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무단 퇴사한 직원들…3500만원 소송 건 사장님의 최후
근로자의 무단 퇴사로 회사에 피해가 생겼다면 법적·이론적으로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사업주가 입은 손해를 입증해야 하는데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고용노동부도 '회사 취업규칙은 한 달 전 퇴사 통보를 하고 인수인계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지켜야 할 의무인가'라는 질문에 "인수인계 없이 퇴직해도 노동법에 저촉되지는 않는다"고 안내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법원이 미약하게나마 근로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사례가 있어 눈길을 끈다. 다른 판결과 어떻게 달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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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순천시에서 배달음식점을 운영하던 A 사장. 일을 갑자기 그만두는 배달 근로자들 때문에 골탕을 먹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며칠 전에라도 미리 그만둔다고 말을 해주면 좋겠지만 대부분 아무 말도 없이 그만두기 때문이다. A 사장은 결국 근로계약서에 퇴사에 대한 조항을 포함하기로 했다.

근로계약서에 퇴사 조항 포함했는데…

'근로자는 본인의 사정으로 퇴사하는 경우 30일 이전에 사직서를 제출해야 하며, 인수인계하고 퇴사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 무단결근으로 처리하며 금전적 업무 손해를 본 것에 대해 법적인 책임을 진다.'

하지만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무단결근이 발생했다. 2022년 5월, 배달원 B와 C가 3일 간격으로 둘 다 퇴사하고 출근하지 않은 것.

주변인들이 만류했지만, 화가 난 A 사장은 B와 C를 상대로 근로계약 위반 혐의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B에는 2500만 원, C에는 1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요구했다. A 사장은 먼저 2022년 1월부터 4월까지 음식점의 월 평균 매출이 9559만4400원이었는데 B와 C가 퇴사한 이후인 2022년 6월경 매출이 4132만8800원으로 대폭 감소했다는 자료를 제출했다.

재판정에 나온 B와 C는 "사장의 폭언 등 부당한 대우로 부득이 중도에 퇴사할 수밖에 없었다"고 맞섰다. 법원의 판단은 어땠을까.

재판부는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들의 퇴사로 인해 A가 그와 같은 손해를 입었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음식점의 매출이 감소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온전히 피고들의 퇴사로 인해 발생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퇴사로 인해 발생한 손해액 산정은?

하지만 재판부는 "손해가 발생한 사실은 인정되나 구체적인 손해액을 증명하는 것이 사안의 성질상 곤란한 경우, 법원은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로 인정되는 모든 사정을 종합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금액을 손해배상 액수로 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들이 배상해야 할 손해배상액은 사장과 피고들의 관계, 피고들이 담당하던 업무, 피고들의 퇴사 경위, 피고들의 급여 등을 고려하여 피고 B는 100만 원, 피고 C는 30만 원으로 정한다"고 판결했다.

이는 상당히 이례적인 판결이다. 한 노동법 전문가는 "A 사장이 총 3500만원의 소송을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진 것은 130만원"이라며 "사장의 완벽한 승리로 보기는 어렵지만, 청구 취지가 일부라도 받아들여진 것은 이전 판결들과 다르다"고 했다. 이어 "손해배상 규정을 근로계약에 뒀는지 여부, 실제 손해배상이 입증됐는지 여부, 그리고 근로자들의 퇴사 과정에 따라 양 판결의 결론이 달랐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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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노사관계 전문가도 "사실 바쁜 사장님이 불과 몇백만원 때문에 손해배상 소송까지 갔다는 것은 돈을 다 받아내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직원에게 분노하는 마음이 크고 어떻게 해서든 책임을 묻기 위해서인 경우가 더 많다"며 "그런 면에서는 사업주의 손을 들어줬다는 점에서 이례적이고 상당히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성실의무 위배와 손해배상액 인과관계의 함수

하지만 일반적으로 손해배상 소송은 입증 부족을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단독 김상훈 판사는 2022년 C사가 전 근로자를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이같이 판단하면서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근로자 D는 2020년 1월 C사와 3개월 계약직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월급은 자신이 기여한 매출의 3%로 정했다. 이후 앱을 통해 병원 광고업무, 고객 전화 상담과 컴플레인 관련 업무까지 담당했다. 3개월이 지난 4월부터는 정식 근로계약을 맺게 됐지만, 9월 말경 D는 돌연 회사에 퇴사를 통보하고 당일부터 출근하지 않았다.

이에 C사는 D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C사는 "근로계약 성실의무를 위배했다"며 "무단 퇴사로 퇴사 이후 월 매출액이 감소했으므로 5200만 원을 지급하라"라고 청구했다. D가 재직할 때 월평균 매출액이 1억7000만 원이었는데 무단 퇴사 직후인 10월의 매출이 1억1700만 원으로 줄었으니 감소한 매출액을 배상하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법원은 이런 청구를 일축했다. 법원은 "D가 재직하고 있을 때도 매출액 감소 폭이 증가하고 있었고, 퇴사 이후에는 감소 폭이 오히려 줄어들었다"며 "이 점을 볼 때 매출액 차액이 C사의 손해라고 볼 수 없으며 매출액 감소가 D의 퇴사로 인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라고 판단했다. 퇴사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