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급한대로 인턴 뽑아"…큰일 날 소리 하시네요
*이 글은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의 자문 아래 작성됐습니다

‘시용형’ 인턴 만료시 본채용 거절하려면
계약서에 ‘정식채용 거절’ 규정 있어야
막연히
일 못해서 성격이 좀 사유 안돼
객관적 평가기준 없다면 부당해고 소송 우려


많은 회사들이 인턴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인턴제도는 회사가 직원과 함께 일을 해본 다음 업무능력, 조직친화력, 성실성 등을 판단해 정식 채용하는지 판단하겠다는 취지로 두는 게 보통이고, 3개월로 설정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일각에서는 "인턴은 말 그대로 인턴이니까, 인턴 기간 중이거나 기간 종료 후에 별다른 사유 없이 해고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완전히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근로관계를 종료하는 데에는 상당한 법적 제약이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할 점이 한둘이 아니다.

먼저 우리 회사가 운영 중인 ‘인턴’제도가 정확히 어떤 것인지 파악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인턴은 법률 용어 아냐 … 시용이냐 수습이냐가 관건

인턴이란 단어가 외래어다 보니, 그 개념이 명확하지 않다. 수습, 시용 등 다양한 단어로 번역이 되지만, 이 둘은 법적으로 엄연히 다른 의미다.

'정식 채용 후' 3개월간 OJT(직장내 교육훈련) 등 트레이닝을 받는 기간으로 설정을 했다면 이는 '수습'으로 볼 수 있다. 즉 일단 채용하기로 결정을 하고, 일을 배우는 기간을 설정한 게 수습이기 때문에 사실상 정식 근로자로 채용된 것으로 봐야 한다. 이 경우는 인턴이 "우리 식구인데 일을 배우는 중"이라는 의미로 쓰이는 경우다.

그게 아니라 ‘수습 기간 근무태도, 적성, 인성 등을 종합적으로 봐서 계속 근로가 적당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경우 정식 채용을 거부할 수 있다’는 취지의 규정이 있다면 '시용'으로 분류할 수 있다. 법률 용어로 '해약권의 유보'라고 하는데, 내가 근로계약을 해약할 수 있는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다. 즉 "아직은 우리 식구 아닌데 보고 판단하겠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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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둘을 구분하는 기준은 계약서에 시용이나 수습 중 어떤 단어가 쓰였냐가 아니라, 계약 내용에서 정식채용(본채용)을 거절할 수 있는 권한이 명확하냐는 것이다.

만약 계약이 '시용'으로 판단된다면 해고를 하는 게 상대적으로 용이해진다. 다만 '상대적'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한국은 기본적으로 해고 경직성이 심한 편이기 때문이다.

'시용형' 인턴 기간 만료 시 본채용을 거절하는 것도 엄연히 '근로기준법상 해고'로 분류된다. 근로기준법 제23조는 해고 시 ‘정당한 이유’를 요구하고 있다. 당연히 시용형 인턴의 경우에도 관계종료에는 ‘정당한 이유’가 필요하다. 인턴의 경우에는 "사유가 없어도" 근로계약 종료가 가능하다는 것은 큰 오해다.

이렇게만 보면 경영진 입장에서는 "그럼 도대체 인턴제도를 두는 의미가 무엇이냐"고 물을 수도 있겠다.

법원은 인턴에 대해 해고의 유연성을 인정하고 있다. 일반적인 해고에 있어서는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를 요구하는 반면,(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3두26750 판결), 인턴(시용)의 경우에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하여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인정될 것’ 정도를 요구(대법원 2003. 7. 22. 선고 2003다5955 판결)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전자의 경우엔 '근로자의 심각한 책임'이 필요하다. 이를 입증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반면 인턴의 경우엔 객관적인 사유면 충분하다는 점에서 법적으로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일부 회사에서는 법적 분쟁을 피하기 위해 인턴들과 아예 계약직 근로계약을 맺는 경우도 있다. 계약직 종료 이후 마음에 드는 근로자만 정식(무기근로계약) 근로계약을 맺어주는 방식이다. 사유와 상관 없이 계약이 정리된다는 점에선 법적으로는 가장 '클린'한 방식이다.

다만 시용 차원에서 짧게 쓰는 것은 몰라도, 계약직 근로기간이 길어지게 되면 사실상 '시용'제도로 쓰이고 있다는 문제제기가 들어오는 등 부수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김상민 변호사는 "계약직 기간을 길게 가져가면, 계약직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양질의 인력들이 애초에 지원하지 않거나, 회사의 '평판'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개념이 없네” “성격이 좀” … 이런 사유로 인턴 못 자릅니다

다만 아무리 완화된 기준을 적용한다고 하더라도 "개념이 없다" "싹수도 없다" "일을 그냥 못한다"는 등의 모호한 이유로 해고의 정당성이 인정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그럼 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이유는 도대체 어떻게 판단할까. 회사로서는 인턴 기간 중 '합리적인 평가기준'에 따라 객관적으로 평가를 해놔야 한다. 인턴이 잘한 것과 잘못한 것을 잘 기록해 둘 필요가 있다. 대충 감으로 "아 이친구는 일을 못 해서 잘라야겠다"고 정하고 자르면 안 된다는 뜻이다.

이 글을 보는 독자가 "그간 인턴들은 내 방식대로 잘 내보냈는데 무슨 소리냐"고 지금 생각하고 있다면, 아직 된통 당해보지 않은 인사관리자일 가능성이 높다.
영화 '인턴'의 한장면.
영화 '인턴'의 한장면.
인턴 기간 종료 후 본채용이 거절된 경우 근로자 측에서는 ‘시키는 대로 일을 열심히 했다’며 부당해고를 주장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물론 일을 못 하거나 업무 적응 능력이 떨어지는 인턴도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회사 측이 노동위원회나 법원에서 "본채용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아무리 강변해도,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가 부족하면 자칫 부당해고 소송에서 패소하고 해당 인턴과 함께 가야 하는 어색한 상황, 혹은 몇달치 임금 등을 물어주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객관적 자료를 미처 준비하지 못하다 보니 개중엔 인턴 기간 중 있었던 일부 사례들만 나열식으로 주장하는 경우가 있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이런 경우 증거가 부족하면 결국 진실게임으로 흐르는 경향이 있고, 결국 회사의 입증 부족으로 결론이 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말한다.

객관적 자료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해당 근로자의 업무수행과 직접 관련된 사람을 평가자로 지정하되, 평가항목 및 심사내용 역시 회사의 특성에 맞게 구체적으로 특정ㆍ세분화하고 평가의 이유를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한다. 시용기간 중의 업무실적, 업무보고서, 보고기한을 준수하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 문제가 있어 개선을 지적했음에도 개선이 되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는 면담자료 등이 활용될 수 있다. 업무 평가의 기준과 방법을 인턴들이 인식할 수 있도록 명확하게 고지하는 것도 좋다.

번거롭겠지만, 평가자에게 "이 친구를 잘못 뽑으면 네가 책임지고 앞으로 같이 가야 한다"고 명확하게 하나의 업무로 부여해 평가의 동기를 부여하는 것도 중요하다. 평가 기준이나 방법을 정하기 어렵다면 노무법인 등의 컨설팅을 받는 것도 좋다.

절차적 준비도 중요하다. 인턴과의 관계 종료도 엄연히 해고다. 5인 미만 사업장이 아닌 한, 해고의 서면통지에 관한 근로기준법 규정이 당연히 적용된다. 해고 사유와 해고시기를 명확히 알려줘야 하며, 구두 통보도 안 된다.

“그간 감사했습니다. 좋은 회사 찾기 바랍니다”라며 채용 면접 탈락자에게 보내듯 문자를 보냈다가는, 해고 서면통지 규정 위반으로 부당해고 소송을 당할 수 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