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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군이 북한의 핵·미사일 사전 탐지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군사정찰위성 획득을 위한 '425 사업'의 후속 사업을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후속 사업(2기)은 기존 425 사업에 비해 두 배 가량 정찰위성을 더 띄우는 수 조원 규모의 대규모 사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1기 사업이 마무리 되는 2025년께 본격 후속 사업이 진행될 것이란 관측이다.
이같은 후속 사업은 기존 정찰위성 사업과 민간업체들과 추진 중인 '초소형 군집위성' 사업이 한반도 정찰을 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란 예상에 따른 것이다. 최근 공군은 '서울 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2023'에서 포럼을 열고 '북한의 '핵 회색지대' 전략에 맞서 우주전력 강화를 통한 3축 체계 보강'을 논의하기도 했다. 포럼에선 북한 핵 억제에 실효적 대응을 위한 방안으로 ‘능동억제 전략’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軍 정찰위성· 통신위성 모두 중기전환 예상
군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우리 군은 군사정찰 위성 획득을 위한 '425사업 2기' 준비하고 있다. 2기 사업은 수조원의 예산을 사용해 대형 정찰위성 10기를 도입하는 것이 골자다.국산 기술을 적극 사용해 영상 레이더(SAR) 탑재 위성 8기와 전자광학(EO)·적외선(IR) 탑재 위성 2기 등 정찰위성 10기를 지구 궤도에 올려 전력화 한다. 현재 군의 장기 계획에 있지만 빠른 시일 내에 중기 소요 전환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기 소요로 전환되면 5년 내 사업 착수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425사업(1기)은 국방과학연구소(ADD) 주도로 북한 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해 SAR 위성 4기와 EO·IR 위성 1기를 발사하는 사업이었다. 이에 따라 한국의 첫 정찰위성이라 할 수 있는 EO·IR 위성 1호가 다음 달 미국의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실어 발사된다. 또 내년 부터 4기의 SAR 위성도 순차적으로 쏠 계획이다. 하지만 5기 인공위성이 모두 전력화된 상황에서도 한반도 정찰 방문주기(위성이 상공을 지나는 주기)가 약 2시간으로 너무 갭이 크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2기 후속사업이 계획됐다. 2기 위성들은 1기 때 미흡했던 위성의 국산화율이 대폭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1기 425사업에서 제작되는 정찰위성은 핵심 부품의 대부분(EOIR 위성 제외)을 유럽 최대 인공위성 개발기업 탈레스알레니아스페이스(TAS)가 제작했다. 'LURA(대형전개 반사 조립체) 안테나' '데이터링크 시스템(DLS)' 등이다.
날씨와 밤낮에 관계없이 관측이 가능한 SAR 위성은 안테나에서 지상으로 전파를 쏘고 반사파를 수신해 물체의 형태를 파악한다. 이때 DLS는 지상에서 온 데이터 신호를 이미지로 저장하는 기능을 한다.
이는 현재까지 한국의 위성 기술이 선진국에 비해 미흡했기 때문이다. 비록 한국항공우주산업(KAI)와 한화시스템이 지난 5월께 국방과학연구소(ADD)와 계약을 맺고 ‘초소형 위성' 사업도 준비 중이지만 425사업의 빈틈을 메우기는 성능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초소형 위성 사업은 약 1조원을 투입해 44기의 초소형 군집위성을 개발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을 통해 우리 민간 방산업체가 독자 개발한 EO·IR 및 SAR 위성을 띄울 계획이지만, 여러 성능 면에서 대형 정찰위성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관측돼 왔다.
이외에 군은 또 '군 전용 통신위성(아나시스 3호)' 제작도 준비 중이다. 군은 2006년에 발사한 민·군 겸용 통신위성 ‘무궁화 5호’(아나시스 1호)로 통신 체계를 운용해왔다. 하지만 군 전용이 아니어서 전파 교란 가능성 등 취약점이 있었다. 무궁화 5호의 수명도 거의 끝나감에 따라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군 소식통은 "현재 아나시스 3호는 장기소요 프로그램이지만 중기로 전환될 것"이라고 말했다.
"北 '핵 회색지대 전략 추진…3축 체계 보강해야"
우리 군이 위성 전력화를 서두르는 것은 '한국형 3축체계' 보완과 관련이 있다. 정찰위성은 3축체계 중 북한 위협을 실시간 탐지하고 선제 타격하는 '킬 체인'의 눈으로 불린다.지난 19일 서울 ADEX 행사장에서 공군과 방위산업학회가 공동 주관한 ‘우주·미사일방어 전략포럼’에서 관련 내용이 논의됐다. 김기원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은 ‘우주전력 발전에 기반한 한국형 3축체계의 미래’란 주제의 발표를 진행했다. 김 연구위원은 "북한이 '핵 위협을 통한 강압'으로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는 '핵 회색지대' 전략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주장하는 북한의 핵 회색지대 전략은 핵을 사용하는 제한적 혹은 전면 핵전쟁 이전에 핵 사용을 예고하는 등 핵 위협으로 상대에게 공포를 심어주는 것이다. 북한은 앞으로 다양한 전술핵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줌으로써, 한·미 확장억제 신뢰를 흔들고 조기 핵 전쟁 확전의 위협을 계속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전면전을 선택하거나, 실제로 한국에 핵을 쓰면 '북한의 종말'이 올 수 있어 북한이 바라는 바가 아니다.
김 위원은 "북한이 선택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미국의 개입이 이뤄지는 전면전이 아니라 제한 전쟁"이라며 "한 손으로는 '핵'을 내세우면서 실제로 재래식 무기를 활용한 도발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북한은 수중발사대, 이동식 발사대(TEL) 등 미사일을 사용한 핵 투발수단을 다양화하면서 미국으로부터 '핵 보유 정당성'을 인정받으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위원은 "핵 보유를 미국이 인정한다면 '핵을 이용한 한국의 강압·공갈'은 매우 예측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우리 군의 '한국형 3축체계'도 핵 회색지대 전략에 대비해 강화되야 한다는 분석이다. 포럼에서 제시된 3축체계의 미래는 적극적 응징 체계를 통한 '능동 억제'의 구축이다.
기존 우리 군의 전략은 북한이 공격을 하면 도발 세력을 응징하는 수동적인 개념의 보복이다. 이는 '공격 받으면'이란 전제조건 하의 전략으로 한계가 뚜렷한 상태다.
이같은 한계를 넘기 위해 "북한의 주요 지휘통제 세력들에게 한국이 받은 피해의 몇 배에 해당하는 보복이 즉각 시행되고 어떤 이득도 얻지 못한다는 인식을 줘야 한다"는 게 능동 억제의 개념이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