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수리온’ UAE 입대하나…KAI, 헬기 수출 작전 실시
중동 최대 에어쇼 ‘두바이 에어쇼’서 수리온·LAH 실물기 첫 공개
수출 성사 가능성 커져 … KAI 측 “연말까지 구매계약 체결 목표”
성공 땐 국산 군용헬기 첫 해외 판매 … 베트남 등 동남아도 공략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최근 중동 최대 에어쇼인 '두바이 에어쇼'를 통해 국산 헬기 수리온과 소형무장헬기(LAH) 실물기를 처음 공개했다. 국내에서 운용하는 수리온이 처음 해외에 공개되면서 국산헬기의 첫 수출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에어쇼에서 KAI가 아랍에리리트(UAE)군과 해상 작전용으로 개조된 수리온 수출 협상을 하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올 연말까지 수리온 수출이 성사될 가능성도 커졌다는 평가다. KAI는 지난 17일까지 중동 최대의 에어쇼이 '두바이 에어쇼'에 참가해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 경공격기 FA-50, 국산 헬기 수리온 및 소형 무장 헬기(LAH) 등 주력 기종을 전시했다.

"UAE, 테스트 후 연말까지 구매 결정"


미국의 군사전문매체 디펜스뉴스 등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UAE)가 국산 군용헬기인 'KUH-1E'의 판매에 대해 제조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와 협의를 하고 있다. 디펜스뉴스는 KAI 회전익사업부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두바이에어쇼를 계기로 UAE 군이 공개할 수 없는 수량의 KUH-1E 헬리콥터를 요청했다"며 "연말까지 구매계약 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UAE는 여러 단계의 테스트를 거친 뒤 구매 결정을 내릴 것으로 전해졌다.
2023 두바이에어쇼에 전시된 기동헬기 수리온 모습. / 플라이트글로벌
2023 두바이에어쇼에 전시된 기동헬기 수리온 모습. / 플라이트글로벌
KUH-1E는 우리 군이 쓰고 있는 수리온의 개량형으로, 수출국의 요구를 만족하기 위해 수송 임무와 공격 임무를 둘 다 맡을 수 있는 다목적 헬기로 개발된 게 특징이다. 두바이에어쇼에서 공개된 사진을 보면 현지에서 공개된 수리온은 기존에 KAI가 공개했던 수출형 수리온과도 조금 다르다. 외관상 큰 특징이었던 기체와 위쪽 프로펠러 사이의 엔진부에 공기 흡입을 막는 필터가 붙어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중동의 모래바람에서 운용을 위해 신형 에어 필터가 적용된 것 같다"면서 "먼지 유입을 막아 원활한 기동을 보장한다"고 설명했다. 또 기존 KUH-1 앞부분에 달려 있던 20㎜ 기관포 대신 특수 레이더를 설치했다. 사용자 요구에 따라 선택적으로 기관포나 레이더를 장착할 수 있을 것이란 추정이다.
2023 두바이 에어쇼에서 국산 LAH 헬기가 기동하는 모습. / X 캡처(구 트위터)
2023 두바이 에어쇼에서 국산 LAH 헬기가 기동하는 모습. / X 캡처(구 트위터)
디펜스뉴스에 따르면 UAE는 해상작전을 위해 헬기를 원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수출형에 설치되는 레이더 시스템은 해상 위에서 감시·정찰 임무를 원할히 할 수 있도록 개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군 수송과 항공화물의 수송 임무도 수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수리온은 2013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발된 기동헬기다. 시속 260㎞의 속도로 최대 450km를 비행할 수 있다. 화물은 최대 3.7t을 수송할 수 있다. 개발 이후 10년이 지나면서 국내에선 이미 성능이 검증된 상태다. 현재 수리온(파생형 포함)은 250여 대가 생산돼 육군과 해병대뿐만 아니라 경찰, 해경, 소방, 산림 등 다양한 파생헬기로 운용되고 있다.

수리온 수출 원년되나…"베트남 등 동남아도 관심"


UAE에 수리온 헬기의 수출이 성공된다면 국산 군용헬기의 첫 해외 판매로 기록될 전망이다. KAI는 그동안 동유럽 및 말레이시아 등에 FA-50 경공격기를 수출하는 데 성공했지만, 헬기 수출에는 진전이 없었다.

KAI가 헬기 수출에 관심이 없었던 게 아니다. KAI는 2013년께 “2023년까지 세계 헬기 수요가 1000대로 예상되며, 수리온이 시장점유율 30%를 차지할 것”이라 공언한 바 있다. 결국 올해까지 300대를 수출하겠다는 목표였다. 하지만 올 11월 현재까지 수출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수리온 수출기본형(KUH-1E) 시제기가 이륙하고 있다. KAI 제공
수리온 수출기본형(KUH-1E) 시제기가 이륙하고 있다. KAI 제공
수출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8년 로드리고 두테르테 당시 필리핀 대통령이 수리온에 관심을 보였다. 당시 국방부는 청사를 방문한 두테르테 대통령을 위해 연병장에 수리온을 전시하는 등 적극 나섰다. 하지만 필리핀은 같은해 12월 미국 UH-60의 최신 기종인 S-70i를 선정했다.
2018년 6월 국산 기동헬기 수리온에 탑승한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연합뉴스
2018년 6월 국산 기동헬기 수리온에 탑승한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연합뉴스
하지만 올해 '수리온 수출의 원년'이 될 수 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도 수리온이 노리는 주요 수출 공략처다. KAI는 지난 6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베트남 VTX와 헬기 사업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맺기도 했다. VTX는 베트남 최대 통신기업인 비엣텔그룹 산하의 항공우주전문기업으로 항공 및 우주 장비를 개발·설계·제조하고 있다.

베트남은 전통적으로 주요 수입 무기를 러시아에 의존해 왔지만, 최근들어 미국·한국 등 서방제 무기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의 부품 공급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자국 무기의 교체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