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 11억 주겠다" 유언장 등장…法 “유류분 청구시효 소멸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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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자녀 없이 사망하자 조카 16명 상속
2년간 재판중 "재산 B씨에게 줘라" 유언장 나와
B씨 “유류분 반환 청구권 이미 시효 소멸” 주장
法 "무효확인 소송 확정됐을 때로 청구시효 산정해야"
이번 소송은 배우자와 자녀가 없던 C씨가 2016년 9월 세상을 떠나면서 비롯됐다. C씨의 형제 네 명도 먼저 사망한 상태였다보니 조카 16명이 상속 자격을 얻게 됐다. 5개월 후인 그 해 11월 원고들 중 한 사람이 상속자격을 가진 모든 사촌들을 상대로 상속재산 분할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2년 넘게 재판이 진행되던 중 판을 크게 흔들만한 사건이 벌어졌다. C씨가 ‘내 모든 재산을 B씨에게 주겠다’고 적은 유언장이 등장한 것이다. B씨는 2019년 4월30일 C씨의 유언을 담은 자필증서를 법원에 제출하고 증서를 검인해달라고 신청했다. 충격적인 변수가 등장하자 원고 중 일부는 그 해 10월 유언장 무효 확인소송을 제기했다.
2021년 4월 법원이 유언장의 효력을 인정하면서 B씨는 단번에 상속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 B씨는 그해 11월 3월 항소심에서도 같은 결론을 받아냈고, 원고들이 상고를 포기하면서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이보다 앞서 시작됐던 상속재산분할 청구소송에서도 유언장 내용이 유효하다는 판결이 반영돼 한 달 후인 12월 1일 원고 패소로 1심이 종결됐다(2022년 4월 원고 패소 확정). 그러자 원고들은 엿새 후인 12월 7일 유류분 반환 청구소송을 걸었다.
반면 원고들은 유언장 무효 확인소송에서 패소한 2021년 4월 8일을 유류분 반환 청구시효를 산정하는 기준일로 삼아야 한다고 봤다. 단순히 유언장의 존재를 알게된 시점이 아니라 유언장 효력이 인정돼 유류분을 요구해야 하는 상황이 명백해진 시점을 기준일로 잡아야 민법에 담긴 ‘반환해야 할 증여 사실을 알게 된’이란 의미에 부합한다는 얘기다.
원고들은 C씨가 2004년 작성한 유언장이 15년이 지나서야 드러난데다 내용도 매우 간략했다는 점 때문에 이 유언장의 효력이 없다고 강하게 믿어왔다. 유언장에는 ‘나의 전재산(부동산, 예금 등)을 B씨에게 모두 상속하기로 한다’는 내용이 짧게 적혀있다. 유언장 내용과 달리 실제 C씨 재산에는 부동산이 없었고, 유언장이 비닐로 코팅돼있어 위조 여부를 가리는 게 비교적 어려웠다는 점 등도 원고들이 무효 주장을 한 근거였다.
1·2심은 이 같은 주장이 합리적이라고 보고 원고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원고들은 유언장 무효 확인소송이 끝날 때까지 망인의 유증(유언을 통한 증여)에는 효력이 없다고 믿었기 때문에 유류분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던 것”이라며 “유언장이 무효라고 믿었던 합리적 근거가 있는 이상 유언장 무효확인 소송이 확정됐을 때 비로소 원고들이 유류분 반환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2년간 재판중 "재산 B씨에게 줘라" 유언장 나와
B씨 “유류분 반환 청구권 이미 시효 소멸” 주장
法 "무효확인 소송 확정됐을 때로 청구시효 산정해야"
모든 재산을 조카 한 명에게 물려준다는 유언장 내용의 효력을 두고 소송이 한창 진행 중이었음에도 유언장의 존재를 안 지 1년이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유류분을 요구할 수 있는 시효가 끝났다고 봐선 안 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유언장의 진위 여부 등이 밝혀져야 유류분 반환 청구를 결정할 수 있는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유류분은 고인(피상속인)의 뜻과는 무관하게 상속인들이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유산 비율을 말한다.
분쟁 2년 넘어서 '재산 11억 모두 줄게' 유언장 깜짝등장
서울고등법원 민사24부(재판장 김시철 부장판사)는 지난 5월 A씨 등 15명이 사촌인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 2심에서 원심대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B씨에게 “상속받은 재산 약 11억5000만원 중 약 2억8800만원을 원고들에게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B씨가 상고를 포기하면서 원고들은 한 명당 적게는 1600만원, 많게는 2400만원을 유류분으로 받게 됐다.이번 소송은 배우자와 자녀가 없던 C씨가 2016년 9월 세상을 떠나면서 비롯됐다. C씨의 형제 네 명도 먼저 사망한 상태였다보니 조카 16명이 상속 자격을 얻게 됐다. 5개월 후인 그 해 11월 원고들 중 한 사람이 상속자격을 가진 모든 사촌들을 상대로 상속재산 분할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2년 넘게 재판이 진행되던 중 판을 크게 흔들만한 사건이 벌어졌다. C씨가 ‘내 모든 재산을 B씨에게 주겠다’고 적은 유언장이 등장한 것이다. B씨는 2019년 4월30일 C씨의 유언을 담은 자필증서를 법원에 제출하고 증서를 검인해달라고 신청했다. 충격적인 변수가 등장하자 원고 중 일부는 그 해 10월 유언장 무효 확인소송을 제기했다.
2021년 4월 법원이 유언장의 효력을 인정하면서 B씨는 단번에 상속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 B씨는 그해 11월 3월 항소심에서도 같은 결론을 받아냈고, 원고들이 상고를 포기하면서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이보다 앞서 시작됐던 상속재산분할 청구소송에서도 유언장 내용이 유효하다는 판결이 반영돼 한 달 후인 12월 1일 원고 패소로 1심이 종결됐다(2022년 4월 원고 패소 확정). 그러자 원고들은 엿새 후인 12월 7일 유류분 반환 청구소송을 걸었다.
"유언장 유효 판결일 기준으로 유류분 청구시효 산정해야"
이번 유류분 반환 청구소송을 관통하는 핵심 쟁점은 원고들이 유류분을 요구할 수 있는 시효를 넘겼다고 봐야하느냐였다. 민법 1117조는 ‘상속 개시와 반환해야 할 증여(유언을 통한 증여 포함) 사실을 알게된 시점을 기준으로 1년 안에 유류분 반환 청구를 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 사건의 원고들이 유류분 반환 청구소송을 낸 것은 B씨가 법원에 C씨의 유언을 담은 자필증서를 제출한 지 2년7개월가량이 지난 때였다. 유언장 원본 확인시점도 소송 접수일보다 1년6개월 앞선다. B씨는 이 같은 사실을 근거로 “원고들의 유류분 반환 청구권은 이미 시효가 지나 소멸됐다”고 주장했다.반면 원고들은 유언장 무효 확인소송에서 패소한 2021년 4월 8일을 유류분 반환 청구시효를 산정하는 기준일로 삼아야 한다고 봤다. 단순히 유언장의 존재를 알게된 시점이 아니라 유언장 효력이 인정돼 유류분을 요구해야 하는 상황이 명백해진 시점을 기준일로 잡아야 민법에 담긴 ‘반환해야 할 증여 사실을 알게 된’이란 의미에 부합한다는 얘기다.
원고들은 C씨가 2004년 작성한 유언장이 15년이 지나서야 드러난데다 내용도 매우 간략했다는 점 때문에 이 유언장의 효력이 없다고 강하게 믿어왔다. 유언장에는 ‘나의 전재산(부동산, 예금 등)을 B씨에게 모두 상속하기로 한다’는 내용이 짧게 적혀있다. 유언장 내용과 달리 실제 C씨 재산에는 부동산이 없었고, 유언장이 비닐로 코팅돼있어 위조 여부를 가리는 게 비교적 어려웠다는 점 등도 원고들이 무효 주장을 한 근거였다.
1·2심은 이 같은 주장이 합리적이라고 보고 원고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원고들은 유언장 무효 확인소송이 끝날 때까지 망인의 유증(유언을 통한 증여)에는 효력이 없다고 믿었기 때문에 유류분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던 것”이라며 “유언장이 무효라고 믿었던 합리적 근거가 있는 이상 유언장 무효확인 소송이 확정됐을 때 비로소 원고들이 유류분 반환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