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우리 군이 국방과학연구소(ADD)와 함께 최소 10t 이상의 고위력 잠수함발사미사일(SLBM) 개발을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2027년까지 SLBM을 발사할 사출장치의 시제품 개발을 거쳐 이후 배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에 운용 중인 3000t급 '도산안창호급' 잠수함에서도 개량을 거쳐 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북한 역시 최근 SLBM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남·북이 모두 차세대 전략 무기로 SLBM 개발에 전념하는 형세다.
ADD, 현무-5급 SLBM 담을 사출장치 개발사 공모
ADD는 최근 '고성능 대형 수중발사장치'의 시제업체 선정을 위한 공모를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방산업체들에 발송되는 제안요청서(RFP)를 보면 지난해 7월부터 2027년 6월까지 60개월 동안 차기 수중함(잠수함)에 탑재해 물 속에서 발사할 수 있는 발사장치의 주 장비(발사관, 발사관 통제장치, 캐니스터(원통형 관), 혼합가스 발생기)를 개발하는 게 주요 과제다. ADD 측은 RFP를 통해 "올 12월부터 시제품 제작에 들어가 2025년 7~9월 육상사출시험, 2025년 11월~2026년 3월 수조사출시험이 예정돼 있다"고 밝혔다. 시제품의 구체적인 목표성능은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미사일 사출 중량이 '00,000㎏' 인 점으로 미뤄볼 때, 탑재되는 미사일의 무게가 최소 10t 이상일 것으로 예상된다. 또 발사심도가 '000'm로 규정돼 깊은 심해에서 발사하는 미사일을 염두에 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이 장비가 우리 군의 잠수함발사탄미사일(SLBM)인 현무4-4의 후속 모델 개발을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미사일 무게가 10t이 넘을 것이란 점에서 ‘괴물 미사일’로 불리는 현무-5 탄도미사일의 SLBM 개량형이 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세계에서 가장 무거운 탄두를 탑재하는 현무-5는 올해 초부터 시험발사를 거쳐 개발이 마무리된 것으로 전해졌다.현재 우리 군의 현무 4-4 역시 우리 군의 고위력 탄도미사일인 현무-4를 SLBM용으로 개량한 것이다. 해군이 운용 중인 장보고-3 배치-1 도산안창호함급(3000t) 잠수함의 경우 여섯 발의 현무 4-4를 실을 수 있다. 한화오션이 개발 중인 장보고-3 배치-2 잠수함은 모두 열 발의 현무 4-4가 들어갈 예정이다. 최일 잠수함연구소장은 "현무-5 종류의 고중량 탄도미사일도 발사관 수를 줄이는 등 개조를 거치면 도산안창호급 잠수함에 탑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RFP에 공개된 사출발사장치 내 모의 발사체 그림에서 미사일 탄두부 부분이 뾰족하지 않고, 둥근 점도 주목된다. 보통 둥근 모양의 탄두부는 다탄두가 가능하도록 설계된 것이기 때문이다. 사거리가 1만㎞가 넘는 미국의 전략 SLBM인 트라이던트-2 등이 다탄두 장착을 위해 탄두부가 둥글게 돼 있다. RFP에는 모의 발사체 관련해 "탑재 무장을 모사해 제작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북한도 ‘SLBM’ 잠수함 공개…남북 경쟁 격화될 듯
이같은 SLBM이 완성되면 지상에서 발사할 수 있는 '현무-5' 탄도미사일과 함께 '한국형 3축' 체계 중 하나인 우리 군의 대량응징보복(KMPR)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북한 역시 SLBM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마냥 안심할 수 만은 없는 상황이다.최근 북한 관영 매체는 북한 해군 전술핵공격잠수함 '김군옥 영웅함' 진수식이 지난 6일 함경남도 신포조선소에서 열렸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축하 연설에서 이미 보유한 중형 잠수함도 전술핵을 탑재할 수 있는 공격형 잠수함으로 개조하고 핵추진잠수함도 건조하겠다고 밝혔다. 김정은은 "앞으로 계획돼 있는 신형 잠수함들 특히 핵추진잠수함과 함께 기존의 중형 잠수함들도 발전된 동력체계를 도입하고 전반적인 잠항작전능력을 향상시키겠다"고 말했다. 북한이 공개한 전술핵공격잠수함은 1800t인 기존 로미오급(033형)의 개량형으로 추정된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함교쪽 잠수함 미사일 탑재부에 모두 10문의 발사관 덮개가 확인된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10문 중 대형 발사관 4문은 '북극성-3·4·5ㅅ형' SLBM을 발사할 수 있도록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며 "나머지 6개는 '북극성-3형'보다 작은 '화성-11ㅅ'(단거리탄도미사일 KN-23의 SLBM형)을 장착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북한은 SLBM을 바지선이나 저수지에서 시험발사 했는데 이제 '디젤 잠수함'에서 SLBM을 발사할 수 있는 역량을 만들었기 때문에 위협이 커졌다는 평가다. 다만 우리 군은 "정상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모습은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며 북한 발표를 평가절하한 상태다.
앞으로 남북이 잠수함에서 사용가능한 고성능 SLBM을 계속 개발하며 경쟁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적으로 재래식 잠수함인 디젤 잠수함에 SLBM을 발사하는 플랫폼을 개발한 국가는 남북한과 이스라엘 뿐이다. 한국은 핵탄두는 없지만 2021년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군사 기고가인 최현호 밀리돔 대표는 "우리 군이 SLBM의 대형화를 통해 북한의 핵 위협에 대비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북한은 실제 핵 탑재가 가능하고 사거리도 미국까지 닿을 정도로 길다는 점에서 더 위협적"이라고 강조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