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찰·미사일·전자戰 다 되게 한다”…군사드론도 ‘모듈화’ 바람
“드론은 미래 전장의 예리한 게임체인저이자 K방산 수출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
지난 9월 군 최초로 창설된 드론 작전사령부의 '슬로건'이 공개됐다. 드론 작전사는 육·해·공군, 해병대로 구성된 우리 군 최초의 합동전투부대다. 국방부 직할부대이며 합참의장이 지휘·감독한다. 그만큼 큰 중요성을 갖고 있지만, 실제 드론작전사가 어떤 구체적인 목표를 갖고 있는 조직인지 베일에 쌓여 있었다.


최근 드론 작전사는 드론전력 관련 세미나를 통해 부대의 정체성과 비전을 일부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드론 작전사는 대형 드론을 중심으로 '모듈화' 드론 무기를 추구하고 있다. 드론에 필요에 따라 정찰, 유도무기, 전자전 등 다양한 임무 장비를 장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다. 육군의 경우 하나의 드론 플랫폼에 화생방, 지뢰 및 급조폭발물(IED) 등 기능도 모듈화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소형드론은 '자폭'…대형은 '모듈화' 핵심

소형 자폭드론의 활용 개념도./ 드론작전사령부
소형 자폭드론의 활용 개념도./ 드론작전사령부
지난 15일 경기 판교 제2테크노밸리에선 '대드론 체계 전력발전방안'을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다. 이날 군에선 그간 베일에 싸여있던 드론 작전사에서 드론 작전사 전력의 발전 방향 관련한 브리핑이 진행됐다.

이에 따르면 드론 작전사는 △소형드론 △대형드론 △대(對) 드론 등 세 가지 방향으로 전력을 확보하고 있다. 소형드론의 경우 고위력·장사거리·다목적의 '자폭드론' 확보를 계획하고 있다. 드론 작전사 관계자는 "다목적 자폭드론의 경우 사거리에 따라서 장거리에는 자동타격형 및 반능동레이저(SAL) 타격형, 비교적 단거리에는 영상추적형 및 무선주파수(RF) 추적형 드론으로 나뉜다"고 설명했다.
한화시스템이 최근 수추한 '중요지역 대드론 통합체계' 운용 개념도. /한화시스템
한화시스템이 최근 수추한 '중요지역 대드론 통합체계' 운용 개념도. /한화시스템
자동타격형은 인공지능(AI)를 통해 적 표적을 자동으로 인식해 타격하는 드론이다. SAL 타격형은 적 목표물을 겨냥한 레이저의 반사파를 탐지해 추적하는 방식으로 드론이 진행한다. "대형드론에 탑재된 레이저 표적지시를 인식해 (소형드론이) 타격한다"는 게 드론 작전사의 설명이다.

영상추적형은 공중 중계나 위성통신을 통해 사용자가 위치를 식별해 타격하는 드론이다. 드론의 생존성 보장을 위해서 적의 재머(전파 교란장치)를 자동 타격하는 기능도 갖출 계획이다.

이같은 자폭드론은 궁극적으로 AI 기반의 '군집드론'으로 발전한다. 드론작전사 측은 "군집드론의 경우 2027년까지 AI 비행제어 등 활용에 그치겠지만, 2030년 대에는 반자율 판단지능을 갖춘 AI로 다수 표적을 인식하고, 정찰 및 자폭, 통신중계가 모두 가능한 드론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형드론의 모듈화 개념도/ 드론작전사령부
대형드론의 모듈화 개념도/ 드론작전사령부
대형드론은 다양한 임무장비를 선택적으로 장착하는 '모듈화' 운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자폭드론은 물론이고 전자광학(EO)·적외선(IR) 장비를 장착한 정찰용, 유도미사일, 전자전·심리전 장비 등 목적에 따라 장비를 바꿀 수 있는 드론을 개발하겠다는 목표다. 드론작전사는 "미래에 성층권, 해양 등 영역에서 활동하는 신개념 드론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드론대응 다계층 복합방호체계 운용 개념도/ 한화시스템
드론대응 다계층 복합방호체계 운용 개념도/ 한화시스템
대드론은 소프트킬과 하드킬 수단을 통합한 체계로 발전시키겠다는 목표다. 적 무인기를 제압하는 데는 드론과 조종자 간 통신을 끊는 재밍을 활용한 ‘소프트킬’과 드론에 총탄, 레이저 등을 쏴 물리적 타격을 가하는 ‘하드킬’ 방식이 있다. 드론 작전사 측은 "레이더를 이용해 적 드론을 탐지한 뒤, '발사형 폭파드론'으로 근접 폭파하거나, 대응 드론이 그물망을 쏴 포획하는 방식이 사용될 것"으로 예상했다.

"드론 주파수 할당·회수 방식도 고려해야"

드론 작전사는 이같은 드론 전력 확보를 위한 선결 요건도 제시했다. 가장 시급히 해결돼야할 과제는 '(드론 무기의) 계열화·모듈화'다. 표준화된 장비를 대량 생산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드론 개발 비용을 줄이고, 신속한 전력화를 하겠다는 게 군의 목표다. 현재 국방부는 상호호환 규격과 소프트웨어를 적용한 플랫폼을 통해 임무장비를 모듈화하는 법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5일 판교 제2테크노벨리에서 열린 대드론전력발전방안 세미나에서 양병희 대드론산업협회 회장이 연설하고 있다./한국대드론산업협회
지난 15일 판교 제2테크노벨리에서 열린 대드론전력발전방안 세미나에서 양병희 대드론산업협회 회장이 연설하고 있다./한국대드론산업협회
또다른 과제는 '보안 체계'다. 군사용 드론은 고도의 보완성이 요구돼, 현재까지 드론 전력 증강의 걸림돌이 돼 왔다는 평가다. 드론작전사는 "드론에 도입되는 암호 장비를 표준화해서 호환성을 높이고, 또 획득영상 자체에 대한 비밀분류 기준을 완화하는 등의 보안 체계 구축을 위한 도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민간과 군사용 드론의 '공용 문제'도 중요한 선결 요건으로 꼽았다. 민간과 군사용 드론이 함께 운용되기 위해서는 공역을 통제할 자동관제 시스템 등 드론통합 관제 체계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드론작전사는 "주파수의 경우 현재 각 체계별로 고정된 주파수를 할당 받아 운용하고 있지만 포화상태"라며 "모두가 공동의 주파수를 사용하돼 드론이 운항을 할때 주파수를 할당받고, 운항이 중단되면 주파수를 회수하는 방식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제시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