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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공사가 도입한 임금피크제는 유효하다는 항소심 판단이 나왔다. 무효라고 봤던 1심 판단이 뒤집혔다. 법원이 잇달아 유효 판단을 내리면서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임금피크제의 효력문제를 둘러싼 법적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는 평가다.
정년 연장 없었어도 "불이익 아니다" 판결
서울고법 민사38-2부(부장판사 민지현)는 A씨를 비롯한 인천국제공항공사 퇴직자 5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린 1심을 뒤집고 지난 8월 회사 측 승소 판결을 내렸다.인천국제공항공사는 2016년 노사 협의를 거쳐 3급 이하 근로자의 정년을 만 59세에서 60세로 연장하되 전체 근로자를 대상으로 정년 이전부터 임금을 감액하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2급 이상 근로자들은 58세에서 61세까지 매년 5%씩을, 3급 이하 근로자는 58세에서 60세까지 매년 10%씩을 줄이는 구조였다. 다만 2급 이상 근로자의 정년은 61세로 유지한 것이 분쟁의 불씨가 됐다. A씨 등은 2급 전문위원직으로 근무하다 2020년 말 정년퇴직했다. 이들은 퇴직 직후 "2급 이상 직원은 정년 변경 없이 임금만 삭감되는 불이익을 받았다"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를 차별하고 있으므로 임금피크제가 무효라고 주장한 것이다.
1심 법원은 근로자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당시 재판을 맡은 서울남부지법 민사13부는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2급 이상 근로자들의 급여는 4년 전부터 70% 삭감됐다"며 "57세 이상이 되면 연령을 이유로 불이익을 받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를 비롯한 2급 이상 근로자들의 정년은 임금피크제 시행 전부터 61세였는데, 정년이 연장되지도 않았다"며 "정년 보장의 의미도 없다"고 봤다.
2심의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임금피크제가 근로자를 차별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임금피크제는 기존의 정년을 연장하는 대신 적절한 시점부터 임금을 줄이는 방식이 일반적"이라며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다른 공공기관과 비교해보더라도 감액기간과 지급률이 이례적으로 불이익을 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근로자의 불이익을 줄이기 위한 조치도 충분했다고 인정됐다. 재판부는 "사측은 임금피크제 대상자의 경력·자격 등을 고려해 직무를 부여하고 전문위원직 제도도 함께 도입했다"며 "이러한 조치들은 근로 제공 또는 근로시간 측면에서 근로자 불이익을 상쇄하기 위한 조치"라고 했다.
연이은 유효 판결...인국공 임피제 분쟁서 승기 잡나
이번 승소로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임금피크제 관련 법적 분쟁에서 더 견고하게 우위를 점했다는 평가다. 법원에선 이미 이보다 앞서 임금피크제의 효력을 두고 인천국제공항공사 측 손을 들어주는 확정 판결이 두 차례 나왔다.서울동부지방법원은 지난해 4월 "2급 이상 근로자의 불이익이 더 크기는 하나 3급 이하 근로자들과 차별하기 위해 도입됐다고 볼 수 없다"며 사측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정년이 연장되지 않은 것은 3급 이하 근로자들에 비해 유리한 정년 규정을 적용받았기 때문"이라며 "누적 임금 삭감률이 10% 정도 높은 것을 비합리적이라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2020가합100701). 대법원도 지난 6월 임금피크제의 효력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놓았다(2022다272343). 대법원은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임금피크제 도입 이후 신규채용을 실시했는데, 이는 감액된 재원을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한 것"이라 했다.
한 대형로펌 노동 전문 변호사는 "이번 1심(서울남부지법)은 전체적인 흐름에서 예외적인 판례였던 것으로 보인다"며 "당시 1심은 2급 이상의 임금피크제만 따로 분리해 판단했지만 나머지 법원은 3급 이상을 포함한 전체 임금피크제를 묶어서 유효성을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