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칼럼] "당분간 금융시장의 키포인트는 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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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7월부터 미국 금리와 달러는 우상향하며 상승폭을 빠르게 키워나갔다. 연준의 매파적 기조는 여전하고 연준의 금리인상폭이 다시 확대된 것도 아니지만, 7월 이후 금리와 달러의 상승이 가팔라진 원인은 미국 경기를 바라보는 눈높이가 높아진 것에 기인한다. 고금리를 버텨내는 미국 경기의 체력이 이제 곧 바닥날 것이라는 믿음이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을 자극하며 상반기에 미국 장기금리와 달러의 상단을 막고 있었다면, 7월 이후에는 미국 경제가 이정도의 고금리는 버텨낼만하다는 시각으로 변화된 것이다. 특히 9월 FOMC에서 내년말의 최종금리수준(Terminal rate)이 높아지면서 미국 경기의 노랜딩(No landing) 가능성이 시장의 메인 컨센서스로 떠오르자, 미국 장기금리와 달러는 이-팔 전쟁 발발 직전까지 우상향하는 그림을 만들어 냈다.
주요 가격 변수들 가운데서 금융시장이 이-팔 전쟁 이후 가장 걱정하는 변수는 아마도 유가일 것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 유가에 영향을 미치는 산유국은 아니지만, 미국과 이란이 이-팔 전쟁에 외교적으로 연관되어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우려되는 부문이다. 특히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과 관련된 정보를 예상하기 어려울뿐더러 작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초반 단기전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장기화되었던 경험까지 고려하면, 금번 이-팔 전쟁도 분명 단기적인 이슈로 끝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하기에는 무리가 없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특히 내년도의 경제전망이 밝지 못한 상황에서 높아진 유가는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하면서 경제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기 충분하다. 일반적으로 수요 개선에 의한 유가 상승은 완연한 우상향의 경기 흐름을 동반하기 때문에 높아진 유가 자체가 문제가 아닐 수 있지만, 지정학적 리스크와 같은 공급 측면의 유가 상승은 경제전반의 비용(macro cost)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현재 IMF와 OECD 등 주요 기관의 내년도 경제전망 보고서가 발간된 상황에서, 만약 이-팔 전쟁이 중동 지역 전반의 리스크로 확산되며 미국과 이란이 외교·무역전을 벌이는 양상으로 전개된다면, 이들 보고서에서 제시된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 숫자는 하향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다. 이런 상황은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를 다시 자극하며 글로벌 채권 시장의 강세를 이끌 수 있는 부문이다.
그리 밝지 못한 내년도의 경제전망과 이-팔 전쟁으로 인한 유가의 불확실한 경로가 상존하고 있는 이런 상황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제조업 경기가 바닥을 다지고 반등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스럽다. 미국의 ISM 제조업 지수가 아직은 경기 확장 기준선(50)을 하회하고는 있지만 49까지 회복되었고, 수주-재고 스프레드는 6월 이후 양수(+)로 반전되며 재고 조정의 후반부가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해주었다는 점에서 제조업 경기의 추가적인 회복을 기대하게 만드는 부문이다. 아울러 여전히 견조한 미국의 서비스업 경기와 고용지표는 민간의 소비로 연결되며 미국 경제의 상대적 안정성과 예외주의를 강화시키는 핵심이기도 하다.
전쟁이 중동지역 전반의 지정학적 리스크로 확산되지 않고 유가를 크게 자극하지만 않는다면, 내년도 매크로 환경은 연준이 그 동안 시종일관 외쳐왔던 고금리 장기화(Higher for longer)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는 9월 FOMC 이후 이-팔 전쟁 발발 직전까지 진행되었던 채권시장의 베어 스티프닝(bear steepening)이 다시 재개될 수 있고, 달러는 다시 추가적인 상승 가능성을 열어놓아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 이-팔 전쟁의 불확실성이 미국 금리와 달러를 누르고는 있지만, 연준이 주요하게 생각하는 인플레이션이나 고용과 같은 지표들의 전망 경로를 변화시킬 정도의 영향력을 보일 수 있을지, 그리고 그에 따른 금리와 달러의 향방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한 키(key)는 당분간 유가가 쥐고 있을 전망이다.
최진호 우리은행 투자상품전략부 이코노미스트
올해 미국 금리와 달러는 상반기 횡보, 하반기 상승폭 확대
올해 미국 금리와 달러와 흐름을 복기해보면 상반기와 하반기로 흐름의 변화를 구분할 수 있다. 상반기에는 미국 금리와 달러가 횡보했다. 상반기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폭이 줄어드는 과정은 금융시장이 금리 동결 기대를 강화하는데 큰 일조를 했다. 여기에 3월 금융시장을 흔들었던 미국의 은행위기는 고금리가 야기할 수 있는 경착륙(Hard landing)과 그에 따른 금리 인하 사이클이 곧 도래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형성하는데 일조했다. 이러한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앞서나간 기대가 미국 금리와 달러의 하락을 이끌고, 연준이 외쳐대는 매파적 레토릭이 다시 금리와 달러를 끌어올렸다. 상반기 미국 금리와 달러는 전반적으로 횡보하는 흐름을 보였다. 상반기동안 위험자산인 주식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수익률을 거둘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하지만 7월부터 미국 금리와 달러는 우상향하며 상승폭을 빠르게 키워나갔다. 연준의 매파적 기조는 여전하고 연준의 금리인상폭이 다시 확대된 것도 아니지만, 7월 이후 금리와 달러의 상승이 가팔라진 원인은 미국 경기를 바라보는 눈높이가 높아진 것에 기인한다. 고금리를 버텨내는 미국 경기의 체력이 이제 곧 바닥날 것이라는 믿음이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을 자극하며 상반기에 미국 장기금리와 달러의 상단을 막고 있었다면, 7월 이후에는 미국 경제가 이정도의 고금리는 버텨낼만하다는 시각으로 변화된 것이다. 특히 9월 FOMC에서 내년말의 최종금리수준(Terminal rate)이 높아지면서 미국 경기의 노랜딩(No landing) 가능성이 시장의 메인 컨센서스로 떠오르자, 미국 장기금리와 달러는 이-팔 전쟁 발발 직전까지 우상향하는 그림을 만들어 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으로 셈법이 복잡해진 금융시장
이런 상황에서 발발한 이-팔 전쟁은 미국 금리의 급등세에 제동을 걸었다는데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9월 FOMC 이후 가파르게 올라가던 미국 채권금리와 달러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이후 주춤해졌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이-팔 전쟁의 소강과 확전 소식에 따라 금리가 등락하는 모습을 보이고는 있으나, 어쨌든 미국 10년물 금리가 5%를 곧 돌파할 것만 같던 9월말~10월초의 기세는 한 풀 잠잠해졌다.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은 주가 조정, 채권 금리 하락, 원유와 금가격 반등으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중동발 위험 회피 심리가 시장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주요 가격 변수들 가운데서 금융시장이 이-팔 전쟁 이후 가장 걱정하는 변수는 아마도 유가일 것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 유가에 영향을 미치는 산유국은 아니지만, 미국과 이란이 이-팔 전쟁에 외교적으로 연관되어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우려되는 부문이다. 특히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과 관련된 정보를 예상하기 어려울뿐더러 작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초반 단기전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장기화되었던 경험까지 고려하면, 금번 이-팔 전쟁도 분명 단기적인 이슈로 끝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하기에는 무리가 없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특히 내년도의 경제전망이 밝지 못한 상황에서 높아진 유가는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하면서 경제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기 충분하다. 일반적으로 수요 개선에 의한 유가 상승은 완연한 우상향의 경기 흐름을 동반하기 때문에 높아진 유가 자체가 문제가 아닐 수 있지만, 지정학적 리스크와 같은 공급 측면의 유가 상승은 경제전반의 비용(macro cost)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현재 IMF와 OECD 등 주요 기관의 내년도 경제전망 보고서가 발간된 상황에서, 만약 이-팔 전쟁이 중동 지역 전반의 리스크로 확산되며 미국과 이란이 외교·무역전을 벌이는 양상으로 전개된다면, 이들 보고서에서 제시된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 숫자는 하향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다. 이런 상황은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를 다시 자극하며 글로벌 채권 시장의 강세를 이끌 수 있는 부문이다.
당분간 금융시장 향방의 키 포인트(Key point)는 유가가 쥘 것
이-팔 전쟁의 확대 양상으로 미국 채권금리가 낮아진다는 가정에도 불구하고, 이에 연동돼 달러가 함께 낮아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통상 전쟁과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 달러는 미국 금리에 연동되는 힘보다는 안전통화로서의 그 위상이 더 부각되기 때문이다.그리 밝지 못한 내년도의 경제전망과 이-팔 전쟁으로 인한 유가의 불확실한 경로가 상존하고 있는 이런 상황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제조업 경기가 바닥을 다지고 반등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스럽다. 미국의 ISM 제조업 지수가 아직은 경기 확장 기준선(50)을 하회하고는 있지만 49까지 회복되었고, 수주-재고 스프레드는 6월 이후 양수(+)로 반전되며 재고 조정의 후반부가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해주었다는 점에서 제조업 경기의 추가적인 회복을 기대하게 만드는 부문이다. 아울러 여전히 견조한 미국의 서비스업 경기와 고용지표는 민간의 소비로 연결되며 미국 경제의 상대적 안정성과 예외주의를 강화시키는 핵심이기도 하다.
전쟁이 중동지역 전반의 지정학적 리스크로 확산되지 않고 유가를 크게 자극하지만 않는다면, 내년도 매크로 환경은 연준이 그 동안 시종일관 외쳐왔던 고금리 장기화(Higher for longer)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는 9월 FOMC 이후 이-팔 전쟁 발발 직전까지 진행되었던 채권시장의 베어 스티프닝(bear steepening)이 다시 재개될 수 있고, 달러는 다시 추가적인 상승 가능성을 열어놓아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 이-팔 전쟁의 불확실성이 미국 금리와 달러를 누르고는 있지만, 연준이 주요하게 생각하는 인플레이션이나 고용과 같은 지표들의 전망 경로를 변화시킬 정도의 영향력을 보일 수 있을지, 그리고 그에 따른 금리와 달러의 향방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한 키(key)는 당분간 유가가 쥐고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