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초음파 기기' 사용 허용될까…이달 최종 결론 나온다
사건번호:2023노10, 사건번호: 2016도21314, 사건번호: 2016두51405

초음파로 진료한 한의사에 1·2심서 유죄 판결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보건위생 문제 없어”
대법원 전원합의체 14일 파기환송심 선고 예정
뇌파계 진단기기 사용도 적법 … 양방 의료계 반발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지를 놓고 다투는 파기환송심(사건번호: 2023노10)의 결론이 이달 중순 나온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작년 말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 기준을 새롭게 제시하면서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이 위법하지 않다는 취지의 판결(사건번호: 2016도21314)을 내렸다. 대법원은 그 후 같은 기준을 적용해 한의사의 뇌파계 진단기기 사용도 위법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한의사가 특정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느냐를 두고 대법원이 연이어 한의사 측 손을 들어주면서 양·한방 의료계의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는 오는 14일 한의사이면서 초음파 진단기기를 이용해 진료한 혐의(의료법 위반)로 기소된 A씨의 파기환송심 판결을 선고할 예정이다. 당초 선고 예정일은 지난달 24일이었지만 한 차례 미뤄졌다. 검사가 제시한 새로운 증거를 추가해 검토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다만 판결이 뒤집힐만한 변수가 되진 못할 것이란 의견이 많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 사용이 위법이 아니라는 판결이 나와서다.

의료기기 허용기준 제시한 대법원

A씨는 2010년 3월~2012년 6월 초음파 진단기기를 이용해 환자의 자궁 내막 상태 확인, 신체 내부 촬영 등 진료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한 것이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A씨는 "초음파 진단기기로 진료하더라도 안전성에 문제가 없고, 한의사들 역시 정규 교육과정에서 초음파 진단기 사용 방법을 배웠다"고 맞섰다.

1·2심 재판부는 모두 유죄를 인정하고 벌금 80만원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초음파 진단기기가 한의학의 이론이나 원리에 기초해 개발됐다고 볼 수 없고, 한의사 전문과목에도 영상의학과가 없다"고 판시했다.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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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한의사가 진단 보조수단으로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보건위생에 위해를 발생시킨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의료공학과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개발된 진단용 의료기기를 한의사가 사용하는 것이 면허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려면 종전과 다른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고 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이 '면허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으로 △관련 법령에서 금지되는지 여부 △보건위생상 위해 우려 △한의학적 원리의 적용 내지 응용하는 행위와 무관한 것임이 명백한지 여부 등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기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한의사의 초음파 사용이 위법이라는 취지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양방 의료계 거세게 반발

얼마 전엔 한의사가 뇌파계 진단기기도 사용할 수 있다고 본 대법원 판단도 나왔다. 대법원은 지난달 18일 한의사 B씨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한의사 면허자격정지처분 취소 소송(사건번호: 2016두51405)의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한의사의 뇌파계 진단기기 사용도 면허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초음파 진단기기에 이어 뇌파계 진단기기도 사용에도 전원합의체의 새 기준이 적용됐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가운데)이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 허용 여부가 쟁점인 파기환송심 선고를 앞두고 탄원서를 제출 하기 위해 7월 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가운데)이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 허용 여부가 쟁점인 파기환송심 선고를 앞두고 탄원서를 제출 하기 위해 7월 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뇌 신경 전문 한의원을 운영하는 B씨는 2010년 9월부터 약 3개월 동안 뇌파계 진단기기를 파킨슨병과 치매 진단에 사용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런 행위가 면허 이외의 의료행위를 한 것이라고 보고, B씨에게 3개월간 한의사 면허 자격정지 및 경고 처분을 내렸다. 1심은 보건복지부의 처분이 적법하다고 봤다. 하지만 2심은 "작년 말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제시한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가능 여부를 따지는 기준을 적용했을 때 한의사의 뇌파계 진단기기 사용도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한의사 '초음파 기기' 사용 허용될까…이달 최종 결론 나온다
한의사는 여전히 엑스레이,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장치(MRI), 혈액검사 기기 등을 법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 하지만 기존에는 허용되지 않았던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판결이 연이어 나오면서 한의사의 의료행위 범위가 넓어지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방 의료계는 이 같은 흐름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7월 말 의사 1만여 명으로부터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 사용은 불법"이라는 취지의 탄원서를 모아 법원에 제출했다. 대한치매학회도 최근 성명서를 통해 "뇌파 측정기기를 치매와 파킨슨병 진단에 활용한 한의사의 진료가 적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에 강한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