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에 유산 몰리자 "이건 무효야!"…'형제의 난' 결말은
여의도순복음교회家 두 아들, 막내에 어머니 유산 몰리자 소송
두 형 “뇌 수술 후 의사능력 잃어 … 유언 무효” 주장했지만
법원은 막내 손 들어줘 … 장남에 보낸 ‘문자’도 판결에 영향



국내 최대 교회인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창립자 조용기 목사의 세 아들이 벌인 상속 분쟁에서 셋째 아들이 승리를 가져갔다. 장남과 차남은 어머니인 김성혜 전 한세대 총장의 유언이 무효라고 주장하며 약 3년간 소송전을 벌였지만 패소했다. 법원은 김 전 총장의 생전 의사능력에 문제가 없었다고 판단하고 유언 내용의 효력을 인정했다.

삼남에 재산 대거 몰리자…두 형 "유언 무효" 소송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24부(김사랑 부장판사)는 조 목사의 장남 조희준씨와 차남 조민제 국민일보 회장이 동생 조승제씨 등을 상대로 낸 유언무효확인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김 전 총장은 2020년 뇌종양 제거수술을 받은 뒤 유언 공정증서를 작성했다. 유언장에는 은행예금을 세 아들에게 똑같이 나눠준다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나머지 재산은 삼남인 승제씨에게 상당수를 물려주기로 했다. 김 전 총장은 승제씨에게 금고에 보관 중인 모든 현금과 서울 마포구 아파트 지분 절반, 영등포구 건물 1세대, 자동차 2대를 준다고 적었다. 승제씨가 이사장을 맡고 있는 사회복지법인 그레이스빌과 재단법인 성혜장학회에도 증권 계좌에 예치된 재산을 주겠다고 했다. 장남인 희준씨(경기 안양시 임야 및 용인시 아파트)와 조 회장(경기 고양시 주택 및 서울 마포구 아파트)에게는 일부 부동산을 물려준다고 기재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GettyImagesBank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GettyImagesBank
희준씨와 조 회장이 이 같은 재산 분배에 반발해 김 전 총장의 사망 직후인 2021년 3월 "어머니의 유언이 무효임을 확인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두 사람은 "어머니는 뇌수술 이후 인지능력과 운동능력을 심각하게 잃었다"며 "K-MMSE(간이정신상태 검사) 점수가 17~19점에 그칠 정도로 유언에 필요한 의사식별능력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치매 검사로 활용되는 K-MMSE는 30점이 만점이다. 17~19점은 경도 인지장애로 분류된다.

조 목사의 아들들이 가족간 분쟁을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희준씨와 조 회장은 2010년대 초 국민일보의 경영권을 두고 서루 다투기도 했다. 이번 소송에선 장남과 차남이 어머니의 유산을 더 물려받기 위해 과거를 뒤로하고 손을 잡은 셈이다.

法 "치매검사 점수 낮았다고 의사능력 없는 것 아냐"


이번 상속분쟁의 핵심 쟁점은 김 전 총장이 유언을 작성할 당시 충분한 의사능력이 있었는지 여부였다. 민법에서는 정신병을 앓거나 어린 아이 등 의사능력을 갖추지 못한 사람의 의사표시는 원칙적으로 무효라고 본다. 김 전 총장은 2020년 1월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해 교모세포종 진단을 받고 같은 달 뇌종양 제거 수술을 받았다. 그 이후 진행한 MMSE 검사에선 19점(2월), 18점(5월)이 나왔다.

법원은 승제씨의 손을 들어줬다. MMSE 검사가 의사능력을 판단하는 근거로 삼기엔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MMSE 검사는 검사를 받는 사람을 치료하기 위해 현재 상태를 간략히 파악하기 위해 진행하는 것"이라며 "김 전 총장처럼 노령의 경우에는 그날 신체 상태에 따라 다르게 측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정밀한 검사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사진=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 사진=연합뉴스
법원은 MMSE 검사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더라도 의사능력이 없다고 볼만큼 중증의 인지 장애를 앓는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도 봤다. 재판부는 "김 전 총장은 검사 당시 간단한 요청에 응하거나 문장을 읽고 쓸 수 있었고 물건의 이름을 기억하는데도 문제가 없었다"며 "(점수가) 낮게 나온 것은 시간이나 산수 문제에 답변하기 못했기 때문인데 이것만으로 유언 의사능력이 없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김 전 총장이 유언을 하기 전 아들들에게 명확한 의사표시를 했던 점도 이번 판결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재판부는 김 전 총장이 장남에게 '주민등록 한 통 띄어서 갖다 주렴. 내가 건강할 때 유산을 상속하려고 한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 사실을 유언의 효력을 인정한 근거 중 하나로 들었다. 원고들은 승제씨가 어머니 휴대폰을 이용해 문자를 보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증거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