을 이유로 사전에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액을 두는 조항은 근로기준법 20조 위반으로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도 예정돼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