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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서고속철도(SRT) 승무원들의 실적 주행거리에 따라 지급되는 승무수당도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1심은 승무수당이 통상임금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보고 회사 측 손을 들어줬지만 2심에서 판결이 뒤집혔다. 하급심 판단이 엇갈리면서 대법원에서 양측의 격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승무수당 고정성 두고 법리다툼 치열
SRT를 운영하는 주식회사 SR은 사내 보수규정에 따라 기장·객실장 등 승무원에게 실적 주행거리만큼 수당을 지급해왔다. 기장(3급)은 1km당 120원, 객실장(4급)은 1km당 35원을 매기는 식이다. SR은 근로자와 맺은 단체협약 등을 근거로 승무수당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한 채 법정수당(연장·야간·휴일수당 등)을 지급했다.SR 노동조합과 승무원 267명은 2020년 이 같은 임금 지급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승무원들은 "승무수당은 '소정근로'의 대가"라며 "통상임금의 조건인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이 모두 충족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승무수당을 포함해 계산한 법정수당의 차액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소정근로는 법정 근로시간 안에서 노사가 합의한 만큼 일한 것을 말한다. 회사 측은 "승무수당은 통상임금의 고정성을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맞섰다. 실제 주행을 했다는 추가적인 조건을 만족해야 지급여부나 액수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통상임금의 고정성이란 소정근로를 제공했다면 당연하게 지급되는 성질을 말한다. 별도의 업적이나 성과를 달성해야 받는 수당은 고정성이 없기 때문에 통상임금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1심에선 회사 측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제48민사부(부장판사 이기선)은 지난해 6월 원고 패소 판결(2020가합556417)을 내렸다. 재판부는 "승무원들은 야간 및 휴일에도 승무업무를 수행할 수밖에 없다"며 "승무업무가 소정근로시간을 초과하거나 야간 또는 휴일에 이뤄졌는지는 따지지 않은 채 주행거리에 따라서만 승무수당이 지급됐다"고 했다.
승무업무가 승무원들의 유일한 소정근로가 아닌 사실도 판결에 반영됐다. 재판부는 "승무원들은 돌발 상황이 생기면 '비상대기' 업무를 해야 하고 정기적인 안전·직무 교육도 받는다"며 "이 경우 주행거리가 발생하지 않으므로 승무수당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판결 뒤집은 2심 재판부 "승무원들에게 19억 지급하라"
2심 판단은 달랐다. 서울고등법원 민사15부(윤강열 부장판사)는 지난 6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승무수당도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며 "SR은 승무원들에게 19억원을 지급하라"고 했다.항소심 재판부는 '승무'란 승무원들의 소정근로 그 자체라고 봤다. 실적 주행거리를 추가적인 조건으로 볼 수 없다는 얘기다. 재판부는 "SR 직제규정에 따르면 기장의 임무는 '고속철도 차량 운전(승무)'로 정해졌다"며 "대기 업무나 안전 교육 수강 역시 승무를 위해 불가피하게 존재하는 것이므로 승무 관련 업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승무수당의 지급 여부나 액수가 사전에 확정됐다는 점도 눈여겨봤다. 재판부는 "사전에 제공받은 근무표를 통해 승무원들의 근무일별 열차 출발지와 종착지가 정해진다"고 했다. 출발지와 종착지가 정해지면 실적 주행거리도 자동으로 계산돼 거리당 승무수당이 얼마인지 알 수 있다.
"소정근로시간과 무관하게 승무수당이 지급됐다"는 1심 판단도 인정되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승무수당은 소정근로에 대한 승무수당과 휴일근무에 대한 승무수당으로 구분된다"며 "근로자 측은 전자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SR 측이 2심 판결에 불복하면서 이번 사건은 대법원(2023다251978)으로 넘어갔다. 1·2심이 정반대의 판단을 내린 만큼 승무수당의 통상임금 여부를 따지는데 양측의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재판은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가 맡는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