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K2 변속기 ‘수출 적합시험’ 본다…국산 ‘파워팩’ 탱크 나오나
평가 난이도·비용 이유로 시험 거부했지만
내년 K2 4차 양산 위해 정부 요구 수용
통과 땐 폴란드 수출 전차에도 장착 기대



정부와 군 당국이 K2 '흑표' 전차의 차기 양산에 들어갈 국산 변속기의 제작업체와 변속기 평가시험을 하기로 결정했다. 변속기 제작업체가 그동안 '지나치게 가혹한 성능평가'와 '비용이 많이 드는 새 변속기 시제품 제작' 등을 이유로 정부의 평가시험 요구를 거부했지만, 내년 예정된 K2의 4차 양산을 위해 정부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내년께 변속기의 시험 평가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오면, 폴란드로 수출되는 K2 전차에도 국산 파워팩(엔진+변속기)가 장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내년 8월까지 K2 변속기 수출용 적합시험"


10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현대로템은 지난 달 무기의 품질검사를 주관하는 국방기술품질원과 K2 전차 변속기의 '수출용 적합시험' 테스트를 하기로 계약했다. 기품원 측은 "본격적인 테스트에 들어가면 내년 8월까지 품질검사를 한 뒤 4차 양산 관련한 최종 판단을 할 계획"이라며 "적합시험에서 통과되면 변속기 국산화란 옵션을 갖게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SNT다이내믹스가 폴란드 MSPO 2023에서 공개한 전차용 파워팩./ 디펜스24 캡처
SNT다이내믹스가 폴란드 MSPO 2023에서 공개한 전차용 파워팩./ 디펜스24 캡처
그동안 정부와 군은 K2 전차의 4차 양산에 들어가는 '파워팩'을 완전히 국산화하는 방안을 계획해 왔다. 이에 따라 방위사업청은 “수출용으로 생산되는 변속기에 국방 규격을 적용해 품질검사를 조기에 완료할 것”을 공언해 왔다. 파워팩은 엔진과 변속기의 결합체로 전차를 움직이는 '심장'에 비유된다.

당초 기품원은 품질검사를 올해 6월부터 내년 8월까지 진행한 후, 그 결과를 고려해 2024년 10월부터 4차 양산 적용 판단 및 계약을 추진한다는 구상했었다. 군 당국은 4차 양산 기간을 고려해 SNT다이내믹스가 올초 튀르키예에 자체 수출한 변속기로 품질검사를 추진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변속기 제작업체인 SNT다이내믹스가 기품원과 품질검사 관련한 줄다리기를 해온 것이 사업 속도가 늦어진 원인이 됐다. 애초 SNT다이내믹스는 방사청 등에 "튀르키예의 주력 탱크에도 공급할 만큼 인정받았으니 기품원 주관 품질검사를 면제해달라"고 주장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정부의 반대에 막히자 "기존의 변속기 시험평가에서 사용했던 변속기를 사용해 평가받게 해 달라"고 주장해왔다.
SNT다이내믹스가 제작한 EST15K 변속기/ SNT다이내믹스
SNT다이내믹스가 제작한 EST15K 변속기/ SNT다이내믹스
하지만 SNT다이내믹스는 부품 하나씩 새롭게 제작해 만든 변속기를 만들어 시험평가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정부가 "기존 변속기에 문제가 있어 시험평가를 통과하지 못했으니 새 변속기로 평가를 하겠다"는 방침을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기존 변속기를 평가에서 제외한 것은 2016~2017년께 K2전차 파워팩에 장착하기로 했던 국산 변속기가 내구도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시 테스트 중 변속기 내 볼트 부품이 파손돼 K2의 내구도 검사 국방규격인 ‘고장 없이 9600㎞ 주행’을 충족하지 못했다. 이는 K2의 2·3차 양산에서 국산 엔진과 독일산 변속기를 조합한 '혼합 파워팩'을 장착하는 원인이 됐다.

SNT, 폴란드형 K2에도 국산 파워팩 타진


우여곡절 끝에 변속기 제작사가 시험평가를 받기로 결정하면서 차기 K2 전차에는 국산 파워팩이 장착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다. 기품원이 수출용 적합시험이란 명칭을 달기는 했지만, 폴란드 등 해외에 판매되는 수출형 K2전차 규격은 결국 우리 군의 K2 후속 도입사업에도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방위사업추진위원회'가 심의·의결한 K2전차 4차 양산계획에 따르면 2024~2028년 5년 동안 모두 1조9465억원을 투입해 150여대의 K2전차를 추가를 확보하는 계획이 수립됐다. 그간 진행한 K2전차 양산계획 중 최대 규모다. 앞서 1차와 2차 양산에서는 각각 100여대, 3차 양산에선 54대의 K2전차가 생산됐다.
K2 전차가 지난 5월 폴란드 그드니아 항구에 도착하는 모습/ 현대로템
K2 전차가 지난 5월 폴란드 그드니아 항구에 도착하는 모습/ 현대로템
이미 폴란드 현지에선 향후 폴란드에 수출될 수 있는 파워팩 실물 모형이 공개됐다. 지난 9월 열린 '폴란드 국제 방위산업 전시회(MSPO 2023)'에 참가한 SNT다이내믹스와 HD현대인프라코어는 새롭게 만든 전차용 파워팩을 공개했다. 이 파워팩은 HD현대인프라코어의 'DV27K' 디젤 엔진과 SNT다이내믹스의 'EST15K' 변속기로 구성됐다.

DV27K는12기통 1500마력의 디젤엔진이다. 기품원의 평가대상이 될 EST15K 변속기는 최대 65t의 차량 무게까지 견디면서 디젤 엔진과 1500~1700마력의 힘을 전달 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SNT다이내믹스는 지난 달 열린 서울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2023)'에서 EST15K가 설치된 파워팩의 수출을 폴란드 정부 관계자들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폴란드에서 공개된 X(구 트위터)의 K2PL 관련 브리핑 자료. 보기륜이 6개로 표시돼 있다,/엑스
폴란드에서 공개된 X(구 트위터)의 K2PL 관련 브리핑 자료. 보기륜이 6개로 표시돼 있다,/엑스
폴란드 현지에서도 한국산 파워팩에 대해 상당한 기대가 있다. 올 초 SNT가 튀르키예에 수출한 국산 변속기가 현지서 호평을 받았기 때문이다. 당시 SNT다이내믹스는 튀르키예 알타이 전차용 변속기를 튀르키예 방산업체인 BMC사에 공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튀르키예 정부는 "한국형 파워팩은 성능이 매우 우수해 독일의 엔진과 변속기를 대체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자국 알타이 전차 앞에 서 있는 모습/ AA포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자국 알타이 전차 앞에 서 있는 모습/ AA포토
특히 튀르키예의 알타이 전차 무게는 60t이 넘는 데도 튀르키예의 자체 성능 테스트를 통과했다. 더 가벼운 K2 전차(55t)는 무난하게 성능을 만족시킬 것이란 기대가 있다는 평가다. 2026년부터 폴란드 현지에서 생산되는 K2PL은 보기륜(궤도 속 바퀴)이 7개로 기존 K2보다 한 개 더 추가되며 무거워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다시 설계 변경·공급 기간 등을 고려했을 때 기존의 설계인 보기륜 6개로 환원된 것으로 추정된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