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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수송기 세 대를 도입하는 공군의 대형 수송기 2차 사업에서 브라질 엠브라에르의 터보팬수송기 'C-390'이 선정됐다. 이에 따라 한국은 브라질, 포르투갈, 헝가리,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체코에 이어 C-390을 선택한 일곱 번째 국가가 됐다. C-390이 국제 시장에서 검증된 기체이긴 하지만, 미국·유럽의 대형 방산업체 기체를 꺾은 결과여서 군의 선택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상태다.
방산업계에선 "환율 상승에 따라 처음 제시됐던 부족한 사업비에도 한국 진출을 원하는 엠브라에르 손을 들어준 것 아니냐"는 추정을 하고 있다. 엠브라에르는 이번 군 수송기뿐 아니라 2025년 개항하는 울릉공항에 소형 제트 여객기 선정을 제안하고 있다. 또 우리 군이 계획 중인 자체 다목적 수송기 기술이전 등 포석도 있었을 것이란 관측이다.
대형수송기 2차 사업은 2014년 네 대의 C-130J을 도입한 1차 사업의 후속 사업으로, 7100억 원의 예산으로 세 대의 수송기를 도입하는 것이다. 원래 2014년에 7대의 소요제기를 했으나, 예산 문제로 수량을 나눠서 추진됐다. 브라질 첫 무기도입인 만큼 도입 배경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C-390이 경쟁 수송기였던 록히드마틴의 C-130J보다 상대적으로 순항속도, 항속거리, 화물 탑재량 등에서 더 우수한 기체로 평가되고 있다. 공개된 기체 스펙을 보면 C-130J는 21t의 화물을 싣고 약 2200km를 비행할 수 있는데, C-390은 23t의 화물을 싣고 2400km를 이동할 수 있다. 순항 속도도 터보팬 방식의 C-390이 시속 200km 이상 빠르게 비행하고, 최대 화물 탑재량도 C-390이 C-130보다 5t 가량 더 실을 수 있다. 지난해 네덜란드도 C-390을 선정하면서 "C-390은 4기 만으로 네덜란드 국방부가 요구한 최소 2400 비행시간을 충족할 수 있지만 C-130J는 5기의 항공기가 필요하다"며 항속거리 등의 우수성을 인정했다.
방사청이 밝힌 주요 선정 이유는 성능보다는 "(엠브라에르가 제시한) 계약조건, 절충교역, 국내업체 참여도 등 3가지 분야에서 유의미한 차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특히 '국내업체 참여' 분야가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방사청 관계자는 "이번 입찰을 통해 한국 업체들이 생산하는 비행 기종의 부품들을 생산할 수 있도록 컨소시엄을 제안했다"며 "그 결과 록히드마틴이 국내 한 개 업체를 대상으로 1억2900만 달러 규모 물량을 제안한 반면, 엠브라에르는 세 개 업체에 1억3500만 달러 상당의 부품을 생산하도록 조건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엠브라에르가 컨소시업을 구성한 한국 3개 업체는 ASTG, EM코리아, 켄코어에어로스페이스 등으로 추정된다. 켄코어는 기종이 확정된 뒤 "전체 컨소시엄 물량 중 과반수를 담당하는 최대 컨소시엄 업체"라며 "C-390 항공기 부품의 상당 부분을 국내에서 직접 제작하고 MRO(항공정비)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방산업계 일각에선 "환율 변동에 따른 사업비 문제가 작용했을 것"이란 관측을 하고 있다. 이번에 기체 선정으로 통과된 사업비가 7100억원인데, 지난해 3월 방사청의 예산도 7100억원이었다. 5월 방사청이 구매입찰 공고 당시 냈던 사업예산은 6억215만달러(현재 환율로 약 7600억원)였다. 하지만 최근 당시보다 원·달러 환율이 50원 이상 인상(원화 평가절하)되면서 사실상 더 적은 예산으로 기체를 구입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줄어든 사업비에 한국이 절충교역 확대 등을 요구하자 플라이어웨이(순수 기체가격) 코스트도 더 비싼 록히드마틴이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란 평가다.
올해 윤석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 국방 방문 당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UAE 경제위원회와의 다목적수송기 국제 공동개발을 위한 ‘전략적 방위산업 협력에 관한 MOU(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MC-X 사업에 대한 기대가 커졌지만, 한국은 현재 수송기 개발 이력이 전혀 없다. 국내 방산업계 고위 관계자는 "이번 C-390 선정은 다분히 MC-X 프로젝트를 염두에 둔 결정으로 보인다"며 "이미 성능이 검증된 군 수송기의 기술이전을 통해 자체 개발 역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계약조건, 절충교역, 국내업체 참여에서 차이나"
국방부는 지난 4일 제157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 의결을 통해 공군 대형수송기 2차 사업 기종으로 브라질 엠브라에르의 ‘C-390’이 선정했다. 우리 군의 무기체계를 통틀어 브라질산 도입은 처음이다. 유럽 에어버스의 ‘A400M’, 1차 사업의 선정기종이었던 미국 록히드마틴의 ‘C-130J’를 제치고 브라질 기종이 선정된 것이다.대형수송기 2차 사업은 2014년 네 대의 C-130J을 도입한 1차 사업의 후속 사업으로, 7100억 원의 예산으로 세 대의 수송기를 도입하는 것이다. 원래 2014년에 7대의 소요제기를 했으나, 예산 문제로 수량을 나눠서 추진됐다. 브라질 첫 무기도입인 만큼 도입 배경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C-390이 경쟁 수송기였던 록히드마틴의 C-130J보다 상대적으로 순항속도, 항속거리, 화물 탑재량 등에서 더 우수한 기체로 평가되고 있다. 공개된 기체 스펙을 보면 C-130J는 21t의 화물을 싣고 약 2200km를 비행할 수 있는데, C-390은 23t의 화물을 싣고 2400km를 이동할 수 있다. 순항 속도도 터보팬 방식의 C-390이 시속 200km 이상 빠르게 비행하고, 최대 화물 탑재량도 C-390이 C-130보다 5t 가량 더 실을 수 있다. 지난해 네덜란드도 C-390을 선정하면서 "C-390은 4기 만으로 네덜란드 국방부가 요구한 최소 2400 비행시간을 충족할 수 있지만 C-130J는 5기의 항공기가 필요하다"며 항속거리 등의 우수성을 인정했다.
방사청이 밝힌 주요 선정 이유는 성능보다는 "(엠브라에르가 제시한) 계약조건, 절충교역, 국내업체 참여도 등 3가지 분야에서 유의미한 차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특히 '국내업체 참여' 분야가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방사청 관계자는 "이번 입찰을 통해 한국 업체들이 생산하는 비행 기종의 부품들을 생산할 수 있도록 컨소시엄을 제안했다"며 "그 결과 록히드마틴이 국내 한 개 업체를 대상으로 1억2900만 달러 규모 물량을 제안한 반면, 엠브라에르는 세 개 업체에 1억3500만 달러 상당의 부품을 생산하도록 조건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엠브라에르가 컨소시업을 구성한 한국 3개 업체는 ASTG, EM코리아, 켄코어에어로스페이스 등으로 추정된다. 켄코어는 기종이 확정된 뒤 "전체 컨소시엄 물량 중 과반수를 담당하는 최대 컨소시엄 업체"라며 "C-390 항공기 부품의 상당 부분을 국내에서 직접 제작하고 MRO(항공정비)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방산업계 일각에선 "환율 변동에 따른 사업비 문제가 작용했을 것"이란 관측을 하고 있다. 이번에 기체 선정으로 통과된 사업비가 7100억원인데, 지난해 3월 방사청의 예산도 7100억원이었다. 5월 방사청이 구매입찰 공고 당시 냈던 사업예산은 6억215만달러(현재 환율로 약 7600억원)였다. 하지만 최근 당시보다 원·달러 환율이 50원 이상 인상(원화 평가절하)되면서 사실상 더 적은 예산으로 기체를 구입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줄어든 사업비에 한국이 절충교역 확대 등을 요구하자 플라이어웨이(순수 기체가격) 코스트도 더 비싼 록히드마틴이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란 평가다.
브라질, MC-X 사업에 기술이전 가능성
결국 우리 군은 가성비적 측면과 절충교역, 즉 무기를 도입하는 대신 대응구매나 국산화, 기술이전 등을 감안해 브라질 기체를 선정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군이 계획 중인 한국형 다목적 수송기(MC-X) 사업을 위해 브라질의 기술이전이 도움이 될 것이란 관측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준비 중인 MC-X 프로젝트는 대량의 병력, 장비, 물자의 장거리 수송이 가능한 항공기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최고속도 마하 0.75(시속 850㎞), 최대 항속거리 5000㎞, 30t 수송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올해 윤석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 국방 방문 당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UAE 경제위원회와의 다목적수송기 국제 공동개발을 위한 ‘전략적 방위산업 협력에 관한 MOU(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MC-X 사업에 대한 기대가 커졌지만, 한국은 현재 수송기 개발 이력이 전혀 없다. 국내 방산업계 고위 관계자는 "이번 C-390 선정은 다분히 MC-X 프로젝트를 염두에 둔 결정으로 보인다"며 "이미 성능이 검증된 군 수송기의 기술이전을 통해 자체 개발 역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