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해결 안되면 연금도 줄어든다고?
정부 5차 연금운영계획 발표
자동안정화장치 추진 ‘눈길’
출산율·가입자 등 변수 맞춰
보험료율·지급금액 등 자동 조정
‘지속가능성계수’ 도입한 독일
근로세대 감소 고려 지급액 조정



정부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제5차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종합계획)은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의 구체적인 목표 수치가 담기지 않아 ‘맹탕 개혁안’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하지만 정부는 “미래 준비를 위한 공론화 과제를 제시했다”며 보험료율 연령별 차등 인상, 자동안정화장치 도입, 확정기여방식 전환 등을 들었다.


이 중 자동안정화 장치는 세 과제 중 도입 가능성이 가장 큰 동시에 연금 가입자뿐 아니라 수급자들에게까지도 광범위한 영향을 끼치는 조치란 점에서 주목받는다.

자동안정화 장치는 출산율, 가입자 수, 기대수명 증가 속도 등 연금 재정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에 맞춰 보험료율과 연금 지급액, 수급개시연령 등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장치다. 저출산·고령화나 저성장 등으로 연금 재정 환경이 바뀌었을 때 별도의 개혁 없이도 재정 건전성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어 다수의 선진국이 도입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내놓은 '국민연금 재정 안정화를 위한 공적연금 제도 개혁 방안 모색' 보고서를 보면 2021년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호주, 캐나다, 핀란드, 독일, 일본 등 약 3분의 2가 이 장치를 도입하고 있다. 한국과 오스트리아, 벨기에, 프랑스 등은 이 제도를 도입하지 않았다.

아직 정부가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진 않았지만 정부가 종합계획에서 제시한 일본, 독일, 핀란드의 사례를 통해 그 윤곽을 가늠해볼 수 있다.

거시경제슬라이드 도입한 일본, 수명 늘고 출산율 줄면 연금액 자동 삭감


먼저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 시대를 맞은 일본은 2004년 가입자 수의 변화와 평균 수명의 증가를 연금액에 반영하는 자동 조정장치인 '거시경제슬라이드'를 도입했다. 이 장치에 따르면 기대수명이 늘어나고 출산율이 감소하면 그에 맞춰 지급하는 연금액이 자동으로 삭감된다.

독일 역시 2004년 연금개혁을 하면서 보험료율은 장기적으로 일정 수준에서 고정(2030년까지 22%)하고, 인구 고령화에 따라 연금수준을 자동으로 감축시키는 자동안정화장치인 '지속가능성 계수'를 도입했다. 지속가능성계수 제도는 인구 고령화로 연금 수급자가 증가하고 근로세대가 감소하는 것을 연금 수급액을 좌우하는 계수에 반영해 자동으로 지급액을 조정하도록 했다.

핀란드는 생애 총 급여액을 고정하고 기대여명 증가만큼 급여액을 조정하는 자동안정화장치인 '기대여명계수'를 2005년 도입했다. 이 제도의 기본 구조는 연금 급여액에 기대여명계수를 곱해 기대수명의 증가가 전 생애 누적 연금액에 대한 현재가치가 증가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정부, 12월부터 연금개혁 관련 과제 공론화 절차 착수


정부와 국회는 이르면 12월부터 자동안정화 장치 도입 등 연금개혁 관련 과제들에 대한 공론화 절차에 착수할 전망이다. 자동안정화 장치 도입에 반대하는 측은 "한국의 인구 구조 흐름 하에서 이 제도 도입은 국민연금의 소득 보장성을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반대로 도입을 찬성하는 측은 "OECD 가입국 3분의 2가 도입한 제도"라며 "연금개혁 지연과 고령화로 쌓여가는 연금의 재정 부담을 미래세대에 떠넘겨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이다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 등은 지난 6월 경제인문사회연구원 협동연구총서 '해외 주요국의 연금개혁 심층 사례 연구'를 통해 일본의 거시경제슬라이드 도입과 관련해 "세대 간의 부담과 급여의 공평성을 높여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였다"면서도 "국민연금액 감소, 기초연금 국고부담 확보, 연금수급자 연금 감액과 별도 보호 조치 등 남은 과제도 적지 않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