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家 세 모녀 상속분쟁 새국면…'경영 참여 목적' 증언 나와
LG가(家)의 세 모녀가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상속 소송 재판이 새 국면을 맞았다. 세 모녀 측의 '경영권 참여' 의도가 드러나는 녹취록이 재판에서 공개돼서다. 이들은 그동안 "경영권 분쟁은 소송의 이유가 아니다"고 주장해왔다. 향후 재판에서 세 모녀 측이 어떤 전략을 들고나올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구 회장 측 “세 모녀가 상속 합의 번복”

서울서부지법 제11민사부(박태일 부장판사) 심리로 지난 16일 열린 LG가 상속회복청구 소송 2차 변론기일에선 LG그룹 일가의 대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돼 이목을 끌었다. 이 녹취록에는 구본무 LG그룹 선대회장의 부인인 김영식 여사, 장녀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 대표의 남편인 윤관 블루런벤처스 대표 등이 등장한다.

녹취록에 따르면 김 여사는 "우리가 지분을 찾아오지 않는 이상 주주간담회에 낄 수 없다"며 "연경이가 아빠(구 선대회장) 닮아서 전문적으로 잘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김 여사는 "연경이나 내가 자신 있게 잘 할 수 있다. 다시 지분을 좀 받고 싶다. 경영권 참여를 위해 지분을 받고 싶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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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내용이 드러나자 세 모녀가 경영 참여를 위해 소송을 제기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줄을 이었다. 이번 소송이 제기됐을 당시만 해도 세 모녀 측은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LG 주식을) 모두 상속받는다는 유언장이 있는 것으로 속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소송이) 경영권 분쟁을 위한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세 모녀가 가족 간 상속 합의를 인정했다가 이를 번복하려 한 정황도 드러났다. 구 회장 측은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하범종 LG 경영지원부문장(사장)에게 "구연경 대표가 '아빠(구 선대 회장)의 유지와 상관없이 분할 합의는 리셋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이 맞느냐"고 물었다. 하 사장은 이런 대화가 있었다고 답했다. 녹취록에는 김 여사가 구 회장에게 "내가 주식을 확실히 준다고 했다"고 말한 내용도 담겼다. 구 회장 측은 이런 내용을 근거로 "원고 측이 세 차례에 걸쳐 이뤄진 상속 합의를 번복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증인 신문을 마친 뒤 양측에 상임조정위원 제도를 통한 조정을 제안했다. 원고 측 대리인은 "원고들을 설득해보겠다"고 말했지만 피고 측은 "조정보다는 진실을 밝히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피고 측 대리인은 "피고 입장에선 세간의 오해를 받는 것에 상당히 불편해한다"며 "법원 판결을 통해 상속 경영권이 정당하다는 것을 확인받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에게 물어보기는 하겠다"고 덧붙였다. 다음 재판은 다음달 19일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다.

세 모녀 승소 시 구 회장 지분율 넘길 수도

2018년 5월 별세한 구 선대회장은 2조원 상당의 LG 주식 지분 11.28%를 자녀들에게 상속했다. 장자 상속 원칙에 따라 구 회장이 8.76%로 가장 많은 지분을 상속받았다. 구 대표는 2.01%, 차녀인 구연수 씨는 0.51%를 각각 받았다. 김 여사는 지분을 상속받지 못했다. 세 모녀는 LG 주식을 비롯해 구 전 회장의 개인 재산인 금융투자상품·부동산·미술품 등 5000억원 상당의 유산을 물려받았다.

세 모녀 측은 '구광모 회장에게 LG 주식을 모두 상속받는다'는 내용의 유언장이 없으므로 재산 분할을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정 상속비율인 '배우자 1.5 대 자녀 1'(1인당)의 비율로 회사 지분을 다시 나눠야 한다는 입장이다. 만약 세 모녀 측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인다면 세 모녀의 지분율 총합이 구 회장 지분율을 넘어설 수 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