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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규모 방위산업 전시회 ‘서울 아덱스(ADEX) 2023’에선 미래전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다양한 최신 무기와 콘셉트 모델이 전시됐다. 이번 전시회에선 내년 우리 군이 발사할 예정인 정찰위성의 모형이 처음 공개됐다. 또 올 11월 시험발사가 예정된 '초소형 정찰위성'의 모델도 공개돼 우주전이 머지않았음을 예고했다.수소연료전지를 사용한 드론이 대거 공개된 점도 특징이다. "무거운 배터리를 사용한 기존 드론보다 향후 체공시간이 대폭 늘어난 수소연료 드론이 대세가 될 것"이란 게 방산업체들의 관측이다.
한화시스템 "연말 SAR 정찰위성 발사할 것"
한화시스템은 전시장 내 '스페이스 허브존'에서 전자광학(EO)·적외선(IR)·영상레이더(SAR) 등 정찰위성 3종을 선보였다. 한화시스템은 국내에서 처음 지상 1m 사물을 볼 수 있는 성능의 초소형 SAR 위성 국산화에 성공했다. 현재 0.5m급 해상도의 SAR 위성을 개발하고 있다. SAR는 공중에서 지상 또는 해양에 레이더파를 순차적으로 쏜 뒤 레이더파가 반사돼 돌아오는 미세한 시간 차이로 합성해 지형도를 만들어 내는 시스템이다. 레이더를 사용하기에 밤낮 상관없이 악천후에도 영상 정보를 얻을 수 있다. SAR 위성이 우주 분야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로 꼽히는 이유다.현장에 전시된 SAR 위성은 일반 위성과 달리, 탑재체와 태양 전지판이 하나로 합쳐져 얇은 직육면체 형태를 이루고 있었다. 발사체 내에 많은 수의 위성을 싣기 위한 디자인이다. 한화시스템은 이 위성을 발사체에 실어 올해 시험(검증) 발사할 계획이다. 한화 관계자는 "국방과학연구소(ADD)와 초소형 위성 체계개발 사업을 맺고, 성능 테스트를 위한 검증 위성을 쏠 계획"이라며 "타사(한국항공우주산업·KAI)와 경쟁을 통해 양산할 위성이 최종 선택된다"고 설명했다.
EO·IR 등 초소형 정찰위성은 우리 군이 대형 정찰위성 5기를 오는 2022~2024년 도입하는 425 사업의 후속 사업이다. 425 사업을 통해 SAR 위성 4기와 전자광학 위성 1기를 올리지만, 위성 정찰 주기가 2시간에 달해 북한을 감시할 수 없는 공백시간이 문제가 됐다. 이 시간을 메꾸기 위해 수십여 개의 초소형 위성을 추가로 띄우는 셈이다. 국방부 전시관 내에 425 사업에 따라 내년부터 발사되는 군 정찰위성의 모형도 볼 수 있었다. 조감도 등이 공개된 적은 있지만 4 대 1 축소 모형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시장 모형의 안테나 폭이 1m 남짓이었으니 실제 정찰위성의 ‘LURA(대형전개 반사 조립체) 안테나’는 펼쳤을 때 폭이 5m 정도일 것으로 추정된다.
수소연료 드론 상용화 눈앞…"車 연료탱크 사용 가능"
이번 전시회에서 수소연료전지를 사용한 무인기·드론을 선보인 기업이 많은 점도 두드러졌다. 기아는 수소연료전지를 쓰는 대형 군용 드론 모형(콘셉트)을 처음 공개했다. 이 모형은 기존 배터리를 기반으로 한 일반적 도심항공교통(UAM) 기체와 달리, 배터리와 수소연료전지를 동시에 이용해 먼 거리를 효율적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말만 콘셉트 모델이지 실제 수소연료 자동차에 쓰이는 연료탱크를 그대로 사용한 실물 기체 그대로 전시한 게 특징이다. 기아 관계자는 "지난해 넥쏘 수소연료 자동차의 수소연료 탱크를 그대로 빼서 드론 테스트를 실시했다"며 "일반 배터리보다 훨씬 긴 시간 체공할 수 있기 때문에 향후 수소연료전지 드론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LIG넥스원도 수소연료전지 수송 드론(KCD-200)을 공개했다. 이 드론은 200㎏ 이상 화물을 싣고 반경 50㎞ 이상을 100㎞/h 이상의 속도로 한 시간 이상 비행할 수 있다. 비행 성능 등의 검증을 거쳐 2025년 비행시험을 완료할 계획이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정찰 활동은 물론 감시·수송과 자폭 공격까지 할 수 있는 다목적 드론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함께 전시된 'KCD-40'은 내연기관과 배터리를 함께 이용해 동력을 얻는 하이브리드 엔진 시스템을 사용하는 드론이다. 최대 40㎏의 물건을 싣고 한 시간 동안 비행할 수 있다.
적 드론을 요격하는 '대드론 체계'도 공개됐다. 현대위아의 '안티드론 시스템'은 실제 모델이 전시회에서 처음 공개됐다. 이 모델은 소형전술 차에 안티드론 시스템(ADS)을 탑재하는 방식으로 개발한 제품이다. 레이더 및 EO·IR로 적 무인기를 탐지하고 인공지능(AI) 기술로 실시간 정밀 위치추적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GPS 및 조종 주파수 대역에 대한 재밍(소프트킬)과 원격 사격 무기 통제체계(RCWS)를 사용한 40mm 공중폭발탄(하드 킬)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 레이더 시스템을 현존 세계 최장 거리 실시간 탐지체계 기술을 갖춘 '토리스스퀘어'가 제작한 점도 특징이다. 현장서 만난 토리스스퀘어 임원은 "이동형 ADS AESA 레이더는 레이더 반사면적(RCS) 0.01㎡ 무인기 기준 5㎞, 고정형은 10㎞까지 탐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래 'K3' 탱크 모델 공개…無人 운용도 가능
이번 전시회는 과거에 비해 '신무기' 공개가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다. 하지만 'K3' 차세대 탱크 등 미래형 컨셉트 무기가 비교적 상세히 전시돼 밀리터리 마니아들의 관심을 모았다. 현대로템이 선보인 차세대 전차는 2030년대 전력화될 우리 육군의 차기 주력 전차다. ADEX에서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차세대 전차는 전장 10.8m, 전폭 3.6m, 전고 2.4m, 전투중량 55t 이하로 K2 흑표 전차와 비슷한 크기다. 승무원 2~3명이 탑승하고 필요에 따라 무인 운용도 가능하도록 설계된다. 효율적 방호를 할 수 있도록 캡슐형 승무원실, 무인 포탑 설계를 적용했고, 세라믹 장갑 재로 생존확률을 극대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로템은 자사 전시관에 차세대 전차에 가상으로 탑승해볼 수 있는 증강현실(AR) 및 가상현실(VR) 구역도 마련했다. 또 다른 미래 무기 모델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전시한 한국형 차세대 보병전투차(K-NIFV)다. K-NIFV는 능동 방어체계(APS) 등 외국산 무인기 요격체계를 최대한 국산화하는 등 우리 군의 미래 요구조건을 수용하기 위해 연구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언뜻 보면 호주 수출에 성공한 국산 장갑차인 AS -21 '레드백'과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다.레드백과 비슷한 형태와 기능을 갖춘 것은 현재 육군이 주력으로 운용하는 K-21 보병전투장갑차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해야 할 필요성 때문이다. K-21 장갑차는 물 위에 떠 도하할 수 있는 능력도 있지만, 무게를 줄이려다 보니 방어 능력이 상당히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반면 레드백은 적 대전차미사일·로켓을 직접 요격하는 ‘아이언 피스트’ APS 등을 갖춰 방어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성남=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