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칼럼]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채권 투자기회
※한경 마켓PRO 텔레그램을 구독하시면 프리미엄 투자 콘텐츠를 보다 편리하게 볼 수 있습니다. 텔레그렘에서 마켓PRO를 검색하면 가입할 수 있습니다.
[마켓PRO 칼럼]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채권 투자기회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채권시장 투자기회
[마켓PRO 칼럼]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채권 투자기회
고은진 KB증권 WM투자전력부 상품전략팀장

금융투자협회의 통계에 따르면 올해 7월말까지 거래량 기준 개인들의 채권순매수 규모가 24조원을 넘어섰다. 이 중 9조원 이상은 정부발행 국고채에 집중되었다고 한다. 2021년 4조5000억원에서 작년 21조원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난 개인들의 채권 수요는 올해 들어 불과 반년 만에 전년도 전체 수준에 이미 근접했고, 7월말 누적기준 국고채 순매수는 전년도 전체 순매수의 3배 수준을 뛰어 넘었다.

특히 국고채 순매수의 3분의2 가량은 발행만기 20년물 이상의 초장기채로 몰렸다. 한국은행과 미국 중앙은행(Fed)의 가팔랐던 긴축 통화정책 사이클이 올해 안에 마무리될 것이라는 전망은 매매차익 극대화가 가능해 보이는 장기 국고채에 대한 자산가들의 수요를 강하게 자극했고 금융투자소득세 시행 이전의 채권 자본차익에 대한 비과세 혜택도 함께 부각되면서 기대치를 한껏 높인 셈이다.

만기상환까지의 원리금 회수가능성을 제쳐두더라도 거시적 금융환경을 고려할 때 장기 국고채에 대한 투자포인트는 다음의 3가지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수익기회의 관점이다. 10년 이상 만기 국고채의 수익률(YTM)은 3% 중후반대에 형성되어 있다. 긴축이 가속되던 작년을 논외로 하면 이 같은 금리는 거의 10년을 거슬러 올라가야 만날 수 있는 수준이다. 채권 시가평가제도가 전면시행된 2000년대 초반 이래 저성장 저금리의 거시 환경으로 국내금리는 근 20년에 걸친 하락흐름을 이어왔다. 3% 후반대의 금리는 가깝게는 미 Fed발(發) 테이퍼텐트럼(긴축발작)으로 글로벌 긴축우려가 극도로 고조되었된 2013년 전후로 되돌려야 잠시 가능했던 수준이기에 지금을 10년만의 흔치 않은 수익기회로 받아들여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둘째는 리스크 측면이다. 블룸버그를 통해 확인되는 미국 금리선물 시장에 내재된 이번 인상사이클의 연방기금금리 최종 예상값은 3월초 5.87% 수준에서 정점을 찍고 내려왔다. SVB(실리콘밸리은행) 파산이라는 대형 이벤트가 발생한 이후 끝을 모르고 올라가던 미 Fed의 기준금리가 종착역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의미이다. 강력했던 긴축사이클은 일부 부작용이 표면으로 드러나면서 누적효과를 지켜볼 시간이 필요해졌고, 이에 따라 연속인상을 멈추고 건너띄기(Skip)로 강도가 낮아지면서 오르기만 하던 금리의 상단을 제어하는 힘이 되고 있다. 최근 피치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과 미국채 장기물 발행증가 우려가 반영되면서 금리가 한단계 더 올라서긴 했지만 과격한 급등의 모습을 보이고 있지는 않는다는 사실은 이의 방증이기도 하다.

마지막은 그렇게 멀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매매차익 실현시점이다. ING 등의 분석에 따르면 1970년 이후 최근 50여년간 Fed가 보여준 통화정책 사이클에서 마지막 인상 이후 인하로 돌아서는데 걸린 기간은 평균 6개월에 불과했다. 예단하기 어렵지만 이런 통계를 따른다면 Fed의 추가인상이 더해지더라도 올해 인상사이클이 종료되면 내년 초중반 무렵에는 인하로의 전환, 즉 피봇(Pivot)을 기대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연내 피봇 가능성을 점쳐보던 올해 상반기의 금리저점 수준으로 다시 되돌리게 되는 시기가 어쩌면 연내나 내년 상반기로 그다지 오래가 아닐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볼 수 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상시 투표권자인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의 존 윌리엄스 총재는 8월초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이 예상대로 내려올 경우 경제 데이터에 따라 이르면 내년 초에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인플레이션이 계속 하락하면 실질금리가 상승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긴축의 강도가 연준의 의도보다 높아져서 발생할 부작용은 피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금리인상 사이클이 종료되었을 수 있다는 걸 시사한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를 비롯해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 등 연준의 유력인사들이 현재의 금리수준과 향후 경로에 대해 완화적인(Dovish) 시각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시장의 부담을 낮출 수 있는 반가운 소식으로 여겨진다.

시장에서는 Fed보다 빠른 기준금리 인하 기대를 반영하고 있고 해외 주요 IB들에서 7월 FOMC에서의 금리 인상으로 긴축사이클이 종료되었다는 견해가 우세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의 투자판단으로 장기 국고채는 나쁜 선택지가 아닐 것이다.

다만 일부 비지표 장기 국고채 종목에 대한 매수 쏠림 현상은 다소 우려되는 부분이다. 이들 종목은 수년 전에 발행된 낮은 표면금리의 국고채로 고액자산가들에게 절세효과를 극대화시킨다는 점에서는 더 매력적으로 보여지기도 한다. 그런데 불과 1년 남짓한 시간의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을 앞두고 자본차익을 추구하는 상황이라면 절세효과 극대화가 아니라 시장금리 하락을 충실히 수익으로 실현시킬 수 있는 종목이 성과관리 차원에서 더 유리하다. 올해 개인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일부 국고채 비지표물들은 매입시 거래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수급이 균형잡힌 시장 상황이라면 지표물 대비 10분의1에도 못 미치는 제한된 유동성에 의해 더 싸게 거래되어야 정상적인 종목들이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쏠림으로 상당히 높은 프리미엄에 거래되고 있다. 특정 종목의 경우 발행잔액의 4분의1에 가까운 수량을 개인이 보유하고 있다고 하니 말이다. 만약 매매차익이 가능한 시점이 왔을 때 반대로 매도쏠림이 나타난다면 무척 당황스러운 상황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예상했던 투자성과에 훨씬 못미치거나 극단적인 경우 오히려 결과적으로 손실이 나는 상황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량 투자처로 괜찮은 수익기회가 보이는 장기 국고채 투자는 너무 비싸진 비지표물을 고집하지 말고 유동성이 풍부해 거래비용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표물로 접근하는게 보다 효과적일 것이다.

모처럼 10년만의 흔치 않은 기회가 채권시장에 찾아왔다. 추가 금리인상이나 추가경정예산안등의 발행 증가 변수가 없지 않고 ‘더 높은 금리를 오래 지속(Higher for Longer)’의 화두도 여전히 부담스럽긴 하지만, 지금 아니면 언제 또 다시 마주하게 될 기회일지 차분히 들여다볼 이유가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