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근무수당도 통상임금에 포함…"한수원, 300억원 지급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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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번호: 2020가합587442
UAE 원전 파견 근로자 1173명
한수원 상대 300억원대 체불임금 소송
法 “정기·고정적 지급 … 통상임금 맞아”
한수원, 항소장 제출하며 2라운드 돌입
통상임금은 기업과 근로자가 날카롭게 대립하는 주제다. 통상임금은 퇴직금을 비롯해 연장근로수당, 휴업수당 등 각종 수당을 계산할 때 기준이 되기 때문에 산입 기준이 넓어질수록 기업의 임금 부담은 커지기 마련이다. 특히 해외에 진출하는 국내 기업이 늘어나면서 파견 직원에게 지급하는 해외근무수당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지 여부에도 기업의 관심이 쏠린다.
최근 법원은 해외근무수당 또한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보는 추세다. 지난 6월 선고된 판결(사건번호: 2020가합587442)이 대표적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2부(정현석 부장판사)는 지난 6월 한국수력원자원 직원 A씨 등을 포함한 1173명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한수원에게 직원들에게 미지급된 300억원 상당의 체불 임금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A씨 등 직원들은 한수원 측이 "해외근무수당을 제외한 채 통상임금을 산정해 시간외수당을 지급했다"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해외근무수당은 소정근로(법정시간 내 합의된 근로)의 대가이자 해외 파견근로자 모두에게 일률적·정기적·고정적으로 지급됐으므로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직원들은 "해외근무수당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산정한 시간외근로수당과 지연손해금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에서의 핵심 쟁점은 '해외근무수당이 임금인지'와 '임금이라면 통상임금인지'였다. 한수원 측은 "해외근무수당은 해외에서의 생활비를 보전해주는 체재비 혹은 실비변상적 급여"라고 주장했다. 즉, 해외근무수당은 근로의 대가로서 지급되는 임금은 아니라는 것이다. 한수원 측은 그 근거로 UAE 지역의 물가가 한국보다 비싸고 수당 역시 현지 화폐로 지급된 점 등을 들었다.
하지만 법원은 해외근무수당은 임금의 성격을 지닌다고 봤다. 재판부는 "한수원의 운영지침을 보면 해외근무수당과 체재비를 별도로 운영한 것으로 보인다"며 "근무환경이 열악한 특수지역에서 장기간 근무하는 어려움을 보상해주기 위한 근로의 대가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해외근무수당을 체제비로 봐야한다"는 한수원 측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UAE의 물가가 특별히 더 비싸다고 보기 어렵고 해외근무직원들에게 숙소와 식사가 무상으로 제공됐다"고 했다. 쟁점은 자연스럽게 해외근무수당의 통상임금 인정 여부로 좁혀졌다.
일률성은 일정한 조건이나 기준에 해당하면 모든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성질을 말한다. 예컨대 가족 수에 따라 액수가 변하는 가족수당은 일률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고정성은 근로를 제공했다면 성과 등 기타 조건과 상관없이 지급이 확정됨을 뜻한다. 근로자가 하루만 근로하고 퇴직했더라도 하루치 임금이 지급되는 원리다. 법원은 한수원이 지급한 해외근무수당이 정기성·일률성·고정성 모두 지니기 때문에 통상임금으로 봐야한다고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문제가 된 해외근무수당은 직원들이 UAE에서 근로를 제공하면 근무 일수나 성적과는 관계없이 계속적·정기적으로 직급에 따라 일률적인 금액으로 지급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파견 직원들의 해외근무기간은 최소 3년이므로 해외근무수당이 임시로 지급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수원 측은 해외근무수당이 현지 화폐로 지급됐으므로 환율 변동에 따라 액수가 달라져 고정성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이 역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실지급액이 바뀌더라도 지급이 확정됐으므로 고정적 임금이라 볼 수 있다"고 했다.
한수원이 지난 14일 항소장을 제출하면서 이 사건은 2라운드에 돌입했다. 다만 이전 대법원 판결에서도 유사한 판결이 나왔던 만큼 1심 판단을 뒤집기 쉽지 않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대법원은 2020년 한전의 자회사인 한전KPS 직원 4000여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소송에서 해외근무수당의 통상임금성을 인정했다(2020. 6. 11. 선고 2018다249308). 1·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근로자 측이 승소했다. "해외수당, 내부평가급, 근무환경수당 등이 통상임금에 해당함에도 제외된 채 퇴직금 등이 계산됐다"는 직원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
UAE 원전 파견 근로자 1173명
한수원 상대 300억원대 체불임금 소송
法 “정기·고정적 지급 … 통상임금 맞아”
한수원, 항소장 제출하며 2라운드 돌입
통상임금은 기업과 근로자가 날카롭게 대립하는 주제다. 통상임금은 퇴직금을 비롯해 연장근로수당, 휴업수당 등 각종 수당을 계산할 때 기준이 되기 때문에 산입 기준이 넓어질수록 기업의 임금 부담은 커지기 마련이다. 특히 해외에 진출하는 국내 기업이 늘어나면서 파견 직원에게 지급하는 해외근무수당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지 여부에도 기업의 관심이 쏠린다.
최근 법원은 해외근무수당 또한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보는 추세다. 지난 6월 선고된 판결(사건번호: 2020가합587442)이 대표적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2부(정현석 부장판사)는 지난 6월 한국수력원자원 직원 A씨 등을 포함한 1173명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한수원에게 직원들에게 미지급된 300억원 상당의 체불 임금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UAE 파견직원 수당, 통상임금 인정
한국전력공사는 2009년 12월 아랍에미리트(UAE)와 원자력발전소 건설 계약을 체결하고 이듬해 3월 한수원과 'UAE 원전 공동사업관리에 관한 협정'을 맺었다. 한수원은 이후 A씨를 비롯한 직원들을 UAE로 파견해 원전 건설분야 기술지원·건설단계 운영지원(OSS) 업무를 맡겼다. 이들은 한수원의 보수규정에서 정한 보수 외에도 매월 해외근무수당을 UAE 현지 화폐인 디르함(AED)으로 지급받았다.A씨 등 직원들은 한수원 측이 "해외근무수당을 제외한 채 통상임금을 산정해 시간외수당을 지급했다"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해외근무수당은 소정근로(법정시간 내 합의된 근로)의 대가이자 해외 파견근로자 모두에게 일률적·정기적·고정적으로 지급됐으므로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직원들은 "해외근무수당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산정한 시간외근로수당과 지연손해금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에서의 핵심 쟁점은 '해외근무수당이 임금인지'와 '임금이라면 통상임금인지'였다. 한수원 측은 "해외근무수당은 해외에서의 생활비를 보전해주는 체재비 혹은 실비변상적 급여"라고 주장했다. 즉, 해외근무수당은 근로의 대가로서 지급되는 임금은 아니라는 것이다. 한수원 측은 그 근거로 UAE 지역의 물가가 한국보다 비싸고 수당 역시 현지 화폐로 지급된 점 등을 들었다.
하지만 법원은 해외근무수당은 임금의 성격을 지닌다고 봤다. 재판부는 "한수원의 운영지침을 보면 해외근무수당과 체재비를 별도로 운영한 것으로 보인다"며 "근무환경이 열악한 특수지역에서 장기간 근무하는 어려움을 보상해주기 위한 근로의 대가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해외근무수당을 체제비로 봐야한다"는 한수원 측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UAE의 물가가 특별히 더 비싸다고 보기 어렵고 해외근무직원들에게 숙소와 식사가 무상으로 제공됐다"고 했다. 쟁점은 자연스럽게 해외근무수당의 통상임금 인정 여부로 좁혀졌다.
“통상임금의 세가지 조건 모두 충족”
통상임금으로 인정되려면 정기성·일률성·고정성 등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정기성이란 일정한 간격을 두고 계속 지급됨을 의미한다. 수당의 지급 주기가 그때그때 변한다면 정기성이 없다고 볼 수 있다.일률성은 일정한 조건이나 기준에 해당하면 모든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성질을 말한다. 예컨대 가족 수에 따라 액수가 변하는 가족수당은 일률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고정성은 근로를 제공했다면 성과 등 기타 조건과 상관없이 지급이 확정됨을 뜻한다. 근로자가 하루만 근로하고 퇴직했더라도 하루치 임금이 지급되는 원리다. 법원은 한수원이 지급한 해외근무수당이 정기성·일률성·고정성 모두 지니기 때문에 통상임금으로 봐야한다고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문제가 된 해외근무수당은 직원들이 UAE에서 근로를 제공하면 근무 일수나 성적과는 관계없이 계속적·정기적으로 직급에 따라 일률적인 금액으로 지급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파견 직원들의 해외근무기간은 최소 3년이므로 해외근무수당이 임시로 지급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수원 측은 해외근무수당이 현지 화폐로 지급됐으므로 환율 변동에 따라 액수가 달라져 고정성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이 역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실지급액이 바뀌더라도 지급이 확정됐으므로 고정적 임금이라 볼 수 있다"고 했다.
한수원이 지난 14일 항소장을 제출하면서 이 사건은 2라운드에 돌입했다. 다만 이전 대법원 판결에서도 유사한 판결이 나왔던 만큼 1심 판단을 뒤집기 쉽지 않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대법원은 2020년 한전의 자회사인 한전KPS 직원 4000여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소송에서 해외근무수당의 통상임금성을 인정했다(2020. 6. 11. 선고 2018다249308). 1·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근로자 측이 승소했다. "해외수당, 내부평가급, 근무환경수당 등이 통상임금에 해당함에도 제외된 채 퇴직금 등이 계산됐다"는 직원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