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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아들의 부동산 매입금액 중 절반 이상을 부담하고 이와 관련한 증여세까지 대신 내줬다면 사실상 부동산을 증여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아들이 해당 부동산 거래를 통해 얻은 이익과 아버지가 대신 내준 증여세를 아버지 재산을 물려받을 때 상속받는 몫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父, 증여세 포함 3억 지원
서울고등법원 가사2부(재판장 김시철 부장판사)는 최근 형제인 A·B·C씨의 상속재산분할 협의 소송 2심에서 A씨가 과거 부동산을 샀다 파는 과정에서 아버지 D씨의 재정적 지원으로 손에 쥔 수익(2억4383만원)과 D씨가 대신 지급한 증여세(3492만원)에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약 2억8395만원을 특별수익에 포함하고 상속받는 몫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특별수익은 상속재산을 분할할 때나 유류분 반환청구를 할 때 미리 상속받은 몫으로 산정된다.A씨는 2010년 11월 D씨에게 현금 2억7400만원을 받아 총 5억원에 강원도에 있는 한 부동산을 사들였다. D씨는 2011년 2월 말 자기 은행 계좌에서 현금 3500만원을 인출하고 그중 3492억원을 A씨의 해당 부동산과 관련한 증여세로 납부했다. B씨는 약 6년 후인 2017년 8월 해당 부동산을 5억원에 팔았다. 그는 이 거래로 확보한 5억원 중 2억5616만원을 다시 D씨에게 돌려줬다. 2018년 12월 D씨가 세상을 떠나면서 A씨에게 해준 금전적 지원을 상속재산 분할에 어떻게 반영해야 할지를 두고 논쟁이 벌어졌다. A씨는 재판에서 “아버지가 세금 문제 때문에 나에게 돈을 주고 내 명의로 부동산을 샀다”며 “해당 부동산은 아버지의 명의신탁 재산이며, 부동산 매수 당시 내가 받은 2억7400만원은 특별수익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은 A씨의 명의로 매매계약서가 작성되고 소유권 이전 등기까지 이뤄졌다는 점과 과거 과세당국의 세무조사에서 A씨가 받은 사전증여 재산 목록에 아버지로부터 받은 2억7400만원이 포함돼있다는 점을 근거로 이 금액을 특별수익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A씨가 세무조사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던 것도 판단 근거로 삼았다.
法 “단순 현금 증여로 봐선 안 돼”
2심 판단은 다소 달랐다. A씨가 아버지로부터 현금이 아닌 부동산을 증여받은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특별수익 역시 A씨가 부동산 거래를 통해 얻게 된 실질적인 이익으로 산정해야 한다고 봤다. 이에 따라 A씨의 부동산 매각금액 5억원에서 D씨에게 돌려준 2억5616억원을 뺀 2억4383억원과 과거 해당 부동산을 매수한 뒤 D씨가 대신 내줬던 증여세 3492만원을 특별수익으로 판단했다.재판부는 “D씨는 A씨에게 부동산 매수대금과 증여세 재원을 지원해 부동산을 취득할 수 있는 이익을 제공했다”며 “부동산 자체를 증여했다고 보는 것이 다른 상속인인 B씨, C씨와의 형평을 맞추는데 부합한다”고 밝혔다.
A씨는 “D씨의 경제활동을 돕고 그를 간호·부양한 사실을 고려해 더 많은 재산을 상속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A씨는 2006년부터 2016년까지 D씨가 경기도 가평에서 운영한 캠핑장을 관리했다. 2017년부터 2년 가까이 D씨와 동거하면서 돌보는 역할도 했다. 재판부는 이와 관련해 “다른 상속인과의 공평을 위해 상속받는 몫을 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을 정도로 D씨의 재산을 유지하거나 불리는 데 특별히 기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