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만원 횡령했다고 해고 억울"…소액이라도 반복 땐 처벌 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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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금융기관의 경우 일반기업보다 더 엄격
회계 관리업무 등 행위자의 지위·역할도 중요
소액 부정사용인 경우 기업내 관행도 고려돼야
※이 글은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의 자문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광주FC는 최근 인사위원회를 열어 간부급 직원 A씨 등에 대해 법인카드 유용 등의 책임을 물어 최고 수준의 징계인 해고를 의결했습니다. A씨는 법인카드 사용 대상이 아님에도 심야시간과 휴일에 유흥주점 등에서 법인카드를 사용하는 등 2019년 1월부터 올해 초까지 총 5000만원 가량 결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비용 처리를 간소화하고 관련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기업이 임직원에게 지급하는 법인카드는 부정 사용을 이유로 한 징계의 적정성 논란을 부르는 단골 소재입니다. 금전적 비위행위를 적발한 기업이 해당 임직원에 대해 해고 등 인사조치를 하고, 해당 근로자는 부당전보 또는 부당해고라며 회사와 다툼을 벌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판례는 금전적인 비위행위의 경우 다른 비위행위보다는 징계의 정당성을 폭넓게 인정하는 편입니다. 그런데도 기업 입장에서는 임직원이 어느 정도 금액을 유용해야 해고할 수 있는지 정확히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고민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금전적 비위행위와 관련한 유의미한 판례를 살펴봤습니다.
판례는 금융기관 임직원인 경우 일반적인 사기업보다 더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금융기관의 경우 금전 관련 비위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사고 예방을 위하여 각종 지침, 행동강령을 마련하거나 교육을 실시하는 등의 노력을 주기적으로 실시했다면 비위행위자가 그러한 사정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비위행위를 한 것으로 보고 소규모 금액 횡령의 경우에도 해고의 정당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서울고등법원 2008. 2. 13. 선고 2007누16464 판결 취지
은행에서 근무하는 근로자가 자신이 담당한 채무자에게 대출금 상환 조로 자기앞수표 50만원권 1매를 수령하고도 대출금 상환에 쓰거나 가수금에 입금하지 않고 6개월 정도 경과 후 문제가 되자 그제야 대출금 상환 처리를 하였음을 이유로 해고된 사안. "은행원에게는 고도의 청렴성과 윤리의식이 요구되는 점, 금융기관에 있어서 고객에 대한 금융 부조리는 가장 엄격하고 철저히 다루어져야 하는 것인 점, 이러한 반복적인 비위행위는 대규모 금융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점 등을 들어, 해고처분이 정당."
비위행위자에 회계 관리 감독 의무가 있는지, 휘하 직원을 지휘·감독하거나 업무를 총괄하여야 하는 책임이 있는지 등 업무상 지위와 역할도 고려 대상입니다. 특히 비위행위자가 직원들을 지휘·감독하고 교육할 위치에 있는 자라거나, 회계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에는 소규모 금액의 횡령을 하더라도 해고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서울행정법원 2013. 6. 4. 선고 2012구합36590 판결 취지
"물품관리 회계직으로서 예산을 투명하게 집행하고 공용물품을 철저하게 관리·감독하여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관행을 구실로 여러 차례에 걸쳐 28만7400원을 초과 수령한 사안에서 해당 근로자에 대한 파면 처분이 정당."
#서울고등법원 2010. 5. 11. 선고 2009누26816 판결 취지
지정식당에서 식사한 것처럼 장부에 허위로 기재하고 이 사실을 모르는 회사가 식당에 식대를 지급하게 함으로써 약 35만원의 피해를 발생시킨 사안. "손해액은 약 35만원으로 크지 않으나 무려 13개월이라는 오랜 기간 동안 159회에 걸쳐 이루어진 행위라는 점을 중시하여 징계해고가 정당."
이 외에도 판례는 비위행위에 따른 피해보상이 이루어지지 않고 회사에 큰 손해가 발생한 경우, 언론 보도 등으로 회사의 대외적 신인도를 손상해 회사의 영업활동에 지장을 초래하였거나 초래할 위험성이 있는 경우, 다수의 근로자가 비위행위자와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 기업질서 유지 차원에서 일벌백계하여 엄격하게 책임을 물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 징계 전력이 있는 경우, 개전의 정이 없는 경우, 형사 유죄판결을 받은 경우 등도 징계양정에 있어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법인카드 부정 사용의 처벌 여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판단 기준 중 하나가 기업의 관행입니다. 법인카드를 소액 부정 사용한 경우 그러한 행태가 기업 내에서 관행화되거나 묵인되고 있었다면, 법인카드 부정 사용을 징계하는 경우 징계 형평성이 없다는 이유로 징계가 부당하고 판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법인카드 부정 사용에 대한 단속과 징계는 기업의 도덕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개별 근로자별이 아닌 기업 단위에서 일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또한 부정 사용 여부 조사는 비위행위자에 의심이 가는 사용처마다 소명을 요청하고 소명이 없을 경우 부정 사용으로 판단하는 식으로 개별적인 사용처를 하나하나 조사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회계 관리업무 등 행위자의 지위·역할도 중요
소액 부정사용인 경우 기업내 관행도 고려돼야
※이 글은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의 자문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광주FC는 최근 인사위원회를 열어 간부급 직원 A씨 등에 대해 법인카드 유용 등의 책임을 물어 최고 수준의 징계인 해고를 의결했습니다. A씨는 법인카드 사용 대상이 아님에도 심야시간과 휴일에 유흥주점 등에서 법인카드를 사용하는 등 2019년 1월부터 올해 초까지 총 5000만원 가량 결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비용 처리를 간소화하고 관련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기업이 임직원에게 지급하는 법인카드는 부정 사용을 이유로 한 징계의 적정성 논란을 부르는 단골 소재입니다. 금전적 비위행위를 적발한 기업이 해당 임직원에 대해 해고 등 인사조치를 하고, 해당 근로자는 부당전보 또는 부당해고라며 회사와 다툼을 벌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판례는 금전적인 비위행위의 경우 다른 비위행위보다는 징계의 정당성을 폭넓게 인정하는 편입니다. 그런데도 기업 입장에서는 임직원이 어느 정도 금액을 유용해야 해고할 수 있는지 정확히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고민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금전적 비위행위와 관련한 유의미한 판례를 살펴봤습니다.
업종·지위에 따라 달라지는 징계
금전적 비위행위에 대한 징계에 있어 기본적으로 고려되는 것은 금전의 액수이지만 이 외에도 △회사의 업종 △비위행위자의 업무상 역할·지위 △비위행위의 지속성 여부 △회사의 관행 등도 주요 판단기준이 됩니다.판례는 금융기관 임직원인 경우 일반적인 사기업보다 더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금융기관의 경우 금전 관련 비위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사고 예방을 위하여 각종 지침, 행동강령을 마련하거나 교육을 실시하는 등의 노력을 주기적으로 실시했다면 비위행위자가 그러한 사정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비위행위를 한 것으로 보고 소규모 금액 횡령의 경우에도 해고의 정당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서울고등법원 2008. 2. 13. 선고 2007누16464 판결 취지
은행에서 근무하는 근로자가 자신이 담당한 채무자에게 대출금 상환 조로 자기앞수표 50만원권 1매를 수령하고도 대출금 상환에 쓰거나 가수금에 입금하지 않고 6개월 정도 경과 후 문제가 되자 그제야 대출금 상환 처리를 하였음을 이유로 해고된 사안. "은행원에게는 고도의 청렴성과 윤리의식이 요구되는 점, 금융기관에 있어서 고객에 대한 금융 부조리는 가장 엄격하고 철저히 다루어져야 하는 것인 점, 이러한 반복적인 비위행위는 대규모 금융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점 등을 들어, 해고처분이 정당."
비위행위자에 회계 관리 감독 의무가 있는지, 휘하 직원을 지휘·감독하거나 업무를 총괄하여야 하는 책임이 있는지 등 업무상 지위와 역할도 고려 대상입니다. 특히 비위행위자가 직원들을 지휘·감독하고 교육할 위치에 있는 자라거나, 회계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에는 소규모 금액의 횡령을 하더라도 해고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서울행정법원 2013. 6. 4. 선고 2012구합36590 판결 취지
"물품관리 회계직으로서 예산을 투명하게 집행하고 공용물품을 철저하게 관리·감독하여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관행을 구실로 여러 차례에 걸쳐 28만7400원을 초과 수령한 사안에서 해당 근로자에 대한 파면 처분이 정당."
비위행위, 액수보다 지속 여부가 중요
판례는 또 비위행위가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 계획적이거나 조직적이라거나, 개인적 이익을 취할 목적이었다면 처벌 필요성이 더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비위행위가 지속적이고 상습적이었는데 적발되지 않았으면 비위행위가 지속되었거나 더 큰 비위행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라는 이유입니다.#서울고등법원 2010. 5. 11. 선고 2009누26816 판결 취지
지정식당에서 식사한 것처럼 장부에 허위로 기재하고 이 사실을 모르는 회사가 식당에 식대를 지급하게 함으로써 약 35만원의 피해를 발생시킨 사안. "손해액은 약 35만원으로 크지 않으나 무려 13개월이라는 오랜 기간 동안 159회에 걸쳐 이루어진 행위라는 점을 중시하여 징계해고가 정당."
이 외에도 판례는 비위행위에 따른 피해보상이 이루어지지 않고 회사에 큰 손해가 발생한 경우, 언론 보도 등으로 회사의 대외적 신인도를 손상해 회사의 영업활동에 지장을 초래하였거나 초래할 위험성이 있는 경우, 다수의 근로자가 비위행위자와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 기업질서 유지 차원에서 일벌백계하여 엄격하게 책임을 물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 징계 전력이 있는 경우, 개전의 정이 없는 경우, 형사 유죄판결을 받은 경우 등도 징계양정에 있어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법인카드 부정 사용의 처벌 여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판단 기준 중 하나가 기업의 관행입니다. 법인카드를 소액 부정 사용한 경우 그러한 행태가 기업 내에서 관행화되거나 묵인되고 있었다면, 법인카드 부정 사용을 징계하는 경우 징계 형평성이 없다는 이유로 징계가 부당하고 판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법인카드 부정 사용에 대한 단속과 징계는 기업의 도덕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개별 근로자별이 아닌 기업 단위에서 일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또한 부정 사용 여부 조사는 비위행위자에 의심이 가는 사용처마다 소명을 요청하고 소명이 없을 경우 부정 사용으로 판단하는 식으로 개별적인 사용처를 하나하나 조사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