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잠수함 수주전…'‘다크호스'로 떠오른 韓방산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3조원 투입해 잠수함 3~4척 도입하는 ‘범고래 프로그램’
한화오션·HD현대重 등 글로벌 방산업체 11곳 입찰 도전
현지 언론 “미사일·잠항능력 뛰어난 韓 잠수함, 흥미로워”
공개된 업체들을 보면 한국의 한화오션 및 HD현대중공업을 포함, 스웨덴 ‘사브(SAAB)’, 스페인 ‘나반티아’, 프랑스 ‘나발그룹’, 독일 ‘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스(TKMS)’, 이탈리아 ‘핀칸티에리’, 영국 ‘밥콕’ 등 글로벌 방산업체들이 참여했다. 이밖에 영국 JFD, 폴란드의 ‘아이컴’(Aycomm), 노르웨이 ‘볼류 인더스티얼 IoT’ 등도 입찰에 도전했다. 폴란드 군 현대화 사업인 오르카 프로그램은 100억 즈워티(약 3조2000억원)를 투입해 잠수함 3~4척을 도입하는 사업이다. 현재 폴란드 해군은 현재 지난 1980년대 구소련에서 도입한 잠수함 한 척과 2002년부터 노르웨이로부터 도입한 코벤급 소형 잠수함 두 척을 보유하고 있다. 모두 진수된 지 50년이 넘은 노후 잠수함이다.
지난 7월 브와슈차크 폴란드 국방부 장관은 “ORKA 프로그램은 폴란드 육군의 가장 중요한 현대화 프로그램 중 하나”라며 “우리의 목표는 필요한 기술을 이전해 잠수함을 구매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폴란드가 ‘절충교역’을 적극 구매조건으로 참고할 것이란 발언으로 해석하고 있다. 절충교역은 무기 구매국이 판매국 또는 판매 업체에게 무기 구매의 전제조건으로 기술이전, 부품 역수출 등의 반대급부를 요구하는 교역이다.
이에 따라 해외에 이미 기술이전 경험이 있는 글로벌 방산업체들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1개 기업 중 타국에 잠수함 기술 이전 경험이 있는 업체는 TKMS, 나발그룹, SAAB 등 세 개 업체 정도다. TKMS는 2021년 노르웨이 방사청과 212CD형 잠수함 조달계약을 체결했다. 나발그룹은 수출용으로 제작한 스코르펜급 잠수함을 칠레·말레이시아·인도 등에 수출한 실적이 있다. 국내 방산업체가 만든 손원일급(2000t급) 및 도산안창호급(3000t급) 모두 수출과 관계없이 우리 해군이 쓰고 있는 점과 차이가 나는 부분이다.
국내 방산업체 관계자는 “폴란드가 2017년 처음 오르카 프로그램에 나섰을 때도 독일 프랑스 스웨덴 3개국 업체가 폴란드에 구체적인 잠수함 모델과 설계안을 제안했다”며 “한국업체들도 이 3개 업체와 치열한 경쟁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같은 조건에 비춰 유럽 현지에선 한국 방산업체를 일종의 ‘다크호스’로 여기고 있다. 폴란드 군사매체인 디펜스24는 입찰에 참가할 것이 유력한 국산 도산안창호급 잠수함(KSS-III)과 관련해 “KSS-III는 수중에서 (탄도)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소수의 잠수함 중 하나기 때문에 폴란드 해군에게 가장 흥미로운 잠수함”이라고 평가했다. 국내에서는 도산안창호급 잠수함 1·2번함은 한화오션이, 3번함은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상태다. 이같은 평가가 나온 것은 도산안창호함이 내부에 수직발사대(VLS)가 장착돼 있어 순항미사일(SLCM)은 물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도 발사할 수 있는 구조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VLS를 통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재래식 잠수함은 사실상 도산안창호급 함이 유일하다. 유럽 업체와 경쟁시 부각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한국업체의 또 다른 강점은 ‘AIP(공기불여추진체계) 시스템’을 사용해 물 밖에 수 주간 나오지 않아도 될 수 있는 잠수함의 우수한 잠항 능력에 있다. 한화오션은 2020년께 “AIP 운용테스트에서 디젤 잠수함 중 세계 최장기 연속 잠항운전에 성공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수중에서 전기모터로 동력을 얻는 재래식 잠수함은 배터리가 방전된 이후 재충전을 하려면 디젤기관을 작동해야 한다. 결국 디젤기관은 공기가 필요하고 그 공기를 빨아 들이기 위해 잠수함은 수상항해를 하거나 스노클 항해를 해야만 한다. AIP잠수함은 이같은 기존 방식의 디젤-전기 추진 이외에 별도의 추진동력을 얻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잠수함을 말한다.
다만 폴란드 군비청은 ‘핵추진 잠수함 (SSN)' 도입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우 핵추진 잠수함을 보유한 영국·프랑스가 유리할 것으로 보이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군사 전문 기고가인 최현호 밀리돔 대표는 “핵추진 잠수함 프로그램을 시작하려면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논의해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매우 까다롭다”며 “폴란드가 핵연료를 원활히 수급하기도 힘들 뿐더러 핵잠수함을 만들어 원양 해군을 건설할 필요성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한화오션·HD현대重 등 글로벌 방산업체 11곳 입찰 도전
현지 언론 “미사일·잠항능력 뛰어난 韓 잠수함, 흥미로워”
“우리는 ‘범고래(ORKA)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해 우리는 절충교역 조달을 통해 얻고자 하는 필요한 기술을 이전받아 잠수함을 구매하는 절차를 시작할 것입니다. 새 잠수함은 침략국 영토 깊숙한 곳에 있는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기동 미사일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국방부 장관이 지난 5월 폴란드의 신규 잠수함 도입사업을 공개하며 언급한 내용이다. ‘폴란드에 무슨 잠수함?’이란 의문이 들 수 있지만, 폴란드 북쪽 발트해는 러시아의 역외영토인 칼리닌그라드와 함께 쓰는 바다다. 러시아의 발틱함대 본부도 칼리닌그라드에 있다.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최근 한국업체를 포함한 글로벌 유수의 방산·조선업체들이 입찰에 참여했다. 한국은 아직 잠수함 수출 경험이 없는 게 단점이지만, 우수한 잠항능력과 탄도미사일 발사 능력 등 폴란드가 관심을 가질 만한 조건을 갖고 있어 도전해 볼 만하다는 평가다. K2 탱크·K9 자주포 등 국산 육상무기를 이미 폴란드가 대규모로 수주했다는 점도 수주에 유리한 요인일 것으로 예상된다.
폴란드 잠수함사업 입찰… 독일·프랑스·스웨덴 등과 경쟁
폴란드 군비청은 지난 6일 폴란드의 신규 잠수함 획득을 목표로 하는 ‘오르카(ORKA) 프로그램’ 입찰에 11개 업체가 참여의사를 밝혔다고 발표했다.공개된 업체들을 보면 한국의 한화오션 및 HD현대중공업을 포함, 스웨덴 ‘사브(SAAB)’, 스페인 ‘나반티아’, 프랑스 ‘나발그룹’, 독일 ‘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스(TKMS)’, 이탈리아 ‘핀칸티에리’, 영국 ‘밥콕’ 등 글로벌 방산업체들이 참여했다. 이밖에 영국 JFD, 폴란드의 ‘아이컴’(Aycomm), 노르웨이 ‘볼류 인더스티얼 IoT’ 등도 입찰에 도전했다. 폴란드 군 현대화 사업인 오르카 프로그램은 100억 즈워티(약 3조2000억원)를 투입해 잠수함 3~4척을 도입하는 사업이다. 현재 폴란드 해군은 현재 지난 1980년대 구소련에서 도입한 잠수함 한 척과 2002년부터 노르웨이로부터 도입한 코벤급 소형 잠수함 두 척을 보유하고 있다. 모두 진수된 지 50년이 넘은 노후 잠수함이다.
지난 7월 브와슈차크 폴란드 국방부 장관은 “ORKA 프로그램은 폴란드 육군의 가장 중요한 현대화 프로그램 중 하나”라며 “우리의 목표는 필요한 기술을 이전해 잠수함을 구매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폴란드가 ‘절충교역’을 적극 구매조건으로 참고할 것이란 발언으로 해석하고 있다. 절충교역은 무기 구매국이 판매국 또는 판매 업체에게 무기 구매의 전제조건으로 기술이전, 부품 역수출 등의 반대급부를 요구하는 교역이다.
이에 따라 해외에 이미 기술이전 경험이 있는 글로벌 방산업체들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1개 기업 중 타국에 잠수함 기술 이전 경험이 있는 업체는 TKMS, 나발그룹, SAAB 등 세 개 업체 정도다. TKMS는 2021년 노르웨이 방사청과 212CD형 잠수함 조달계약을 체결했다. 나발그룹은 수출용으로 제작한 스코르펜급 잠수함을 칠레·말레이시아·인도 등에 수출한 실적이 있다. 국내 방산업체가 만든 손원일급(2000t급) 및 도산안창호급(3000t급) 모두 수출과 관계없이 우리 해군이 쓰고 있는 점과 차이가 나는 부분이다.
국내 방산업체 관계자는 “폴란드가 2017년 처음 오르카 프로그램에 나섰을 때도 독일 프랑스 스웨덴 3개국 업체가 폴란드에 구체적인 잠수함 모델과 설계안을 제안했다”며 “한국업체들도 이 3개 업체와 치열한 경쟁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국 "탄도미사일 시스템·잠항능력에 강점"
폴란드 정부는 참가업체들에 상당히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까지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30일 이상 (잠항) 가능한 운영 자율성 △200m 이상의 깊이로 잠수하는 능력 △미사일로 공중·육상 위협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 △적 어뢰의 하드킬·소프트킬 방어능력 등 다양한 능력이 요구된다.이같은 조건에 비춰 유럽 현지에선 한국 방산업체를 일종의 ‘다크호스’로 여기고 있다. 폴란드 군사매체인 디펜스24는 입찰에 참가할 것이 유력한 국산 도산안창호급 잠수함(KSS-III)과 관련해 “KSS-III는 수중에서 (탄도)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소수의 잠수함 중 하나기 때문에 폴란드 해군에게 가장 흥미로운 잠수함”이라고 평가했다. 국내에서는 도산안창호급 잠수함 1·2번함은 한화오션이, 3번함은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상태다. 이같은 평가가 나온 것은 도산안창호함이 내부에 수직발사대(VLS)가 장착돼 있어 순항미사일(SLCM)은 물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도 발사할 수 있는 구조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VLS를 통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재래식 잠수함은 사실상 도산안창호급 함이 유일하다. 유럽 업체와 경쟁시 부각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한국업체의 또 다른 강점은 ‘AIP(공기불여추진체계) 시스템’을 사용해 물 밖에 수 주간 나오지 않아도 될 수 있는 잠수함의 우수한 잠항 능력에 있다. 한화오션은 2020년께 “AIP 운용테스트에서 디젤 잠수함 중 세계 최장기 연속 잠항운전에 성공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수중에서 전기모터로 동력을 얻는 재래식 잠수함은 배터리가 방전된 이후 재충전을 하려면 디젤기관을 작동해야 한다. 결국 디젤기관은 공기가 필요하고 그 공기를 빨아 들이기 위해 잠수함은 수상항해를 하거나 스노클 항해를 해야만 한다. AIP잠수함은 이같은 기존 방식의 디젤-전기 추진 이외에 별도의 추진동력을 얻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잠수함을 말한다.
다만 폴란드 군비청은 ‘핵추진 잠수함 (SSN)' 도입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우 핵추진 잠수함을 보유한 영국·프랑스가 유리할 것으로 보이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군사 전문 기고가인 최현호 밀리돔 대표는 “핵추진 잠수함 프로그램을 시작하려면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논의해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매우 까다롭다”며 “폴란드가 핵연료를 원활히 수급하기도 힘들 뿐더러 핵잠수함을 만들어 원양 해군을 건설할 필요성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