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소문 본관을 비롯해 서울시립미술관 4곳이 ‘옴니버스 영화’처럼 하나로 연결됐다. 서울시립미술관 소장품이 서소문 본관과 함께 남서울미술관, 북서울미술관, 서울시립미술아카이브 등 3개 분관에서 동시에 공개되면서다. 전시 주제도 ‘세마(SeMA) 옴니버스’다. 독립된 이야기들이 하나로 모인 옴니버스 영화처럼 ‘서울시립’이라는 이름으로 연결된 각 미술관에서 독립된 소장품 이야기를 들려주겠다는 의미를 담았다.미술관 4곳을 하나로 이어 선보이는 전시 구성도 서울시립미술관이 ‘연결’이라는 의제를 내세우며 기획됐다. 각 공간의 주제가 겹치지 않으면서도 서로 연결된 정체성을 드러내고자 했다. 관객이 각 공간을 방문하며 미술관과 연결된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이 소장한 6158점 중 140여 점을 선별해 선보인다. 여기에 작가와 기관에서 대여한 작품과 소장품에 맞춰 새롭게 만든 신작 등 350여 점도 공개된다. 이번 기획전은 서울시립미술관이 1988년 개관 이후 처음으로 본관과 분관을 연결해 개최하는 대규모 소장품 전시다.4곳에서 이뤄지는 기획전의 중심이 되는 서소문 본관 전시 ‘끝없이 갈라지는 세계의 끝에서’는 첨단기술, 인공지능(AI), 뉴미디어와 인간 간 관계에 주목했다. 기술과 인간 사회, 특히 예술가와 기술 매체가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 질문을 던진다. 서소문 본관에는 작가 39인이 참여했고 80점이 출품됐다. 이 중 미술관 소장품은 66점이 나왔다.1층과 2층으로 구성된 공간은 섹션을 나누는 벽과 문이 없는 열린 구조로 이뤄졌다. 장애물 없이 모든 섹션을 연결해서 볼 수 있는 구조를 의도했다. 특히 건물
지난해 서울 분더샵 청담 지하에 문을 연 신세계갤러리 청담이 미국 로스앤젤레스(LA)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스털링 루비의 개인전 ‘먼지 덮인 계단 위 쉬고 있는 정원사’를 열었다.루비는 2012년 미국 미술 월간지 ‘아트앤드옥션’에서 미래 소장 가치가 있는 작가 50인 중 하나로 꼽힐 만큼 세계에서 주목받는 작가다.루비는 단순 회화와 조각부터 설치 작업, 도자기까지 다양한 예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작업 세계를 펼치고 있다. 루비는 스튜디오에서 작업할 때 여러 작품을 동시에 만들기로 잘 알려졌다. 그가 스스로를 ‘산만한 작가’로 칭하는 이유다. 이번에 나온 작품도 느낌과 매력이 각자 다르지만 모두 루비가 한꺼번에 창조했다.서울 개인전에서는 미공개 최신작 40점을 들고 나왔다. 입구에 들어서면 세라믹 위에 유약을 두껍게 바른 설치작이 관객을 맞이한다. 전시는 11월 30일까지다.최지희 기자
남해로 둘러싸인 산업도시 창원이 조각 작품들의 장식장으로 다시 변신했다. 지난 27일 개막한 창원조각비엔날레 '큰 사과가 소리없이'를 통해서다. 조각 작품을 조명하는 국내 유일의 비엔날레로, 올해 7회를 맞이했다. 창원은 김종영(1915∼1982)과 문신(1923∼1995) 등 유명 조각가를 배출한 고장이다. 비엔날레의 전시감독을 맡은 현시원 감독은 창원의 상징적인 장소 네 곳을 전시장으로 활용해 177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비엔날레 본 전시는 창원 도심 한가운데에서부터 시작된다. 용지호수 바로 앞에 자리한 의창구 성산아트홀에 다양한 형태의 작업들이 놓이면서다. 이전 비엔날레와의 차별점은 건물 바깥 공간에 주목했다는 점이다. 건물 안팎이 조화를 이루게끔 만들기 위해 건물 유리창, 마당, 공용 공간에도 작품을 들여놓았다. 전시장을 들어오며 가장 먼저 보이는 홍승혜 작가의 작업이 이 시도를 가장 잘 보여준다. 성산아트홀 로비 큰 유리창을 활용해 작품을 만듬 것이다. ‘모던타임즈’라는 제목이 붙은 이 작업은 홍 작가가 산업 기계도시인 창원과 찰리 채플린의 영화 ‘모던타임즈’가 닮아 있다는 영감을 받아 제작했다. 하루 중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서 건물 안에 비치는 그림자가 계속해서 변하는 것이 작품의 포인트다.공간을 100% 활용하기 위해 아트홀 곳곳에 작품을 세운 것도 이번 비엔날레의 특징이다. 로비 빈 공간에서 가장 먼저 관객에게 인사를 건네는 백남준의 대형 설치작업 '창원의 봄'이 그렇다. 회전문 위에도 세 명의 사람 형상이 세워졌다. 산업도시 창원 속 노동자의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업이다.공장, 산업도시 창원의 이미
핑 골프가 내놓은 신제품 i530 아이언이 비거리와 타구감, 관용성을 모두 잡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인기를 얻고 있다. i530 아이언은 날렵한 블레이드 스타일로, 공을 더 멀리 치고 싶은 골퍼들을 위해 설계된 제품이다. 철을 직접 두드려 만들기 때문에 제작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단조 페이스가 적용됐다. 머슬백 디자인에다 최적의 무게배분을 위해 중공구조 설계를 적용해 관용성을 극대화시켰다페이스의 유연함도 극대화시켜 볼 스피드를 높이고 비거리를 늘렸다. 메탈 우드 공법을 적용한 페이스는 더 많은 에너지를 볼로 전달해 긴 비거리를 만들어낸다. 여기에 아치형 솔 설계로 임팩트 때 충격을 분산시켜준다. 페이스에서 솔로 연결되는 부분은 얇다. 유연성과 반발력을 극대화시켜 높은 볼 스피드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핑 골프의 기존 아이언에 비해 페이스 뒷면을 40% 이상 얇게 제작해 무게중심을 낮췄다. 최적화된 무게중심은 필드에서 공을 정확하게 맞추지 못했을 때에도 안정적인 탄도 확보가 가능하게 만들고, 골퍼들로 하여금 최대한의 비거리를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이번 i530 아이언에는 핑 골프의 트레이드마크인 ‘마이크로맥스 그루브’도 장착되어 어떠한 상황에서도 볼이 일관된 스핀량으로 회전하게끔 설계됐다. 여기에 텅스텐 무게추를 장착해 힐과 토우로 무게를 이동시켜 관용성을 높였다. 이 기술 덕분에 빗맞은 미스 샷도 방향을 보정해준다. 핑 골프 관계자는 “i530이 기존 제품과 비교해 평균 약 3야드의 비거리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페이스 내부에 EVA 폴리머를 배치해 부드러운 타구감과 기분 좋은 타구음을 제공하는 것도 특징이다.i530 아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이 저택에선 잠깐 한눈을 팔면 길을 잃기 십상이다. 복도를 따라 구불구불 이어진 작은 방들은 방금 들어온 곳이 어디였는지, 나가는 문은 어디 있는지 헷갈리게 만든다. 이 '미로 저택'이 들어선 곳은 다름아닌 서울 한남동 리움미술관. 2년마다 관객을 찾아오는 리움 '아트스펙트럼 2024 : 드림 스크린'이 펼쳐지는 곳이다.2001년 호암갤러리에서 청년작가 서베이 전시로 시작한 아트스펙트럼은 격년마다 신진 작가들을 뽑아 시상식과 전시를 함께 열어주는 리움의 '신진작가 등용문 프로젝트'다. 그런 아트스펙트럼이 올해는 기존의 공식을 깨고 완벽히 다른 모습으로 돌아왔다. 국내 미술계를 넘어 아시아에서 주목받는 작가 26팀의 작품 60점을 선보인다. 마치 '리움 비엔날레'같은 모습이다. 한 명을 꼽아 수상하던 '작가상'도 올해는 없앴다. 보다 더 많은 작가들의 작업을 조명하기 위해서다.리움에 대저택을 들여놓은 주인공은 태국 작가 리크리트 티라바니자. 1961년생인 그는 1990년 뉴욕 개인전에서 팟타이를 요리해 나눠주는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미술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2년 후인 1992년에는 갤러리를 마치 식당처럼 꾸미고 그린 커리와 쌀밥을 무료로 나눔했다. 이후에도 그는 음식 대접을 통해 관객을 자신의 퍼포먼스 작품 안으로 끌어들이는 '관계 맺기' 실험을 지속해 왔다.'관계 미학의 선두자' 티라바니자가 기획자가 되어 리움을 찾아왔다. 리움의 유지원, 전효경 큐레이터와 합심해 대저택 안으로 관객을 인도하는 전시를 꾸며냈다. 전시가 개막한 바로 다음 날, 리움미술관 지하에 세워진 집에서 그를 만났다.▷'드림
대전 동구 옛 동양척식주식회사 건물. 자갈이 깔린 마당에 들어서자마자 색깔 물감이 입혀진 헤라클레스가 관객을 맞이한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성경 속 7가지 죄악 이야기가 거대한 캔버스 위에 재현된다. 고대 그리스 신화와 성경 속 세계가 대전에 펼쳐졌다. 대전 헤레디움에서 열리고 있는 마르쿠스 뤼페르츠의 개인전 ‘마르쿠스 뤼페르츠: 죄와 신화, 그리고 다른 질문들’에서다. 뤼페르츠는 ‘독일 신표현주의 거장’으로 불리는 작가로, 구상과 추상의 경계에 놓인 작업을 펼친다. 작품에 특별한 메시지나 의미를 부여하는 대신 색감, 질감, 구상 등 ‘회화 그 자체‘에만 집중한다. 1990년대 동시대 독일 작가들이 조각에 몰두할 때에도 회화 하나만 파고든 외골수로도 잘 알려졌다. 그가 국내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고 관객을 만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로 84세를 맞은 그는 전시를 준비하기 위해 직접 독일에서 한국을 찾아오는 열정을 보였다. 뤼페르츠는 성경에 나오는 이야기, 고전 신화 등을 빌려 작품을 창조한다. 제우스, 포세이돈 등 신화 속 인물들과 죄, 구원, 부활 등 성경 속 이야기들이 작업에 자주 나타나는 이유다. 없는 내용을 새롭게 만들어내기보다는 이미 있는 것을 그만의 방식으로 재창조하는 작업을 고수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도 그는 주로 신화, 성경을 재료삼아 만든 작업들을 선보인다. 그는 한 가지 내용을 주제로 여러 점의 그림을 그리는 작가로도 유명하다. 그릴 당시의 감정과 상황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지는 걸 보는 것을 즐기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에서도 성경의 같은 대목을 그린 여러 개의 시리즈 작품, 한 인물을 모두 다르게
“나는 단색화가가 아닙니다. 말하자면 ‘미술 농부’에 더 가깝죠.”후기 단색화가의 대표주자로 불린다는 이야기를 듣자 소파에 앉은 김택상은 벌떡 몸을 일으켰다. 줄곧 평온했던 모습이 달라졌다. 그는 스스로를 단색화가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1세대 단색화가인 윤형근, 박서보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에 산다”며 “치열하게 다른 그림을 그리는 작가”라고 강조했다.김택상에게 미술이란 ‘농사’다. 작업할 때 환경을 통제하고 지배하는 대신 모든 과정을 시간과 자연의 흐름에 맡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내가 하는 일이라곤 밭에 물을 주듯 작품을 들여다보고 보살피는 것밖에 없다”고 했다.그가 ‘작품을 보살핀다’는 표현을 쓴 이유에는 김택상만이 추구하는 독특한 작업 방식이 있다. 그는 도구 없이 회화를 하는 작가다. 안료와 물만으로 작업한다. 안료를 풀어놓은 물에 캔버스를 담그고, 원하는 만큼 물감이 스며들 때까지 기다린다. 그의 작업 신념은 비틀스의 노래 제목에서 따 온 ‘렛 잇 비(let it be)’. 가만히 놓아두면 언젠가 원하는 결과물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기다림의 작가’ 김택상이 자신의 신작을 들고 관객을 찾아왔다. 서울 종로 리안갤러리에서 여는 개인전 ‘타임 오딧세이’를 통해서다. 이번 전시엔 ‘플로우’ 연작 등 관객에게 처음 선보이는 작업도 나왔다. 전시는 오는 10월 19일까지.최지희 기자
경기 과천시 뒷골로. 지하철 4호선 선바위역 3번 출구에서 한적한 골목길을 따라 5분쯤 걷다 보면 미술관이 하나 나온다. 지난해 9월 개관한 K&L뮤지엄이다. 미술관 외관은 회색 벽돌로 둘러싸여 차가운 인상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펄펄 끓는다. 곧 모든 것을 녹여 없앨 듯한 용암이 발밑을 휘감는다.3층짜리 미술관을 화산지대로 바꿔놓은 작가는 스위스 바젤에서 온 현대미술가 클라우디아 콤테(사진). 그가 지난 2일부터 개인전 ‘재로부터의 부활: 재생의 이야기’를 열어 과천의 평화로운 미술관을 뜨거운 화산 세계로 재창조했다. 전시장 전체를 작품으로 뒤덮은 거대 설치작이다.대형 벽화, 바닥 그래픽으로 구성된 장소 특정적 몰입형 작품은 콤테가 이곳 K&L뮤지엄을 위해 만든 특별한 작품이다. 층고가 높고 막힌 곳 없이 설계된 전시공간을 직접 본 후 용암지대를 떠올리며 전시를 기획했다.콤테는 예술을 통해 생태계 보전, 기후 변화 등 지구가 맞닥뜨린 다양한 문제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는 작가다. 예술이 인간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끊임없이 탐구해 왔다. 이번 전시에 나온 작업에서도 모두 콤테의 환경에 대한 관심을 엿볼 수 있다. 지금까지 식물 작업을 선보이며 기후 변화를 경고하던 작가가 동물 작품으로 자신의 세계를 확장한 첫 번째 전시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콤테는 미술관 전 층에 걸쳐서 마치 용암이 흐르는 듯한 환경을 제작하고자 바닥 그래픽을 사용했다. 관객의 발이 닿는 모든 공간엔 마그마 그래픽이 존재한다. 그리고 용암이 흘러내리는 흐름을 따라 곳곳에 대형 조각 다섯 점을 설치했다.콤테는 이번 전시에서 기후 변화, 화산 폭발 등의 이유로 지구
서울 한강대로 아모레퍼시픽 APMA 캐비닛에서 열리는 ‘더 스트립’은 미국 갤러리 가고시안이 한국에 지사를 설립하고 처음으로 개최하는 전시다. 가고시안은 전 세계 19개 지점을 운영하는 ‘메가갤러리’로 미술품 거래 매출이 연간 1조원에 달한다.한국국제아트페어(KIAF)-프리즈 기간에 맞춰 서울에 진출한 가고시안이 처음 내세운 작가는 데릭 애덤스다.애덤스는 이번 전시를 모두 신작으로만 채웠다. 작품들의 영감은 길거리에서 나왔다. 백화점 쇼윈도 속 마네킹, 담벼락 벽돌 등이 작품에 담겼다. 지나치기 쉬운 길거리와 일상 속의 아름다움을 주제로 삼았다. 현장을 찾은 애덤스는 “‘뷰티 기업’ 아모레퍼시픽에서 전시한다는 게 운명처럼 느껴졌다”고 했다.작품은 그가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찍은 사진에서 출발했다. 애덤스는 사진을 바탕으로 문화적 스토리와 사회적 맥락을 전달한다. 그는 “관람객들이 색 질감 구조 등 눈에 보이는 요소 외에도 그림 속에 담긴 의미와 스토리를 바라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이번 전시에서 그는 다양한 매체를 하나로 합친 실험적 작업을 선보인다. 벽돌을 묘사한 부분은 나무 위에 가짜 벽돌을 붙여 조각처럼 표현했다. 그 위에는 스프레이 페인트를 뿌려 마치 그라피티처럼 하트를 그려 넣었다. 그 옆에 자리한 그림은 평면 회화다. 페인팅과 조각, 드로잉, 그리고 그라피티를 한 작품 안에서 합친 것이다. 또 다른 작품에서는 패브릭을 잘라 캔버스 위에 붙였다. 질감을 ‘100%’ 활용했다는 것을 보여주려 의도했다.작품 제목들은 모두 노래에서 따 왔다. 그는 스튜디오에서 작업할 때마다 음악을 크게 틀어놨다.
그의 작품은 단순하다. 창호지를 붙인 한옥 문짝에서 은은한 빛이 흘러나오는 게 전부인 것 같은 작품도 있다. 단순한 그림으로 진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가 이교준. 이 작가는 “가장 단순한 것이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현재 ‘한국 2세대 기하추상회화 작가 가운데 유일하게 남은 작가’라는 평가를 받는다.1955년생인 이 작가가 단순하고 고요한 작품에 매력을 느낀 것은 20여 년 전이다. 스무 살 무렵 실험적 설치 작업으로 미술계에 발을 들였다가 1990년대 들어 회화와 재료를 본격적으로 탐구했다. 알루미늄, 금속판, 납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한 평면 작업을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도형과 점, 선, 면 등 기하학적 요소를 바탕으로 한 평면 작업에 몰두했다.그러다 2000년대 이교준은 ‘덜어냄의 미학’을 깨닫는다. 최소한의 형태와 구성, 색채만으로 회화의 본질을 표현할 수 있다는 신념을 품으면서다. 그는 서울 종로구 피비갤러리에서 개인전 ‘비욘드 더 캔버스’를 열고 있다.이번 전시에 출품한 작품도 모두 단순하고 깔끔하다. ‘단순함이 모든 것을 담는다’는 그는 그림을 통해 정보의 늪에서 부유하는 현대인에게 덜어냄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다. 인공지능(AI) 등 점점 더 빠르고 새로운 것만 찾는 현대 미술계를 돌아보는 기회이기도 하다.그가 평면에 선을 그려 넣는 데는 ‘수행자 정신’이 바탕이 됐다. 평면을 분할하며 ‘본질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기 때문이다. 그는 선과 면을 나누며 인간이 당연하게 여기는 것을 다시 생각하고 고찰하는 등 수행자와 같은 시간을 보낸다.피비갤러리 개인전은 오는 28일까지 이
'국내 최대 미술장터'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프리즈 서울이 끝난 뒤 맞이한 추석 연휴, 강남을 찾은 '아트 피플'들이 모인 곳은 따로 있었다. 청담동 거리 한가운데 자리를 잡은 신세계갤러리다.지난해 분더샵 청담 지하에 문을 연 신세계갤러리 청담은 1년 동안 국내외 유명 예술가들을 조명해 왔다. 올해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스털링 루비의 개인전 '먼지 덮인 계단 위 쉬고 있는 정원사'를 열고 관객들의 발걸음을 끌어들이고 있다.스털링 루비는 2012년 미국의 미술 월간지 '아트 앤 옥션'에서 미래 가장 소장가치 있는 작가 50인 중 하나로 꼽힐 만큼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작가다. 2008년 교도소를 본따 만든 설치작 위에 가짜 피를 뒤덮어 LA카운티미술관에 전시하며 이름을 알렸다. 개인, 역사, 사회 속 폭력과 억압에 대해 작품으로 메시지를 전한다.루비는 단순 회화와 조각에서부터 설치작업, 도자기까지, 다양한 예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작업 세계를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자신의 이름을 건 브랜드 'S.R. STUDIO LA. CA.'를 시작하며 패션으로도 활동 영역을 넓혔다. 이번 서울 개인전에서는 그가 지금까지 단 한번도 선보인 적 없는 최신작 40점을 들고 나왔다.이번 전시에서는 그가 가진 '다양성의 극치'를 경험할 수 있다. 전시장을 나눠 각 공간마다 다른 매체, 다른 느낌의 작품을 전시했기 때문이다. 루비는 스튜디오에서 작업을 할 때 여러 작품을 동시에 만들기로 잘 알려졌다. 그가 스스로를 '산만한 작가'로 칭하는 이유다. 이번에 나온 작품들도 느낌과 매력이 각자 다르지만, 모두 루
지팡이를 짚은 백발의 신사가 작품 앞에 섰다. 올해로 78세인 그는 아직도 하루의 대부분을 작업에 열중한다. 음악도 만들고, 시도 쓴다. 무대예술에도 진출했다. '기존 예술가들보다 내가 더 잘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그는 '독일 1세대 예술가' 마르쿠스 뤼페르츠. 9월부터 대전 헤레디움에서 개인전 '죄와 신화, 그리고 다른 질문들'을 열고 한국 관객에게 자신의 예술 세계를 펼쳐놓고 있다. 전시 개막 직후, 전시장을 찾아 뤼페르츠를 만났다.그는 자신을 소개하는 대신 "메시지보다는 회화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전하고 싶다"며 입을 뗐다. 이처럼 뤼페르츠는 그림 속 내용이나 의미가 아니라 색과 형태, 이미지 그 자체에 중심을 두고 작업을 펼쳐 온 화가다. 작업을 시작하고 줄곧 '회화를 위한 회화'라는 슬로건을 외치기도 했다. 이유를 묻자 그는 "회화의 본질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라며 "의미나 메시지는 사진으로도 전달할 수 있지만, 이미지, 색채 등은 오직 회화에서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그를 가장 잘 나타내는 단어는 ‘디티람브’. 그가 새롭게 창조한 회화의 개념이다. '추상적이지만 동시에 구상적인 것'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뤼페르츠는 "고대 그리스 디오니소스가 읊었던 즉흥적인 시 '디티람보스'가 구상적이지만 동시에 추상적이었다는 데에서 영감을 받아 유래했다"며 "취해서 부르는 시 속 디오니소스의 열정이 내가 회화를 대하는 태도와 닮았다"고 설명했다.'고대 그리스 문화를 경외한다'는 그는 이번 전시에서도 고대 그리스 신화를 새롭게 재해석한 작품
지난 9월 5일 광주비엔날레 국가 파빌리온이 속속 개막한 날, 수많은 예술계 인사가 광주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찾은 곳은 따로 있었다. 광주 동구에 있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 영국 테이트모던, 국립현대미술관 관장과 예술감독 및 관계자들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전시장 안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는 진풍경이 벌어졌다.한스 울리히 오브히스트 영국 서펜타인갤러리 예술감독은 아침, 점심, 저녁 식사를 마치고 하루 세 차례나 전시장을 찾았다. ‘김아영’이라는 한국 작가의 27분짜리 신작 영상을 시청하기 위해서다.1979년생 미디어 아티스트 김아영은 역사와 시대에 저항하거나 이탈하는 존재들을 조명하는 작가다. 세상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이들의 모호한 상태에 늘 관심을 가졌다. 이런 존재들을 비추며 우리 시대가 직면한 이슈에 대해 메시지를 전한다.지난해 9월 김아영은 세계 최고 권위 미디어아트 시상식 ‘프리 아르스 일렉트로니카’에서 최고상인 ‘골든 니카’를 품에 안으며 세계 예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한국인이 이 상을 받은 건 김아영이 최초다. 이때 선보인 작품 ‘딜리버리 댄서의 구’는 테이트모던에 소장됐다. 최근에는 MoMA에서도 상영회가 열렸다. 이번 신작을 관람하기 위해 해외 인사들이 앞다퉈 전시장을 찾은 이유다.그는 지난 4월 초대 ‘ACC 미래상’을 수상하며 이번 전시 기회를 얻었다. 이번에 선보이는 신작 ‘딜리버리 댄서의 선 : 인버스’에 투입된 제작비만 무려 3억원. 김아영은 당당히 1560㎡ 규모의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제1전시실을 홀로 가득 채웠다. 광활한 전시장 천장에 가로 11m짜리 대형
광주비엔날레에선 본전시 외에 도시 곳곳에서 펼쳐지는 ‘파빌리온’을 찾아가는 즐거움이 가득하다. 2018년 세 곳으로 첫선을 보인 광주비엔날레 파빌리온은 점점 그 수가 늘어 지난해 9곳의 국가관이 자리 잡았다. 30주년을 맞은 올해에는 30여 개의 국가, 도시, 기관이 참여해 광주 전역에 31개 파빌리온이 마련됐다.이번 비엔날레 파빌리온에서 주목해야 할 국가관 중 한 곳은 올해 처음 참여한 일본관. 광주 동구 갤러리 오브람과 갤러리 혜움 두 곳에서 ‘우리는 (아직)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는 주제로 전시를 펼친다. 깜깜한 공간에 매달린 다양한 길이의 쇠파이프가 관객을 맞이한다. 각각의 막대기는 돌아가며 부딪히고, 그 소리가 공간에 울려 퍼진다. 우쓰미 아키코와 야마우치 데루에가 광주의 역사 속에 내재한 수많은 목소리와 침묵들을 주제로 만든 작업이다.덴마크는 광주 남구 씨움에 설치한 국가관에 ‘쇼케이스’를 열었다. 현재 가장 유망한 청년 작가 4인을 만날 수 있다. 퍼포먼스에 관심을 갖고 작업을 펼치는 인물들이다. 자신의 몸, 타인의 몸을 빌려 작업을 선보인다. 이번에 나온 작품들은 모두 광주비엔날레 파빌리온만을 위해 새롭게 제작됐다.광주 전역에 걸쳐 파빌리온이 설치됐기 때문에 하루만으로는 본전시와 파빌리온 전시들을 관람하기는 쉽지 않다. 국가별로 개관 시간, 휴관일이 다르기 때문에 파빌리온 관람 전 정보를 확인하고 동선을 짜야 한다.광주=최지희 기자
북한에 미완성 작품을 보내면 돌아올 수 있을까. 돌아온다면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 연락도, 소식도 닿을 수 없는 곳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기다리는 작가가 있다. 자신의 스케치를 북한으로 보내고 작업이 완성돼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돌아오지 못한 작품이 더 많다. 온다고 해도 4년 가까이 기다려야 한다.위험하고 무모한 작업을 펼치는 작가는 함경아. 그는 ‘자수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북한 자수 장인들과 함께 작품을 만들어 왔다. 함경아가 이 작품들과 신작을 함께 들고 관객을 만나고 있다. 서울 종로구 국제갤러리에서 여는 개인전 ‘유령 그리고 지도’다. K1, 한옥, K3 등 세 곳의 공간을 함경아의 작품으로 가득 채웠다.그는 대중가요, 인터넷 이미지, 시 등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스케치한다. 그러고는 브로커를 통해 그 작업을 북한의 수공예 노동자에게 전달한다. 그 후 함경아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기다림뿐이다. 자기 작품이지만 개입하거나 통제할 수 없다. 불가항력적인 변수가 매번 생기기 때문이다.작품이 무사히 되돌아오면 그 작품에 후반작업을 한다. 완성에 적게는 2년, 많게는 4년이 걸린다. 작품 설명에 완성 연도가 아니라 제작 추정 연도를 적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번 전시에 나온 작품은 모두 이런 어려운 과정을 극복하고 작가에게 돌아온 작품들이다. ‘물리적 단절을 넘은 소통의 결과물’인 셈이다.함경아는 자신의 작업이 북한에 새로운 예술 세상을 열어준다고 믿는다. 그는 “북한에서 미술이란 오로지 체제 홍보용일 뿐, 추상미술이란 영역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그런 북한으로 계속 추상 자수 작업을 보내는 건 곧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
지난 9월 5일 광주비엔날레 국가 파빌리온이 속속 개막한 날, 수많은 예술계 인사들이 광주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찾아온 곳은 따로 있었다. 광주 동구에 위치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뉴욕현대미술관(MoMA), 영국 테이트모던,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예술감독, 관계자들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전시장 안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는 '진풍경'도 벌어졌다.한스 울리히 오브히스트 영국 서펜타인 갤러리 예술감독은 무려 아침, 점심, 저녁 식사를 마치고 하루 세 차례나 전시장을 찾아왔다. 이들이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찾은 이유는 오직 하나. '김아영'이라는 한국 작가의 27분짜리 신작 영상을 시청하기 위해서다. 미디어 아티스트 김아영은 역사와 시대에 저항하거나 이탈하는 존재들을 조명하는 작가다. 세상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이들의 모호한 상태에 늘 관심을 가졌다. 이런 존재들을 비추며 우리 시대가 직면한 이슈들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다. 지정학, 이송, 국가를 초월한 이동 등을 다룬다. 영상, 사운드, 퍼포먼스, 텍스트 등 매체를 가리지 않고 예술 세계를 펼쳐나간다. 지난해 9월 김아영은 세계 최고 권위 미디어아트 시상식 ‘프리 아르스 일렉트로니카’에서 최고상 골든 니카를 품에 안으며 세계 예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한국인으로 이 상을 수상한 건 김아영이 최초다. 이 때 선보였던 작품 '딜리버리 댄서의 구'는 영국 테이트모던에 소장됐다. 최근에는 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도 상영회가 열렸다. 이번 신작을 관람하기 위해 해외 인사들이 앞다퉈 전시장을 찾아온 이유다. 내년 2월에는 독일 베를린 함부르거 반호
“동년배 작가들이 지켜야 할 새로운 기준을 세운 예술가가 나타났다.”독일에서 이런 평가를 듣는 샛별 작가가 화단에 등장했다. 1987년생 미술가 데이비드 레만(사진)이다. 그는 강렬한 작품 세계를 선보이며 등장과 동시에 화단의 주목을 받았다.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미 독일 주요 미술관의 초대를 받아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레만은 자유롭게 드로잉을 펼쳐나간다. 학창 시절부터 수많은 예술가상과 장학금을 독차지한 ‘천재 소년’으로 통했다. 2016년 독일 브란덴부르크에서 수여하는 젊은 예술가상 최우수상을 거머쥐며 이름을 알렸다. 3년 후인 2019년, 그는 독일 주요 4개 도시에서 특별 순회전을 열 젊은 작가 중 한 명으로 선택받았다.그는 사회비판적인 주제를 풍자적으로 표현하는 그림을 주로 그린다. 에로틱한 이미지를 적나라하고 도발적으로 캔버스 위에 토해내기도 한다. 그의 그림이 사회·정치적 주제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현재 일어나는 사건, 현상을 고대 신화와 혼합해 상상력을 펼쳐놓기도 한다. 자극적이지만 유머러스하게 현시대를 다룬다. 문학, 영화, 음악 등 다른 장르를 통해 받은 느낌을 캔버스 위에 즉흥적으로 표현한다.최지희 기자
빛고을 광주에서 ‘판소리 한마당’이 펼쳐지고 있다. 광주라는 큰 판에서 예술의 소리가 울려 퍼지는 것이다.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제15회 광주비엔날레가 ‘판소리, 모두의 울림’을 주제로 지난 7일 개막했다.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프리즈 서울과 맞물려 열린 덕에 수많은 국내외 미술 인사가 광주로 몰리고 있다.광주비엔날레 본전시가 이뤄지는 용봉동 전시관에서는 30개국에서 모인 72명의 작가가 공간과 소리를 주제로 한 작품을 선보였다. 작품의 절반 이상이 이번 비엔날레를 위해 제작한 신작들이다. 올해는 프랑스에서 온 유명 비평가이자 큐레이터인 니콜라 부리오가 예술감독을 맡았다. 부리오는 “인간이 존재하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려 했다”고 말했다.1·2관에서는 ‘부딪힘 소리’를 주제로 전시를 꾸몄다. 인간으로 가득 찬 세상 속에서 사람들이 서로 부딪치는 소리를 작품으로 나타냈다. 관객들은 도시의 소리가 들리는 어두운 터널을 통해야만 전시관으로 들어갈 수 있다. 터널은 나이지리아 아티스트 에메카 오그보의 작품이다. 고국인 라고스 거리에서 녹음한 소음을 재생시켜 밀집된 도시의 삶과 모습을 소리로 전달한다.밀집된 도시 속 부서지고 산업화된 자연을 표현한 작품들도 놓였다. 먼지로 뒤덮인 피터 부겐후트의 설치작품 ‘맹인이 맹인을 인도한다’가 그것이다. 벨기에 작업실에서 작품을 만든 뒤 완성작을 해체해 광주에 가져왔다. 현장에서 직접 조립해야 비로소 작품이 완성된다고 믿기 때문이다.1관에서 5관으로 향할수록 전시장은 점점 넓어진다. ‘겹침 소리’를 주제로 삼은 3관에서는 인간과 자연 사이의 관계성
지금 광주 전역에서는 '판소리 한마당'이 펼쳐지고 있다. 한국 전통음악 장르인 '판소리'가 아니다. 광주라는 '판'에서 울려퍼지는 다양한 '소리'들이다. 광주라는 커대한 판에 소리를 심어놓은 건 지난 7일 막을 올린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올해로 30주년을 맞이해 '판소리, 모두의 울림'을 주제로 3개월간 이어진다.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프리즈 서울과 맞물려 열린 덕에 수많은 국내외 미술 인사들이 광주로 몰렸다.올해는 프랑스에서 온 유명 비평가이자 큐레이터인 니콜라 부리오가 예술감독을 맡으며 일찌감치 주목을 받았다. 그는 2014 타이베이비엔날레와 2019 이스탄불비엔날레의 총감독을 맡은 ‘비엔날레 전문가’로 통한다. 광주를 찾은 그는 판소리를 접한 후 '판소리'라는 단어가 공간을 뜻하는 '판'과 '소리'의 합성어라는 점에 주목했다. 여기에 판소리가 전통적으로 마당과 같은 넓은 곳에서 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공간'이라는 개념과의 접점을 찾기도 했다. 그가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느낀 ‘함께하는 공간의 중요성’도 이번 주제를 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부리오는 세계 각국을 돌며 다양한 공간에서 소리를 주제로 작업을 펼칠 작가들을 찾아다녔다. 현장 조사를 위해 지난 올해 5차례나 광주를 찾아오기도 했다. 8월부터는 광주에 살며 매일 설치작업과 구상에 몰두했다. 올해 비엔날레를 찾은 이들은 모두 생존 작가들이다. 과거가 아니라 ‘동시대 미술’을 보여주고자 한 부리오의 의도가 담겼다. 개막일 현장을 찾은 부리오는 "작은 주거 공간부터 거대한 지구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존
지난 4일 VIP 오픈을 시작으로 관객을 맞은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프리즈 서울 2024. 5일 오후부터는 일반 관람객이 현장에 입장했다. 올해도 세계 주요 갤러리들이 작품들을 들고 컬렉터들을 만나고 있다. 800만달러(약 107억원)에 달하는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 회화와 450만달러(약 60억1000만원)짜리 호박 조각을 선보이는 데이비드즈워너, 65억원짜리 김환기 작품을 가지고 나온 가나아트는 꼭 찾아봐야 할 부스다. 이밖에도 김윤신의 조각 작품, 아니쉬 카푸어의 작업을 가지고 나온 국제갤러리와 전준호의 해골 설치작품 '광휘'를 선보이는 갤러리현대에도 볼거리가 풍부하다.그룹 '뉴진스'와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일반 대중에게도 눈도장을 찍은 일본 작가 무라카미 다카시의 대형 작업이 걸린 페로탕 앞에도 관객들이 몰렸다. 아니카 이의 설치작을 선보이는 글래드스톤갤러리도 볼거리가 많다. 프리즈 서울에 차려진 LG OLED 라운지에서는 서도호가 그리고, 서울호가 짓다 라는 주제로 미디어 전시가 열리고 있다. 프리즈 서울은 오는 7일까지이며, KIAF는 8일까지 이어진다.영상촬영 및 편집=황인정·유다비·최윤정 에디터/글=최지희 기자
북한에 미완성 작품을 보내면 돌아올 수 있을까. 돌아온다면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 연락도, 소식도 닿을 수 없는 곳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기다리는 작가가 있다. 자신의 스케치를 북한으로 보내고 작업이 완성되어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돌아오지 못한 작품이 더 많다. 온다고 해도 4년 가까이를 기다려야 한다. 위험하고도 무모한 작업을 펼치는 작가는 함경아. 그는 '자수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북한의 자수 장인들과 함께 작품을 만들어 왔다. 함경아가 이 작품들과 신작을 함께 들고 관객을 만나고 있다. 서울 종로구 국제갤러리에서 여는 개인전 '유령 그리고 지도'다. 이번 전시는 2015년 이후 2번째로 여는 국제갤러리에서의 개인전이다. K1, 한옥, K3 3곳의 공간을 함경아의 작품으로 가득 채웠다.그는 대중가요나 인터넷 이미지, 시 등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스케치를 그린다. 그리곤 브로커를 통해 그 작업을 북한의 수공예 노동자에게 전달한다. 그 후 함경아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기다림 뿐이다. 자신의 작품이지만 개입하거나 통제할 수 없다. 불가항력적인 변수가 매번 생기기 때문이다.작품이 무사히 되돌아오면 그 작품에 후반작업을 한다. 완성에 적게는 2년, 많게는 4년이 걸린다. 작품 설명에 완성 연도가 아니라 제작 추정 연도를 적는 이유도 이것이다. 이번 전시에 나온 작업들은 모두 이런 어려운 과정을 극복하고 작가에게 돌아온 작업들이다. '물리적 단절을 넘는 소통의 결과물'인 셈이다. 함경아는 자신의 작업이 북한에 새로운 예술 세상을 열어준다고 믿는다. 그는 "북한에서 미술이란 오로지 체제 홍보용일 뿐, 추상미술이란 영역은 존재하지 않는다"
지난 4일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프리즈 서울 VIP 오픈과 동시에 가장 많은 줄이 늘어선 곳은 대형 갤러리 부스도, 특별 전시도 아니었다. 붉은 벽면으로 부스를 꾸민 '런던 베이글 뮤지엄' 부스가 그 주인공. 서울 종로구 안국동에 본점을 두고 베이글과 커피 등을 판매하는 카페다. 평일 주말을 마다않고 매일 '오픈 런'을 해야만 먹을 수 있어 입소문을 탔다.이곳뿐만 아니라 이날 현장을 찾은 관람객들의 손에는 향수, 카페, 위스키 등 각종 브랜드의 쇼핑백이 들려 있었다. 모두 KIAF-프리즈 서울에 부스를 낸 곳들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다양한 브랜드들이 코엑스에 부스를 내고 관람객과 컬렉터들을 끌어들였다. 주류와 식음료에서부터 럭셔리 시계, 자동차, 화장품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브랜드들이 자리를 잡았다.‘국내 최대 미술장터’ KIAF-프리즈 서울의 숨은 주연이 '브랜드'라는 이야기가 돌 만큼 페어장은 각종 브랜드들의 쇼룸으로 변신했다. 이들이 아트페어를 집중 공략하는 이유는 페어가 국내외 VIP와 ‘미술 큰손’들에게 제품과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스위스 럭셔리 시계 브랜드 브레게는 2022년 첫해부터 프리즈 서울과 함께했다. 올해는 프랑스 출신 아티스트 노에미 구달의 사진과 영상 작품으로 부스를 꾸몄다. 지구 과학과 생태학을 주제로 작품을 내놓는 작가다. 착시 기법을 사용해 인간과 자연 사이의 관계를 담아낸다.영상 작품 ‘포스트 아틀란티카’는 이번 프리즈 서울에서 처음으로 공개된다. 지난해에 이어 현장에서는 스위스 시계 장인을 초대해 작업을 시연했다. 많은 관람객들이 앞에 모여 '명
50년이 넘는 세월동안 한 가지 영역만을 파고드는 건 어려운 일이다. 눈앞의 결과나 세상의 유혹에 눈을 돌리지 않고 끊임없이 공부하고 탐구하며 스스로를 발전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서울 용산구 타데우스로팍서울에서는 반세기가 넘도록 자신의 ‘그림 세계’에만 몰두한 작가가 관객을 만나고 있다.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프리즈 서울 기간에 맞춰 서울에서 작품을 선보이는 이는 추상화가 션 스컬리다. 그가 개인전 '소울'을 열며 자신의 작업 세계를 늘어놓는다. 아일랜드에서 태어난 스컬리는 1945년생으로, 현재는 영국에 작업실을 두고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는 가로와 세로를 가로지르는 선, 투박한 블록을 사용해 추상화를 그리는 작가다. 스컬리는 ‘거친 환경’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으로 이주해서는 슬럼가에 살며 깨진 물탱크, 탄약 등 전쟁의 잔해를 놀잇감 삼아 자랐다. 이주하기 전 아일랜드에선 가족과 함께 노숙을 했다. 15살땐 학교를 그만둔 후 제지 공장으로 가 생업에 뛰어들었다. 일하며 다닌 야간학교에서 미술을 처음 접한 스컬리는 내셔널갤러리에서 그림을 보며 구상화가를 꿈꿨다. 하지만 우연히 스컬리의 작업을 본 당시 교수가 “너의 재능은 구상이 아닌 색채”라고 평가했다. 그때부터 그는 색채를 사용한 추상 실험을 시작했다.색채는 지금까지도 그의 작업을 지탱하는 거대한 정체성이다. 스컬리는 작업을 할 때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색을 쓰지 않는다. 작품을 그리며 그 안에서 물감을 혼합하고 바르며 '스컬리표' 색채를 창조한다. "내가 회화에 씀으로서 새로운 색조가 탄생하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프리즈 서울 2024가 열렸다. 이번 페어는 4일 VIP 오픈을 시작으로 프리즈 서울은 7일까지, KIAF는 8일까지 이어진다. VIP 오픈 당일 관람객들로 가득 찬 프리즈 서울 2024 부스들.프리즈 서울 2024 페로탕 부스에 나온 무라카미 다카시의 작품. 대형 작업에 관람객들이 모여들었다.프리즈 서울 2024 데이비드 즈워너 부스에 나온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 그림과 조각. 그림은 800만달러(한화 약 107억원), 조각은 450만달러(약 60억 3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프리즈 서울 2024에 차려진 조현화랑 부스에서 컬렉터들이 이배의 회화 작품을 관람하고 있다.함께 전시된 이배의 조각 작품 앞을 지나는 관람객들. 이 조각은 기관에게만 판매할 예정이다. 아직 주인을 찾지 못했다.프리즈 서울 2024에 나온 영국 갤러리 로빌란트보에나의 부스. 컬렉터들이 바닥에 설치된 작품 정보를 살피고 있다.프리즈 서울 2024에 학고재가 들고 나온 백남준의 1980년도 설치작. 이 작품은 이날 프리즈 서울에서 가장 관심을 끈 작품 중 하나다. 많은 해외 컬렉터들이 가장 눈여겨볼 부스로 학고재 서울을 꼽기도 했다. 작품의 가격은 200만달러(26억 8000만원)로, 아직 주인을 찾지 못했다.프리즈 서울에 위스키 브랜드 로얄 살루트가 차린 팝업 부스. 이날 주류, 카페 등 식음료(F&B) 부스에도 수많은 관람객들이 몰려 인산인해를 이뤘다.프리즈 서울 2024와 동시에 4일 VIP 오픈을 시작으로 8일까지 코엑스에서 열리는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오후가 되자 갤러리 부스들이 관람객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VIP 오픈일인 4일 아르떼 미디어 부스가 차려진 코엑스 2층 더 플라츠 미디어 라운지의 모습. 많은 관객들
미국 대표 갤러리 가고시안이 서울을 찾아왔다.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프리즈 기간에 맞춰 갤러리 설립 이래 첫 번째 서울 전시를 열면서다. 세계 대표 갤러리의 서울 진출에 세계 예술계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이들이 첫 전시를 장식할 주인공으로 점찍은 작가는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작업을 펼치는 작가 데릭 애덤스. 이번 전시를 계기로 처음 한국을 찾은 그는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APMA 캐비닛에서 ‘더 스트립’으로 관객과 인사를 나눈다. 1980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문을 연 가고시안은 전 세계에 19개 지점을 운영하는 ‘메가 갤러리’다. 루이스 부르주아, 프랜시스 베이컨 등 유명 작가와 거장들을 거느리고 있다. 미술품 거래로 올리는 연 매출만 1조원. 한국 미술시장 총 매출을 뛰어넘는 금액이다. 스타 작가들을 앞세워 미국, 유럽, 홍콩 등 아시아 지역에서 뮤지엄급 전시를 여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올해로 3년째 프리즈 서울에도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엔 백남준의 ‘TV 붓다’를 선보이며 이슈가 됐다. 애덤스는 이번 국내 전시에서 신작 ‘더 스트립’ 시리즈를 새롭게 소개한다. 모두 신작으로만 준비한 전시다. 이번 작품들의 영감은 모두 길거리에서 나왔다. 백화점 쇼윈도 속 마네킹, 담벼락 벽돌 등이 작품 안에 자리했다. 지나치기 쉬운 길거리와 일상 속의 아름다움을 주제로 삼았다. 현장을 찾은 애덤스는 “마침 '뷰티'를 다루는 기업 아모레퍼시픽에서 전시를 한다는 게 운명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이번 작품은 모두 그가 직접 찍은 사진에서 출발했다. 세계를 돌아다
한국경제신문이 만드는 프리미엄 문화예술 매거진 ‘아르떼’ 4호(9월호·사진)가 1일 나왔습니다. 이번 호 커버스토리는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달집 태우기’ 전시를 마치고 고향 경북 청도로 돌아온 ‘숯의 화가’ 이배의 이야기입니다. 프랑스 파리와 청도를 오가는 이배 작가의 인생, 예술 여정을 작업실에서 들어봤습니다.9월호는 오는 4일부터 8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프리즈 서울 2024를 집중 조명합니다. 올해 아트페어에서 주목해야 할 키워드와 각 갤러리가 들고나오는 주요 작품을 분석합니다. 비엔날레와 공공미술 전시 등 같은 기간 동시에 펼쳐지는 다채로운 이벤트도 소개합니다.서도호, 양혜규, 레픽 아나돌, 클라우디아 콤테 등 올해 페어에서 주목받은 작가도 미리 만났습니다. 그들의 작업 과정, 작품 세계를 가장 가까이에서 보고, 듣고, 글로 옮겼습니다. 영국 서펜타인갤러리 예술감독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와의 단독 인터뷰, 주요 옥션사 대표가 바라본 시장 침체기 미술 투자에 관한 조언도 전합니다.음악 섹션에는 클래식 ‘꿈의 무대’ 위그모어홀을 이끄는 존 길훌리 예술감독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아르떼 공연 섹션에서는 ‘디어 에반 핸슨’ 주역을 맡은 도전의 사나이 배우 임규형을 만났습니다. 취업을 준비하던 평범한 학생이 6년 만에 대형 뮤지컬 주연으로 무대에 오르기까지, 임규형이 이어온 도전의 역사를 짚어봅니다.아르떼 9월호는 4일부터 8일까지 열리는 KIAF 미디어 라운지에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아르떼’ 부스는 코엑스 2층 ‘더 플라츠 미디어 라운지’에 자리합니다. 행
"나는 단색화가가 아닙니다. 말하자면 '미술 농부'에 더 가깝죠." 후기 단색화가의 대표주자로 불린다는 이야기를 듣자 소파에 앉은 김택상은 벌떡 몸을 일으켰다. 줄곧 평온했던 모습이 달라졌다. 그는 스스로를 '단색화가'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1세대 단색화가였던 윤형근, 박서보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에 산다"며 "치열하게 다른 그림을 그리는 작가"라고 강조했다. 김택상에게 미술이란 '농사'다. 작업을 할 때 환경을 통제하고 지배하는 대신 모든 과정을 시간과 자연의 흐름에 맡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내가 하는 일이라곤 밭에 물을 주듯 작품을 들여다보고 보살피는 것밖에 없다"고 했다. 그가 '작품을 보살핀다'는 표현을 쓴 이유에는 김택상만이 추구하는 독특한 작업 방식이 있다. 그는 도구 없이 회화를 하는 작가다. 안료와 물만으로 작업을 한다. 안료를 풀어 놓은 물에 캔버스를 담구고, 원하는 만큼 물감이 스며들 때까지 기다린다. 그의 작업 신념은 비틀즈의 노래 제목에서 따 온 '렛 잇 비(let it be)'. 가만히 놓아 두면 언젠가 원하는 결과물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기다림의 작가' 김택상이 자신의 신작들을 들고 관객을 찾아왔다. 서울 종로구 리안갤러리에서 여는 개인전 '타임 오딧세이'를 통해서다. 이번 전시에서는 '플로우' 연작 등 관객에 처음 선보이는 작업들도 나왔다. 이번 전시의 특별한 점은 그가 지금까지의 전시와는 180도 다른 전시 환경을 택했다는 것이다. 자연광이 비추는 장소에 작품을 걸었던 것과 달리,
코엑스에서 열리는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프리즈 서울은 갤러리와 미술관 건물을 벗어나도 예술 세계는 끝나지 않는다. 9월 서울은 한낮의 야외 정원에서도, 한밤의 길거리에서도 예술을 즐길 수 있다. 프리즈의 시각 예술 작품 프로젝트인 '프리즈 필름'은 올해 이화여자대학교 캠퍼스를 찾아온다. 이화여대의 국제미디어아트 페스티벌인 EMAP와 손잡고 시각 작품을 선보인다. 올해는 박주원 국립현대미술관 큐레이터와 발렌타인 우만스키 영국 테이트모던 미술관 큐레이터가 공동으로 기획했다.20명의 아티스트가 참여한 작품은 9월 2일부터 6일까지 이화여대 캠퍼스와 야외 정원에서 선보인다. 올해 주제는 '우주를 엮는 모든 것: 양자 얽힘에 관한 질문'. 고대 직조 기술과 현대 양자 물리학의 조화에서 영감을 얻었다. 과거의 지혜와 현대 과학을 연결하는 작품을 내놓는다.서울 송파구에는 팝아트 거장의 설치작이 뜬다. 필립 콜버트의 빨간 랍스터 작품이 석촌호수 물 위에서 한 달동안 관객을 만난다. 롯데월드타워 야외 잔디광장에도 함께 설치된다. 러버덕, 포켓몬 등 다양한 공공미술 전시를 이어 온 롯데의 야심작이다. 이번 공공전시 프로젝트는 송파구청과 손잡고 롯데월드몰 개장 10주년을 기념해 미술축제 기간에 맞춰 마련했다. 빨간 바닷가재는 콜버트가 자신의 분신처럼 여기는 존재다. 이번에 설치되는 작품 두 점은 대형 풍선으로 제작됐다. 공공전시와 함께 롯데월드타워 7층 롯데뮤지엄에서는 필립 콜버트의 회화 등 작업 활동을 선보이는 전시까지 함께 만나볼 수 있다. 필립 콜버트는 '차세대 앤디 워홀'로 평가받고 있는 작가다. 바닷가재를 자신의 또 다른
경기 과천시 뒷골로. 지하철 4호선 선바위역 3번 출구에서 한적한 골목길을 따라 5분쯤 걷다 보면 미술관이 하나 나온다. 지난해 9월 문을 연 K&L뮤지엄이다. 미술관 외관은 회색빛 벽돌로 둘러싸여 차가운 인상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펄펄 끓는다. 곧 모든 것을 녹여 없앨 듯한 용암이 발 밑을 휘감는다.3층짜리 미술관을 화산지대로 바꿔놓은 작가는 스위스 바젤에서 온 현대미술가 클라우디아 콤테. 그가 9월 2일부터 개인전 '재로부터의 부활: 재생의 이야기'를 열고 과천의 평화로운 미술관을 뜨거운 화산의 세계로 재창조했다. 전시장 전체를 작품으로 뒤덮은 거대 설치작이다. 대형 벽화, 바닥 그래픽으로 구성된 장소 특정적 몰입형 작품은 콤테가 오직 이곳, K&L 뮤지엄만을 위해 만든 특별한 작품이다. 층고가 높고 막힌 곳 없이 설계된 전시공간을 직접 본 후 용암지대를 떠올리며 전시 기획를 기획했다. 콤테는 예술을 통해 생태계 보존, 기후변화 등 현재 지구가 맞닥뜨린 다양한 문제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는 작가다. 예술이 인간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해 왔다. 이번 전시에 나온 작업들에서도 모두 콤테가 가진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을 엿볼 수 있다. 지금까지 식물 작업을 선보이며 기후변화를 경고하던 작가가 동물 작품으로 자신의 세계를 확장한 첫 번째 전시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콤테는 미술관 전 층에 걸쳐서 마치 용암이 흐르는 듯한 환경을 제작하고자 바닥 그래픽을 사용했다. 관객의 발이 닿는 모든 공간엔 마그마 그래픽이 존재한다. 그리고 용암이 흘러내리는 흐름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프리즈에 앞서 미술시장을 미리 가늠하고 신진 작가를 발굴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미리보기 컨셉으로 진행되는 '더프리뷰 성수'에서다. 올해 4회째를 맞는 이 행사는 30일 VIP 프리뷰를 시작으로 9월3일까지 성수동 에스팩토리 D동에서 개최된다. 올해는 기존 4월 열리던 행사를 8월로 옮겨 개최한다. 키아프-프리즈 서울과 비엔날레 등 대형 미술행사 기간을 겨냥했다. 미술축제에 맞춰 국내외 컬렉터, 미술계 인사, VIP를 대상으로 한국 신진 갤러리와 작가들의 활동을 적극 알리고 이들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해서다. 개최 시기를 옮기며 참가 갤러리의 라인업에도 큰 변화를 줬다. 올해는 ‘양적 스페터클' 대신 '새로운 발견’을 택했다. 참여 갤러리 수를 줄이는 대신 새로운 갤러리들을 다수 초청했다. 총 39개의 참가 갤러리 중 12곳이 신규로 참여했다. 1회 행사부터 함께한 ‘더프리뷰’의 인기 화랑들도 올해 만나볼 수 있다. 디스위켄드룸, 옵스큐라, 오브제후드, 지갤러리, OKNP 등 국내 메이저 아트페어를 통해 기성 미술시장에서 입지를 다져온 갤러리들이 합류한다. WWNN, 샤워, 상히읗, 피에스 센터, 포켓테일즈, 파이프 갤러리 등 그간 아트페어에 참가하지 않았던 독립 공간들도 함께한다. 지금까지 독립적으로 실험적 전시를 선보였던 곳들이다. 이들 외에도 더프리뷰 성수는 신생 갤러리, 작가들과 기성 미술계 사이 네트워킹의 장을 마련해 성장을 지원한다. 부스 전시 외에도 다양한 프로그램들도 관객을 만난다. 올해는 광주비엔날레가 홍보관으로 참여해 젊은 미술 애호가층을 타깃으로 행사를 알린다. 올해 주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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